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세바시’에서 성차별에 관한 강의를 했다.
반응은 그럭저럭 괜찮았고, 난 만족한 상태에서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괜찮은 반응’이라는 건 청중들이 많이 웃었다는 뜻일 뿐이고
그 웃음은 내 특유의 셀프디스, 그리고 찌질한 남성들에 대한 비판에 기인한 것이었다.
자, 생각해보자.
청중들이 많이 웃으면 좋은 강의일까.
강의를 듣는 목적은 새로운 지식을 얻고, 그 지식의 힘으로 남은 세상을 보다 잘 살아가기 위함이지,
웃기 위함은 아니다. 
웃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다리품을 팔아가며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다. 
아래 사진을 보라. 얼마나 웃긴가?


갑자기 이런 글을 쓰게 된 건 손아람 작가의 세바시 강연을 봤기 때문이다.
그 역시 나처럼 성차별에 대해 강의를 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180도 달랐다.
물론 사람들은 내 강의에 훨씬 더 많이 웃었다. 
하지만 손아람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얼굴은
‘아, 정말 그렇구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나처럼 많은 슬라이드를 준비하지 않았지만,
한 장 한 장이 다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기에
넘길 때마다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격렬한 동의를 표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손아람 작가는 내가 6개월간 몸담았던 <까칠남녀> 패널이다.
내가 그만두면서 그 후임으로 구한 분이 바로 손아람인데,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 당시 난 손아람을 몰랐다.
그래서 대기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인사를 할 때 이런 헛소리를 해버렸다.
손아람: 안녕하세요. 손아람입니다.
서민: 네, 안녕하세요. 안그래도 정영진 형님이 혼자서 남자 대변하느라 힘든데
많이 도와주세요.
그때 손아람은 이렇게 말했다.
“네? 아니 페미니스트 포지션이 있지.....”

 

 

 

 

 

 

 

 

 

날 집에 와서 손아람 작가에 대해 찾아보고 나서야,
그리고 페미니스트로서 그를 각인시킨 버스킹 프로 <말하는대로>의 강연영상을 보고 난 뒤에야,
내가 한 말이 헛소리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뒤 내가 나올 땐 잘 안보던 <까칠남녀>를 열심히 보기 시작했는데,
손아람 작가의 말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 그만둘 걸 그랬다는 생각도 했다. 
그와 나의 결정적인 차이는 내 공격대상이 남성들의 찌질함인 반면
손아람은 성차별이 남자에게도 해롭다고 주장한다는 데 있다. 
서민: 성차별 하지 마라. 가진 거 안내놓으려는 너희들, 왜 이리 찌질해?
손아람: 성차별 하지 마라. 성차별을 하면 남성들이 훨씬 더 큰 짐을 질 수밖에 없다. 
내 강연이 ‘왜 모든 남성을 찌질하다고 욕하냐’는 반응에 그치는 반면
그의 강연이 남녀 모두를 공감시킬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15분밖에 안되는 강연이니 이 강연을 모두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여기다 링크를 건다.

 
아쉬운 건 이 주옥같은 강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이런 강연을 듣고도 여성을 욕한다면 답이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웬걸, 댓글들은 여전히 그런 댓글로 들끓고 있다.
그러고보면 찌질한 남성에 대한 욕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강연에서 교훈을 얻었지만 댓글에서 위안을 받은 희한한 날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윗듀 2017-11-27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서민독서> 다 읽고 리뷰써야지~ 하고 들어왔는데 마태우스님 글이 바로 위에 있어서 덕분에 좋은 강연도 듣고갑니다. 알라딘의 달려라! 책 다음차 선정도서가 <서민독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친구한테 책 선물하려구요. 감사합니다 마태우스님 ㅋㅋ

마태우스 2017-11-26 00:4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스윗듀님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게다가 제 책까지 언급해주시니 몸둘바를...ㅠㅠ 제가 감사드립니다 스윗듀님.

stella.K 2017-11-2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왜 그러십니까?
마태님은 마태님만의 재미와 의미가 있죠.
손 작가는 또 손 작가만의 그런 게 있는 거죠.

