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영진의 시대유감 - 나는 고발한다, 당신의 뻔한 생각을
정영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평점 :
간만에 첫페이지부터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날카로운 질문과 시선으로 유명한 정영진의 시대유감.
이것저것 보면서 뭔가 놓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애쓴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너무 보기만 하고 생각하는 시간은 적어지고 있다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 내게, 처음 접하는 생각들을 많이 던져준, 아주 훌륭한 시대의 유감이고 질문들이었다.
p86. 분노가 나를 성숙시킨다는 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 우리나라는 사방이 막혀서 법을 피해 어디 도망갈 곳도 없는데 '화'를 참지 못하고 사고를 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왜 그렇게 쓸데없는 화를 참지 못해서 스스로의 손해를 자초하는 것일까? 저자의 말처럼 나를 성숙시키는 경우에만 화를 내야겠다고 스스로 제약하면 참 좋겠다.
p90. 불안을 상태에 대한 형용사가 아니라 뭔가를 바꿀 수 있는 동사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불안해 죽겠어." 대신 "불안하니 이걸 좀 해볼까." 정도로 말이다.
= 나도 불안하니 이걸 좀 해보자! 라는 생각과 실천이 많은 도움이 됐다. 뭔가 한 가지에 빠지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이런 게 성향이려니 하고 있다. 나는 내가 불안을 느끼는 것들을 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익히고 건드렸고, 그것들이 나를 여전히 흥미롭게 살게 하고 있다.
p132-'국뽕' 없이도 자랑스러워할 수 있잖아요.
=이 파트는 특히 좋은 말들이 많았다. '한국인이 이렇다. 우수하다.' 같은 말들이 나도 뭔가 거북하고 불편했는데, 그런 점들을 잘 짚어주었다. 뭐 분명 뛰어난 점도 많겠지만... 아니, 또 논점이 흐려지려고 하네! 그 뛰어난 것들이 '나'랑 무슨 상관인가? 내가 뭐 아주 미약한 도움이라도 줬으면 모르는데... 그냥 유튜버들 돈벌이겠지?
아무튼 중요한 건, '높낮이는 상대평가이므로 나 혹은 우리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다른 것과 남의 것을 어쩔 수 없이 평가절하한다... 구분되는 남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에 대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p177. 모두가 업무 시간 이외의 일임에도 일과 연결된다. 분리가 안 되는데 어떻게 밸런스를 잡겠다는 건지.
= 워라밸을 생각하며 현재 직장과 직업을 선택한 것인데... 그걸 우선순위에 뒀기 때문인지 가끔 불만이 있다. 저자가 쓴 것처럼 출근하기 위해 양치질하고 머리 감고 세법 공부하고... 이런 것들이 '일과 분리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
분리가 안 되는 것을 어떻게든 분리해서 밸런스를 잡아보겠다고 쇼하고 있었나?
p233. 인류가 욕심이 많아 죽을 둥 살 둥 사는 게 아니라, 죽을 둥 살 둥 경쟁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이 인류가 된 것이다.
= 과잉생산과 환경파괴 등... 난 참 걱정이 많고 어려서부터 경쟁을 정말 안 좋아해서 회피를 주로 선택했다. 그런데 사실 세상의 주류는 '경쟁에서 살아남아 유전자를 남긴 쪽'일 거 같긴 하다. 그러니까... '나 하나'의 행동과 선택도 중요하지만... 큰 물줄기에는 사실 뭐 별 영향을 미칠 수도 없고... 여러가지 선택해야 하는 것들과 상황이 뒤섞여 있어서 다 적긴 어려운데, 그래! 세상은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렇게 만들어 온거고 나도 그에 대한 편익을 누리고 있으니까 할 말 없지 않아? 라고 하면 마음은 조금 편해질 거 같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이제 세상이 조금 달라졌으니까 다른 길을 제시해보는 사람이 될 수 있으려나? 라고 생각하기엔 이제서야 우리가 밟아 온 길을 밟아오면서 경제발전과 인권에 대한 의식 성숙 등을 이뤄내는 국가와 사람들도 있으니...
세상은 넓고 서로 너무나도 다르고 그래서 어렵구나.
결국 다름을 받아들이고 나는 내가 사는 곳의 최선을 위해, 미래를 위해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 말고는 어디 뭘 크게 할 수도 없는... 그런 것 같다.
정영진이 마지막에 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거렸으면 완전 잘못 쓰여진 거라고 하는데, 그럴듯한 생각들이 많아서 참 큰일이다 ^^
많은 사람이 읽고 저자의 염원대로 논쟁을 해보고! 그랬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사회가 성숙해지기 위해 끝장토론과 대화가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