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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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직원 마음대로 못잘라? 여기 북한인가요? 나라가 거꾸로 가는 듯

공장에 불 지르고 생산시설 파괴하고 회사가 미쳤냐 니들 또 받아주게?”

쌍용차 해고자들이 낸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해고 자체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값진 승리라고 할 수 있을 이 판결에 대한 댓글은 부정적인 것이 더 많았다.

이전 같으면 알바를 풀었겠구나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안다. 그게 20대 대부분의 생각이라는 것을.

그걸 알게 해준 건 오찬호가 쓴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란 책이었다.

 

구독하는 잡지인 <인물과 사상>에 나온 저자 인터뷰를 읽다가 책을 주문했고,

책이 온 순간부터 짬이 날 때마다 읽어내려갔다.

책을 읽는 내 손은 수시로 떨렸는데, 그 떨림은 술을 끊은 금단증상 때문이 아니라

내용이 너무도 충격적이어서였다.

저자는 자신이 강의를 나가는 학교의 대학생들과 심도깊은 대화를 나눈 끝에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그 논문을 조금 발전시켜 책으로 쓴 것이란다.

요즘 20대가 어떠니, 하는 얘기는 숱하게 나왔지만,

책을 통해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공포스러웠다.

계약직으로 입사한 KTX 승무원들이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시위를 한 것에 대해

날로 정규직 되려고 하면 안 되잖아요!”라고 하고,

쌍용차 파업에 대해 제가 보기에는 솔직히 배불러 보여요. 왜 다른 일 찾을 생각은 안 해요?”라고 하는 20,

저자는 열심히 노력해도 취업이 안되는 작금의 시대가 20대를 괴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KTX 승무원들이 약속대로 정규직이 되고, 쌍용차 파업이 그들의 해고를 막아준다면,

장차 직장인이 될 그들의 입지도 보다 탄탄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하지만 어려울수록 연대를 해야 한다는 말은 당위일 뿐,

실제로 실천하기는 힘든 법이다.

예를 들어 당장 전쟁이 나서 먹을 것이 없다면

자기 먹을 것을 챙기려 혈안이 되는 게 인간의 본성이 아니겠는가?

내가 지금 대학생이라면 나 역시도 그들과 비슷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문제는 20대가 아니라 지금의 20대에게 그런 절박한 현실을 물려준 우리 기성세대다.

안정된 직장에서 분에 넘치는 월급을 받으면서 요즘 20대는...”이라고 비판하기 바빴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

 

손을 떨리게 만들었던 초중반과 달리 다소 뻔한 이야기를 하는 후반부는 약간 지루했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정곡을 찌른다.

그것은 잘나가는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 학생들의 고민인 것을...저자는 서른네 살에 서울대학교 교수가 되느냐 아니냐를 놓고 고민한 적이 있었음을 아주 진지하게 밝힌다. 교수가 된 그를 찾아오는 제자들은 UN 기구에서 일을 하니 마니를 고민한다.”(197)

책을 덮고 나니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20대를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 다시 돌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부터 휴가자가 먹을 거 사오는 거 그만하자(192)”라고 했던 그 분대장같은 초인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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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14-02-0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엔 젊은이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와 기성세대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아직 10대인 우리 아이들은 불의와 정의는 구분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지고 살게 해줘야 할텐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2014-02-10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3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9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민(愚民)ngs01 2016-02-17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우리때 보다 열심히 노력한 청춘들의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기성세대들을 거리로 내몰 수도 없고 결국 대기업이 사내유보금을 풀어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을 더 많이 뽑아야 희망이 있겠죠

마태우스 2016-02-18 09:28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정규직을 뽑지 않으면 안되게끔 정부가 압박을 가해야 하는데,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 양산하는 법을 통과시키려 하고있지요. 근데 이 법안에 그닥 관심이 없다는 게,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다는 징표 같아요
 
욕망하는 여자 - 과학이 외면했던 섹스의 진실
대니얼 버그너 지음, 김학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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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성욕이 강하다는 건 우리 사회의 주된 관념이었다.

