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의 걷기
이상국 지음 / 산수야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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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라디오를 들으며 걷는 것을 좋아하고, 대화를 하면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

옛사람들은 걷는 것을 어떻게 즐겼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읽은 책이 바로 '옛사람들의 걷기'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생각한 걷기와는 많이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내가 생각한 걷기란 가벼운 일상에서의 휴식 같은 시간인데, 이 책에서 다루는 걷기는 역사속의 인물들의 삶 속을 걷는 것이었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걷는 풍경이 연상되는 내용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어느 지역의 길을 걷는 것 보다는 그들이 어떤 삶을 걸어가는지를 표현한다고 느껴졌다.

 

이 책의 서문 '길내기 - 신발끈을 매며' 부분은 길의 의미를 정말 잘 표현한 최고의 글이었다.

'길은 길다. 길어서 길이다. 이어지지 못하고 끊어진 길, 혹은 막다른 골목으로 막힌 길은 길이라 부를 수 없다. 길은 앞이 트여 있어야 한다. 길은 내는 사람에게 길을 내주는 것은 땅이다. 땅과 사람이 서로 죽이 맞아야 길이 된다.(p.5)'

길이라는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워주는 명문장이라 느껴졌다.

 

'발길이라는 말이 있다. 길을 만드는 발이 방향을 잡는 힘이 곧 발길이다. 발길 속에는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인간의 마음이 들어 있다. 신과 발이 서로 죽이 맞아 제대로 된 신발이 되도록 관성을 만드는 것을 우린 길 내기라고 부른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하거나 서투른 것을 능하게 하는 것을 우린 길들인다고 한다.(p.6)'

길이라는 말에 이렇게 오묘한 뜻이 있다니 처음 알았다.

길에 대한 심오한 의미를 아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느껴졌다.

세상에서 지어진 말들은 그냥 지어진 것이 아니라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길... 참 멋진 단어이다.

 

이 책은 저자가 옛사람들이 온몸으로 걸어간 길을 문헌으로 살피면서 그들이 남긴 사문들과 다른 이들의 증언을 곰곰이 따져 재구성한 책이다.

그래서, 내용이 쉽지 않은 책이다.

내용 자체가 상당히 역사적이면서 철학적이고, 한문도 많이 나오고, 생소한 단어들도 많이 나온다.

책을 읽을수록 저자의 탐구력, 독서력, 해석력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의 탁월함이 느껴지지만 독자를 위해서 좀 더 쉽게 기술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시대의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예술의 길을 걸은 겸재 정선, 철학의 길을 걸은 여헌 장현광.

착한 여자와 나쁜 여자의 갈림길에 섰던 홍낭과 이옥봉 그리고 어우동과 나합.

개성에 가서 고려의 길을 거닐은 젊은 조선의 젊은 선비들, 

 

진경산수화라는 우리 고유의 화풍을 만든 겸재 정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겸재 정선의 삶 속으로 걸어간다고 하는 것이 이 책에 적합한 표현법이라고 해야겠다.

 

정선은 59세인 1733년에 현감으로 발령을 받아 영남의 청하에 온다.

청하에 오기 전인 37세에 금강산을 여행하면서 그린 해악전신첩은 조선을 매료시킨 최고의 히트상품이었고, 당시 지식인들은 훔치고 싶은 물건 1호가 해악전신첩이었다고 한다.

정선은 그림 분야에서 부동의 스타였던 것이다.

청하에 와서 영남의 방방곡곡을 그려서 영남첩을 만들고자 했으며, 청하시절 영남첨이 66폭의 화보를 이루어 하나의 화풍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의 시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림을 제대로 그리려면 보고 또 보고 싫증이 날 만큼 돌아다니라.(곽희)'

정선 편에서 성류굴, 내연산, 문수산, 향로봉, 삿갓봉, 천령산, 청하계곡, 사자상폭, 보현폭 등 여러 지명이 나열되어 있다.

나열된 지명의 장소를 걷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 아니고, 정선이 걸어간 삶의 길이 주요 내용으로 다가 왔다.

그래도 화가 정선의 삶을 표현하면서 정선의 그림은 책에 실려있지 않다.

이 책에는 그림과 지도가 전혀 없는 점이 아쉬웠다.

정선의 대표적인 그림과 작가가 말하고 있는 지명들이 그려진 지도가 함께 있었으면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세오, 월섬, 이병연 시인이 등장하고 그들과의 대화와 일화를 통해서 겸재 정선이 진경산수화를 만들어가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여헌 장현광은 처음 들어본 인물인데, 대단한 인물이었다.