근데 손 작가 정말 똑부러지네요.
사실 전 손아람 작가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오늘 마태님 덕분에 알게 되네요.
<소수의견> 몇년 전 어느 알라디너로부터 선물 받은 건데
영화만 보고 아직도 읽지를 못했습니다.
가까운 시일내에 꼭 봐야겠습니다.^^

마태우스 2017-12-02 01:50   좋아요 0 | URL
재미는 있을지몰라도 의미는 글쎄요, 입니다. 소수의견 전 영화로 봤어요 겁나 재밌습니다.

2017-11-30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2 0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그므야 2018-08-0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손앎 작가님의 강연중
갑부가 직원에게 갑질을 하면서 억울하면 너도 나와같이 많은 세금을 내라고 하셨는데
한국에 살고있는 10~30대의 남성도 갑질하는 갑부라고 생각 하시나봅니다
세금이라고 말하는부분은 ˝의무˝ 인것 같은데
의무 = [명사] 1. 사람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할 일. 곧 맡은 직분.
를 하고 권리를 요구해야 하는것 아닙니까
군대를 다녀와야 군 가산점이 있었던 것 처럼
가산점을 미리 주고 군대를 후에 가는겁니까?

기울어진 운동장 얘기하시는데
흑인들이 백인을 폭행하면 폭행죄가 아닙니까?
이건 백인이 폭행하는것과는 다르게 해석 해야 합니까?
위에 흑인과 백인이 남성이라면 얘기는 달라지는 겁니까?

아니 왜 모든 이야기가 우리는 남여이기 이전에 인간(사람) 이라는 생각을 왜 못하십니까?

마태우스 2018-08-11 22:49   좋아요 0 | URL
답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뭐, 제가 답을 드린다고 해서 님이 수긍을 할 것같진 않네요. 생각을 함에 있어서 바탕이 되는 전제가 님과 제가 다르거든요. 여기서 얘기를 해봤자 서로 논점일탈만 될 뿐이니, 이만 줄입니다.
 
책구경 - 독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유진 지음 / 포럼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의 학교교육에 비판적인 사람이라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고 책만 읽게 하면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 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상상만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남들이 가는 궤도에서 벗어나는 일은 굉장히 성가신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를 안간 애가 게임과 TV 등 각종 유혹을 뿌리치고 열심히 책을 읽을지 장담할 수도 없다. 그런데 <책구경>의 저자 유진은 이런 가정을 실제로 구현한, 보기 드문 이다.

“나는 초졸 학력의 열아홉 살 청소년”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구절에 당황해하는 우리에게 그러지 말라고 한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나. 지금 우리나라 학교는 다닐 곳이 못 된다.” (9쪽) 그는 “책 읽을 시간도 없는 하루하루가 언짢아서” (같은 쪽) 학교를 때려치우고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시작한다. 그 와중에 저자는 미증유의 탄핵 사건을 경험하고, 이 사태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를 위해 본격적으로 책을 읽는다. “<책구경>은 촛불, 탄핵, 대선으로 이어졌던 작년 가을부터 올여름까지, 나의 독서를 기록한 결과물이다.” (7쪽)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거기서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미처 몰랐던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많이 배운 사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의 책을 읽는 게 보다 안전한 선택이다. 이 책이 팔리는 책이 되기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내용만 놓고 본다면 <책구경>은 여느 독서 에세이보다 훨씬 재미있고, 책이 주는 깨달음도 쏠쏠하다. 만일 이 책의 저자가 ‘이동진’이나 ‘유시민’쯤 됐다면 사람들은 “역시 xxx!”라며 이 책에 찬사를 보내지 않았을까?


