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마이너 필링스 -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 앳(at) 시리즈 1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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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하나의 생존 형식이었다. 노예들은 유머를 통해서 노예제로부터 필연적으로 심리적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또한 유머는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암호였다. 그곳에서 주인님은 외부자이고 놀림의 대상이다. 랠프 엘리슨은 에세이 「웃음의 호사스러움」에서 백인은 흑인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놀림을 당했다는 전반적으로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낀다고 적고 있다.

-알라딘 eBook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중에서

나는 프라이어를 보면서 한국인 특유의 정서인한을 연상했다. 한은 가혹했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미국에 의해 지탱되었고 정치적으로 바로 세우지 못한 독재의 역사 때문에 쌓인 울분, 아쉬움, 수치심, 우울, 앙심의 혼합물이다.한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다음 세대로 대물림될 수도 있다.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은한을 느끼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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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이너 필링스 -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 앳(at) 시리즈 1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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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항상 고투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필경사로서 남들보다 다섯 배로 열심히 일해도 손과 팔이 차례로 녹아 없어지는 꼴을 목격했다. 밤이면 움찔하며 잠에서 깨어나 새벽의 여명이 눈을 찌를 때까지 스스로를 질책하기 일쑤였다. 평생 조건부 사랑과 나를 하찮은 보푸라기처럼 교체 가능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에 시달린 덕분에 내 자신감은 피폐해졌다.
대중의 머릿속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모호한 연옥 상태에 놓인다.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며, 흑인에게는 불신당하고 백인에게는 무시당하거나 아니면 흑인을 억압하는 일에 이용당한다. 우리는 서비스 분야의 일개미이며 기업계의 기관원이다. 우리는 리더가 되기에 적절한 "얼굴"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대량으로 숫자를 처리하며 기업의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기름이나 치는 중간 관리자가 된다. 사람들은 우리의 콘텐츠를 문제 삼는다. 저들은 우리가 내적 자원이 없다고 여긴다. 나는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지만, 역부족이라는 기분에 함몰된 내 상태를 감추기 위해 물밑에서 미친 듯이 발을 저으며 언제나 과잉 보상을 한다.

-알라딘 eBook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중에서

아이오와에서 미량으로 솔솔 새어 나오던 인종주의는 은근히 야비했다. 나는 웬 피해망상이냐며 항상 나 자신을 비판했다. 강의 중에 내가 인종 정치를 거론할 때마다 경멸의 장벽에 직면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급기야 나는 그들의 경멸을 내면화하여 인종을 주제로 하는 시들을 너무나 인종스럽다며 비웃었다. 아시아 정체성이라는 주제만으로는 예컨대 자본주의처럼 좀 더 묵직한 주제와 함께 엮지 않는 한 불충분하고 부적절하다고, 저들은 내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아이오와 문예창작 과정에 다니던 다른 유색인종 작가 중에 정체성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싫어서 자신의 시와 소설에서 인종적 요소를 말끔히 지워버린 사람들을 알고 있다. 지금 되돌아보면 묘하게도 그들은 전부 아시아계 미국인이었다.

