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거는 영화들 - '조커'에서 '미나리'까지 생각을 넓히는 영화 읽기 생각하는 10대
라제기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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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에서 <미나리>까지 생각을 넓히는 영화 읽기

 

북트리거에서 출판한 라제기 기자님의 <말을 거는 영화들>은 저자가 좋아하는 작품에 관한 영화 평론을 담고 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영화를 많이 보았다고 한다.

 

영화가 세상의 전부라 생각해 영화 담당 기자로 10년 넘게 일했고영화제에 갈 때면 하루 최대 네 편까지 보곤 했다영화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영국 서식스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한 뒤에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현재도 영화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으니 영화 전문가이다.

 

영화라는 매체는 참 묘해서 같은 영화를 보아도 감상평은 모두 다르다사람이 개성이 다르니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에 따라 영화를 느끼는 정도는 다양하다자기만 좋다면 별도의 시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영화 세상에서의 경험은 이해하는 차원과는 별개로 즐길 수 있으면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평론가와 기자의 리뷰를 보고는 많이 놀라곤 한다이래서 전문가 집단이 존재하는구나하고 깨닫곤 한다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지점을 알고 나면 영화에 대한 해석과 감상을 더 풍요로워진다. <말을 거는 영화들>의 저자인 라제기 기자님 역시 소개하는 영화에 그의 배경지식과 정보를 전달한다.

 

영화 기생충의 도입부에서 민혁이 해외 교환학생으로 떠나기 전 기우의 집으로 찾아와 수석을 건네는 장면이 나오는데 수석이 가지는 의미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석 수집은 상류층이 즐기는 취미고 민혁의 할아버지는 육사 출신이니 시기상 군사정권 시절에 권력을 누리고 재력을 쌓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기생충>의 수석은 무의미한 것에 가치를 부여해 유의미한 것으로 만드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박 사장인 기택을 운전사로 채용하기 전에 시험 운전을 하면서 코너링이 훌륭하시네요.”라며 만족한다실제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 운전병 복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코너링이 훌륭해서 뽑았다는 군 관계자의 답변을 꼬집어 말했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이래서 전문가의 해석은 언제나 흥미롭다.

 

                  Photo by Krists Luhaers on Unsplash


 

이 책은 영화관을 찾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1관에서는 자아 찾기’ 관이고 진정한 란 누구인가를 다루는 영화 5편을 소개한다아이 엠 우먼톰보이주디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찬실이는 복도 많지.

 

이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개봉 당시 극장에서 관람한 후감독의 기존 작품인 <어느새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와는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양가감정을 잘 드러나는 기존 작품보다 영향력이 약했다고 생각했는데저자의 해석을 보니 카트린드 드뇌브가 열연한 파비안느가 가지는 양면성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었다.

 

자신보다 연기를 잘하는 후배 뤼마르를 맞이할 때 그녀는 주연 역할을 뺏기 위해 감독과의 잠자리까지 서슴지 않는 부도덕한 일을 벌인다질투의 대상이었던 뤼미르를 기억에서 지우고 싶지만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인간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나 보다.

 

 

2관은 갈등과 화해’ 관으로 인생은 혼자 살 수 없다는 주제로 미나리우리 집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어디 갔어 버나뎃리틀 큐포트 페라리를 소개한다.

 

이중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포드 페라리>는 자동차를 대하는 페라리와 포드의 대립이 인상적이다헨리 포드는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자동차 대량생산에 성공한다그들에서 자동차는 생산품이다.

 

반면 페라리는 자동차를 도제 방식으로 만든다한 사람이 엔진을 조립하고 다른 사람이 트랜스미션을 조립한다페라리는 장인이 공예품을 만들 듯 자동차를 생산했다이 둘의 자동차를 대하는 방식도 기억에 남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실감하는 경주 장면이고실화가 주는 먹먹함이다.

 

 

              Photo by Charles Deluvio on Unsplash

 

3관 고발’ 관은 어두운 현실을 조명하다는 주제로 글로리아를 위하여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조커어스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를 소개한다.

 

이중 <조커>를 소개할 때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와 당시 어린아이들을 유괴해 일부러 신체를 훼손해 괴물로 만들었던 콤프라치코스로 설명하실 거로 생각했는데저자는 콜롬비아의 마약왕으로부터 조커의 탄생을 소개했다.

 

조커는 잭 니컬슨히스 레저자레드 레토호아킨 피닉스 등 여러 명이 명연기를 펼쳤던 배역이다영화 <조커>에서는 광대 분장으로 웃음을 줄 때는 수단으로 이용되고차별을 경험한 아서 플렉이 지하철의 금융 회사 직원을 죽였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대중은 열광하고 그를 영웅시한다.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한다.