16세기 조선 성리학에 퇴계, 남명, 율곡이 있었다면 17세기에는 여헌이 있었고, 조선시대 스토리텔링의 초절정고수이고, 인조인금이 '500년마다 한 분씩 나타난다는 성현'으로 찬사를 했다고 한다. 

여헌 장현광을 따라 포항 죽장의 입암(선바위)로 향한다.

여기서 내용의 기술 방식은 빈섬이 여헌 장현광과 인터뷰를 하는 형식이다.

 

예술과 관련된 옛문헌에 대한 나의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내용이 어렵게 느껴진다.

역사속 인물의 평전을 읽는 기분이다.

 

착한 여자로 홍낭과 이옥봉이 살아온 길이 기술되고, 나쁜 여자로 어우동과 나합이 살아온 길이 기술된다.

홍낭과 이옥봉이 착한 여자로 표현되는 것은 운명의 남자를 사랑하며 일편단심으로 불꽃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우동과 나합이 나쁜 여자로 표현되는 것은 성과 권력의 미로를 걸었기 때문이다.

 

조선초 한양의 지식인들이 개성에 가는데는 왕이 내린 재충전 휴가인 사가독서때문이다.

사가독서는 일정 기간 공무를 면해주고 집에서 쉬며 학문에 정진하도록 하는 재충전 휴가이다.

사가독서는 세종 때 실시되었다가 세조 때 폐지되었다고 한다.

성종시대에 성종은 비대한 신하권력을 무너뜨린 후 신예 관료 6명에게 사가독서를 명한다.

그 6명은 채수, 허침, 양희지, 유호인, 조위, 권건이었다.

이들은 파주를 지나 개성을 여행한다.

이들의 여정이 나오지만 여행 후기 스타일의 글은 아니고 이것도 이들이 살아온 행적과 당시의 역사 중심으로 기술된다.

이들의 여행에 성현이 합류한다.

성현은 나중에 연산군에 의해서 부관참시를 당하는데 저자는 '시절이 문제였다'라고 말한다.

연산군의 어머니 윤씨가 폐비될 때 성현은 대사간이었어으니 폐비사건을 비켜갈 수 없었던 것이다.

 

성현 일행의 개성 여행을 기술하면서 저자는 '고려 콤플렉스 탈출 여행', '개성을 걸을수록 전왕조가 다시 살아나는 역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성계의 일생과 조선건국에 대한 내용도 기술되고, 여행자들이 지은 옛시들이 인용되면서 이들의 개성 여행길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여행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여행이라는 가벼운 옷을 살짝 걸쳐 놓은 인물과 역사 평전이라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저자의 역사와 문헌에 대한 수집, 해석 능려은 탁월한데 내게는 생소한 인물들이고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나의 능력이 아직은 부족함이 많아서 유감스러웠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이 책을 천천히 천천히 다시 읽는다면 더 많은 감동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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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경제
조원경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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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려 524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히 방대한 양의 책이다.

세계 명작소설을 통해서 경제를 들여다보는 매우 특이한 구성의 책이다.

책의 기술 형식은 소설의 형식이다.

저자는 경제학을 전공한 행정고시 출신의 행정관료이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세계 명작소설은 모두 13편이다.

 



레미제라블, 제인에어, 수레바퀴 아래서, 시칠리아에서의 대화, 안나 카레니나, 분노의 포도, 홍수의 해, 빼드로 빠라모, 백년의 고독,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생사피로, 황홀한 사람, 상록수이다.

 

유럽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5편, 미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5편,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3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하서인 신문기자이다.
하서인 기자가 주말 G섹션에서 세계명작소설을 현실의 사회경제문제와 접목해서 기사를 내는 과정이 소설의 형식으로 기술되었다.

소설 속에 소설이 또 있는 느낌이다.

 



주말 G섹션 프로젝트의 첫 시작을 여는 명작소설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레미제라블이다.

각 장의 처음에는 해당 명작소설의 줄거리가 친절하게 요약되어 있다.

레미제라블은 올해 책으로 읽어 보았고, 휴 잭맥이 나오는 영화로 보았고, 정성화가 장발장으로 열연한 뮤지컬도 보아서 줄거리를 읽어보니 스토리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저자의 요약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줄거리 요약이었다.



레미제라블을 통해서 현실 사회경제문제인 '양극화'를 다루고 있다.

책에서 펼쳐지는 스토리 전개는 한 기자의 취재 과정을 보는 듯 하다.

취재를 간 파리에서 레미제라블 연극에서 장발장 역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을 만나서 그 청년의 일기를 보여주고 청년과의 대화 내용을 보여주면서 레미제라블에 담겨진 사회경제적문제를 설명해 나간다.

