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 당신이 피할 수 없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
데이비드 에드먼즈 지음, 석기용 옮김 / 이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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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철로에 다섯 명이 묶인 채 누워있다.

하필이면 기차는 제동장치가 고장났으니, 그대로 간다면 그 다섯 명은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다.

하지만 다섯명이 묶인 곳 직전에 지선이 하나 있어서,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기차의 방향을 그 지선 쪽으로 바꿀 수 있다.

문제는 그 지선에도 한 사람이 묶여 있는 것.

이럴 때 어떻게 해야만 할까? 

벤담 식으로 단순히 숫자만 따지면 기차를 지선으로 돌리는 게 맞지만,

그 한 사람이 자신의 가족이나 아는 사람일 경우에도 그게 가능할까? 


명확하게 판명이 나지 않는 딜레마를 다루는 학문을 트롤리학이라고 부르며,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는 이 트롤리학에 대한 책이다.

골치아프게 이런 걸 왜 생각하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이 쏜 미사일은 런던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떨어졌지만,

처칠은 그것들이 런던의 중심부를 정확히 타격한 것처럼 정보를 흘렸다.

물론 런던 남쪽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지만,

처칠은 런던과 런던 시민을 택했던 것. 

홍수가 나서 양쯔강이 범람할 위기에 처했을 때,

중국정부는 대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양쯔강의 댐을 폭파하기도 했다. 

다음은 어떨까.

1884년 배가 침몰해 세 명이 구명보트에서 표류하게 됐는데,

마침 먹을 것이 떨어졌다.

일행 중 한 명인 17세 소년은 원래 몸이 약했기에 그냥 놔두어도 죽을 판이었다. 

그 소년을 잡아먹지 않으면 세 명 모두 죽고,

소년을 잡아먹으면 나머지 두 명은 살 수 있는 상황.

결국 둘은 소년을 잡아먹었고, 6개월의 징역형을 받는다.

그때 잡아먹힌 소년의 이름이 바로 리처드 파커였으니,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에 나오는 뱅갈 호랑이의 이름이 

리처드 파커인 게 우연은 아니었다.


이런 식의 헷갈리는 상황들이 잔뜩 나오는지라

시종일관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다 읽고 난 느낌은 정의나 윤리라는 게 정말 복잡한 개념이라는 것.

그러니 내가 믿는 게 오로지 옳다, 이렇게 주장해서는 안되겠다 싶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엔 짐이 곧 국가고, 짐에게 반항하는 건 위헌이다, 이런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꼭 한번 이 책을 읽으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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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7-16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은 그 분으로 생각하셨겠지만, 저는 그 분이 마립간인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정의나 윤리라는 게 정말 복잡한 개념이라는 것. 그러니 내가 믿는 게 오로지 옳다. ; 이 문장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문장이군요.

마태우스 2015-07-16 09:1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립간님 저 책은 자기 확신을 가진 모든 분들께 다 해당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비록 옳다 하더라도 한번쯤 성찰을 할 필요가 있을 테니깐요. 근데 요즘 페미니스트 분들과 무슨 일이 있으신가봐요...?? 제가 사정을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아무튼 힘내십시오.

마립간 2015-07-16 11:27   좋아요 0 | URL
저는 자기 확신이 없지만, 자기 확신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이고,

페미니스트 분과는 무슨 일이 있기 보다 ... 아마 제가 요즘 페미니스트 관련 도서 판매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기소침할 일은 없습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5-07-16 23:07   좋아요 0 | URL
아...페미니즘 도서에 도움을 주고 계시다면, 결국 페미니즘을 도와주고 계시는 거군요;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모든 결정은 다른 것들에 영향을 미치는 거라는 게 실감나네요. 아무튼 더운 여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과거와 달리 나이가 드니까 더위보다 추위가 더 무서워졌어요 -.-
 
외딴집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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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2박3일 강의를 다녀왔어요.

여행갈 때면 늘 챙기는 게 바로 책인데요

가기 전에 검색을 해보니까 제가 미야베 미유키 팬이라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빼먹고 안읽은 것들이 다섯권쯤 있더라고요.

폼으로 지참하는 과학책 원서 한 권과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 집>을 들고 갔습니다. 

상하 두권인데다 권당 400쪽을 넘었으니 2박3일은 버틸 수 있을 줄 알았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베트남까지 가는 동안 상권의 90%를 읽어버렸고,

있는 동안 짬짬이 책을 읽었더니 돌아오는 날 아침에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전 원래 현대물을 더 좋아하는 편인데 외딴집은 정말 재미있더군요.