<책구경>의 최대 장점은 시각의 참신함이다. 책이 재미있게 느껴진 건 그 덕분이기도 할 텐데, 가장 공감했던 것이 <삼국지>에 대한 비판이었다. “나도 재밌게 읽었다....하지만 이 책에서 어떤 대단한 깨달음을 얻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삼국지를 읽으면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다시 읽어도 나에겐 해당사항 없었다.” (31쪽) 이런 비판은 다른 사람들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다음 구절이 내 마음에 와닿는다.
[책은 ‘남 무시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삼국지>도 대표적으로 잘난 척하기 좋은 책이다....책의 내용을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지금 사회의 현실과 연결해서 해석하고 설명해낼 능력도 없고, 자신의 삶 속으로 이야기를 끌어오지도 못하는 인간들의 잘난 척이 우습다는 말이다. (32쪽)]
나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난 “삼국지 열 번 읽은 사람과는 논쟁을 하지 마라”는 아버지 말씀 때문에 내 독서이력으론 보기 드물게 다섯 번이나 읽었다. 그런데 그 책이 살아가는 동안 내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난 <삼국지> 좀 읽은 사람들을 만나면 배틀을 하곤 한다. 누가 더 많이 아는가 배틀 말이다. “다음 중 여포가 죽인 사람이 아닌 것은?” “조자룡이 10만대군을 압살한 전투 이름은?” 이게 책을 읽긴 했는데 써먹은 적이 없어서 나온 결과물이리라. 내가 만나는 상대들도 다 여기서 벗어나지 않아, 내가 낸 문제를 못맞추면 씩씩거리면서 더 어려운 문제를 내곤 했다. 이거야말로 ‘삼국지’가 남을 무시할 자격증으로 쓰이는 좋은 예이리라.


그밖에도 저자는 왜 청소년들에게 헌법처럼 중요한 존재를 가르치지 않는 것인지 따져묻고, <총균쇠>를 읽고 나선 위도에 따른 삶의 격차도 중요하지만 한국 내에서 마주치게 되는 삶의 격차는 도대체 뭐냐고 항변한다. 자신이 읽은 페미니즘 책들에 대해 코멘트를 한 뒤 우리 사회의 성교육은 형편없다, 라고 일갈하기도 한다. 읽다보면 제도권 교육을 충실히 마친, 하지만 별 생각없이 세상을 사는 듯한 주위 사람들과 저자를 비교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저자 유진이 좀 특별나긴 하지만, 나보다 어린 저자한테 배워야 한다는 걸 이제는 인정하자. 그래도 10대 청소년의 책이다보니 정신승리 차원에서 한 가지 반박 정도는 해야겠다. 74쪽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책을 읽지 않고 책을 쓰는 작가란 없다.” 아니다. 내가 쓴 첫 번째 책 <마태우스>는 참고문헌 없이 쓰인 책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신 2017-11-2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한 권을 읽어도 정약용처럼‘ 작가 이재풍입니다. 제 책도 한 번 읽어보세요. 새로운 관점에서 정약용선생님의 독서 방법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23세 때, 혈압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습을 위해 측정한 혈압이 150을 넘었던 것이다.

진료를 받은 결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소위 본태성 고혈압.’

의사는, 일단 젊으니까 덜 짜게 먹는 걸로 해보고 안되면 약을 먹자고 했다.

난 그 뒤로도 계속 평소 먹던대로 먹었고, 대신 병원을 다신 가지 않았다.

지금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할 때,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자마자 재서 그런가 혈압이 높네요. 다시 한번 잴께요.”

다시 잰 혈압은 먼저번보다 더 높았다.

의사들은 죄다 혈압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생각해보겠다고 한 뒤 넘어갔다.

그런 게 귀찮아서 한번은 남이 혈압을 잰 뒤 가져가지 않은,

정상 혈압이 찍힌 기록지를 내 것인양 낸 적도 있다 (이거 범죄일까요... -.-)

 

올해 초, 일이 너어어어무 많았다.

거의 매일같이 새벽에 잤고, 하루에 서너시간씩 자는 일정이 반복됐다.

일은 끝이 없었고, 할수록 더 많아졌다.

갑자기,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죽으면, 아내와 강아지 다섯 마리는 어떻게 될까, 에 생각이 미쳤다.