 

영화 제목 조커(joker)’에는 중의적 의미가 있습니다. ‘웃기는 사람이란 뜻도 있지만카드 게임에서의 가장 센 패인 조커를 의미하기도 하거든요변두리 인생을 살며 세상을 웃길 사람을 꿈꾸다가 예기치 못하게 악당이 되어 세상을 뒤흔든 아서가 조커라는 별칭을 택한 이유를 짐작할 만합니다. (119)

 

 

4관은 한국사’ 관이다시대를 읽고 비틀고 뒤집다는 주제로 남산의 부장들나랏말싸미자산어보강철비 2 : 정상회담을 소개한다.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업적을 신미 대사의 도움으로 만들었다는 논란이 되었던 작품이다기록 정신에 투철한 조선 시대를 생각하면 세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는 이달에 임금께서 몸소 언문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어내니.” 라고 쓰여있는 대로 받아들이기 것이 합당할 것이다.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가 지식과 정보를 널리 퍼트려 세상의 변혁을 일으키고자 했던 내용을 다루고 있다.

 

 

5관은 미래’ 관이다우리의 내일을 묻다라는 주제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서복테넷승리호를 다루고 있다.

 

미래를 나타내는 방향은 유토피아디스토피아로 크게 나뉜다영화 <승리호>는 초반부터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나타낸다상류층 사람은 지구를 떠나 우주로 이주하고 나머지는 지구에 남을 수밖에 없다우주 거주 시설을 운영하는 초거대 기업 UTS(Utopia above The sky)의 수장 설리번은 나이가 백 살이 넘지만기술 덕분에 젊음을 유지한다.

 

영화는 쓰레기 사냥을 잘하는 승리호 선원의 이야기를 다룬다쓰레기를 사냥해봤자 유지비를 빼면 손해가 나고 우주 사고로 목숨을 잃은 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김태호의 마음은 급하다.

 

인간이 우주로 이주한다는 계획을 실현하려는 업체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 <승리호>의 설정이 먼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새로운 행성으로 인류가 이주하더라도 빈부의 격차와 신분 사회가 유지되고 누군가는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계층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영화는 암시한다.

 

 

저자와 함께 더 많은 영화 정보를 알고 싶은 분은 <말을 거는 영화들>을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말을거는영화들 #영화안내서 #라제기 #북트리거 #영화 #리뷰어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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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거는 영화들 - '조커'에서 '미나리'까지 생각을 넓히는 영화 읽기 생각하는 10대
라제기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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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 전문 기자님의 영화 평론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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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세계 - 지금 여기, 인류 문명의 10년 생존 전략을 말하다
안희경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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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인류 문명의 10년 생존 전략을 말하다

 

메디치미디어에서 출판한 안희경 작가님의 <내일의 세계>는 세계 지성인 7인과의 대담집이다.

 

안희경 작가님은 재미 저널리스트로 세계에 부는 성찰적 기운과 대안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써왔다우리 문명의 좌표를 조망하기 위해 4년여에 걸쳐 놈 촘스키재러드 다이아몬드장 지글러스티븐 핑커지그문트 바우만 등 세계 지성을 만나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문명그 길을 묻다>, <사피엔스의 마음> 3부작 기획 인터뷰집을 완성했다.

내일의 세계 책날개 중 ]

 

작년 저자는 코로나19 이후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질서를 조망하기 위해 <오늘부터의 세계>를 저술했다당시 제러미 리프킨윈톄쥔장하준마사 누스바움게이트 피킷닉 보스트롬반다나 시바는 자신의 분야를 토대로 코로나19로 인해 인류가 맞이할 질서를 설명했다.

 

코로나19는 이제 2년이 지났지만새로운 변이바이러스로 변신하며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그런데도 이 총체적 난국도 언젠가는 끝이 나고 인류는 포스트 코로나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며 뛰어난 영어 인터뷰 실력을 갖춘 저자는 수많은 이들을 만나고 듣고 싶어 하는 지성인 7인과의 대담 결과를 <내일의 세계>에 수록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한국인에 인기 있는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님이다. <문명의 붕괴>, <,,>, <어제까지의 세계>라는 문명 3부작으로 인류 문명의 생성과 소멸에 관한 전문가인지라 지금을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고 인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적임자다.

 

그의 주장은 어쩌면 당연하지만현재 지구촌 위기가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 가장 적합한 조언이다인류의 토대는 바로 지구다지구가 안전하지 않다면 인류가 지구밖에서 거처를 찾는 노력보다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개선해 지구적인 해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불평등은 인류 문명이 몰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고 한국과 미국의 빈부 차를 설명한다지구에서 가장 많은 텐트촌이 있는 곳 중 한 곳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다가장 잘 사는 주인 캘리포니아에 노숙이 많다는 사실은 미국 인구 3억 3천만 명 중 존재가 드러나는 3천만 명을 제외한 미국 인구 3억 명은 사실상 버림받았다는 극단적인 경고를 전한다.