부잣집 도련님이 하녀를 건드려 아이를 낳았는데 그 하녀는 아이를 낳자마자 죽었으니,

그 아이는 이 세상에서 의지할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겁니다.

그 아이가 겪는 고초가 이야기의 도입부를 이루는데, 

거기서부터 확 빨려들어가더니 마지막까지 숨가쁘게 저를 달리게 하네요.

그 아이의 삶을 보고 있자니 꼭 혈연관계가 아니더라고 유사가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그들이 진짜 가족보다 더 잘 해줄 수 도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건 진짜 가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진짜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평소의 지론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투리 시간에 큰 재미를 준 이외에 외딴집은 제게 큰 은혜를 베풀었지요.

외국에 나가면 일체 아무것도 못먹는 저를 위해 아내가 라면과 햇반 등을 몇 개 싸줬어요.

그런데 그만 젓가락, 숟가락을 싸주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저는 먹지도 않을 호텔 조식뷔페에 가서 포크 하나를 훔쳐 왔는데,

그 포크를 이 책에다 숨겨가지고 왔거든요. 

덕분에 햇반과 라면을 먹으면서 허기를 달랠 수 있었지요.


남들은 외국 가는 거 좋아하고, 제가 베트남 간다니까 좋겠다고 부러워하던데,

전 역시 국내에서 마음껏 먹으며 우리 강아지들 배나 쓰다듬는 게 좋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여권을 만들면서 10년짜리를 선택한 걸 보면

혹시나 세계적인 강사가 돼 다른 나라에서 또 부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딱 한가지, <외딴집>이 아쉬웠던 점은 책이 재미있다 보니 떠나기 전에 다 읽어버렸다는 것이지요.

3일째 되는 날엔 읽을 게 없어서 폼으로 가져간 과학원서를 줄을 치며 읽는데,

제가 생각한 내용이 아니어서 그다지 재미는 없었습니다 (사실은 영어를 못하는 탓이지요 하하)

그러니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두껍다고 해서 방심해지 말고,

좀 과하다 싶을만큼 챙겨서 가져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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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7-04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제가 이렇게 유명하신 분 강의를 앞에서 네째자리에 앉아서 듣고 사인도, 제 닉네임 적은 사인도 받았다는 거 아닙니까~~~~~ 브이^^/ 만세인가요? ㅋㅎㅎ

마태우스 2015-07-07 00:59   좋아요 0 | URL
음, 저의 유명세는 스스로 선전하는 거고, 남들은 저 잘 몰라요^^ 그래도 뭐, 님한테 사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세실 2015-07-04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세계적인 강사라니~~
혹시 영어로 강의하셨으려나요!!
곧 청주에도 오시니 기대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15-07-07 01:00   좋아요 0 | URL
오오 청주는 겁나 가깝고 좋지요. 베트남보다는 물론이고 서울보다도 가깝죠. 글고보니 청주에 몇번 간 적이 있네요. ㅠㅠ 앞으론 꼭 연락드릴게용.

blanca 2015-07-0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너무 아기자기한 내용이에요. 숟가락 숨겨 들어오시는 모습이 상상이 가서 ㅋㅋ 너무 재미있네요. 저도 예전에 여행갔다 읽을 거리 떨어져서 막 사용 설명서 정독하고 ㅡㅡ;; 했던 기억이 나네요.

마태우스 2015-07-07 01:00   좋아요 0 | URL
오오 사용설명서를 정독하셨다고요. 오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Juni 2015-07-0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적인 강사가 되신걸 축하드립니다 ^^*

마태우스 2015-07-07 01:00   좋아요 0 | URL
아 네..자칭 세계적 강사입니다^^

책읽는나무 2015-07-05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님의 책은 그러하지요??^^
그나저나 세계적인 강사라니??
역시~~~~!!!
축하드려요^^

마태우스 2015-07-07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님과 알게된 것도 벌써 십년이 넘었네요. 맞죠?? 그 동안 제가 많이 떴네요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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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으로 태어나 모든 시간을 남성으로 살았던 터라

여성에 관한 책은 언제나 내게 깨달음을 준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책은 깨달음에 더해 재미까지 준 유쾌한 책이었다.

인상 깊었던 구절은 대부분의 폭력범죄를 남성이 저지르는데,

왜 의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통계자료를 말하지 않느냐는 저자의 힐난이었다. 