그래, 오래 버텼어. 이젠 약을 먹을 때야.

신입생 OT에 갔을 때, 방을 같이 쓰게 된 내분비 선생님에게 혈압상담을 했고,

외래진료를 보기로 약속했다.

그는 내 혈압에 살짝 놀랐지만, 이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생님도 혈압약 먹기 싫으신 것 같은데, 우리 딱 한달만 먹읍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혈압을 30만큼 내린다고 할 때,

약으로 15를 내리고 나머지는 내가 살을 뺌으로써 혈압을 내리자고 했다.

실제로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온, 그래서 체중이 지금보다 14킬로가 덜 나갔던 2011년엔

내 혈압이 생애 최초로 정상이었으니,

살만 뺀다면 혈압약을 끊을 수도 있을 터였다.

 

그 한달간 난 살을 빼고 혈압약을 끊는 상상을 대략 오십번쯤 했다.

스스로를 위로한답시고 혼자서 고기를 먹을 때도,

자정이 넘어서 배가 고프다며 라면을 끓여먹을 때도,

입이 심심하다면서 말랑카우를 계속 쳐넣을 때도 그 생각을 하며 좋아하곤 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을 때, 굳이 체중을 측정할 필요도 없을만큼 난 체중이 높아져 있었고,

의사는, 이전보다 훨씬 크기가 큰, 그래서 효과도 더 센 약을 두달치 처방해 줬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난 여전히 그 커다란 혈압약을 먹는다.

그리고 오늘 건강검진에서 그때보다-약을 큰 걸로 바꿨을 때보다-

더 체중이 높아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무래도 남은 평생, 혈압약을 먹어야 할 것 같다.

, 다음은 덤이다. 초음파를 할 때 담당선생님이 한 말,

지방간이 너무 심하네요. 신경 좀 쓰셔야겠어요.”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7-11-10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입이 심심하다면서 말랑카우를 계속 쳐넣을 때도 ...
이 대목에서 (죄송하지만) 빵 터짐요...^^;;;
혈압약을 드심이 나으실 듯... 허허허.

마태우스 2017-11-10 10:10   좋아요 2 | URL
비연님 안녕하세요 저 아무래도 계속 먹어야할듯요. 목캔디도 좋아하고 말랑카우도...집 책상 위에 두봉지 있답니다 ㅠ ㅠ

비연 2017-11-10 10:50   좋아요 3 | URL
ㅜㅜ 저도 말랑카우 마아아아니 좋아하는데.
급먹고 싶어지네요... 뱃살 빼야 하는데 말이죠. ㅜ

책한엄마 2017-11-10 09: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건강하세요-^^*
이번에 우다다 나온 책들이 건강에 해를 끼쳤나봅니다.
재미있게 잘 읽고 있어요.
좋은 책 많이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7-11-10 10:10   좋아요 4 | URL
네 감사합니다. 글구 제 책은 아직 부족합니다. 될때까지 쓰겠단 각오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stella.K 2017-11-10 14:33   좋아요 4 | URL
아유, 마태님 여기서 어떻게 더 재밌게 씁니까?
저도 꿀꿀이님과 같은 생각이어요.
저는 요즘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는데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재미면에선 그다지 재미가 없어요.
그런데 보내주신 책 짬짬히 읽으면서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세 권을 한꺼번에 읽는 경우는
머리털나고 처음이거든요.ㅎ

그나저나 혈압이 높으셔서 어째요.
건강 조심하세요. 건강하셔야 책도 계속 쓸 수 있죠.^^

비공개 2017-11-10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랑카우에서 저도 빵! ㅋㅋㅋ
최근 책도 많이 나오고 엄청 바빠지셔서 건강에 많이 영향을 미쳤나 봅니다.
건강하셔야 하는데요!!