어려운 사회경제문제를 다가가기 편하게 해주는 구성이다.

이론 설명 위주의 강의식이 아닌 소설 형식의 내용 전개가 사회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을 좀 더 쉽고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중간중간에 경제학 용어들이 등장한다.

지니계수(소득분배가 얼마나 평등한지를 0에서 1로 나타낸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하다.), 상대적 빈곤율(전체 가구에서 중위소득 50% 미만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 중진국의 함정(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경제성장을 하다가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성장이 장기간 둔화되고 침체되는 현상)이 나왔다. 

지금 현재 시대의 사회경제문제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주인공을 통해서 충분히 기술되고 있다.

양극화의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고 한다.(p.55)

레미제라블의 스토리 전개에 맞춰서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상황, 장발장의 삶을 통해서 많은 경제학적인 현상을 설명해준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었다.

신자유주의, 중산층, 사회통합, 청년실업률, 사회적기업, 법의 공정성 등이 언급되면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책을 읽으면서 소설 속에 담겨진 사회경제적인 내용을 이렇게 탁월하게 해석할 수 있는 저자의 능력이 존경스러웠다.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탁월한 독후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소설은 그냥 소설로만 생각하고 읽어왔던 나에게 이 책은 새로운 독서법을 알려주었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실제로 신문에 실린 것처럼 보이는 주말 G섹션 기사가 중간부분은 생략된 상태로 실려있다.
앞에서 전개한 스토리를 요약해주는 듯 하다.
레미제라블에서 보여진 양극화와 사회경제적 문제는 지금의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제인에어'에서는 경제 회복탄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 여인의 삶을 표현한 소설에 이렇게 깊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 알았다.
이 책을 읽고서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제인에어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솟구쳤다.
회복탄력성의 ABC는 삶에 긍정적으로 맞서는 Attitude(자세), 삶의 가치를 인식하고 추구하려는 Brain(뇌),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고 타인과 공감하고 누군가와 함께하는 Capacity(능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p.83)
'알파는 올리고 베타는 내려서 오메가 포인트로 가자!(p.97)'
알파는 처음이라는 뜻으로 신성장동력을 말하고, 베타는 위험을 나타내는 것으로 변동성을 말하고, 오메가는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경제가 지향해야 할 바를 잘 나타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레바퀴 아래서' 에서는 교육과 경제 분야를 다루었다.
한국인의 지나친 교육열이 한국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을 오히려 제약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고, 적성과 진로를 생각하지 않는 한국의 교육 현실은 교육과 성장, 고용의 연결고리르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시칠리아에서의 대화' 에서는 정치시스템과 경제 분야를 다루었다.

'안나 카레니나' 에서는 행복과 경제를 다루었다.
'행복은 50%의 유전적 요인과 10%의 환경적 요인, 40%에 달하는 스스로 행복해지려는 욕구에 의해서 결정된다.(소냐 류보머스키)'
행복에서 환경이나 조건이 차지하는 수준은 단 10% 불과하기 때문에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분노의 포도' 에서는 일자리와 경제를 다루었고, '홍수의 해'에서는 기후변화와 경제를 다루었고, 뻬드로 빠라모와 백년의 고독에서는 토지와 경제를 다루었고,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서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다루었고, '생사피로'에서는 농촌의 도시화를 다루었고, '황홀한 사람'에서는 고령화와 경제를 다루었고, '상록수'에서는 개발협력과 경제를 다루고 있다.

경제문제의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접근함으로써 많은 경제학적인 지혜를 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세계 명작소설 중에서 내가 읽어본 것은 불과 몇 편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읽었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하는 수준을 넘어서 읽었다는 기억 외에는 책 내용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 수준이다.

물론, 이 책에서 줄거리를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어서 그 줄거리를 바탕으로 저자의 탁월한 사회경제적 해석을 통해 명작소설들이 암시하고 있던 현실 사회의 사회경제문제들을 엿볼 수는 있었지만, 충분히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끼기에는 내 이해능력이 다소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가장 많이 이해하고 공감한 소설은 가장 최근에 읽었던 레미제라블이었다.

 

저자가 소개해주고 있는 명작소설들을 다시 읽어본 후 이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준 경제학적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그 명작소설들을 다시 읽는다면 그 느낌이 정말 색다를 것 같다는 기대가 된다.

 

저자의 경제학 지식과 독서량, 탁월한 분석력과 해석력, 행정실무경험이 잘 녹아있는 훌륭한 책이었다.

공무원, 정치가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고, 시민단체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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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번지 유령 저택 5 - 할리우드에 간 삼총사 456 Book 클럽
케이트 클리스 지음, M. 사라 클리스 그림, 노은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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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무섭고 내용은 전혀 무섭지 않고 엉뚱하고 흥미진진한 '43번지 유령저택' 시리즈의 5번째 이야기이다.

