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
수아지크 미슐로 지음, 이현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땐 명상을 권하고는 한다. 보통 명상이라고 하면 졸졸 흐르는 맑은 물과 산들거리는 바람, 정갈하고 아늑한 실내, 사람 없는 고요한 자연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오히려 명상을 연꽃 아래 진흙에 비유한다. 잔잔한 호수 위에 떠올라 유영하는 것 보단 깊은 심연 속으로 헤엄쳐 가는 것 처럼 명상을 정의한다. 물론 명상을 하면 적막하고 차분해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도입부에 불과하다. 자신의 마음 속으로 한 없이 걸어들어가다보면 깊은 동굴 속에 자리한 엉키고 설킨 감정과 생각을 마주친다. 명상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그 실체를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행위인 것이다. 명상의 열쇠는 ‘수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죽음에 대해 이해하고 수용하게 된 사람들은 일희일비 하며 흔들리지 않는다. 주어진 하루를 감사하게 여기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 자체로 명상을 실천한다고 볼 수 있다. 명상은 무뎌진 감각을 깨워 지나쳐버린 사사로운 감정을 일깨워준다. 어린 아이가 작은 일에도 깔깔 하고 잘 웃는 것은 작은 것도 온 몸으로 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는 혐오가 만연하다못해 자기혐오를 하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나도 무의식 속에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한 적이 여러 번이다. 명상은 결국 내면에 거울을 비추는 것이다. 타인만을 응시하던 시선을 나 자신에게 돌리는 수행이다. 저자를 따라 명상의 본질을 깨닫고 보니 자주 성찰하고 내 존재를 마주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명상을 수행하다보면 자기연민에 빠질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책에서 확인해보면 좋겠다.

글의 꼭지마다 실려있는 그림과 사진은 저자의 명상에 대한 서술에 덧대어 독자를 더 쉬운 이해의 길로 안내한다. 그림을 먼저 감상하고, 글을 읽고 다시 그림을 보면 감탄하게 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예술 작품과 어우려져 명확히 다가온다. 멀리 떨어져만 보이던 막연했던 명상이 형체가 되어 성큼 내 앞에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명상을 대하는 내 생각의 틀을 깨준 책이다. 명상을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권해볼 만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