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길어졌다고 하지만 노인들이 그만큼 행복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몸이 아프면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고,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자니 다시는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몸이 아픈 노인을 돌보는 가족도 하루하루 궁지에 몰린다. 그러다 보니 '간병 살인, 영 케어러, 돌봄 독박, 고독사' 등 노인 돌봄의 새로운 문제적 양상들도 늘어가고 있다.
돌봄의 참혹한 현실, 24시간 계속되는 돌봄 속에서 가족들이 지쳐가고, 원래 해야 할 일들이 미뤄지는 것은 더욱 힘들다. 직장이나 학교에 다녀야 하거나 또 다른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등의 일들에서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돌봐야 하는 가족들에게는 자신들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살인과 자살을 동반할 정도로 간병과 돌봄은 힘들다. 국가와 사회가 제대로 지원하지 못해 가족에게 '독박'쓰기를 강요하는 현실에서는 더욱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노인은 돌봄이 필요해지는 순간부터 자신과 가족의 어려움과 서러움에 맞닥뜨린다.
TV에서 '간병비 지급 보장'이란 보험 광고를 접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간병이 필요한 사람에게 간병 비용을 보태주는 것만으로 간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너무 엄청난 비약이다. 이제 자본주의가 되었으니 '돈'으로 '사람'을 사서 돌봄을 받으라는 것은 일부 부자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는 많은 사람이 돌봄 때문에 고통을 받고 삶이 엉망이 된다. 국민들의 돌봄 문제 해결에 있어서 국가가 적극 나서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코 국가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좋은 돌봄이 되려면 돌봄 관계에 들어 있는 세 행위자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우선, 돌봄 필요자가 돌봄을 통해 일상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돌봄 책임자 역시 누군가의 돌봄을 책임지고 있음에고 불구하고 평온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돌봄 제공자 역시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성취와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