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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단단하게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평점 :
그런데 이런 이념적인 풍자만이 옌롄커(閻連科) 작품의 묘미는 아니다. 독자에 따라선 이 작품의 참맛을 가오아이쥔과 샤훙메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낯 뜨겁지는 않지만, 몸 한구석을 달아오르게 하는 사랑의 전희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그것은 농후하면서도 천박하지 않고, 순결하고 신성하고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결코 퇴폐적이거나 경박하지 않게 외설과 예술의 모호한 경계를 능구렁이처럼 이리저리 피해가며 절묘하게 그려내는 언어의 유희다. 유수처럼 흐르던 시간이 멈추고 마치 영원을 압축시켜 놓은 듯한 그 유희의 순간을 지켜보는 독자는 가뭄에 갈라진 밭처럼 입술이 쩍 갈라지고 개구리가 헤엄칠 수 있을 정도로 손에 땀이 철철 흘러넘치고 가시가 걸린 것처럼 목구멍은 간질간질하며 그림의 떡을 감상하듯 침을 꿀떡 삼키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https://singingdalong.blogspot.com/2018/01/book-review-Hard-as-Water-ko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