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그날도 나는 핀란드 헬싱키 성당 앞 계단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무수히 도로를 오고 간다. 나는 오전부터 돌아다닌 루트를 점검하며 지도를 보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내가 걸을 때는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다리가 아파서 앉으면 멈춘 시선에 사람들이 들어온다. 내가 음료수를 챙겨서 계단에 앉은 것은 휴식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서 잠시 지도를 자세히 보려고 앉은 것이다. 그런데 그 계단에서 한 시간째 가만히 지나가는 사람들만 쳐다보고 있다. 무조건 걷는 것이 여행이 아니란 걸 그때 알았다. - 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