마태우스 2017-11-16 05:47   좋아요 2 | URL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랑카우 한봉지, 이 글 쓰고 나서 사흘 후에 원샷했어요 ㅠㅠ 앞으로 집에 들이지 않기로 했답니다. 님도 건강하시고 좋은 글 쓰시길 빕니다

희망찬샘 2017-11-10 2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헛. 우째요. 심각한 이야기를 안 심각하게 쓰셨지만... 그래도 심각하네요. 저도 엄니께서 ˝너도 엘리베이터 타지 말고 계단을 걸어 올라 가보는 것이 어떠니?˝하셨지만...

마태우스 2017-11-16 05:48   좋아요 2 | URL
안녕하셨어요 계단 걷는 것도 참 좋은데, 막상 걸으려면 너무 힘들어서 오래 지속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론 좀 해볼게요...저희 아파트 4층이라 아주 적당해요.

2017-11-11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년 전, 이런 결심을 했다. 

난 방송에 소질이 전혀 없다, 그냥 기생충연구 하고 가끔 들어오는 외부강의를 하면서 살자.

하지만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 

우리나라 강의의 대부분은 무료다.

그리고 강의의 주최자는 한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강의에 오게 하려고 애쓴다.

이왕 돈을 들여 강사를 불렀으니 성황리에 하는 게 더 나으니까. 

강의의 성패는 주최측에서 얼마나 홍보를 했느냐보다

어떤 강사를 불렀는가, 에 훨씬 더 좌우된다.

예컨대 강의의 신 급인 김창옥. 김미경 같은 분들을 부르거나

유홍준 선생님처럼 유명한 분을 부르면 강의장은 미어터진다.

하지만 강의의 질과 무관하게 "저 사람은 누구지?"라는 강사가 오면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지난 2년간, 내 강의의 주최측은 늘 내게 미안해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더 홍보를 잘해서 많은 분들이 오게 했어야 하는데."

그 말을 들으면 내가 더 미안했다. 

다시 방송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순전 그 때문이었다.


올해는 그래도 일주에 한번 정도는 TV에 얼굴을 비췄다.

물론 시청률이 낮은 프로에 주로 나오다보니 "요즘 왜 TV 안나오냐?"고 묻는 이도 제법 있지만, 

그래도 알아보는 이가 훨씬 많아지긴 했다. 

아까 낮에 아내와 목살을 먹으러 갔는데 주로 고기만 써시던 사장님이 직접 나와서 인사를 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TV에 그렇게 많이 나오시고..."

물론 이건 이주노를 제외하면 유명한 연예인이 살지 않는, 천안이란 곳에 사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내 인지도가 높아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걸 절감한 사건이 있었다.

수요일 구미에 가서 담당자와 차를 한잔 마시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담당자: 뭐? 사람이 하나도 안왔다고? 아이참, 어떡하냐.

상대방: &&&&&

담당자: 뭐? 강의실을 작은 곳으로 옮기자고? 이제 와서 어떻게 그래?

상대방: &&&&&

담당자: 할 수 없지 뭐. 직원들 다 올려보내야지. 알았어.


이 대화가 오가는 동안 내 심정이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전화가 끊어진 뒤 담당자는 내게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하는 다른 강좌들이 있었는데 그게 지난주에 다 종강을 했습니다.

원래 자기 강의 끝난 분들이 이거 (야은아카데미) 들으러 오고 그랬는데, 

종강 여파로 사람이 없네요."


막상 강의장에 올라가보니 생각보단 훨씬 많이 오셨다.

강의장이 600명을 수용하는 넓은 곳이라 상대적으로 한산해 보인다는 것인데,

그래도 내 주제에 그 정도의 인원도 감사해야 할 일 아닌가. 

그나마 TV에 나가고 있으니 그 정도라도 왔을 터,

당분간은 잘리지 말고 방송에서 잘 버텨야겠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균호 2017-10-2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미 톨게이트 근처에 플랜카드가 아주 크게 걸려있던데요 ㅎㅎ 육교에요

마태우스 2017-10-28 20:21   좋아요 1 | URL
앗 그렇군요. 그런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청중이 그것밖에 안왔네요-.- 암튼 잘 버티겠습니다!

