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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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미주와 남편에게는 손이 수시로 갈 수 밖에 없는 신생아 딸 세리가 있고 이 작은 사람에겐 세시간마다 분유를 대령해야한다. 미주는 베이비케어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AI 제품인 보틀스를 구매하게되고 수유하는 시간마다 이 AI와 대화를 나누며 소소한 시간을 공유한다.

미주와 남편은 AI와 시간을 보내면서 그 무섭다는 정을 주게 된다. 생물이 아닌 존재에게 정을 주는 일, 특히 그 대상이 AI나 로봇이 되었을 때 타자에게 비쳐지는 감정은 꽤 복잡하다. 이런 이야기는 영화 <에이 아이>와 <그녀>,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같은 매체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데, 과학기술 발달로 AI가 인간과 공존하는 시대인 만큼 충분히 고민해볼 문제이다. 지금은 AI가 우리의 핸드폰이나 컴퓨터 같은 하드웨어 속에서만 존재하지만 인간의 모습을 갖추고 우리 옆에 등장하게 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의 축적 데이터를 학습하고 개개인에 특화되어 선호하는 방향으로만 대화를 이끌어가는 그 존재를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혜인은 커리어 우먼이자 해외 출장 중인 남편으로 인해 독박육아에 당첨된, 백일을 조금 넘긴 아기 이안의 엄마다. 신종 바이러스 확산으로 어린이집이 휴원을 결정하자, 친정 부모님께 당분간 딸을 맡기려 한다. 부모님이 계신 남해까지 어떻게 갈지 고민하던 차에 친한 동생으로부터 추천 받은 ‘황새영아송영‘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

황새영아송영은 아기 고객 또는 아기 보호자 포함 고객이 지정한 목적지까지 차량으로 안전하게 운송해주는 최상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서비스다. 고객만을 위한 단독 차량과, 내부는 안락하며 차량에 배치 된 직원은 프로페셔널한 아기 돌봄 맞춤형 휴머노이드라 불필요한 사고가 일어날 우려도 없어 보인다. 내가 아기를 키우는 엄마라면 분명 무조건 한번은 이용해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용한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소설엔 극적인 긴장감은 없지만 엔딩에서 나도 모르게 아…! 하고 깨닫게 되는 한 방이 있다. 혜인은 본인이 직접 수행했을 때 발생할지도 모를 두려운 여러 가정 상황을 감안하여 휴머노이드 제공 서비스에 기댄다. 앞으로도 예견치 못한 상황은 더 많이 발생할 것이고, 휴머노이드 서비스에 만족한 사람들은 로봇을 더 많이 찾게 될 거다. 누구나 그럴만한 사정은 있는 법이지만 사람이 해야 할 일, 특히 부모로서 자연스럽게 겪어가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로봇에게 일임하는 사회가 오진 않을까? 책의 다른 단편 작품들은 또 어떤 미래사회의 이면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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