나 역시 거기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주변을 보면 어떻게든 여자랑 해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 남자가 지천에 깔렸고,

여자가 내키지 않아 하더라도 일단 하고 보자며 들이대는 남자도 한둘이 아니었다.

이런 생각에 회의가 들기 시작한 것은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그에 따른 경험이 쌓여 가면서였다.

같이 있던 여자가 날 덮치려 했을 때는 이 여자는 예외군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내가 샤워만 해도 무섭다는 기혼 친구들의 경험담을 듣고나니 남성의 성욕에 대한 얘기가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욕망하는 여자>는 그 관념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과학적으로 입증한다.

여자에게 야한 영상을 틀어준 뒤 흥분의 정도를 다음 방법으로 측정했다.

자신이 흥분했다 싶으면 단추를 누르라고 했고,

질에 혈류측정기를 넣어 혈류량이 많아지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혈류랑이 증가하면 그 여자가 흥분했다는 증거니까.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혈류량 결과로 보아) 여성의 성충동은 가히 잡식성이라고 할 만큼 무작위적이었다.”(29)

신기한 것은 여자들이 혈류량이 증가하는 장면에서 단추를 누르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것.

몸은 흥분해 놓고선 머리로는 자신이 흥분했다는 사실을 감추려고 한 것이었다.

키패드 결과는 혈류측정기 결과를 반박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철저히. 정신이 몸을 부정한 것이다.”(같은 쪽)

즉 여성들의 성욕은 남자의 그것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강했지만,

여성의 성욕은 감추어져야 한다는 통념 때문에 그것을 억지로 억압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혈류량으로 봤을 때 여자들이 오히려 낯선 사람들한테 훨씬 더 큰 흥분을 느꼈다는 사실.

낯선 사람과의 섹스는 거의 폭풍 수준으로 질 내 혈류량을 증가시켰다.”(45)

다시 말해서 감정적인 유대...친밀감 등이 있어야 여성의 성욕이 발동한다는 사회적인 전제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겠지만, 책 중간쯤에는 더 충격적인 얘기가 나온다.

여자들이 갖고 있는 성적 환타지에 대해 물었을 때 많은 여자들이 강간당하는 장면을 말했다는 것.

예를 들어 풋볼 선수들이 돌아가며 절 농락하는 거죠....그런 상상이 저를 극도의 오르가슴으로 올려놓아요.”(127)

이 구절을 읽고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위 실험에서 여자들이 낯선 사람에 대해 더 흥분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공포가 주는 흥분은 고스란히 성애로 바뀌었다...공포와 성적 흥분이 뇌속에서 뒤섞인다는 사실을 의미했다.”(135)

 

불편한 진실 하나. 여자들이 낯선 사람에게 더 흥분한다는 것은

자기 남편 혹은 오래된 남친에게는 덜 흥분한다는 뜻이 된다.

책 뒤편에 나오는 익숙한 파트너라는 저주의 한 구절을 보자.

헌신적인 관계에서 여성들의 성욕이 훨씬 더 빨리 감퇴했다.”(166)

남자들이 집안일을 분담하는 것도 여성의 성욕을 되돌리기엔 충분하지 않았단다.

남자들은 오래 산 아내가 성욕을 일으키지 않는다면서 가족하고 어떻게 하냐는 농담을 하지만,

여자들 역시 그렇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갑자기 이십년 전 봤던, 김삼 선생이 그린 만화가 생각난다.

빌딩 창문을 닦는 직업의 A씨는 빌딩에 사는 한 여자가 택배 배달원, 보일러 수리공 등

자기 집에 오는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장면을 본다.

그 광경에 몸이 단 A는 중국집 배달원이 그 집에 들어가려는 걸 막고 자신이 직접 배달하겠다고 한다.

