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병을 만든다
이반 일리히 지음, 박홍규 옮김 / 미토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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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일리히의 사상적 스승인 칼 뽈라니 Karl Pollani 의 이론이참고 될 수 있다. 그는 교역·화폐 및 시장의 여러 기원을 주제로 하여 인류 역사속에 근대서구문명을 위치시켰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경제란 원칙으로 인간간의 사회관계, 곧 지역사회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위 근대화와 함께 경제가 지역사회에서 벗어나 거꾸로 경제시스템 속에 인간사회가 매몰되었다. 뽈라니는 그것으로부터 다시 벗어나 지역사회에 복귀하는 것을 현대최대의 역사적 과제로 삼는다. - P18

내가 논의하는 것은 현대의 병원에서 비롯되는 유행병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가능한 한 광범한 시야와 유효한 힘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공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진보의긍정적 면에 대하여 그 부정적 면을 평가하는 경우에 도움이 되는 개념적 체계를 일반인에게 주고자 한다. - P22

임상적인 병원병이란, 치료, 의사, 또는 병원★(病院)이 병원(病原), 곧 〈병을 발생시키는〉 인자(因子)가 되고 있는 모든임상적 상태를 포함하고 있다. 나는 이같은 과도할 치료적 부작용을 〈임상적 병원병〉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것들은 의학 그 자체와 함께 옛날부터 있었던 것이고49) 언제나 의학연구의 중요한 주제가 되어왔다. 50약물은 언제나 독성을 갖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물의 바람직하지 못한 부작용은 약물의 효력 및 그 광범위한 사용2과 더불어 증가되어왔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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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장애의 역사 - 침묵과 고립에 맞서 빼앗긴 몸을 되찾는 투쟁의 연대기
킴 닐슨 지음, 김승섭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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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호의존Interdependent하는 존재다. 역사학자인 린다 커버Linda Kerber가 개인주의라는 미국적 이상의 성차별적 요소를 지적하며 말했듯이, "외톨이 개인이라는 신화는 비유이고, 수사적인 도구다. 실제 삶에서 스스로 만들어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온전히 혼자인 사람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1 실제로 의존은 나쁜 것이 아니다. 의존은 모든 인간의 삶 한가운데 존재한다. 의존이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만든다.

-알라딘 eBook <장애의 역사> (킴 닐슨 지음, 김승섭 옮김) 중에서

선장의 명령에 그 동료는 완전히 맹인이 된 흑인 39명을 골라냈습니다. 그는 나머지 선원들의 도움을 받아 흑인들의 다리에 무게 추를 묶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비참하고 가여운 이들은 바다로 던져졌습니다.23

노예무역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했기 때문에, 노예에게 장애가 있으면 수익이 감소했다. 당시 널리 퍼진 왜곡된 노예제의 논리, 실명한 사람들은 노동할 수 없다는 지배적인 비장애중심적인 믿음, 그리고 "한쪽 눈만 보이지 않아도 헐값에 팔리"는 상황에서 선원들은 살아 있는 것보다 죽는 게 자신들에게 더 이익이 되는 사람들을 배 밖으로 내던졌다.

-알라딘 eBook <장애의 역사> (킴 닐슨 지음, 김승섭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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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지음 / 난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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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함이 피해자의 자격을 결정하는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 사회는 사회적 폭력을 대할 때 가해자의 행동을 따져 묻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진짜 ‘피해자’인지 확인하는 데 더 큰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피해자의 말과 행동이 동정하기 적당한 모습을 벗어나는 순간,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곤 했지요. 세월호 유가족 역시 ‘불쌍한 피해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진상 규명을 외치자 비난받기 시작했습니다. 한 국회의원은 "유가족이면 좀 가만히 있어라"라고 말했고, 사회 곳곳에서는 ‘너만 힘드냐, 그만 좀 나대라’고 핀잔했습니다.

