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어깨 모든요일그림책 13
이지미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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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어깨]는 사람의 신체 부위 '어깨'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그린 책인데, 어린이의 하루가 담겨있다. 바쁜 아침 등굣길에 신호등을 걷고 그곳엔 교통 경찰관이 아이들의 등굣길의 안전을 책임진다. 학교로 가는 길은 다들 분주하다. 학교에서 수업을 할때는 교사가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수업을 듣다가 졸기도 하고, 어깨가 무거워 지지만 이내 점심 시간에는 맛있게 식사를 한다. 어깨춤을 추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한다.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지면 친구의 어깨를 빌려 부축을 받기도 하고, 하굣길엔 든든한 아빠의 어깨에 올라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간다. 아빠와 함께 집으로 가다가 불꽃놀이를 발견하고 아이는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행복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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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미 작가님의 [모두의 어깨]를 보며 어릴 적을 추억했다. 아빠의 어깨에 목마를 타고 둘러보았던 순간들은 참 행복했다. 저자의 그림 속엔 사람이 있고, 엄마의 사랑이 있고, 작가의 선함이 있고, 선한 세상과 사람들이 담겨있다. 그 속엔 선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는 희망적인 교훈을 주고, 어른들은 동심을 찾을 수 있는 선한 책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주는 것도 좋고, 책 속의 그림을 보며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 독자가 바라본 이 책은 작가의 짧지만 선한 문장력, 그림 톤은 누구보다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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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을 위한 두뇌성형
권준우 지음, 배상우 감수 / 푸른향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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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건강과 질병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의학방송을 오래해서 인지 습관적으로 의학 신문을 챙겨보는데 특히 신경 쪽 두뇌에 대해 집중해서 보는 편. [두뇌성형]을 읽고 치매에 대한 정보와 지식들이 깨알같이 담겨져 있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치매에 대한 정의부터 치매 환자들의 예시와 의사들의 실질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치매를 예방하는 팁이 잘 정리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읽어두면 좋을 의학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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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의 치료 과정은 비관적이며 느리다. 대부분은 수년 혹은 십 수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한다. 가끔 증상이 좋아질때도 있지만, 전체적인 인지능력의 곡선은 우하향이다. 증상이 좋아져야 치료하는 기분이 날텐데, 매일 나빠지기만 하니 지칠 뿐이다. 기억력 저하의 예방법도 마찬가지다. 기억력 관리는 일반적으로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뭔가 열심히 해서 증상이 좋아지면 그 기분에 더 힘을 내련만, 뭔가 가시적인 효과를 느끼기 힘드니 쉽게 지치고 재미를 잃게 된다. 증상이 명확하지 않으니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고, 막상 인지저하가 나타나고 난 후에야 후회를 한다. 하지만 이미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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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에서는 ‘체질’ 이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사전상 의미인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생리적 성질이나 건강상의 특징’을 토대로 생각해보건대, 유전자적 소인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겠다. 기억력을 대상으로 하자면, ‘치매에 잘 걸리는 체질’이라는 것은 베타아밀로이드 침착이 유발하는 유전자 혹은 아포지질단백질 E 유전자 등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알츠하이머 치매환자의 가족력을 조사해보면, 네명 중 한 명은 알츠하이머 치매 가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상염색체 우성유전을 하는 가족형 치매를 제외하면, 가족 중 치매환자가 있다하여 모두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있을지언정 100% 걸리는 것은 아니니, 관리만 잘하면 인지저하 없는 노년을 보낼 수 있다. 그 중 가장 첫 번째는 인지예비능이다. 인지예비능이란, 뇌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노화를
