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현상학 뉴아카이브 총서 6
미셸 앙리 지음, 박영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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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로부터 우리는후설의 고백을 여기에 모을 수 있다. "데카르트는 cogitatio(나는 생각한다 즉 나는 존재한다 Cogito ergo sum)의 명증성을 설립한 후에..." 훈설은 실제로 cogitatio의 명중성과 그것의 실존 사이에 선택해야한다는 가장 심각한 실수-cogitatio를 그것이 주어지는 명증성에 환원하는 실수를 저지른 순간에 전적으로 혼동에 빠진다. 데카르트가 cogitatio의 실존을 자기 자신 위에, cogitatio가 어떤 매개도 없이, 즉 명증성의 매개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의식하는직접적인 지각의 형식을 가지고 토대를 놓았다는 것, 그리고 바로이 순간에 명중성은 의심스러운 것으로 반박되었다는 사실은, 바로 후설이 증여를 명증성으로, 그것의 가장 완벽한 공식화로 환원하는 한에서 표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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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로저 스크러튼 지음, 이진영 옮김 / 미진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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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syeong21/223824213694

스크러튼은 『아름다움』에서 이렇게 말한다. “좋은 취미는 유머에서 중요한 만큼 미학에서도 중요하며, 실로 취미는 미학의 전부라 할 만한 것이다.”(111면) 나는 프랑스 철학을 읽고,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일을 나만의 취미로 삼기로 했는데, 이 구절은 마치 그 선택에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 같았다. 나에게 취미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니라,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크러튼의 『아름다움』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클래식 음악을 ‘잘’ 듣고 싶었던 건, 그 순간만큼은 삶의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태도는 곧 살아 있는 태도이며, 삶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빚어가는 고요한 집중력이기도 했다. 스크러튼은 그렇게, 내 감상을 조금 더 깊고 조용한 곳으로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길 위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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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서 무엇을 들어 낼 것인가 - 세계적 작곡가의 음악 사용 설명서 음악의 글 3
에런 코플런드 지음, 이석호 옮김 / 포노(PHONO)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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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포니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효시를 일궈낸 작곡가들의 ‘발명품‘이었습니다. 극적 감정을 효율적으로 표현하고가사의 내용을 명쾌하게 전달하기에는 아무래도 대위법적 방식으로는한계가 많았기 때문이지요. - P153

음악의 세 가지 텍스처 가운데 듣는 이에게 가장 풀기 힘든 숙제를던져주는 것은 바로 마지막, 폴리포니 텍스처입니다. 모노포니나 호모포니와 비교할 때 폴리포니는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십상팔구 음악의 구조를 놓치기 쉽습니다. 여러 독립적인 선율 줄기가 독자적으로 움직이면서 화음을 이뤄내는 식이기 때문이죠. - P155

간단한 실험이지만 아주 값진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모든 폴리포니 음악을 이런 식으로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성부 대 성부, 선율 대선율 식으로 말이지요. 그러한 수준에 도달한 다음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청취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P157

모든 음악이 지금까지 설명한 세 가지 텍스처 가운데 하나로 딱 제한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한 작품 안에서 두 가지 이상의 텍스처가 발견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경과부 없이 덜커덕 들이미는 식으로 여러 텍스처를 오가는 경우도 많고요. 그러니까 감상자로서는 작곡가가 선택한텍스처의 움직임을 순간순간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작곡가의 텍스처 선택은 본질적으로 곡이 전달코자 하는 감정적 의미와 연관이습니다. 복잡한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소리 덩어리보다는 무반주 단일선율선이 자유롭고 보다 직접적인 내밀한 감정 표현에 더 적합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요.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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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현상학 뉴아카이브 총서 6
미셸 앙리 지음, 박영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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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환원이 전제되는 이유는 그것이 자기 자신의이전으로, 즉 보는 행위의 이전으로 절대로 가지 않기 때문이며, 환원은 사유가 보는 행위와 일치하고 그것에만 복종하고 그것의 내적인 목적론에 복종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방법 전체, 현상학적인 방법은 환원과 더불어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것에 의존하는 현상학의 출발점이다. - P103