 

이민으로 이루어진 미국조차 이민 문제를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다한국은 솔직히 말하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 나라다중국에서 온 한국계 이주민과 북한에서 온 사람도 차별하고 있다는 말로 굉장한 용기를 내 한국을 찾은 이주민에 대한 따뜻한 눈길을 주문한다.

 

 

두 번째 인터뷰이인 케이트 레이워스는 도넛 경제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도넛 모양의 경제 모델을 구성해 도넛 모양 안에 있다면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사회는 누구도 도넛 가운데 구멍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으로 지켜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간이 누려야 할 핵심적인 삶의 조건인 정치적 목소리와 사회적 평등이 보장되고 생태 환경을 침범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Photo by Mauro Lima on Unsplash

 

세 번째 인터뷰이인 다니엘 코엔은 중산층 붕괴와 포퓰리즘의 폐해를 다루고 있는 <유럽을 성찰하다>로 후기산업사회를 대신할 새로운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개발도상국의 부채와 성장 문제를 연구하고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우려한다이미 구글페이스북은 수입의 80%를 광고에 의존하고전 세계 광고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특히 보편적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본소득에 제외되는 사람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전한다.

 

 

다음으로 주목한 사람은 <엘리트 세습>으로 유명한 대니얼 마코비츠 교수다그는 불평등 문제의 원인은 능력대로 공정하게 보상받는다는 능력주의(MERITOCRACY) ’그 자체이며이는 거짓이라는 것이다자신이 20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엘리트 세습>에 담았고그 자신이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며 주변에는 자신과 같은 엘리트층이 많지만그들의 삶이 절대 행복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추구하는 엘리트 계층이 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실을 꼬집는다그는 한국의 정치권에 대해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데 노력하지 않고 자신의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엘리트 세습>을 생각하면 엘리트 계층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닌데 모두가 그곳을 향해 움직인다.

 

<내일의 세계>는 기대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인류의 생존 전략에 관한 석학들의 다양한 관점을 정수만 모아서 볼 수 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내일의세계 #안희경 #메디치미디어 #인터뷰 #제러드다이아몬ㄷ #케이트레이워스 #다인엘코엔 #엘레나노르베리호지 #대니얼마코비츠 #조한혜정 #사티시쿠마르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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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 사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내는 오늘
박상률 지음 / 해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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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내는 오늘

 

해냄출판사의 박상률 작가님의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는 인생의 돌아보며 남긴 에세이와 시를 담고 있다.

 

시인은 말을 되새기고 갈고 닦는 사람이다시작에 등장하는 작가님이 좋아하는 우리말 열 개가 기억에 남는다.

 

바람이야기꽃동무그러나그리메 : ‘그림자라 말하지 않고 그리메라고 말하면 그리움이 같이 딸려 나온다그리움은 나의 그림자를 밟으며 좇아가는 실존이다오래뜰 대문 앞에 있는 뜰나무오도카니 오도카니 있다는 건 외로운 게 아니고 고독하다는 것외로움은 수동적이고고독은 적극적이다맬겁시 맬겁시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 책의 글은 각종 문예지사보종교 잡지신문 등의 청탁이 있어 쓴 글이 대부분이지만페이스북에서 가져온 글은 자발적으로 맬겁시’ 쓴 글이다. (7)

 

                    Photo by Casey Horner on Unsplash

 

박상률 작가님(1958~)은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동양문학>에 희곡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소설희곡아동 문학청소년 문학 분야에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펼쳐왔고 1996년 불교문학상 희곡 부문, 2018년에 아름다운 작가상을 받았다.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책날개 중 ]

 

 

진도 출신인 작가는 고향인 진도와 어머니에 관한 사랑과 불교에 관한 이야기문단의 이야기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택배 상자 속의 어머니라는 시는 아들네를 위해 한 달에 한두 번 고향에서 전해오는 택배 이야기를 담고 있다택배에는 부모님이 부치는 참깨콩가루고춧가루구기자검은 쌀이 담겨있다.

 

서울 과낙구 실님2……이라고 적혀있는 주소만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이제는 꽁꽁 묶어진 매듭을 풀어내고 보니 그 속에 어머니의 목숨이 들어있다어머니의 사랑은 죽어서도 아들에게 전해지는 듯하다.

 

진도는 진돗개로 잘 알려졌지만우수한 품종의 개로 대표되기에는 가지고 있는 유산이 다채롭다진도아리랑이 있을 정도로 문화가 발달했고과거 다양한 재주를 가진 이들이 유배하러 갔던 곳이다.