대비하는 것이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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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실질적 문맹이 늘어나고 있다는 걱정의 소리가 많다.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SNS, 동영상에 익숙해져있다 보니 매우 간단하고 직관적인 언어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문장과 단어만 사용하니 책을 읽으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러한 실질적 문맹을 이겨내는 방법은 독서밖에 없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과 적게 읽은 사람은 이해력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딩연히 인지예비능에도 차이가 난다. 책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류의 지혜와 지식이 담겨있다. 그 모든 것을 응축하여 빚은 것이 책이다. 뇌를 젊게 하고 싶다면 책을 읽자.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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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어렵고 지루한 의학 용어보다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있는 치매 건강 팁이 많다는 것이다. 책, 영화, 그림 등의 문화적인 활동의 긍정적인 면과 비만, 고혈압 등의 현대인의 고질병 관리 하면 치매에도 도움이 되며, 더불어 생활 습관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남녀노소 나이불문 누구나 읽어두면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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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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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악>은 강렬하고 독창적이고 중독성이 있다. 복잡한 과학적 소재들을 명료하게 묘사하면서 세계적으로 ‘천재’라 불리는 인물들의 일대기를 들려주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AI 세계를 고민하게 한다. 저자의 두뇌는 천재성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닐까. 인간이 말하는 천재의 기준은 수학, 과학만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발상에서도 창조된다고 믿는다. 벵하민 라바투트는 소설계의 천재임이 틀림없다. 그의 기막힌 발상과 섬세한 통찰력이 <매니악>을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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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유형의 사람이 존재한다. 연치 폰 노이만과 우리 나머지. 그는 파소리 김나지움에서 나보다 한 학년 아래 학급이었다. 부다페스트의 루터파 중등교육기관이었던 그 곳은 아마도 당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고등학교였을 것이다. 엘리트 양성을 작정하고 설계한 놀라운 국가교육제도의 일부로, 뛰어난 과학자, 음악가, 예술가, 수학자 여럿을, 그리고 진정한 천재 한 명을 배출했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를 선명히 기억한다. 전쟁이 터진 1914년 학교에 왔으니 내 기억 속에서 연치와 전쟁은 떼어놓을려야 떼어놓을 수가 없다. 루시펜린처럼 빛을 바라던 소년은 혜성같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마치 어마어마하고 끔찍한 무언가의 전조처럼, 우리 태양계의 암흑을 떠도는 천상의 전령들처럼 / p.63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역시 좋은 벗이었다. 하지만 야노시 폰 노이만처럼 빠르고 예리한 정신의 소유자는 없었다. 그들 앞에서도 여러 차례 이 말을 했으나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완전히 깨어 있는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다.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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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쎈돌, 바둑 9단, 동시대 누구보다 창의적인 바둑 기사. 첨단 인공지능 시스템과 대전을 치러 패배를 안긴 유일한 인간, 그는 열 세살이 되던 해에 목소리를 잃었다. 한반도 서쪽 끝자락의 작은 섬 비금도에서 서울로 상경한 지 오년 째, 프로 바둑 기사가 된 지는 육 개월째되던 1996년, 폐에 알 수 없는 병증이 생겼다. 기관지가 상해 성대가 마비되었으니 말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으나 희한하게도 일부 단어를 읽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일시적이었던 실어증의 근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질병(심오한 내적 혼란의 징후가 아니라 정말 질병이었다면)의 여파로 결국 기관지 신경이 영구적으로 마비됐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도 장난감 인형에서 나올 법한 독특하고 새되고 밭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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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사람들의 기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유는 분명했다. 그전까지 사람들은 무력감과 공포감을 느꼈던 거다.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나도 나약해 보였으니까. 이 승리는 우리가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증거다. 시간이 지나면 AI를 이기기가 훨씬 더 힘들어 질 것이다. 그러나 이 한 번의 승리......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한 번으로 충분했다.” 자리에 앉아 진지하게 바둑판을 보던 이세돌을 향해 데미스 허사비스가 다가와 어깨를 살며시 두드리며 축하와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뒤이어 판후이가 심판진 단상에서 내려와 그와 눈을 맞추며 크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떠난 뒤에도, 이세돌은 손으로 턱을 괸 채 계속 바둑판 위의 돌을 집었다가 내려놓았다. 일어서기가 겁나는 듯 하염없이 앉아서 대국 전체를 차분히 숙고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그 역시 기적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너무나도 소중하여 평생 잊히지 않을 순간이었다.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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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남은 이세돌 바둑 기사는 하얀 피부에 마른 체형으로 앉아서 바둑을 두는 사람, 그리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만난 최택 캐릭터였다. 