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을 잃은 인간은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아버지를움직이게 한 마음은 수치심과 정의감이었다. 수치심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게 해주고, 정의감은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해준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잘못된 일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를 내기 어렵다.(34면)
당시 나를 멈추게 한 건 흔들리는 가슴이 아니라 가슴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아주 나중이었다. 여성의 몸은 ‘아직도 전쟁터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성들이 점점 포기나 극복보다는 저항과 연대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디 여자들의 ‘달리기가 멈추지 않기를. 위대하고 용감한싸움을 시작한 여자 선수들과 함께.(28면)
내가 생각하고 행한 것은 전형적인 트랜스혐오였다. S와 처음으로 눈이 마주친 순간을 아마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모든 운동과 이념이 특권을 성찰하지 않는 순간 억압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배웠다.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22면)
평등은 차이를 무시하기 위한 수사로 사용되었고, 자유는 전례 없이 모욕당했고, 혐오는새로운 무기가 되었다. 역사는 쌓이기도 전에 크고 작은 실수가 밝혀지면 즉각 삭제되었다. 비판적 사고와 권력에 대한 저항을 자리 뺏기 싸움이나 내부 갈등으로 치환하고, 상대의 절멸이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자기 편을 모으는 걸 운동이라고 착각하는 이들도 곳곳에 나타났다. 놀랍고 아픈 일이었다. (11면)
이 책은 ‘왜 어떤 사회는 여느 사회들보다 더 건강한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