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포인트나 현란한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위에서 조망하거나 빅데이터로 바라보는 관점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인류학자 그랜트 맥크랙켄은 "민족지학은 공감이다"라고 말했다. "‘아, 저런 거군’ 하고 생각하게 될 때까지 가만히 듣다 보면 갑자기 세상이 그들에게 보이는 대로 보인다.28 아래에서 위로 바라보는 방식을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문화 충격이 굉장하다. 낯선 세계에 들어가 몰입하기까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민족지학은 서구의 분주한 전문가의 일지에 쉽게 끼어들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오비사페드 같은 곳에 가보지는 못하더라도 민족지학의 일부 원칙을 받아들일 수는 있다. 말하자면 주위를 둘러보고 관찰하고 경청하고 개방형 질문을 던지고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역지사지’해보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정치인, 지도자, 경영인, 법조인, 기술 전문가 등 21세기 전문가 세계의 누구에게든,특히 곤란에 처한 서구 엘리트 부족의 구성원에게 더더욱 필요하다.
-알라딘 eBook <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중에서
"트립이 담배를 깊이 빨면서 물었다. ‘어떻게 인류학자이면서 인텔 같은 데서 일해요?’ 키트너는 트립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았다. 기업이 당신의 영혼을 빨아먹지 않냐? 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의 삶을 파는 일이 혐오스럽지 않냐? 자본주의라는 짐승의 배꼽에서 일하면 어떤 기분이냐? 어떻게 그렇게비윤리적인 조건에서 일할 수 있냐? 신념을버리는 게 아니냐?" 키트너는 "아니"라고 답했다. 키트너는 인텔에서 일하는 것은 엔지니어들이 사람들에게 공감하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믿었다. 또 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사람들에게 기술은 캘리포니아의 20대 백인 남자들을 위해서, 20대 백인 남자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인류학자들 사이에는 불편감이 여전하다. 비즈니스 인류학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그들의 방법론이 희석되어 결국에는 사용자 경험(USX 혹은 UX) 연구, 인간 컴퓨터 상호작용(HCI), 인간 중심 설계, 인간 요인 공학 등에 흡수될까 봐 불안해했다.32
-알라딘 eBook <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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