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에 대하여 - 삶은 비운 후 비로소 시작된다
토마스 무어 지음, 박미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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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읽고 잠이 든 날,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데 꿈을 꾼 거 같았다. 아니면 뭔가 강렬한 생각일까? 산책을 하며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봤기 때문일까?

한 송이의 코스모스가 태아에서부터 꽃으로 피어나는 광경을 보았다. 그리고 화려한 난초도. 둘은 겉모습만 달랐을 뿐, 태아의 모습부터 꽃이 피기 직전까지 모든 게 같았다.

순간 '길 위의 한 송이 코스모스와 수백, 수천 만원짜리 난화분이 다를 바가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꿈에서 깬 것인지 깨서 생각한 것인지 비몽사몽 장자지몽이다. (그리고 같은 태아의 모습에서 시작된 모든 사람들도...)

공허에 대하여 읽다보니 무의식에 무언가 깊게 다가온 거 같다. 계속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다를게 없는 것에 가치를 매기고 가격을 매겨서 거대한 쇼를 하고 있구나. 모든 게 겉모습만 다를 뿐, 그 본질적인 부분과 시작은 같은데...

책에서 좋았던 문구들은 다음과 같다.

35p. 삶을 온갖 것들로 가득 채우면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운에 맡기지 않는다면 뜻밖의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것입니다.

146p. 공허가 아무리 신비롭고 초월적이라 해도, 그 공허를 견디기는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충만함과 완성과 성공을 갈망합니다. 실패가 아무리 진실하고 솔직하다 해도, 그 실패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공허와 부족을 남들에게 드러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진 게 실패와 공허뿐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내보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173p. 모르는 줄 아는 것은 고귀하다. 모르는 줄 모르는 것은 고통스럽다.

저자는 공허_비움. 이런 것들을 삶에서 그대로 두고 견딜 줄 아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가 오래되어서 그런지 무언가 '없다'는 것은 부족, 결핍, 빈곤 같은 것들과 연결되나 보다.

하지만 우리가 아마 학창시절에 수도없이 배웠던 거 같은데, 여백의 미학이었나?

비어있는 자리가 있어야 찬 자리도 의미가 있다.

'공간'과 '여백'이 없이는 꽉 막혀서 죽을 뿐이다. 미지근하게만 살라는 것은 아니다. 늘 그렇듯 균형의 문제인거 같다.

채울 것은 채우고 비울 것은 비우면서, 채워지지 않는 것은 내가 채울 수 없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렇게 조금 편안하게 사는 것의 가치를 알자는 이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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