2017-10-28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30 0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30 0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grace 2017-10-2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원구 저희 아파트 앞 포스터 보고 너무 반가웠는데 이미 날짜가.... 사진으로만 뵈었네요^^

마태우스 2017-10-30 07:46   좋아요 0 | URL
앗 노원구에서 정말 홍보를 많이 했군요 아파트마다 포스터를 붙이다니...!

순오기 2017-10-29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주엔 서민교수님 오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데...^^
아침방송은 못봐서 모르지만 ebs에서도 ‘동치미‘에서도 만나니 반가웠어요!^^

마태우스 2017-10-30 07:47   좋아요 0 | URL
앗 순오기님 동치미 보시나요. 그럴 줄 알았으면 열심히 할걸...! 광주는 제 고향이라 그런지 제게 관대하네요^^ 순오기님 덕분인가용.

stella.K 2017-10-29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여름 어느 교회에 가서 강연했는데
한 20쯤명 모일까 했는데 거의 그 배에 가까운 숫자가 모여서
속으로 엄청 고마워 했습니다.
물론 강연은 죽을 쒀서 더 미안해 했고.ㅠㅋㅋ

마태우스 2017-10-30 07:48   좋아요 0 | URL
스텔라K님, 저도 한 열댓명 놓고 강의한 적 있답니다. 한명이라도 최선을 다하자, 뭐 이런 마음으로 했죠. 근데 진짜 와준 한명한명이 고맙더군요&&
 


 

 

 

 

 

 

 

 

* 이 책은 본문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노원구에서 강의가 있던 날, 

천안아산역에 도착했을 때 휴대폰 배터리가 14%밖에 안남았다는 걸 알게 됐다.

기차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기에 편의점에 가서 충전을 부탁했는데,

30분 후 휴대폰을 찾았더니 배터리 잔량은 29%에 불과했다.

29만원밖에 없다고 한 전두환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이 휴대폰으로 하루를 써야 한다니 심난했다.

노원역에 내려서 근처 대중탕에 갔을 때도 내 머릿속엔 배터리 걱정밖에 없었다.


어쩌지 하면서 탕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내게 말을 건넨다. 

"기생충 박사님 아니세요?"

순간적으로 아니라고 하려고 했지만 상대는 내가 나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마지못해 맞다고 하니까 반갑다고 다가와서 악수도 하고 그러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런 친밀감이 반갑지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이렇게 말했다.

"저.. 제가 작다고 다른 데 가서 절대 말하지 마세요."

그가 호탕하게 웃는다.

"뭘요. 대단하시던데요."


그가 잠시 한눈을 팔 때 잽싸게 빠져나가 찜질방으로 갔고,

20분 후 남탕에 가서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그때 또 그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왜 그렇게 빨리 나가셨어요?"

그 남자였다.

난 옷을 거의 걸치지 못한 자세로 그와 또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곤 그와 명함을 교환했고,

"오늘 본 걸 절대 말하지 마세요"라는 당부를 한 뒤 목욕탕을 나섰다. 

희한하게도 배터리 걱정은 사라져 있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7-10-2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장소 가리지 않고 아는 척하는군요. 여자들은 서로 곤란하니까 못 본척하는데...하긴 유명인사를 보면 일부러라도 가서 아는 척하고 싶을 듯...ㅋㅋ

마태우스 2017-10-30 07:51   좋아요 0 | URL
아 글쿤요. 여자분들이 남자보다 더 쑥스러워하는군요. 남자들은 스스럼이 없어서 그런가용.

순오기 2017-10-29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대폰 배터리 걱정하지 않게 보조밧데리인가 뭔가 바로 충전하는 거 있던데...저도 이웃이 줘서 갖고 다니는데 늘 충전을 잘해놔서 아직 써보진 않았네요.

마태우스 2017-10-30 07:51   좋아요 0 | URL
저도 그거 있었는데, 몇번 쓰니까 그담부터 맛이 가던데요 ㅠㅠ 충전기를 늘 갖고다니는데 그날따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