오늘부터는 [매니악] 소설에서 만난 이세돌 바둑 기사가 떠오를 것 같다. 내 주변에 천재성을 지닌 사람이 있다면 친구가 되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세계관에 몰입하고 있는 누군가를 관찰하는 소설가의 시선에 몰입하는 것도 신선할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천재는 외로움이 묻어나는 특성을 가졌다. 왠지 저자가 인물들에 옆에서 관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허구적인 소설이라기 보다 현실 속에서 만날법한 생동감 있는 이야기여서 더 많은 독자들이 책 속의 생동감과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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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맥키의 액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4
로버트 맥키.바심 엘-와킬 지음, 방진이 옮김 / 민음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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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맥키의 액션>은 작가가 작가들을 위해 쓴 글이다. 어떻게 하면 시나리오를 잘 쓸 수 있는가, 캐릭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액션이란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책을 읽으면서도 질문이 생기고 호기심이 발동하며, 알고싶고 배우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액션의 핵심 요소를 시작으로, 배역을 어떻게 구성하고, 스토리를 어떻게 설계하는지 디테일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액션을 크게 모험, 서사극, 결투, 스릴러 등의 장르로 구분해서 장르마다 액션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알려준다. 개인적으론 로버트 맥키 시리즈의 <캐릭터> 편을 좋아하는데, 로맨스, 멜로를 사랑하는 나에게 액션이 생소하기도 했지만, 글을 읽기 전과 후의 마음은 완전히 다르다. 저자는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지만, 대학 교수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책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잘 정리된 논문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시나리오와 스토리, 캐릭터에 대한 심도깊고 분석적인 그의 통찰력은 참 놀랍고 존경스럽다.

- 액션의 악당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지만, 괴물은 초자연적 능력으로 자연법칙을 깨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힘으로 자연법칙을 굴절시킨다. 액션 장르의 악당이 나르키소스라면, 공포 장르의 괴물은 사디스트다. 악당이 자기도취적 영혼을 지녔다면, 악귀에는 악령이 깃들어 있다. 악당의 허영심은 부, 권력, 명예로 충족시킬 수 있지만, 피해자가 몸부림치는 것을 보면서 절정의 쾌락을 얻는 괴물은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고통을 오래도록 지속 시킨다. p.29

- 영웅은 싸움을 걸지 않는다. 싸움은 악당이 건다. 따라서 영웅적 행위는 악행에 대한 반응이고, 액션 플롯의 도발적인 사건은 악당의 행위가 영웅의 반응을 촉발한 뒤에야 파급력이 완전히 발휘된다. 이런 행위/ 반응의 이중적인 사건은 악당이 처음 자신의 계략을 떠오르기 시작한 순간부터 사악한 행위 그 자체를 실행에 옮기는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그 경로 어딘가에서 영웅이 악당의 계획을 알아차린다. 도발적 사건이 일어난 때부터 내내 스토리의 중심라인을 움직이는 동력은 악당의 계획이다. 영웅이 마침내 결정적 행동으로 그 계획을 멈추기 전까지 말이다. 따라서 액션 스토리의 탁월함은 악당의 수준, 그리고 악당이 세운 계략의 기발함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악당이 경이로울수록 영웅은 더 뛰어난 지략을 발휘해야 한다. 악당의 계획이 독창적일수록 스토리텔링도 더 기발해져야 한다. p.87

- 액션 장르의 순수예술은 순수모험이다. 순수모험은 생/사의 가치를 더 깊고 복잡하게 다루면서 인간의 마음뿐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영역으로 주제를 확장한다. 생생한 묘사로 절로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피터 벤츨리의 소설 <조스>와 숭고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비교해보자. 전자는 베스트셀러이자 영화화되어 흥행작이 되었고, 후자로 헤밍웨이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전자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수십 년 전에 사라졌지만, 후자는 앞으로도 몇 백 년동안 계속 읽힐 것이다. 액션으이 배역들이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텍스트에서 결투를 벌리는 동안 순수보험의 작가들은 이들 캐릭터와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서브 텍스트 속으로 독자/관객을 초대한다. p.30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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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작가라는 혹은 글쓰는 사람들은 공감되는 요소들이 있다. 책이 쉼없이 읽어지는 건 재미있기 때문이다. 소설, 에세이를 읽을 땐 감정적으로 슬픔이나 분노가 발생하는 구역이 있지만, 이 책은 글쟁이들에게 지식과 정보, 기본이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알려주고 독자의 스타일에 따라 시나리오 쓰기를 시작하는 이도 있을 법하다. 이 책은 놀랍도록 생동감 넘치고 유익하고 재밌다. 작가이거나, 혹은 작가를 꿈꾸거나, 영화 감독, 배우 등 예술 쪽에 종사하는 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이 이 책을 만나길 바란다. 저자에게 묻고 싶다. '로버트 맥키 작가님, 액션을 좋아 하나요? 멜로를 좋아 하나요? 지금 당신이 쓰고 있는 혹은 고민중인 시놉은 무엇 인가요?' 시나리오 작가이자, 교수이자, 스토리텔링 장인인 그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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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나 농장의 휴식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0
