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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9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매달 읽는 백과사전 같기도 하고, 잡학사전 같기도 하고, 이웃일기 같기도 한 책이 샘터
잡지이다.
샘터 9월호를 보면서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무더웠던 여름이다.
폭염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여름이고, 에어컨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여름이다.
이제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는 한국이 되어버렸다.
샘터 9월호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감나무가 아직 8월 무더위 속에 있는 나에게 시원한 가을 바람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이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는 것도 재미를 주지만, 아직은 그것보다는 나를 일깨워주고 내게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와 글들에 더 호감을 느낀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더 나은 삶을 생각하고 꿈꾸기 때문인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열정이고, 나쁘게 말하면 욕심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박상재 작가는 "소나무처럼 절개 있게, 대나무처럼 꿋꿋하게 살아야 한다."는 자신의 좌우명을
보여주었다.
대나무에 담긴 이야기와 대나무의 특성을 통해서 대나무의 위대함을 보여주었다.
"대나무는 뿌리가 튼튼하여 쓰러지지 않고, 줄기가 곧아 어느 한편으로 기울지 않고, 속이 비어
겸손하게 남을 받아들이고, 마디에 절도가 있어 행실을 갈고 닦고, 사철 푸르러 한결같은 마음을 지녔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갖고 있어야 할 덕목 모두를 대나무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건강, 의리, 겸손, 노력, 강직...
제주도에 있는 휴양림 중에서 교래리의 곶자왈이 좋다고 한다.
교래리의 원시림을 극찬하는 글을 보면서 다음 제주 여행 때는 꼭 가보리라는 마음먹어
본다.
가족보다 끈끈한 한 지붕 인연에서는 학교, 시골, 이웃, 봉사 속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좋은 인연을 만난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좋은 인연을 만나 샘터에 글까지 기고하는 독자들은 분명 행복한 사람들이다.
글을 읽으면서 내게 소중한 인연인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잠시 떠올려보기도 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뢰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학창시절 외웠던 기억이 나는 문구이다.
뭔가 대단한 달성도 성공도 하지 못한 지금의 상황에서 다시 한번 반성과 다짐을 하게 해주는
문구였다.
나는 아직도 뫼만 높다 하면서 불평과 불만을 가지고 살고 있구나 하는 자기 반성이
되었다.
구이지학(口耳之學) : 남한테 보고 들은 것을 자기 생각 없이 그대로 전하기만 할 뿐 조금도 제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배움을 일컫는 말
참된 배움은 자신이 직접 그 사물에 나아가 옳은지 그른지를 분명히 살피며, 모르는 것은 묻고 널리
배워 날마다 성장해가는 것이라고 한다.
소인의 학문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 남으로부터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옮기려만 한다고
한다.
학문뿐 만 아니라 기업도 소인식 경영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경영인은 직원들을 힘들게 하고, 회사를 퇴보시키고, 심지어는 사업을 망하게
한다.
중국의 발달한 문명을 배우고자 노력한 연암 선생의 선견지명과 노력은 충분히 존경받을만
하다.
샘터에서 가장 재밌게 읽고 있는 연재기사 중 하나인 박수밀 교수님의 글은 언제나 큰 가르침을
준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세계 그 이상을 생각하지 못한다.(p.42)"
습관은 참 무서운 것이다.
그것을 수컷 두두새의 사람에 대한 애착과 동족에 대한 무시를 통해서 볼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사람에 의해서 길러진 수컷 두두새는 동족 암컷 두두새와 어울리지 못하고, 오히려 두 번이나
암컷 두두새를 죽였다.
익숙해진 습관은 본능도 짓밟아 버렸다.
독서의 중요성.
이덕무는 책만 읽는 바보라고 자신을 묘사할 정도로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세상을 움직이는 인재는 책을 가까이 한다고 하니 책 읽기의 중요성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번 샘터 9월호에서 특별한 인터뷰를 한 대상은 배구선수 문성민이다.
내가 배구에 관심이 없어서 문성민 선수가 누구인지 모른 상태로 글을 읽었는데, 참 대단한
선수였다.
무엇보다도 글 제목처럼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혼자서 묵묵히 연습하고, 배구 외에는 취미도 없고,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글에서 문성민 선수야말로 자기가 하는 일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즐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울 점을 충분히 전해준 문성민 선수와의 인터뷰였다.
제철 농산물 꾸러미라는 상품이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교토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정지용 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박수근 작가의 작품으로 변신시킨 양구군의 모습도 흥미로왔다.
다양한 문화를 다루고 있는 샘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요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골 아주머니의 요리도 나오고, 셰프의 요리도 나온다.
이번달 할머니의 부엌수업에 나온 고추구이는 재료도 간단하고 요리법도 어렵지 않아 보여서 시도해볼만
하다.
맵지 않은 고추로 고추구이를 해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생각만해도 군침이 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요리를 배워서 수제버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규 셰프의 수제버거 맛이 참
궁금하다.
스마트폰 추천앱으로 제시한 Class101도 흥미를 끌었다.
집에서 나 홀로 편하게 취미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사진, 요리, 춤, 요가 등의 영상을 보고 따라할
수 있게 보여준다고 한다.
설치하고 이용해보고 싶은 앱이다.
일반 보통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행복일기에서는 작은아버지에 대한 추억, 아들에 대한 감사,
미안함에 대한 사과, 구둣방을 운영하는 아주머니의 특별한 손님, 대학에서 한 여자를 두고 라이벌이었던 동기와 동료가 된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사람 사는 것은 참 비슷하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다.
옹조네 방앗간을 운영하는 35세 전옹조 씨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참 많았다.
방앗간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떡 제조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5년여 동안 서울 여러 떡집에서 떡
만들기를 배웠다.
"제대한 날 방앗간을 맡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부모 밑에서 일을 배우면
나태해져서 안된다며 맨땅에 헤딩한다 생각하고 가장 중요한 떡 만드는 법부터 배워 오라 하셨죠. 그래서 옷만 몇 벌 챙겨 무작정 서울로 갔어요.
그 길로 5년 동안 여러 떡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지냈죠(p.94)"
기업이 크든 작든 2세, 3세 경영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자행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참 특이한
교육법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교육법이 있었기에 옹조네 방앗간은 자립을 하고 성장을 하고 있다.
좋은 글, 좋은 이야기가 많이 담긴 샘터 9월호였다.
대나무, 태산, 독서, 구이지학, 습관, 묵묵, 일희일비, 고추구이, 옹조네 방앗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샘터 2018년 9월호 독서후기 포스트는 샘터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