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아픔은 치료했지만 흉터는 남았습니다 - 당신의 몸과 마음이 아플 때,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것들
김준혁 지음 / 계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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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사회가 감염병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할 때, 저는 ‘중간 높이의 시점’에서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눈높이에서 본다면 사회가 병을 이유로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기는 어렵습니다. 사회의 눈높이에서 본다면, 사회 성원의 보호를 위해 개인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게 됩니다. 이 두 관점 중 어느 한쪽에 매몰되지 않을 때, 우리는 문제 해결을 향해 한 걸음 디딜 수 있게 될 겁니다.
예컨대 우리는 평소에는 감히 적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코로나19 감염자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6조의2(정보 제공 요청 및 정보 확인 등)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2조의2(제공 요청할 수 있는 정보)에 따르면, 감염자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처방전, 진료기록부, 출입국관리기록, 신용카드·직불카드·선불카드 사용, 교통카드 사용, 영상정보, 위치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를 평소에 수집한다고 하면 이는 민간인 사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알라딘 eBook <아픔은 치료했지만 흉터는 남았습니다> (김준혁 지음) 중에서

‘우리에게 건강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입니다. ‘건강’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어렵습니다. 짧은 글에서 마무리하기에는 벅찬 주제이기에 여기에서 묻고자 하는 것은 건강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건강은 교환 가능한 재화일까요? 아니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일까요? 개인과 사회는 건강을 둘러싸고 어떻게 만나야 할까요?

-알라딘 eBook <아픔은 치료했지만 흉터는 남았습니다> (김준혁 지음) 중에서

하지만 건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건강은 생물학적 측면을 넘어섭니다. 20세기 말에 나온 여러 연구는 정신적, 사회적 측면이 신체적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질병은 단지 유전적, 신체적 조건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조건에 의해서도 결정됩니다. 개인이 지닌 생활 습관, 교육, 직업, 거주지역, 문화 모두가 건강을 결정하는 요소이며, 이들은 상호 작용한다는 것이 최근 건강을 연구하는 여러 연구가 내린 결론이지요.

-알라딘 eBook <아픔은 치료했지만 흉터는 남았습니다> (김준혁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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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 지음 / 계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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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건강의 편에는 항상 편안함, 안정, 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아프지 않은 내 몸으로 사는 일은 얼마나 행복한지요. 탄탄한 근육을 드러낸 모습에서, 최신 유행의 옷을 입고 멋진 자세를 취한 모습에서 우린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반대편을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 모습이 나에게 초래하는 불편은 어떤 반응으로 이어지는지요. 나의 불편함을 상대방의 안녕으로 치환하여, 상대방을 도움받아야 할 대상으로 격하시킬 때가 있습니다. 도와줄 테니 더이상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죠.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을 테니 우리가 준 도움으로 만족하라고요. 물론 마투슈카의 사진이 당시 유방암 운동의 상징이 되었을 때, 사진은 그런 사회의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읽혔습니다. 하지만 벌써 이십 년이 지났습니다. 마투슈카의 사진, ‘폐허가 된 여성의 신체’는 다른 방식으로 읽혀야 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은 운동의 색채를 벗고 슬그머니 머릿속으로 들어와 속삭입니다. ‘지금 느끼는 불편함을 부정하지 말아요, 당신은 상처 입었고, 상처 입을 수 있어요.’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상처의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애써 지우려 애씁니다. 하지만 온전함이란 환상 같은 것, 오히려 수많은 상처를 기우고 꿰매며 여기까지 온 것이 삶 아니었는지요

-알라딘 eBook <아픔은 치료했지만 흉터는 남았습니다> (김준혁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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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나가면, 노동자가 공장 부품과 같이 일해야 했던 시대에 ‘고장을 고치는’ 의학은 사회 유지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산업 사회에서 의학은 아프면 치료받고 다시 돌아와 일할 수 있는 몸을 만들었고, 노동의 조건을 바꾸는 대신 몸을 고쳐 쓰는 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방식을 고집해야 할까요? 전체를 다 바꿀 수는 없더라도 부작용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고장을 고치는 것을 넘어, 고장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를 바꾸는 것을 생각해 볼 때가 된 것은 아닐까요?
의학은 스스로 질병에 대해, 신체에 대해 최고의 지식을 갖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우리는 여기에 맞서서 의학과 생물학이 장애가 있는 신체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고 주장합니다. 의학이 쓸모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은 장애의 경험을 충분히 알 수 없고, 그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삶을 연구자가 전부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를 수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의료인은 장애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당위가 생깁니다. 어떤 것이 필요하며 어떤 부분을 바꿔야 하는지 이해하고 그 자리에 함께 있어 주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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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시 「내리막」도 절망 앞에 선 이에게 상황을 한번 다르게 받아들여 보라고 말합니다. 절망과 좌절의 내리막에서 이를 뒤집어 보라고 말입니다. 내리막을 돌리면 오르막이 됩니다. 시는 절망이 역전됨을 보여 주려는 듯, "그것은 절망의 / 역전" 행에서 이제껏 지켜오던 간격을 뒤집습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내리막이 있는 이유는 "이룰 수 없는 것 / 사랑받지 못한 것 / 기대 속에 놓쳤던 것" 때문이라고. 우리는 이룰 수 없는 것 때문에 좌절하고, 사랑받지 못해 절망하고, 기대하던 것을 놓쳐서 슬픔에 빠집니다. 그러나 좌절과 절망과 슬픔의 내리막이 있다는 것은 이룸과 사랑과 기대를 바랬던 나의 흔적이고 자취입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내리막도 없겠지요. 그렇다면 절망에 힘들어하기 보다 절망을 뒤집어 나에게 주어졌던 것을 다시 담아 보는 시간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다 보면 슬그머니 다가온 내리막을 따라 내려가는 것도 거뜬할 듯싶습니다.
이 시를 쓴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William Carlos Williams, 1883~1963는 미국의 시인이자 의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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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 지음 / 계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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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실패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날 겁니다. 예컨대 헨리에타 랙스가 남긴 신체의 권리에 관한 질문은 의료윤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환자 정보의 소유권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숨기고 감추는 데 급급했던 보건 정책에 맞서 에이즈 유행 사실을 알린 왕슈핑의 용기는 보건의료 정책이나 정보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공개돼야 하는지에 관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자신의 장애 경험을 당당하게 밝힌 낸시 메이어스의 글은 다양한 사람이 더불어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속깊은 관점과 해석을 보여줍니다. 여자라는 것을 숨기고 평생을 남자 의사로 살았던 제임스 배리가 보여주는 성별, 더 나아가 정체성에 관한 문제의식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편지 다발로 만들어, 이런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 분들에게 띄웁니다. 이 잘못 전달된 편지가 새로운 미래를 낳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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