책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초등학생인 아이는 빛의 속도로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는 그 뒤에 아이의 감독(?)을 받으면서 읽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내용을 아이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왜 이런 내용이 전개되는 물어보기도 하고,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기도 하면서 읽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것은 아이와의 대화 시간을 늘리는데 참 좋은 방법이다.

 



주인공은 3명이다.

그림플리, 올드미스, 드리미.

올드미스는 몸이 보이지 않고, 쓰고 있는 안경만 보인다.

왜?

그녀는 유령이다.

하지만 전혀 무섭지 않은 이성적이고 현명하면서 때로는 귀엽게 느껴지는 유령이다.

세 주인공이 바로 삼총사이다.

책 속에서 삼총사는 43번지의 유령저택에 살고 있는 베스트셀러 '43번지 유령저택' 책의 저자들이다.

실제 이 책의 저자는 케이트 글리스와 사라 클리스로 둘은 자매이다.

자매가 함께 책을 쓰는 모습은 생각만해도 아름다운 모습이다.

 


 

삼총사에게는 규칙이 있다.

일에 대한 의논은 모두 글로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화자가 설명을 하는 형식이 아니라 등장인물들간의 편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말 특이한 구성이다.

43번지 유령 저택 시리즈는 1권부터 5권까지 모두 편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삼총사는 삼총사가 쓴 책을 원작으로 하는 '무니만 블록버스터'라는 영화 제작자에게 '거비나 제거 대작전'의 영화 제작을 제안 받는다.

그리고, 삼총사는 할리우드로 영화를 만들러 간다.

엉뚱하면서 재밌는 사건들을 만드는데 천재적인 삼총사가 영화를 만들러 할디우드에 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토리가 기대가 된다.

또 얼마나 엉뚱한 일들이 발생할까? 그것도 할리우드에서.

 

편지로 내용이 전개되는 중간중간에 겁나라 빨라 신문에서 전개되는 내용을 정리해서 보여준다.

이것도 재미있다.

황당하고 재밌는 신문이다.

 



영화사 이름은 무니만 블록버스터.

호텔 이름은 비벌리힐스 번드르르 호텔.

영화사 비서 이름은 마이 못데드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배우 이름은 오들오드리 오스카.

영화감독 이름은 지지 드러운.

그리고, 영화 제목은 거비나 제거 대작전.


등장인물의 이름과 영화 제목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책을 함께 읽으며 나와 아이는 엉뚱한 이름들에 황당해하며 서로 얼굴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영화 포스터는 나름 공포감을 준다.

근데, 책 내용이 우스우니 공포감이 별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삼총사는 영화사와 계약을 했는데, 계약서에 문제가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삼총사에게 돌아오는 영화 제작에 대한 대가는 책이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특권뿐이다.

삼총사에게는 한마디로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는 못된 계약이다.

이런 내용을 보면서 아이들의 계약의 중요성을 교훈으로 알게 될까?

책을 읽은 아이에게 계약의 중요성이 이 책을 통해서 느껴지는지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재미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교훈을 얻고 있으니 재미만을 목적으로 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제작 과정이 전개되고, 배역을 맡은 배우가 오고, 배우를 뽑기 위한 오디션이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 역시 등장인물 간의 편지로 내용이 전개된다.

편지로 전개되는 내용은 이야기가 눈앞에서 전개되는 것 처럼 생생하고 재미있다.

편지글로 소설 스토리를 이렇게 잘 전달하면서 전개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올드미스는 자칭 팜므 파탈이다.

팜므 파탈이란 프랑스어로 '목숨을 앗아 갈 정도로 위험한 여자'라는 뜻으로 영화에서 자신의 여성적인 매력을 교묘하게 이용해 숨겨 놓은 목적을 이루는 인물을 가리킨다고 책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올드미스는 자신이 영화에 출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화를 낸다.

계약 내용에 잘못이 있는 것을 안 올드미스는 이에 대해서 화를 낸다.

하지만, 그럼플리와 드리미는 계약이 잘못된 것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럼플리와 드리미는 좀 단순한 면이 있었다.

 

영화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오스카도 영화사와 잘못된 계약을 한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 서명하면 이 영화의 흥행 성공을 위해, 이 영화를 열광적으로 숭배하는 광팬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자연적인 이유든 아니든 이 영화를 만드는 중간에 죽을 것에 동의한다.'

말도 안되는 끔찍한 계약 내용이다.

