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작가를 꿈꾸는 분들께 내가 제안하는 목표는 '한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매 쓰기'다. 200자 원고지 600매는 얇은 단행본 한 권에 필요한 분량이다.
다시 말해 '작가'가 아니라 '저자'를 목표로 삼으라는 게 내 조언이다. 저자를 목표로 삼으면 무엇을 연습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저자 본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오거나 안 나오거나 별 상관없는 책이 신간 코너에 많이 있을 거다. 오늘만 그런 게 아니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지난 세기에도 그랬다.
미래의 판매량을 미리 고민하지 말고 먼저 쓰자. 편집자와 독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쓰자. 그들의 반응은 따라잡기 어렵다. 나 자신을 위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기쁨을 위해 쓰자. 글자와 문장,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생각에 집중하자. 그렇게 썼을 때 더 좋은 글이 나온다. 그리고 더 즐겁기도 하다.
형편없는 책을 발표해서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될까 봐 무서워서 책을 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께는 세 가지 선택이 있다. 첫째, 책을 쓰지 않고 계속 후회하며 사는 것. 둘재, 졸작을 내고 후회하는 것. 셋째, 멋진 책을 쓰고 후회하지 않는 것.
형편없는 작품을 내고 괜히 썼다고 후회하는 것과 책을 아예 쓰지 않고 후회하는 것, 둘 중에서는 졸작을 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 졸작을 써도 실력과 경험이 쌓이고, '다음 책'이라는 기회가 또 있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무 기회도 없다.
출판사의 편집자들에게 에세이 원고를 검토할 때 어떤 점을 주로 살피는 지를 물었다. 밑바닥에는 큰 공통점이 하나 있다. '독자의 시선'이다. 편집자들은 '이 원고를 요약해서 소개문을 썼을 때 독자가 그 내용을 흥미롭게 여기고 전문을 익어보고 싶어 할까?'를 따진다.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 내 생각과 내면을 더 많이 드러내줄 수 있는 글감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내가 가장 먼저 살펴보기를 권하는 분야는 자신의 직업이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 아니어도 괜찮다. 어느 직업이나 하나의 세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남들은 잘 모르는 세부사항이 있고, 긴장과 갈등이 있고, 고충과 애환이 있다. 성장하는 부문이라면 성장하는 대로, 사양길에 있는 업종이라면 내림세대로 과거와 미래에 대해 쓸거리가 있다.
누구나 자기의 직업에 대해서는 깊은 감정을 품게 된다. 우리는 일을 하며 일 때문에, 또 같이 일하는 사람 때문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뜻밖의 행운에 기뻐하고 계획대로 진행된 작업에 보람을 느끼며 부조리에 분개하고 실패에 슬퍼한다. 거기에 부글거리는 드라마가 나온다.
어지간히 솔직히 에세이를 써도 별 일 안 일어난다.
신인작가라면 '내 책은 내가 홍보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안타깝고 화도 난다. 그런데 이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