증여로서, 주는 것donnante 으로서 증여가 스스로에게 자기를 주는 의미에서, 이런 의미에서만 자기-증여가 있다.
이 증여의 본래적인 자기-증여는 바로 절대적인 주체성의 스스로자기를 느끼고 견디는 것, 즉 주체성 그 자체, 즉 cogitatio이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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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서 무엇을 들어 낼 것인가 - 세계적 작곡가의 음악 사용 설명서 음악의 글 3
에런 코플런드 지음, 이석호 옮김 / 포노(PHONO)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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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은 리듬과 선율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요소입니다. 우리는 화음이있는 음악에 너무도 익숙해진 나머지 화성이 다른 요소에 비해 비교적최근의 혁신에서 비롯된 신참이라는 점을 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리듬과 선율은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할 때부터 자연스레 구사해왔던 요소인 반면, 화성은 다분히 이지적인 개념에서 출발해 서서히 진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그 최초의 개념은 인류 지성사를 통틀어 가장 독창적인것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 P109

화성의 발전은단연코 음악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현상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 P110

여기서 화성 발전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겠다는 뜻은 없습니다. 다만 화성이 태동된 양상을 알려 드리고 또한 그 이후로 화성이 꾸준히 진화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입니다. 원시적인 단계에서 비롯된 화성이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를 겪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20세기의 혁신적인 화음이 함축하는 의미 또한 납득하지못할 것입니다. - P112

돌과 벽돌로 둘러싸인 고층건물도 살을 발라내고 나면 철골 구조가 나오듯, 잘 만든 음악 작품 역시 음악적 재료로 치장된 외관을 벗겨보면 단단한 구조가 드러납니다. 아래 깔린 화성의 뼈대를 찾아내고 분석하는 건 전문가의 몫일 테지만, 듣는 귀가 민감한 사람이라면 화성의느낌이 결여된 음악을 듣고서 대번 눈치를 챕니다. 비록 그 이유를 콕 짚어내진 못할지라도 말이지요. - P117

다. 화성 발전의 역사는 곧 끊임없이 변화하는 양상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주 서서히 그렇지만 필연적으로, 우리의 귀는 갈수록 복잡한 화성과먼 조성으로의 조바꿈을 받아들이도록 길들여졌습니다. 화음의 선각자는 비단 20세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의 매 시대에 새로운 화음을 써내는 선구자들이 있었습니다. 17세기에는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1567-1643)와 제수알도가 충격적인 화음으로 동시대인들을 경악케 했다면, 19세기에는 무소륵스키와 바그너라는 화성의 혁신자가 있었습니다. 이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공통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그들이 부려낸 새로운 화음과 조바꿈 기법은 다만 같은 화성 이론을 한층 폭넓게 이해한 결과였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 P119

작곡가가 본능과 직관에 따라 쓴 음악이 언제나 먼저였습니다. 이론가는 작곡가들의 뒤를 따르며 그들의 생각에 담긴 논리를 설명해왔을 따름입니다. - P123

다만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적절한 배합이란 건 결국 작곡가의 자유재량에 맡겨야 할 일이라는 점만큼은 강조하고 싶군요. - P124

음악에 있어 음색이란 음표를 만들어내는 매체에 따라 바뀌는 소리의 질입니다. 정의는 이토록 거창합니다만, 사실은 누구나가 익히 알고있는 것이 바로 음색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흰색과 초록색을 구분하는 것처럼, 음색의 차이를 인식하는 능력도 우리 모두가 타고난 감각 능력의 일부입니다. - P127

똑똑한 감상자는 음색과 관련해 두 가지 중요한 목적점을 설정해야합니다. 첫째는 여러 다른 악기의 음색 특징에 대한 이해를 날카롭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작곡가가 특정 악기 혹은 악기 조합을 사용해 어떤표현을 하고자 하는지 그 의도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 P128