 

삼총사와 오스카는 교활하고 못된 마이 못데드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회의를 하고 못데드라의 약점을 알아낸다.

그리고, 시원하게 복수를 한다.

 

마지막은 역시 해피엔딩.

 

그럼플리, 드리미, 올드미스는 블럭버스터 영화사의 새 주인이 되고, 못된 짓을 한 못데드라, 지지드라운 등은 감옥을 가게 된다.

그리고, 삼총사와 오스카는 친구가 되어 43번지 유령저택으로 돌아온다.

중간중간에 할리우드통신이라는 신문이 할리우드에서 삼총사에게 전개되는 스토리 내용을 요약해준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그림도 재미있는 책이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에서는 계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교훈도 준다.

잘못된 계약으로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과 계약을 할 때 계약서를 잘 읽어야 한다는 것!

물론, 아이들이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것이 교훈인지 직접적으로 느끼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부모가 함께 읽고 그에 대해서 아이와 대화를 한다면 충분히 재미난 이야기 속에 담겨진 작은 교훈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편지로 전개되는 이야기, 엉뚱한 사건들의 연속과 문제 해결 그리고 해피 엔딩, 그 속에 담겨진 재미와 웃음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충분히 줄 수 있는 책이다.

아이들이 참 좋아할 만한 책이다.



마지막에 이 책 시리즈는 계속 이어진다는 여운을 암시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어질 책의 이야기도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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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함께 사는 법 - 오늘을 살리는 과거 청산의 현대사
김지방 지음 / 이야기나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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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역사라는 말 대신에 과거사라는 말을 쓰는 역사속의 사건들이 있다.

과거사란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는 역사적 사건으로써 보통 청산이라는 용어가 함께 사용되는 과거 청산의 현대사이다.

그 과거사를 청산한 국가도 있고, 청산이 진행되고 있는 국가도 있고, 청산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청산이 진행중인 국가도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캄보디아의 과거사 사건에 관한 책이다.

청산해야 할 과거사 사건 속에서 피해자에게는 가해자가 적이고, 가해자에게는 피해자가 적이다.

저자가 말하는 '적과 함께 사는 법'이란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각자의 입장에서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한 현명한 과거사 청산 방법을 말한다고 생각되었다.

저자는 이 책의 저술 목적을 '인간과 시대가 빚어내는 드라마, 그 아름다운 결말을 위하여'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신문사 기자이다.

저자는 자신의 의견과 함께 과거사 사건들을 인용과 인터뷰 형식을 이용하여 기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과거청산의 현대사는 모두 7가지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갈등 청산, 캄보디아의 좌파 독재 청산, 아르헨티나의 우파 군사정권 청산, 프랑스의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부역자 청산, 미국의 흑인 차별 역사 청산, 한국의 여수·순천사건, 한국의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다.

이 책의 내용은 좌파 관점도 아니고 우파 관점도 아니고, 진보 관점도 아니고 보수 관점도 아니고, 가해자 관점도 아니고 피해자 관점도 아아니다.

대결과 분열을 조장하는 역사가 아니라, 이해와 화합을 빚어내는 역사서를 지향함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주제는 '죄악, 청산, 용서, 화해, 공존' 이다.

 

'화해하고 용서하자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두고 화해하자는 것인지 주어와 목적어를 찾아 문장을 완성해야 한다.'

화해와 용서에는 주어와 목적어가 분명해야 한다는 말이 참으로 공감이 가고 인상적이다.

 

미국은 한학기 동안 역사 시간에 '피츠버그 전투'만을 공부한다고 한다. 

그 전투에 둘러싼 정치적 논란, 사회경제적 배경, 군사 전략, 무기, 장군과 병사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탐구하며 역사 공부를 한다고 한다.

암기위주의 우리 역사 교육과는 차원이 다른 교육이다.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픔을 모르는 사람은 깊이가 없다'

저자에게 선배가 해 준 말이라고 하는데, 공감이 가는 말이다.

내가 회사 후배에게 이 말을 해주었더니 회사 후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공감을 하는 반응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세기 전반까지 영국과 네덜란드가 식민지 다툼을 벌인 땅인데, 최종 승리는 영국의 것이었다고 한다.

남아공의 인종 차별 청산에는 투투 신부의 활약이 컸다.

투투 신부는 남아공의 흑인 인권운동을 이끌었으면 그 공로를 인정 받아 198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과거 백인의 인종 탄압과 흑인의 폭력적 저항에 면죄부를 주기 위하여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설치하였고, 투투 신부가 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투투 신부는 인종 차별 역사 청산에 식기세척기가 되고 싶어했다고 한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는 청문회를 통해서 사면 대상을 판단하여 사면을 진행하였는데, 사면을 신청한 사람은 7,000여 명이었지만, 실제로 사면을 받은 사람은 1,200여 명이라고 한다.