의외의 남자가 중국집 가방을 들고 들어서자 여자는 화들짝 놀라지만,

A네가 어떤 여자인지 다 안다면서 여자에게 들이댄다.

하지만 A는 그 뒤 들이닥친 배달부에 의해 제압을 당하는데,

알고보니 그 배달부는 그녀의 남편이었고,

그는 성욕이 시들해진 아내를 위해 갖가지 직업으로 변장을 해 아내를 만족시켜 주고 있었던 거였다.

<욕망하는 여자>를 읽고 나니 20년 전의 김삼선생이 여자의 욕망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구나 싶다.

남자들이여, 아내를 위해 가끔은 낯선 이가 돼보는 게 어떻겠는가?

오늘 밤에 난 노숙자로 변장할 생각이다 (참고로 난 노숙자로 변장하는 데 특별한 노력이 필요없다)

 

* 이건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이 책의 추천사를 썼고, 그로인해 이 책을 기증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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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4-01-1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여가부에서 가장 판금할 내용의 책이네요.여성이 닟선 사람과 강제적 관계에서 흥분한다는 것은 이른바 포XX에서 남자들이 만든 것이란 통념이 있었으니까요.근데 그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니 많은 여성들이 공분을 느낄만한 내용같습니다^^;;;
그나저나 늦었지만 마태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리며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O^

마태우스 2014-01-15 12:44   좋아요 0 | URL
글게 말입니다 여전히 헷갈려요... 글구 제 서재달인은 사실 알라딘이 밀어준 게 아닌가 싶어요. 별로 한 게 없는데... 카스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감사드려요

2014-01-12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15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12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4-01-15 12:47   좋아요 0 | URL
아 네...님도 복 많이 받으시구요, 올해는 제가 남에게 뭔가를 드릴 수 있는 그런 해로 만들어볼게요

다락방 2014-01-1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쩐지 이 책 되게 잘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읽어봐야겠어요. 흐흐흐

마태우스 2014-01-20 15:32   좋아요 0 | URL
답늦어 죄송하구요 다락방님의 서평이 기대됩니다.

괄목상대 2014-01-2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음... 근데 이게 좀 위험한게요.. 잘못하면 강간을 합리화하는 책이 될 지도 몰라요... 흥분을 했다고 해서 채워준 것이 꼭 만족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짚어주었어야 할텐데요... 질 혈류량이 곧 그 관계의 만족감을 이야기 하는게 아닌데 좀 오류가 있습니다.... 원하는 부분만 발췌해서 기억하는 무뢰배 생길까봐 걱정이네요. 흥분이 정신적 만족과 불일치했을때 사람이 겪는 혼란과 자기 육체에 대한 부정이 자살에까지 이른다는 내용을 [음란과 폭력] 남성이 당하는 강간 부분에서 읽은 게 생각나네요.....뭐 선생님께서 그런 위험한(!) 요지로 말씀하신게 아님은 알고 있지만요^^ 지나가다가 끄적여봅니다.

마태우스 2014-01-20 15:34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그럴까봐 걱정이어요. 근데...여성들이 관계 지향적이라든지, 친밀함 가운데서 성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게 좋다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혈류량이 꼭 성욕과 일치하는 건 아닐지라도, 결과가 너무 일관되거든요. 암튼 여성의 성에 관한 고정관념이 많이 깨지는 책이어요

:Dora 2015-05-02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읽었어요 김삼선생님 만화가 궁금해지네요
 
감정 독재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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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아내 자랑을 할 때마다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언제 내가 나가서 진실을 확 밝혀버리고 싶어.”

아내가 이럴 때 난 좀 서운했다.

내가 아내한테 그래도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내는 대체 나의 어디가 불만인 걸까?

강준만의 신작 <감정독재>를 읽다가 알았다.