남성이라는 성별은 출생 전 담배연기에 노출된 것, 반사회적 부모를 둔 것, 가난한 가정에 소속된 것과 더불어 폭력적 범죄행동을 유발하는 위험인자 중 하나인 것으로 여러 조사에서 확인되었다.” (42쪽)


게다가 사회는 여성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쁜 일을 당할 수 있으니 밤늦게 다니지 말라고. 

여기에 대한 저자의 반박이다.

예방의 책임을 전적으로 잠재적 피해자에게만 지움으로써 폭력을 기정사실화한다는 점이다. 대학은 여학생들에게 공격자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집중할 뿐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에게 공격자가 되지 말라고 이르는 일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여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전혀 없다.”(52쪽)

성폭력의 거의 100%가 여성을 대상으로, 남성들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점에서

남성은 성폭력의 잠재적 가해자라고 봐도 무리가 없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여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남자가 그렇지 않아.” (182쪽)


남성들은 성폭행을 저지르는 남자가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 책에서 예로 든 IMF 총재의 경우처럼 성폭행의 가해자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보면 “점잖은” 사람들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박희태 씨를 보라.

그가 캐디의 가슴을 찌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여전히 남성들은 이들 남성들이 특별히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많은 남성들이 그럴 만한 권력과 기회를 갖는다면 성폭행. 성추행을 한다는 것이

내가 만난 숱한 여성들의 증언이다. 

그렇게 해도 자신이 처벌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니까.

만의 하나 그 여성이 신고라도 하려 치면 어떻게 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자가 혼자 지어낸 거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여자는 전에 술집에 나간 적이 있다, 딸 같아서 그랬다 등등 여러 단계의 방어막이 존재하고,

심지어 “저 여자가 성추행 사실을 외부로 알림으로써 우리 조직이 위태로워졌다” 같은 조직논리도 등장하는데,

피해자가 이 모든 방어막을 뚫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설사 가해자가 경미한 처벌을 받는다 해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성추행을 저질렀던 출판사 상무는 복직했지만 피해자는 결국 사직하고 만 걸 보면, 

다른 범죄와 달리 성범죄만은 가해자가 갑이고 피해자가 을인 듯싶다. 

이해 안 되는 일 하나. 

성추행을 당할 위험에서 벗어나 마음놓고 밤늦게 다닐 수 있는 특권을 누리는 남성들은

“우리 사회는 여성들만 편하다”면서 울분에 차 있던데,

이건 도대체 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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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6-18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해자가 갑이 되는 것이 아니고, 갑이 가해자가 되는 것 아닌가요? 두 가지가 같은 것인데, 제가 구분하려 하는 것일까요? 제 의견으로는 유일하게 보이지 않는데요. (정부나 삼성을 봐도 ... 친일파, 일본, 미국 ... )

마태우스 2015-06-18 08:27   좋아요 0 | URL
네 읽고보니 그게 좀 이상하네요. 갑이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받을 때도 갑이고. 뭐 그렇게 되는군요. 너무 급하게 쓰면 이렇다니깐요 암튼 마립간님 반갑습니다. 늘 한결같이 활동하시는 모습이 멋지세요.
 
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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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허즈번드 시크릿>은 남편이 술김에 쓴 편지를 아내가 읽고 난 뒤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다. 

편지를 쓴 다음날 남편은 그 편지를 찾았지만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 아내가 그 편지를 찾아낸 것이다.

그 사실을 안 남편은 보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아내는 그 편지를 읽고야 만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고, 그 비밀을 알고픈 호기심이 있다.

하지만 배우자가 그렇게 애원한다면 안봐 주는 게 도리가 아닐까?

그 비밀을 알고 난 다음의 삶은 알기 전과 완전히 다를 텐데,

현재의 삶이 행복하다면 굳이 알리기 싫은 비밀을 들쑤심으로써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내 경우를 말하자면 휴대전화 메시지는 물론이고 이메일까지 아내가 다 검열하는데,

어제 오전 7시경 온 문자를 아내가 보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지금의 삶을 유지하려면 내가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야 하건만,

그게 쉽지가 않은 것이 또 우리네 인생인지라,

난 늘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아무튼 이 책은 꽤 쏠쏠한 재미를 제공해 줬고,

그래서 그런지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다 (부럽다, 한달 반만에 13쇄라니!)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얘기해 본다.