남아공의 역사 청산 과정을 기술하면서 저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실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과거청산이란 도대체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저자 나름의 의견을 제시한다.

남아공은 인종 차별의 과거 청산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의 삶의 질이 과거에 비해서 월등히 좋아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백인은 여전히 흑인보다 부유하고, 백인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인근 국가에서 남아공으로 온 흑인을 남아공 주민들이 폭력적으로 몰아내는 흑흑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잘못된 장기간의 역사를 청산이라는 순간의 이벤트로 복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상적인 공동체 실현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투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인격은 당신의 인격에서 나옵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당신의 인격이 향상되었을 때 나의 인격도 따라서 향상됩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의 인격이 비인간적이고 냉정한 것이 될 때, 나 또한 그렇게 됩니다. 용서는 실제로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최상의 길입니다."

과거 청산에서 용서가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라는 것을 잘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이 진실로 과연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남아공 내용을 읽은 후 맨 마지막 장에 있는 우리나라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분을 먼저 읽었다.

광주 트라우마센터가 소개되고, 센터의 강용주 대표가 소개되었다.

강용주 대표는 고등학생 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그 당시에 의사들의 헌신적인 의료활동을 보고서 의사가 된 사람이다.

강용주 대표가 5·18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내용과 대학 재학 중 1985년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안기부 남산 지하실에서 고문을 받은 내용이 기술되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을 이어오며 지속적으로 과거청산을 해왔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결여되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희생자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5·18 생존자들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강용주 대표는 그렇게 말했다.

5·18 희생자들의 치료를 담당하는 치유팀장과의 인터뷰 내용에서 '다윗과 솔로몬이 시므이를 죽이는 것을 보면 용서와 심판은 따로 있는 것이다' 라는 말이 나온다.

용서와 심판은 다른 것이고, 따로 있는 것이다.

5·18 희생자들의 증언이 인용되고, 전두환 전대통령의 사과문이 나오고, 재판과 사면 과정이 나온다.

5·18 운동에 대한 배경, 탄압과정, 시민군의 저항에 대해서는 이 책에 상세한 내용이 언급되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 부분은 다른 책에 맡기고 이 책에서는 오직 청산과 용서, 화해, 심판 관점에서만 기술을 한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그 점이 조금 아쉽게도 느껴졌다.

희생자들이 겪는 트라우마에 대한 설명에 가려서 청산 과정이 다른 국가의 과거사 청산 내용에 비해서 분석과 해석이 상세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약간 들기도 하였다.

 

캄보디아의 좌파 독재 청산 내용은 S-21 이라는 교도소 책임자로 있던 두크의 단죄 과정이 주요 내용으로 다루어졌다.

크메르루주 군인들이 미국의 하수인 정권을 몰아내 캄보디아를 장악하고 크메르루즈 혁명가들은 중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공산주의 혁명을 완성할 수 있다고 큰소리 쳤다고 한다.

하지만, 완벽한 공산주의의 환상은 곧 무너졌고, 급진적인 크레르루즈 정권은 중국과 소련도 외면했다고 한다.

S-21 교도소에서 처형당한 사람들은 죄가 있어서 처형당한 것이 아니라 처형당하기 위해 죄를 뒤집어썼다고 한다.

두크의 인생 과정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가를 볼 수 있었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극도의 경계심을 가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됨을 느낄 수 있었다.

캄보디아의 처절했던 과거사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정의와 치유를 혼동해선 안된다. 재판의 목적은 피해자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다.(르몽드신문 기사 내용 중)'

과거사의 가해자를 심판하고 재판하는데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헨티나의 우파 군사정권 청산 내용에서는 독재시절 실종된 아기를 찾는 오월광장 할머니모임의 활동을 주로 다루고 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우파 군사정권은 반정부 활동, 노조 활동, 대학생, 마르크스 사상에 호의적인 20대와 30대의 젊은이들을 집중적으로 탄압한다.

그 젊은이들 중에는 결혼한 임산부도 있었는데, 출생한 아이들을 빼앗아 다른 군인이나 보안부 관료에게 맡겨 키우도록 하였다. 

출생후 부모에게서 떨어져 성장한 아이들은 아르헨티나의 라푼젤들로 표현하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인 활동을 위해서 아기를 빼앗는 일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행동이었다.