그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프랑스 남자들에게 애인한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물어보면 응답자 중 84%가 평균적으로 좋은 애인이라고 대답한다고 한다.](194)

이렇듯 인간은 자기중심적이어서,

늘 자신은 정의롭고 착하고 능력도 있는데 남들은 질서를 안지키고 부도덕하다고 생각한다는 것.

[한국에선...구직자 2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는 평균보다 우수한 인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70%에 달했다. 이 중 77.4%는 자신의 능력에 비해 연봉이 낮다고 불평했다](195)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사람은 이성보다 감정의 지배를 훨씬 더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50개의 화두로 제시된 증거들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인간이 이성의 지배를 받는다는 건 순전히 착각에 불과하단 생각이 든다.

운전할 때는 차로의 빨간불이 길게 느껴지는 반면 길을 걸을 때는 횡단보도의 빨간불이 길게 느껴진다”(53)

[‘미시시피강의 길이는 8천길로보다 짧을까, 길까?’라는 질문을 던진 후에 미시시피강은 얼마나 길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다수 학생들은 미시시피강이 8000킬로보다는 짧으며 길이는 약 5,500킬로미터일 거라고 대답했다. 반면 미시시피강의 길이는 800킬로보다 짧을까 길까?’라는 질문을 던진 후에 미시시피강은 얼마나 길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다수 학생들은 미시시피강이 800킬로보다 길며 길이는 약 2,000킬로일 거라고 대답했다 (119-120)]

좀 더 웃기는 현상은 다음이다.

축구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들을 관찰했다. 3분의 1은 골대 중앙, 3분의 1은 왼쪽, 3분의 1은 오른쪽으로 차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골키퍼의 절반은 왼쪽으로 몸을 날렸고, 나머지 절반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확률은 같은데도 중앙에 멈춰 서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21)

왜 그럴까? 가만 서 있다 골을 먹으면 아무 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몸을 날리면 그래도 열심히 한 것처럼 보여서란다.

 

인간이란 이렇듯 비합리적인 존재라는 걸 알아서 좋은 점은 인간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조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의료민영화 음모에는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젊은 여성이 할머니한테 반말을 하는 동영상에는 급 흥분해서 댓글로 욕을 한다.

이걸 가지고 왜 우리는 작은 것에만 분개하냐?”고 개탄만 할 게 아니라

의료민영화 음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할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한다면

훨씬 더 경각심을 가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실제로 쓰레기를 버리지 마라는 구호만 적어 놓았을 때 반응이 없던 사람들이

그 지역 미식축구 스타들이 휴지를 주우면서 텍사스를 더럽히지 마라고 외치는 광고에는 금방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감정의 중요성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지대할 수 있다.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한 진보.개혁진영도 옳음만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호통만 쳐온 게 아닌지 반성하고,

다음 선거 때는 어떻게 하면 감성을 자극할지 궁리를 했으면 좋겠다.

그에 걸맞은 내실을 갖추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말이다.

 

* 나중에 아내는, 내가 속이 좁고 늘 아내를 이겨먹으려고 하는 게 불만이라고 말했다. 새해에는 마음을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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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3-12-31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올해도 서재의 달인이 되셨네요. 축하드려요.

저도 확 밝히고픈 진실이 쪼금 있네요. ㅋㅋ
연말연시 즐겁게 보내세요.

마태우스 2014-01-06 22:59   좋아요 0 | URL
놀랐잖아요!! 진실이 있다는 낚시라니~~~~ 연시 즐거이 보내시길. 서재달인은 솔직히 다른 분들이 도와주신 결과죠

가연 2014-01-0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 이 책... 리뷰를 보니깐 꼭 주변에 선물하면서 읽어야겠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태우스 2014-01-06 22:59   좋아요 0 | URL
어마 가연님, 제 리뷰가 사게 만드는 그런 리뷰라는 거죠! 감사합니다 호호호. 님도 새해 복많이...

