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슬프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일은, 작가 지망생 중에 공모전에 모범 답안이 있다고 믿는 걸 넘어서 그게 소설의 규범이라고 여기는 사람까지 있다는 것이다. 젊은 장르소설 작가 중에 그런 이를 몇 봤다. ‘내가 쓰는 글은 절대로 공모전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내가 쓰는 건 소설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하는 일은 창작이 아니라 매문(賣文)’이라고 자기 비하하는. 여기까지 설문 결과를 보면 대다수 응답자들이 현 시점에서 문학공모전의 의의나 역할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문학공모전을 폐지하자는 게 이들의 결론일까? 천만의 말씀!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로스쿨이나 학생부종합전형에 찬성한다. 잘만 운영되면 사시나 수능보다 더 나은 선발 제도라고 본다. 문제는 바로 그 ‘잘 운영되는가’다. 한국 사회는 그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다. 왜냐하면 경쟁은 치열한 반면 신뢰 수준은 아주 낮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지금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공정성을 확실히 담보하지 못하는 제도보다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더라도 획일적으로 시험을 치러 점수를 기준으로 뽑는 게 차라리 낫다고 여긴다. 이런 분위기가 공채제도를 유지하는 큰 힘이기도 하다. 그런 정서를 비난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것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장편소설공모전이든, 공채 제도든, 대학 입시든, 시험의 형식만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거의 없다. 그 시험은 많은 부조리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결과이자 타협점이기도 하며, 여러 주체들과 거의 한 몸처럼 묶여 있다. 이 점을 무시하고 피상적으로 접근하면 기기묘묘한 편법과 부작용만 잔뜩 낳기 일쑤다.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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