-
-
선명한 세계사 2 - 전쟁과 혁명의 시대 ㅣ 선명한 세계사 2
댄 존스.마리나 아마랄 지음, 김지혜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올해는 세계 역사에 대한 접근을 계속하는 중이다. 그러다가 최근 발견한 이 책!
때론 '영화'보다 더 선명한 한 장의 '사진'이 있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그냥 보고도 정말 놀랐는데, 흑백 사진을 컬러로 구현한 것이라길래 더 놀랐다.
선명한 세계사 2권은 1910년대, 전쟁과 혁명의 시간부터 담고 있다. 다들 알겠지만 1차 세계대전이 있던 시기다. 참호에서 백골이 되어버린 독일군의 시체, 바닥을 굴러다니는 참수된 머리 사진과 타이타닉 호의 침몰을 알리는 'EVENING NEWS'를 팔고 있는 젊은이의 사진, 서부전선 참호의 사진.
그리고 이러한 사진들에 당시 생생한 역사가 담겨 있는 말과 증언, 편지글들...
'시간이 없어 시신을 참호 벽에 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참호가 무너지면 끝없이 유골을 보게 됩니다......'
<길버트 윌리엄스 사병이 집으로 보낸 편지, 1916년.>
발달된 무기에 비해 전혀 발전하지 않았던 전쟁 전술로 인해, 수많은 젊은이가 쏟아지는 포탄과 총탄 사이로 그저 돌진했다고 한다. 바닥을 조금만 파고, 거기에 비가 와서 진창길이 되면 몇 미터 돌격하지도 못하고 전부 죽는 전쟁.
수백만 명의 남성이 노동 현장에서 빠지고, 무기, 탄약, 선박, 항공기, 기차를 만드는 일에 여성들이 투입된다. 공장 노동자로 일하고 우편물도 배달하고 특수 경찰로도 복무한다.
'공장의 여성들이 20분 동안만 일을 멈춰도 연합군은 전쟁에 패배할 것이다.'
<조제프 조프르 프랑스 원수>
조금 위험해 보이는 군수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촬영한 사진에는 위와 같은 문구가 함께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 잔인한 전쟁이 끝나고 1910년대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진은, 엉성한 천으로 만든 마스크를 쓰고 있는 국제적십자사의 자원봉사자 사진.
바로 코로나19 때 계속해서 비교되었던, '스페인 독감'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고 일어서려던 사람들, 그러나 황폐해진 땅, 가득 널린 시체, 부족한 영양 상태...
'감염'과 '전염' 그리고 또 다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다음은 1920년대.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마르크화가 가득 쌓인 사진과, 분노와 얼핏 광기까지 느껴지는 히틀러를 정면에서 찍은 사진. 바로 뒤이어 '무성영화' 스타의 사진. 금주령과 섬뜩한 KKK단, 대서양을 횡단한 스타였으나 세계일주 비행에서 실종된 여성 비행사 '에어하트'의 사진까지.
한쪽에서는 전쟁의 싹이 트고, 여전한 광기, 인종차별, 그러면서도 늘어난 여성들의 참여로 확 바뀌어가는 세상 속에서 무언가를 '최초'로 해내어 여성 스타가 탄생하던 시기.
이런 역사적 지식과 문화들은 어디까지 퍼졌을까?
전쟁 배상금과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던 독일 국민들도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를 보고, '플래퍼'라는 '도발적인 옷을 입고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원하는 대로 춤을 추고 재즈 음악을 듣는' 미국의 젊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까?
식민지로 고통을 당하던 우리나라는?
당시 민족자결주의 등 사상이 3.1 운동의 배경이 되었다고 공부한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이런 사상만 걸러서 언론에 의해 전해졌을까? 아니면 여성의 자유와 참정권 같은 것들도 사람들의 머리 속에 들어가기 시작했을까?
시간은 흘러 1940년대. 소련, 미국, 영국의 지도자가 모인 포츠담 회담의 사진.
여기서 3국은 일본이 항복하지 않는다면 '철저한 파괴'에 직면할 것이라고 일본을 압박했다. 당시 트루먼은 신무기의 특성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는 적에게 이 무기를 시험해보고 싶어 했다.
전쟁 막바지, 일본은 항복하지 않았고 그에게 기회가 왔다.
'우리는 오늘 히로시마를 보았다. 아니 그 잔해를 보았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우리 대부분은 울음이 날 것 같았다.'
<'라이프'지 편집자에게 보낸 버나드 호프먼의 메모, 1945년 9월>
몇몇 건물의 부분과 잔해밖에 남지 않은 히로시마의 사진이 실려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항복하지 않았고, 마침내 나가사키에 플루토늄폭탄을 투하. 4만명이 더 사망했다고 한다.
뒤쪽에 한국전쟁과 핵무기 경쟁으로 인한 '핵무기 실험' 사진까지...
정말 선명한 사진이 많다. 한 번 보고 설명을 읽는 것으로 지금 우리 세계를 만든 수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사진들.
역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꼭 한 번 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