2014-01-06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6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1
조승연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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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쇼에 조승연이라는 분이 나왔다.

그때는 여행 전문가로 나왔는데, 8개 국어를 한단다.

나이가 너무 젊어 보여 물어보니 1981년생, 우리 나이로 서른셋이다.

혹시 비명 지를 때는 어떤 언어를 쓰나요?”라고 장난스럽게 물었다.

최근에 가장 많이 쓴 언어로 비명을 지릅니다. 이탈리아에서 며칠 있다보면 이탈리아어로 비명이 나와요.”

네이버를 찾아봤더니 조승연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 중엔 네이버 대표인물이 바로 이 조승연씨다 (농구감독 조승연을 제쳤다!).

공부천재, 뉴욕대 경영학과와 줄리어드 음대를 동시에 다닌 걸로도 유명하고,

저서도 그 나이에 벌써 22권이라니, 천재라는 말은 바로 이런 분한테 바쳐야 하나보다.

  

 

 

 

그런 그에게도 약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기를 보내지 않은 탓에 우리나라 전래동화에 약하다는 것.

초등학생들과 함께한 독서 퀴즈왕 뽑기에서 조승연은

심청 아버지 이름을 몰랐고, 호랑이를 피하려고 하늘에 올라간 햇님달님 얘기도 전혀 몰랐다.

그런 문제만 나오면 한숨을 쉬며 답을 쓰라고 준 칠판을 하얗게 비워놓는 그를 보면서

, 저런 천재도 일말의 약점이 있구나라며 혼자 지적 우월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가 쓴 <이야기 인문학>을 읽으니 잠시나마 느꼈던 지적 우월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저 와, , 이 사람 정말 천잰데,라는 말만 계속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영어 단어의 어원이 뭔지 말해 주는데,

구수한 이야기와 더불어 설명을 해주니 무지하게 재미있다.

예를 들어 테니스에서 점수 계산을 할 때 “15-0”피프틴 러브라고 하는데

‘0’을 왜 러브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갔지만,

이 책에는 이렇게 설명이 돼있다.

“0love라고 하는 이유는 0점으로 지고 있는 사람은 이기든 지든 상관하지 않고

단지 테니스를 사랑하는 마음 자체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아마추어는 0점을 받아도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테니스를 20년 가까이 치면서도 몰랐던 러브의 의미를 이 책 때문에 알다니,

이것만으로도 책을 읽은 보람은 있다.

 

한 가지 더.

내 책상에 있던 이 책을 빌려간 뒤 일주일만에 다 읽었던 동료선생은

이 책의 장점을 이렇게 말한다.

이성친구에게 많이 아는 티를 내는 데 이 책만한 게 없네요.

아는 여자 하나 앉혀놓고 두시간 동안 썰을 풀었더니 무지하게 감동하대요.”

크리스마스 이브날 같은 때 보면 세상에는 다 연인들만 있는 것 같지만,

애인 없이 집에서 이브를 보내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 크리스마스 이브도 의미가 없진 않겠지만,

내년에도 똑같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을 읽으시라.

2-3일간의 투자로 당신을 훨씬 지적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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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2-26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기술>이라는 책은 벌써부터 유명한 책이었어요. 아마 10년쯤 전에 나왔을텐데 (저자가 20대일때) 그때부터 알아봤지요. 저자 어머니가 저자와 그 형의 교육 경험을 책으로도 일찌감치 써서 내셨고요. 어머니의 교육 방식이 좀 남달랐다고 할까요. '여행전문가'로 출연했었군요.

마태우스 2013-12-31 00:23   좋아요 0 | URL
아 공부기술이 그렇게 유명한 책이군요. 딱 만나봐도 보통 사람은 아닌 듯했어요. 그렇구나, 유명한 사람이었구나...