-알라딘 eBook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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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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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분명히 밝혀 둔다.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가 없어도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말은, ‘현재 아무도 악의가 없다.’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과거에 어떤 시험을 합격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넘어선 우월 의식을 틀림없이 품고 있다. 과거에 그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을 미자격자, 무면허자로 몰아 배제하려는 이들도 존재한다.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겉으로 드러난 간판들을 없앤다고 해서 그 배후에 있는 세계관이 사라지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학벌 구조의 정점에 서울대가 있으니 서울대를 없애자는 주장은 안이하다. 서울대를 없애면 그 자리를 연세대나 고려대가 차지할 뿐이다. 모든 국·공립대를, 또는 사립대까지 포함한 모든 대학을 통합한다고 서열 구조의 세계관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작은 표지를 찾아내어 끝내 그것을 새로운 간판으로 삼을 것이다.
나는 제일 윗줄의 간판을 없애거나 모든 간판의 문구를 똑같이 하자는 아이디어들이 다 좀 바보스러운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실행 비용은 엄청나게 들지만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문제에는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공식적인 채널은 거의 다 어렵고 따분해 보이는 ‘좋은 책’들을 권한다. 그럴수록 소설에 대해서는 일종의 공부, 정신노동이라고 여기게 된다. 독서 문화가 침체된 원인이 이것 때문만은 아닐 테지만, 이런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 심심한데 극장이나 갈까’라는 생각은 들지만 ‘서점에, 도서관에 갈까’라는 생각은 좀처럼 안 드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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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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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슬프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일은, 작가 지망생 중에 공모전에 모범 답안이 있다고 믿는 걸 넘어서 그게 소설의 규범이라고 여기는 사람까지 있다는 것이다. 젊은 장르소설 작가 중에 그런 이를 몇 봤다. ‘내가 쓰는 글은 절대로 공모전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내가 쓰는 건 소설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하는 일은 창작이 아니라 매문(賣文)’이라고 자기 비하하는.
여기까지 설문 결과를 보면 대다수 응답자들이 현 시점에서 문학공모전의 의의나 역할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문학공모전을 폐지하자는 게 이들의 결론일까? 천만의 말씀!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로스쿨이나 학생부종합전형에 찬성한다. 잘만 운영되면 사시나 수능보다 더 나은 선발 제도라고 본다. 문제는 바로 그 ‘잘 운영되는가’다. 한국 사회는 그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다. 왜냐하면 경쟁은 치열한 반면 신뢰 수준은 아주 낮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지금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공정성을 확실히 담보하지 못하는 제도보다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더라도 획일적으로 시험을 치러 점수를 기준으로 뽑는 게 차라리 낫다고 여긴다. 이런 분위기가 공채제도를 유지하는 큰 힘이기도 하다.
그런 정서를 비난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것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장편소설공모전이든, 공채 제도든, 대학 입시든, 시험의 형식만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거의 없다. 그 시험은 많은 부조리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결과이자 타협점이기도 하며, 여러 주체들과 거의 한 몸처럼 묶여 있다. 이 점을 무시하고 피상적으로 접근하면 기기묘묘한 편법과 부작용만 잔뜩 낳기 일쑤다.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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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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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이야 높으면 높을수록 당연히 좋다. 책이 많이 팔려서 인세 수입이 상금이 넘을 경우 별도로 인세를 지급한다는 조건은 대환영이다.
출판사들은 몇 페이지 앞에 적었던 이유로 장편소설공모전에 뛰어들었다. 사실 한국 소설 시장에서는 ‘문학상’의 마케팅 파워가 예상 외로 크다. 국내 문학과 해외 문학을 모두 담당했던 한 편집자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독자들은 기본적으로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는다는 게 출판사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베스트셀러 목록에 어떻게든 올라가는 게 중요해요. 그걸 못하면 명사가 추천을 했거나 상 이름이 하나라도 박혀 있어야 독자들이 책을 들춰 본다고 생각해요. 외국 소설도 들여올 때 상을 받았느냐, 못 받았느냐를 따집니다. 상을 못 받았으면 ‘오바마가 휴가 갈 때 가져간 책’ 같은 타이틀이라도 있든지. 한국 독자에게는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당위성을 줘야 먹혀요. 그 당위성을 위해 문학상이나 명사의 권위가 필요한 거고요. 학교에서 ‘꼭 읽어야 할 책’ 같은 독서 목록을 받아 왔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그런 식으로 책을 고르는 것 같아요."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장르소설은 ‘밀어내기’가 가능하지 않은 분야였다.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들은 평론가의 조언을 귀담아듣기보다는 귀찮아 한다.
게다가 엘리트들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영역이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망이다. 이 분야는 기본적으로 날씨와 같다. 어떤 작품이 성공하고 어떤 작품이 실패할지 아무도 모른다. 사후 분석만 가능할 따름이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원고를 거절한 출판사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실수를 저지른 걸까? 한두 곳이면 몰라도, 어떻게 열두 곳이나 되는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그 원고의 가치를 못 알아보고 퇴짜를 놓을 수 있었을까?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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