1) "시어머니 버지니아의 특기는 무슨 일을 해서든 상대방의 기분을 조금은 나쁘게 만드는 거였다. 그녀에겐 아들 다섯과 며느리 다섯이 있었는데, 버지니아 때문에 분노나 불만을 터뜨리지 않은 며느리는 세실리아 뿐이었다...좋아요, 덤벼봐요! 시어머니를...볼 때마다 세실리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290쪽)

시어머니가 기본적으로 며느리를 괴롭히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건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새삼 신기하다. 만국의 며느리들아, 단결하라, 같은 구호를 외치고 싶다.


2) 328쪽을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자기가 평소 좋게 봤던 어떤 이의 특징들이 보는 시각을 달리하면 그게 다 단점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

사랑이 변할 때 변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상대방이 그 사람을 보는 시각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3) 한 소녀가 두 남자, A와 B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한 사람을 선택한다.

이유는 이렇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A지만, A는 너무 완벽한 남자라서

A와 사귀면 “잘생겼고 영리하고 재밌고 친절한 사람에게 받는 중압감을 늘 느껴야 한다는 뜻이었다.” (333쪽)

내 아내가 날 편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인 듯. 


4) “훨씬 전에도....따분한 젊은 회계사였을 때도 그는 침대에서 아주 잘했다. 그땐 그녀가 너무 어려서 그 진가를 몰랐을 뿐이다. 그저 섹스는 모두 그렇게 좋은 줄만 알았다.” (350쪽)

더 읽다보면 이런 구절도 나온다.

그의 특정 기술은 정말로 아주..걸출했다. 혹시 섹스를 잘하는 비법이 실린 책을 읽는 걸까?”

(408쪽)

잘 하는 게 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정말로 그런 비법이 실린 책이 있다면, 

나는 이미 늦었지만, 젊은 분들은 구해보는 게 좋을 듯. 

좋은 섹스는 구운 전어보다 훨씬 더, 며느리로 하여금 집을 나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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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06-13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비밀은 너무 궁금해서요

마태우스 2015-06-13 21:09   좋아요 2 | URL
비밀편지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안보는 건 쉽지 않죠. 하늘바람님 오랜만!!

감은빛 2015-06-13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부 사이라도 비밀은 있게 마련이죠.
문자와 이메일까지 검열한다니~ 어휴! 힘드시겠어요!

마태우스 2015-06-13 21:09   좋아요 1 | URL
네 좀 힘들어요 흑흑. 더 이를 악물고 바르게 살아야죠ㅠㅠ

다락방 2015-06-13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저도 전어 때문에 집 나가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섹스라면 좀 생각해볼 것 같아요. ㅎㅎ

마태우스 2015-06-13 21:10   좋아요 1 | URL
호호 그렇군요 일단 잘 하는 게 뭔지 정의를 알고 싶은데,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하늘바람 2015-06-13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마태님 소식 여기저기서 늘 들어요
님 글 제 페북에도 공유했는데 인기짱

재는재로 2015-06-14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밀이라는게 참 모른게 나을수 있다는 점도 그렇고 부부관계라는게 한순간에 깨질수도 있네요
사소한 일이 쌓여 깨지는게 대부분이라 생각했는데
마태우스님 오랜만

후애(厚愛) 2015-06-15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꼭 봐야겠네요.^^
편안한 한 주 되세요~

transient-guest 2015-06-16 0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적정선에서 비밀은 유지되어야 건강한 부부생활이 이루어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문자/이메일 검열의 빈도와 수위만큼이나 사랑받고 계신듯...ㅎㅎ

[그장소] 2016-02-05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처음부터 검열대상였나..아니었나..잘 생각해보셔요.
^^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으셨던 분이라면 아마 그런 검열 하고 남죠.
그나마 그건 애정이 남아있다는 소리..
보는 아내분도 그걸 볼때마다 자신의 자아가 천갈래로
뚝뚝 떨어진다는 걸 잊지마시면 좋겠어요.
좋아서 즐거워 보는게 아니라는거.
비밀 만들어 놓고 보지 말라는건 ㅡ장난도 뭐도 아니라는거..아예 그럴일은 하지 않는게 좋죠.
그렇다기 보단 , 이미 엎어졌어도 사람일 ..신뢰회복이 우선이니 최선을 정말 최선을 다해 신뢰부터 복구하심이..
.......
하지만 ㅡ일생에 단 한번 , 을 걸고 진지하게 부탁을
해보는건 어떨지. 싶어요.
ㅡ결투 ㅡ아내 보시오 .
그 편지는 행운의 편지요. 바로 보자마자 발동하므로
보는 즉시 닥치는 온갖 일에 대해 자신 있다면 열어보시고
앞으로 닥칠일에 자신없다 .지금이 좋다 ㅡ면 절대 열지
마시오. 매일 매일 행운의 편지를 쓸자신이 있다면 말이오!ㅡ 라고...
저는....
고리대금업 행세를....ㅋㅋㅋ
 
지승호, 더 인터뷰 - 인터뷰의 재발견
지승호 지음 / 비아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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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이빙벨>을 보지 않았다.