다락방 2013-12-2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질투나네요 ㅜㅜ

마태우스 2013-12-31 00:22   좋아요 0 | URL
그냥 우리끼리 친하게 지내요

과객... 2013-12-2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 여자친구에게 얘기하기 좋은 책이군요.... 꼭 읽어봐야 할듯....

마태우스 2013-12-31 00:22   좋아요 0 | URL
아 네...작업 중이신가봐요... 힘내세요

책이좋아 2013-12-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베란다쇼 보면서 초등학교 저학년을 한국에서 보냈다면 저 정도 전래동화는 알텐데, 책 안 읽고 공부도 안 해서 부모님이 외국으로 보냈나 했어요. ㅋㅋ

마태우스 2013-12-31 00:22   좋아요 0 | URL
사실 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초등학교는 예서 나왔는데.... 그 후에 외국 문화만 접하다보니 다 까먹은 거겠죠...??

페크pek0501 2013-12-3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권의 책만으로도 (여러 권 읽은 것같이) 아는 티를 낼 수 있다니... 멋진 책이네요.
독서의 재미는 바로, 자신이 몰랐던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맛이지요.
그 맛은 경험해 본 자만이 알 듯... ^^

마태우스 2013-12-31 00:22   좋아요 0 | URL
어머나 페크언니 안녕하셨어요. 전 기초가 없다보니 이렇게 티낼 수 있는 책이 좋더라고요^^

괄목상대 2014-01-2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력적인 리뷰네요 ㅎㅎㅎ 잘 읽고 갑니다.

ceylontea 2014-04-23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댓글 남겨요.. 마태우스님.. ^^
조승연 작가의 어머님도 대단하신 분이죠.
그 어머님이 계셨기에 조승연 작가가 있다 생각해요.
저는 조승연 작가를 알기전에 어머님 책부터 읽었었네요..
이정숙 작가님... K사 공채3기 아나운서셨어요.
전 이정숙 작가님 책에 깊은 공감이 있어서 조승연 작가가 더 눈에 들어왔어요...

부모로서의 역할...
요즘은.. 대한민국 부모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마음이 참 힘드네요.. ㅠㅠ
 
시네마 테라피 - 심리학, 영화 속에서 치유의 길을 찾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원장의 테라피 시리즈 3
최명기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 아내나 그렇겠지만 내 아내 역시 잔소리가 좀 있는 편이다.

매사에 제대로 일처리를 못하는 내 특성상 잔소리가 필요하긴 하고,

아내 말이 대개 맞는지라 변명을 별로 안해 왔지만,

어제는 좀 달랐다.

아내: 왜 늦게 왔어?

: 표를 늦게 예매했더니 매진이라, 늦은 기차를 탈 수밖에 없었어.

아내: 그러게 왜 그 모임을 갔어? 내가 가지 말랬지!

: 미국서 5년만에 친구가 왔는데, 어떻게 안가냐?

 

 

내가 이렇게 한 건 어제 서울과 일산을 오가며 읽은 책 때문이었다.

정신과 의사 최명기가 쓴 <시네마테라피>는 영화, 그것도 좀 오래된 영화들을 소개한 책이다.

단순히 소개만 했다면 굳이 정신과의사를 강조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 책에서 영화는 인간이 겪게 되는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수단이 된다.

책 제목에 치료를 뜻하는 테라피가 들어간 것도 그런 이유,

예를 들어 저자는 자살을 하고픈 충동이 일어날 때 <체리향기>를 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권한다.

실제로 그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 노인의 말 때문에

죽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는데,

이 영화를 권하는 게 죽을 용기로 남은 인생을 살아봐같은 진부한 충고보다 자살을 막는 데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갑자기 아내의 잔소리에 토를 달게  계기도 이 책에 소개된

브레송 감독의 <어느 시골 본당 신부의 일기>였다.

시골마을에 부임한 젊은 신부가 그 순진한 성격 때문에 마을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백작부인을 죽게 만들었다는 오해도 받는 등 갖은 고초를 겪다가 죽는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그 신부를 이용하고 오해한 마을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당하는 신부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든 게 그는 해명하지 않는다였다.

