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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별은 내가 꾸는 꿈 - 반 고흐 스토리투어 가이드북
조진의 지음 / 텍스트CUBE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전 세계가 사랑해 마지않는 비운의 유명 화가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누구든지 머리 속에 떠올리는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빈센트 반 고흐다. 내 방에는 빈센트가 프랑스에 머무를 적 화폭에 담았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패프릭 포스터가 걸려있는데, 작품의 숨은 의미나 배경 지식 같은 것은 잘 모르나 어쩐지 화려하면서도 고요해 보이는 이 그림을 사랑한다. 그 외에도 빈센트의 몇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문득 화가 빈센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꽃 피는 아몬드 나무> 등 그는 셀 수 없이 저명한 작품들을 세상에 남겼지만, 사는 동안 행복한 순간은 많지 않았던 듯 하다. 어떤 삶이 37살의 그를 그렇게 외롭게 떠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인지, 어떤 배경이 그의 작품에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했다.
이 책은 빈센트의 생애 첫걸음부터 마지막까지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와 한 평생 함께해온 작품의 이해를 돕는 스토리투어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10년에 걸쳐 직접 먼 나라까지 찾아가 빈센트의 고향인 준데르트에서 출발하여 여러 행적을 따라가며 자신의 시선으로 느꼈던 순간을 기록으로 고스란히 담았다. 빈센트의 흔적을 찾아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발걸음을 마다 않은 저자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를 통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단순히 선호할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탐구와 다양한 기획을 통해 사람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그의 작품을 알리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가이드북에서 만난 빈센트는 한 평생 외로운 사람이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일찍 다른 장소에서 화가의 인생을 살았더라면, 인간 빈센트는 사는 동안 평온한 시절을 누렸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책의 본문에서 다루지만, 그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절망적인 경제적 고립의 상황에서도 긍정의 끈을 놓지 않았고 1400 여점 이상의 작품을 남길 만큼 그림을 통해 고난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삶의 고통까지 그림으로 승화 시키려 했던 그는 진정한 예술가였다. 이 책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책을 읽게 될 다른 독자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책은 빈센트의 인생 여정 투어 가이드의 역할을 충실히 할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을 여럿 감상할 수 있는 박물관들까지 소개하며 작품을 조금 더 깊이 감상할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도 덧붙여 놓았다. 비록 나는 한 명의 독자로 책을 통해 투어를 간접 경험했지만, 빈센트의 내면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마주할 수 있는 발판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중한 기록을 책이라는 형태로 이렇게 접할 수 있어 기쁘다. 언젠가 자유로운 비행이 허락되는 날이 온다면 이 책을 벗 삼아 빈센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