다른 일로 바쁘기도 했지만, 볼 마음이 없었다는 게 더 큰 이유였다.

음모론을 잘 믿지 않는 내게 <다이빙벨>은 세월호에 관한 음모론을 주장함으로써 정부를 공격하는 영화에 불과했다.

하지만 난 오늘 그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아내가 야구를 다 보고 나면 VOD로 보던지, 아니면 인터넷에서 다운을 받든지 해서 볼 것이다.

변심한 이유는 한 권의 책이었다.

한국 최고의 인터뷰어가 쓴 <지승호: 더 인터뷰>에서 <다이빙벨>을 찍은 이상호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승호: 다이빙벨은 실패를 했고 이종인 대표(다이빙벨을 만든 회사)도 그것을 인정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이상호: 그 부분은 영화를 보면 클리어하게 해소되는데요, 안 보신 분들은 여전히 그 거짓말을 믿고 있죠. 

난 정권과 언론의 합작 거짓말에 속고 있었던가? 

이상호 기자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이 영화를 안보면 오늘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다.


그밖에도 이 책은 내게 읽지 않았으면 절대 모를 얘기들을 해준다. 

하나, 김난도 교수에게 좀 더 호의적이 됐다. 

그간 김난도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부정적이었다. 

청춘에게 아픔을 감내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세간의 비판에 동화된 탓인데,

정작 그 책을 읽은 청춘들은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저자에게 고마워한다.

제대로 읽지도 않고 욕한다는 김난도 교수의 지적에도 뜨끔한 것이,

난 그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받아 읽었고, 그나마도 비판하고픈 대목만 찾아서 눈을 부라렸다.

생각해보면 그 책이 욕을 먹은 이유는 단지 그게 많이 팔렸다는 것일 뿐,

김교수의 말처럼 3만부가 팔렸다면 좋은 책이라고 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그 책이 너무 많이 팔린 건, 저자의 책임만은 아닐 것이다.


둘째, 강풀 작가님을 더 좋아하게 됐다.

예컨대 이런 말, “그 어떤 마감보다 애 키우는 일이 더 힘들어요...가끔 잘 모르는 아빠들이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그러는데, 그럴 때 나라에서 3일간 집에서 애 키우도록 지정해두면 다시는 그런 소리 안할 거예요.” (96-97쪽)


셋째, 강준만 교수의 책은 워낙 많이 읽었지만 들을수록 새롭다.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인데 한겨레 100만부 못만들어 줍니까?...진보라고 하면서 신문 끊고 안보는 사람 많아요...한겨레 안보고 팟캐스트만 찾아 듣는 사람들, 이게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가. 그 공격을 해야겠어요. 밤낮 조중동 밉다고 하면서 한겨레 안보는 인간들은 진보에 역행하는 반개혁주의자예요.” (38쪽, 40-41쪽)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됐다. 가수 한희정 씨와의 인터뷰.

지승호: 가사를 잘 쓰시는 이유는 아무래도 책을 많이 읽어서인가요?

한희정: ...일단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에는 문학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많이 읽기 시작했죠. (334쪽)


인터뷰집은 이렇듯 유명인의 엑기스만을 섭취할 수 있는 경제적인 책이다.

그럼에도 인터뷰집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박하기만 하다.

모든 분야에서 최고는 그래도 잘 먹고 살아야 하건만

인터뷰어의 개척자 지승호는 서문에서 인터뷰어로 살아온 11년을 이렇게 회고한다.

“...그것이 실패였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라는 노동을 둘러싼 추레한 환경을 개선해서 새로운 인터뷰어들이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전혀 만들이 못했기 때문입니다.” (6쪽)

멀고도 힘든 길을 묵묵히 걷는 인터뷰어의 개척자에게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지승호: 더 인터뷰>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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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2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6-1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승호씨~ 오래전 알라딘에서 시비돌이님으로 함께 했는데...
저도 마태우스님께 땡스투하고 이 책 살게요!^^

2015-06-14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