그렇다면 작곡가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셈입니다. 특정 악기를 선택하는 기준이 과연 무엇일까요? 기준은 단 하나입니다. 악상이 내포한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색을 가진 악기를고른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특정 악기가 가진 표현적 가치를 지표 삼아선택한다는 거지요. 하나의 악기를 선택할 때도 그렇지만 여러 악기의조합을 통해 악상을 표현할 때도 이와 같은 기준을 따릅니다. 오보에 대신 바순을 낙점하는 결정에도, 현악 앙상블과 풀 오케스트라 편성을 저울 양쪽에 올려놓고 견주는 과정에도 적용되는 기준이라는 겁니다. 이모든 결정의 순간에 작곡가가 바라보아야 하는 지표가 되는 것이 바로그가 전달코자 하는 표현적 의미라는 뜻입니다. - P129

피아노는 누군가가 ‘모든 음악 작업의 시녀‘라고 부르기도 했듯이,
어쨌든 부릴 수 있으면 참 써먹을 곳이 많은 악기입니다. 다양한 악기를대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심지어는 전체 오케스트라 대용으로 쓰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피아노 그 자체로서의 존재감도 상당합니다. 즉오로지 피아노라는 악기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작곡가들은 피아노곡을 쓸 때 이 악기가 가진 본질적인 속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 본질적인 속성이 무엇인지살펴보도록 합시다. - P133

피아노는 1711년경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ristofori(1655-1731)라는 사람이 발명했지만, 작곡가들이 페달의 속성을 십분 이해하고이를 살리는 식으로 곡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이 되어서였습니다. 쇼팽과 슈만,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가진 특이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피아노곡의 명장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드뷔시와 라벨이, 러시아에서는 스크랴빈AleksandrScryabin (1872-1915)이 쇼팽과 리스트의 전통을 계승했습니다. 공명하는 현의 무리로 이루어진 악기인 피아노는 관능적이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소리를 낼 수도 있고, 댐퍼를 댄 채로 연주하면 찬란하게 빛을 내며똑 부러지는 소리도 낼 수 있습니다. 위에 나열한 작곡가들은 피아노의이러한 천변만화하는 특성을 몸으로 이해한 이들이었습니다. - P134

최근에는 흔히 사용되지 않던 편성으로 실험을 하는 작곡가들이 늘고있습니다. 성공작도 있고 실패작도 있지만요. 가장 독창적이고 성공적인사례 가운데 하나로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 <결혼Les Noces>을 들 수 있겠습니다. 네 대의 피아노와 열세 대의 타악기를 조합해 참신한 성과를일궈낸 곡이지요. - P146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들을 때는 앞에서 말한 네 가지 주요 섹션의상대적 중요성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팀파니 주자의 익살스러운 행동이 아무리 눈에 들어온다고 해도 최면이라도 걸린 듯 거기에만 시선이고정되어선 안 됩니다. 가장 앞쪽에 배치된다는 이유만으로 현악기군에만 정신을 팔아서도 곤란합니다. 관현악곡을 듣는 나쁜 버릇으로부터스스로를 해방시키려 노력하십시오. 오케스트라 작품을 들을 때는 소리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 외에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 P147

다. 주요 멜로디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보조 재료들을 분리해서 인식하려는 노력이 그것입니다. 멜로디 라인은 한 섹션에서 다른 섹션으로 넘어가거나 한 악기에서 다른 악기로 넘어가는 식으로 운용되는 게 보통입니다. 듣는 이는 정신을 바짝차리고 선율의 궤적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어야 합니다. 작곡가는 악기군의 음향 균형을 세심히 맞추어 듣는 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고, 지휘자 역시 연주의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작곡가가 의도한 밸런스를 실현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옆에서 멍석을 깔아주고 상을 차려 놓아도 정작 듣는 이가 반주부의 소리 뭉텅이에서 선율을 떼어내 듣질 못한다면 모두 허사가 되겠지요. - P148

음악에서 무엇을 들어 낼 것인가에 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음악의 텍스처를 구분해낼 줄 알아야 합니다. 텍스처를 기준으로 음악을 나누면 크게 세 가지 분류가 가능합니다. 모노포니monophony, 호모포니homophony, 폴리포니polyphony가 그것입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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