선자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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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나나 농장의 휴식>은 청소년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소설이지만 주인공 ‘나연’이를 통해 현실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잘 담아두었다. 처음 제목과 책 표지를 보았을 땐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연상하기도 했는데, ‘플나나농장’이라는 단어 자체만 보면 평화롭고 자유로운 느낌이지만, 현실 세상 아닌 게임이란 가상 현실에서 ‘플나나농장’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가 된 것이다. 중 2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시기는 가족과 친구 관계에서 심적인 부분이 다양하게 형성되는데, ‘나연’이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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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눈을 떴다. 매일매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일중독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농장 일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딱 기본만 해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밤새 푹 자서 체력은 보충 되었지만, 아직 정신이 몽롱하다. 늘어지게 기지캐를 켜고 몸이 좀 깨어난 기분이다. 집 앞 수돗가로 나가서 차가운 물로 세수를 했다. “그러면 오늘도 시작해 볼까.”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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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스토킹할 만한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었다. 유일하게 수상하게 구는 사람, 다름 아닌 달그네다. 플나나 마을에서 달그네는 현실 친구인 척하면서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런데 실제로 지금 내 주위에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지비와 사귄다는 이유로 나를 해코지하려는 게 분명했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인적이 드문 길에서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발소리에 이어 다른 소리가 같은 박자로 조금 느리게 겹쳤다. ‘설마......’ 속도를 늦췄는데도 나를 앞서가는 사람이 없었다. 차마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소리가 온몸을 타고 퍼져 나가서 온 세상이 흔들렸다. p.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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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이 많이 하는 게임을 통해 또래로 위장한 다음 접근해서 신상 정보를 알아내고 스토킹하는 식이었다. 그가 지비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배신감과 함께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는 생각에 자책감이 들었다. 게임 속 캐릭터는 누구나 원하는 모습으로 꾸밀 수 있었고, 얼마든지 다른 사람인 척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걸 믿어 버린 것이다. ‘나한테 도대체 왜 그랬어요?’ 물어보고 싶었지만 물어볼 수가 없었다. 대화를 나누면 게임 속 지비가 혹시라도 떠오를까 봐 끔찍했다. 엄마가 달려와 내가 조사를 받을 때 곁에 있었다. 연락할 때까지만 해도 게임 좀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야단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엄마는 별말 안했다. 그저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엄마랑 손을 잡은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몰랐다. “엄마, 미안해.”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미안하다고 말하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널 지켜보는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 엄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게임 속에 있을 때만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현실의 내 곁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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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은 도희였다. 달그네인 도희. 플나나 농장에서 도희가 <비밀의 화원>에 대해 말하던 것이 떠올랐다. 콜린을 도운 건 메리예요. 비밀의 화원이라는 공간이 배경이 되긴 했지만, 메리가 없었다면 콜린은 일어설 수 없지 않았을까요? 인간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도희는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일어서지 못하던 나에게 손을 내민 친구였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도우려고 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이제 그 손을 온전히 잡아도 좋지 않을까. 손을 잡으면 나만의 ‘비밀의 화원’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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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은 작가는 청소년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나연’이의 입장이 되어보는 느낌을 받았다. 목차가 신선해서 읽는내내 호기심이 생겼고, 결국 나연이의 해피엔딩을 보아서 기뻤다. 현실적인 캐릭터와 사회 문제를 반영하는 소설은 끔찍하거나, 자극적이기 마련인데, 이 책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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