남미의 여러나라가 70년대와 80년대에 군사독재를 겪으며 미국을 지원을 받아 좌파 세력을 숙청하는 작업을 하였는데, 아기를 훔쳐가는 일은 아르헨티나에서만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입양되어 자랐다는 것을 나중에 안 빅토리아는 원래 부모의 집안 사람들과 가까워지면서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하나의 과정이었어요. 모든 것을 지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한순간 하루아침에 가능하지 않았지요. 사람이 기계처럼 껐다 켜서 다시 시작하게 할 순 없잖아요."

과거사 청산과 화해가 되더라도 피해자는 한순간 그 피해 사실을 잊을 수 없고, 화해와 용서는 마음 깊은 곳에서 진실로 행해지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헨티나의 과거사 청산 내용을 읽으면서 타국의 과거사에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우리의 과거사 청산에 참고해야 할 역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프랑스의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부역자 청산은 냉혹했다.

2년간에 걸쳐 조국을 배반하고 나치에 협력한 1만여 명의 부역자를 처형했다고 한다.

'부역자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부역자를 처벌해야 한다.'

'증오가 아니라 정의의 실현이다.'

일제시대를 경험한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청산 방식이었고, 프랑스에는 과거청산이라는 말이 없고 숙청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알베르 카뮈는 숙청론자였고, 프랑수아 모리아크는 숙청반대론자였다.

카뮈와 모리아크의 논쟁이 기술되었는데, 카뮈가 모리아크에게 패배한 것으로 결론이 지어진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일어난 숙청은 인류의 공존과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태도와 거리가 멀었고, 드골이 권력 장악을 위해서 반대 세력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프랑스의 과거 청산을 같은 시기 우리가 경험한 친일파 청산의 실패에 인용하는 것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저자의 의견이 맞는 것인지 그리고 우리나라에 합당한 의견인지는 판단이 서지를 않는다.

 

미국의 흑인 차별 역사 청산에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 엑스를 비교하면서 기술하였다.

마틴 루터 킹의 인권 운동 활동에 대해서는 여러 책에서 보았는데, 말콤 엑스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해본 내용이었다.

두 사람은 흑인 인권 운동에 있어서 매우 반대적인 입장이었다.

킹 목사는 비폭력을 지향했고, 말콤 엑스는 폭력을 지향했다.

말콤은 사우디에 방문하여 사우디 왕자의 국빈으로 대접을 받으면서 이들이 백인인 듯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흑인을 대하듯 하지도 않으며 같은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제로 대한다는 것을 체험하며 많이 놀랐다고 한다. 

말콤은 흑인 민족주의에서 출발했지만 이슬람을 통해 인류가 피부색에 상관없이 형제애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 타인에게 폭력을 쓰는 것이 미국의 죄악'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변경한다.

 

우리나라의 여수·순천 사건에서는 두 아들을 죽인 좌익 학생을 양자로 삼은 손양원 목사의 삶이 주요 내용이다.

김구 선생이 나오고, 이승박 대통령 나오고, 박정희 소령이 나온다.

잘 몰랐던 해방 이후의 한국 현대사를 볼 수 있었다.

손양원 목사는 좌익 학생에 의해 죽은 두 아들을 순교의 자식으로 생각하고 죽인 좌익 학생을 양자로 삼아 용서했다.

하지만, 두 오빠를 잃은 여동생에게 이러한 일은 큰 상처였다.

내가 생각할 때 과연 이것인 용서인지 그리고 현명한 행동인지는 판단이 되질 않았다.

저자는 손 목사의 딸이 좌익 학생을 용서한 것은 조용했지만 진심이 담긴 행동이었고,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는 것이 역사의 희생자가 진실로 승리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은 '적과 함께 사는 법'이다.

과거청산의 현대사에서 가해자에게 피해자는 적이었고, 피해자에게 가해자는 적이었다.

이 책에서 좌파가 가해지인 경우와 우파가 가해자인 경우를 6개 나라의 7개 현대사를 통해서 기술하였다.

저자는 '적과 함께 사는 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현대사에 대해서 더 공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과거청산 현대사들은 집단간의 갈등이 극에 달한 역사의 사건들이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갈등의 현대사도 언젠가는 또 청산해야 할 과거사가 될 수도 있다.

현대사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 그리고 그 공부를 통해서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것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책이다.

그리고, 현대사 속에서 화해와 용서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는 계기를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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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정석 -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직업 관리 노하우
조주연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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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직업관리와 이직에 대한 책을 읽었다.

한동안 이직을 계획하고 진행하다가 뜻하는 대로 잘 진행이 되질 않아서 직장을 옮기는 것 보다는 내 직업을 찾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지금은 잠시 이직 진행을 중단하였다.

이직을 중단했다기 보다는 이직이 중단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은 표현일 수도 있겠다.