-알라딘 eBook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지음) 중에서

오늘날 대학에서 공부는 영어로 쓰여진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어느 대학도 연구자가 한국 사회의 사건을 한국어로, 그것도 논문이 아닌 책으로 쓰는 일을 권하지 않습니다. 한국어로 된 책은 매년 여러 기관을 통해 발표되는 대학의 순위를 올리는 데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평가를 통해 측정하는 대학의 경쟁력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또 그렇게 대학이 순위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한국 사회에 좋은 일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부족함과 계속해서 대면해야 했습니다. 책과 논문을 찾아 읽고 동료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했지만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 과정을 반복하며 제가 연구자로서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그중 가장 나은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자 안간힘을 썼습니다. 얼마만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충실히 해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부족한 책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이용하는 것을 넘어 더 나은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알라딘 eBook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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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지음 / 난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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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장병을 만나며 그들의 고통에 대해 말하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직 천안함 사건의 총체적인 진실을 알지 못하는 상황인데 글을 쓰는 것은 여러 오해를 초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어떤 마음에서 하시는 말씀인지 충분히 이해하지만 2010년에 발생한 사건을 두고 11년이 지난 지금조차도 연구자가 분석하고 기록할 수 없다면 과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부족하더라도 연구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 그것들을 가장 나은 방식으로 이야기해보려 했습니다.

-알라딘 eBook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지음) 중에서

오늘날 ‘장애’는 농인이나 맹인 같은 신체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과 같은 정신장애인에 국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계속 변화해온 개념입니다. 제가 킴 닐슨의 『장애의 역사: 침묵과 고립에 맞서 빼앗긴 몸을 되찾는 투쟁의 연대기(A Disability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동아시아, 2020)를 번역해 출판했던 것은 이 책에서 그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애라는 영어 단어는 부재를 뜻하는 dis와 능력을 뜻하는 ability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쉽게 말하면 ‘능력이 없는 존재’라는 뜻이지요. 장애인의 삶을 중심에 두고 역사를 검토한다는 일은 매 시기 ‘능력 있는 몸(ablebodiness)’을 누가 어떻게 정의했는지를 묻고 어떤 사람들이 그 범주에서 배제되었는지를 따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알라딘 eBook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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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처럼 얽힌 정치적, 경제적 힘과 심지어 사회심리적인힘들이 이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기에, 이것들을 자각할 때만이해체 작업도 시작될 수 있다. 이 모든 이유에서 나는 건강 분야가 오늘날의 정체성 위기-나는 누구이며 나는 장차 무엇이 될것인가의 위기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라고 확신한다. 사실이 분야는 전쟁터로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위협도 압제자도 없으며, 있더라도 거의 눈에 띠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의 관점 - P90

의 관점, 의료 지식들과 도구들, 의료 실행자들과 여타 전문 조력자들이 본질적으로 사악하기보다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무서운 점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매우 곤혹스럽게 언급한 ‘악의 평범성‘이 여기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은 이 경우가 더 크다. 왜냐하면 그 과정이기술적이고 과학적인 객관성을 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자신을 이롭게 하기 위한 일이라고 위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건강지상주의 사회로 난 길은 겉보기에 좋은 의도들로 포장되어 있을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 P91

필요에 대한 전문가적 정의가 낳는, 인간을 불구화하는 두 번째 효과는 결핍의 소재를 고객 개인에게 두는 전문가적 관행에서볼 수 있다. 현대의 전문가들 대다수는 개인의 문제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맥락에서 발생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막상 치료에 들어가서는 개인을 맥락으로부터 떼어내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런 개인화 효과는 전문가들 자신이 가진 맥락상의 이해마저왜곡시킨다. 필요를 이처럼 개인적 사안으로 해석하는 까닭은 전문가들이 가진 치료 도구와 기술이 대체로 개체화된 상호작용들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도구를 정의하는게 아니라,도구가 문제를 정의하는 셈이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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