저자에 따르면 해명해도 소용이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단다.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내가 갈수록 잔소리를 많이 하는 게 내가 해명을 안하기 때문이라는.

그 후 나는 아내가 잔소리를 할 때마다 적극적 해명을 시도했고,

아내는 결국 폭발했다.

아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토를 달고 그래? 잘못했으면 잘못한 거지!”

아내에게 설명했다. 사실 내가 이렇게 토를 단 게 다 <시네마테파피> 때문이라고.

아내는 말했다.

그 책은 악마의 책이구만! 당장 갖다버려!”

 

좋은 책도 상황에 따라서는 악마의 책이 될 수 있는 법,

책에서 배운 지식은 때와 장소를 가려서 써먹자.

괜히 아내한테 저항했다가 더 크게 야단맞은 남편의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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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12-2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제가 띠리해 언제나 남푠한테 잔소리 먹습니다.
잔소리하는 마태님보다 잔소리 듣는 마태님이 알라디너에게 더 익숙한 건 마태님의 진솔한 캐릭터 때문 아니겠습니까? 헷헷~~ 메리 동지 앤 크리스마스 배달합니다^^*

마태우스 2013-12-22 23:48   좋아요 0 | URL
앗 님한테 잔소리를 하는 남편이라니, 흠흠., 그럴 수도 있군요 대개 판단력은 여자분들이 훨 뛰어난데... 말썽피는 것도 남편들이 대다수구요. 암튼 잘 이겨내시구요 저도 미리 메리 크리스맛 !

꼬마요정 2013-12-2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봐야 할 책이네요 ㅎㅎ

근데 마태님~ 아무래도 해명을 하지 않아서..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3=3

마태우스 2013-12-22 23:48   좋아요 0 | URL
그, 그런가요^^ 하긴, 제 해명이란 게 다 궁색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라서요^^

마립간 2013-12-23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적 질문으로 받아들여지네요. 해명을 할 것인가(신념윤리), 토를 달지 말 것인가.(책임윤리). 저는 철학적 근거보다 제 성향에 해명을 하지 않았는데, 저의 귀책 사유에 해당하네요.

마태우스 2013-12-25 10:42   좋아요 0 | URL
앗 제 허접한 글에서 철학을 뽑아내시는 님이야말로 진정한 철학자..>!

Mephistopheles 2013-12-23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소리도 어찌보면 일종의 애정이 아닐까...라고 아주 완곡하게 애둘러 말해볼랍니다...^^

마태우스 2013-12-25 10:42   좋아요 0 | URL
아 네 그렇죠. 그건 알지만 맞닥뜨리면 좀 속상할 때도 있다고 애둘러 말해봅니다

페크pek0501 2013-12-2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의 소재를 찾는 데 도사인 마태우스 님!!!!!!!!

마태우스 2013-12-25 10:43   좋아요 0 | URL
그, 그런가요^^ 사람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데 도사인 페크언니

moonnight 2013-12-23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악마의 책.
맞아요. 엄마 잔소리에 토를 달았다가는 죽음이죠. ㅠ_ㅠ;;;;;

마태우스 2013-12-25 10:44   좋아요 0 | URL
달밤님 안녕하세요. 저희 엄니는 저 포기해서, 잔소리 안하시는데...

2013-12-24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5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착한시경 2013-12-2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잼있게 잘 읽었어요,,, 폭풍 잔소리에 달인인 제게 가족들은 절대 토 달지 않아요ㅎㅎ 왜냐면 토 달면 더 길어지니까요~ 새해엔 잔소리 쬐금 줄여야겠다는 반성을 해봐요~

마태우스 2013-12-25 10:45   좋아요 0 | URL
잔소리를 너무 오래 하면 반발심이 생기긴 하죠. 잔소리는 짧고 임팩트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