성공적인 이직을 하기에는 내가 아직 부족함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생각했던 평생직업에 대한 개념을 다시 확인하고 다질 수 있었다.

저자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광고회사에서 10여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다국적 서치펌 회사에서 헤드헌팅과 커리어 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3개 이상의 광고 회사를 다녔는데 저자도 직장 생활에 대해서 상당한 고민을 하며 몇 번의 이직을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저자의 이력은 책에 잘 드러나 있었고, 저자의  삶에서 직접 겪은 직장 생활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이 공감이 되었고 저자의 기술 내용에 대한 설득력을 뒷받침해주었다.

 

저자는 평생 직업의 시대에 직업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직업관리!

경력관리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고 비슷한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직업관리라는 말을 들으니 경력관리보다 직업관리가 한단계 더 고차원적인 용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관리는 단순히 직장 생활을 위한 목적이지만, 직업관리라는 말은 평생 직업 생활을 위한 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소모시키는 인생에서 벗어나라.(p.10)'

'당신은 어떻게 해서든지 일에서 벗어나 살고 싶은 인큐베이터 인생이길 원하는가? 아니면 일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세상을 발견하며, 자기가 하는 일이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되는 무지개빛 경험을 하며 살기를 원하는가?(p.13)'

 

내가 지금까지 한 직장 생활은 약 15년정도이다.

이 책에는 지금의 나에게 참 유익한 말들이 많이 있었다.

나의 직장 생활과 직업 관리의 잘못된 점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었다.

 

'직업을 사랑하면 인생도 성공한다.(p.15)'

'떠밀리듯이 결정하지 마라.(p.35)'

'계산되지 않는 혜택과 비용도 계산해야 한다.(p.41)'

'작은 기회에 연연하지 마라. 기회를 보내야 진정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p.53)'

'연차와 경력을 구분하라. 연차가 아닌 경력을 쌓아라.(p.70)'

'당신만의 브랜드를 개발하라. 그리고 전략적으로 포장하라.(p.206)'

'긍정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라.(p.234)'

 

내가 두 번의 이직을 하면서 실수했고 간과했던 내용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이직을 하면서 떠밀리듯이 결정했고, 계산되지 않은 혜택을 잘 몰랐고, 작은 기회에 연연했고, 나 스스로를 전략적으로 포장하지도 못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경력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나만의 브랜드가 지금도 없다.

 

지금까지 나는 내 직장 생활을 그냥 월급을 받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내 직업을 내스스로 사랑한 적은 거의 없었고, 항상 막연한 파랑새를 꿈꾸며 직장 생활은 대충 하는 식이었던 것 같다.

 

연봉 협상에 대한 노하우 내용도 매우 유익했다.

회사마다 연봉 구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접근하고, 예전 회사에서 받았던 금액을 모두 말하고, 협상 시기를 알고 입사하라는 것이다.

이직하면서 연봉 협상을 제대로 못했던 내 실패한 이직의 과거가 또 생각났다. 

 

저자가 헤드헌팅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내용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직업 안에서 성공하는 기본은 스스로의 결정에 책임을 다하는 마음가짐이다.(p.40)'

 

실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기사는 현실감이 있는 사례로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치학과 전공자의 쇼핑몰 패션제품 MD가 되기 위한 비전공자로서의 일관된 취업 준비와 성공 이야기, 다수의 이직 횟수가 단점이지만 단점을 극복하고 네트워크의 힘으로 이직에 성공한 마케팅 매니저의 성공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콜드콜(cold call)'에 대한 개념을 처음 알았다.

'콜드콜은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해서 판매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말한다.(p.222)'

수많은 거절과 뼈아픈 말도 각오해야하고 단기적으로 성과를 끌어내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나 힘든 만큼 보상도 큰 것이 콜드콜을 통한 영업이라고 한다.

콜드콜이라는 개념을 알은 것은 내게 큰 수확이다.

 

책을 읽으면서 참 진솔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자의 조언이 매우 현실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 내용 전반에 깊은 공감이 되었다.

저자로부터 또는 저자가 있는 회사로부터 헤드헌팅과 커리어 컨설팅 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이 책이 내용은 내게 매우 유익했다.

어려운 이론이나 이상적이고 이론에만 치우친 내용이 아니라 직업 현장에서 즉시 적용이 가능한 현실감이 묻어나는 내용들이 참 좋은 책이었다.

이제 다시 이직을 할 때는 이 책의 저자가 말해준 조언대로 실행을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도 직장생활에 임하는 마음을 바꿔서 성공적인 직업관리가 되는 직장 생활을 진행해나가야겠다.

 

앞으로도 이직을 준비하고 진행할 때 정석으로 활용할 만한 직업관리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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