 

진도는 근래 가슴 아픈 사건으로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곳이기도 하다고향을 떠난 후 고향과 부모님을 생각하는 것은 다른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고향은 나고 자란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고우리 존재의 모든 것을 있게 하는 정신적 공간이다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고향이 아니라 정신적 공간으로서의 고향을 찾아 사는 것만이 위기에 찬 시대를 사는 지혜다. (40)

 

 

일찍이 고향을 떠나 공부를 위해 나온 저자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자신에게 호객행위를 고향 친구 혜진을 만난다혜진이는 학교 다닐 때 도시락을 싸올 수 없거나 좁쌀밥을 싸 오는 것이 부끄러워 점심시간을 싫어했다그런 그녀를 서울역 앞에서 마주한 저자는 고향 친구를 이렇게 만나는 것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큰 키에 몸이 약하고 복용했던 약이 있어 요양을 위해 암자에 찾아들었다.

 

향 한 대를 피운다그리고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본다흩어지는 연기를 따라 낮 동안 찌들고 얽혔던 마음이 조금씩 눅어져 간다내가 어지러운 이 세상에서 쓰러지지 않고 두 발로 이만큼이나마 서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59)

 

불교에 관한 스님의 쓴소리가 기억에 남는다불교계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불교 환경이 비불교로 변해버렸다고 한다수도 도량은 관광지화되고승려들은 어려운 공부 대신 계율을 고치려 꾀만 낸다.

 

보시나 양보의 미덕이 없어 지난 1,600년간 불교 역사 중 지금이 가장 병들어 있다는 지적은 날카롭다사람들이 불교에 대해선 상식으로 많이 알아도 승려를 존경하지 않아 어찌 보면 불교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스님의 말씀은 불교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Photo by NeONBRAND on Unsplash

 

저자가 들려주는 문단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롯데 신격호 회장이 문학도여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반해 회사명을 주인공 로테의 이름을 정한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그가 문학의 길을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일본에 있는 동안 만나는 동갑내기 문학인 이병주 선생의 해박함을 보고 자신의 길은 문학이 아니라 사업으로 돌린다고 한다이병주 선생은 후일 <관부연락선>, <지리산>으로 대작가로 성장한다.

 

최근 신격호 회장의 회고록<열정은 잠들지 않는다>가 출간되었는데다시 한번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다.

 

저자에게 영향을 미친 존경하는 선생으로 송기숙 선생이문구 선생의 이야기를 기억에 남는다두 사람은 서로 자신이 더 잘난 미남이라고 우기고 다른 문인들 앞에서 판단해 달라는 언쟁을 벌인다.

 

한승원 선생 또한 등장하는데 그의 친형이 송기숙 선생과 친구인지라 그는 송기숙 선생에게 깍듯했다고 한다한승원 선생의 따님인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해 명성을 크게 얻었다.

 

한강의 수상을 두고 한국문학의 쾌거한국문학의 승리니 하는 표현들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문학에 어찌 등수를 매길 수 있는가그리고 외국에서 상을 타야 인정받는 게 문학 행위인가상의 의미는 기죽지 말고 계속 열심히 문학 하라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겠다나야 밥상 말고는 자 붙은 걸 받아본 일이 없는데도 기죽지 않지만. (140)

 

저자는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때를 기억하며 노벨 문화상으로 상의 이름이 변해도 되겠다고 생각한다문학의 장르를 넘어 광범위하게 문화발전에 영향을 미친 사람에게 수상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좋으리라.

 

또한 자신의 성을 에서 으로 바꾸면 밥상률이 되니 밥상을 더 잘 받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편은 부고와 죽음에 얽힌 이야기다나이가 있다 보니 주변의 부고를 전해 들을 때면 남 일 같지 않다죽음은 마지막으로 주변을 불러들이는 힘이 있다코로나19는 그런 마지막 기회까지 박탈하고 있지만아직도 우리 정서에 상갓집에는 가능한 참석해 상을 당한 지인을 위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편에서는 암자에 있는 동안 비오는 날 애기 보살이 한밤중에 흐느끼는 모습을 보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달맞이꽃의 꽃잎이 모두 떨어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아마 어젯밤애기 보살의 눈물이 떨어질 때 꽃잎도 같이 떨어졌으리라. (104)

 

삶은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기까지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생에 충실한 과정일 것이다이 책은 겨울을 맞이해 삶을 돌아보는 잔잔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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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 사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내는 오늘
박상률 지음 / 해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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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인생의 돌아보며 사랑, 불교, 문단, 죽음에 관한 에세이와 시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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