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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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검사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일보다 사랑에 전념하거나, 돈과 권력에 쉽게 넘어간다.
물론 드라마의 이미지가 마냥 허구인 것은 아니어서,
검사가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다면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고 외치고 있진 않았으리라. 
어느 직종이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일부 정치검사가 문제인 것이지 검사가 다 나쁜 건 아니다.
대부분의 검사는 일선에서 수많은 사건과 싸우며 정의구현에 공헌하고 있으며,
그들로서는 검사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게 좋을 리가 없다.
그러니 제대로 된 검사 드라마가 나와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불의와 싸우는 평검사 이야기가 나오는 건 쉽지 않다.
작가들이 검사의 세계를 잘 모르기 때문인데,
이건 검사들이 책을 잘 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검사내전>은 김웅이라는 검사가 자신이 겪은 사건들을 독자에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일단 실제 사건을 다뤘기 때문에 리얼리티와 박진감이 넘치며,
그 사건이 한두개가 아닌지라 드라마로 만들기 딱이다.
내가 쓴 책도 아니면서 ‘작가님들께 바친다’라는, 선정적인 리뷰 제목을 단 건 그런 이유다.
물론 이 책이 드라마로서의 가치만 있는 건 아니다.
글을 워낙 잘 써서 술술 읽히는데다
전업작가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비유가 찰지다.


1) 고의로 교통사고를 당하는 보험사기꾼 사건을 얘기할 때
[울버린 김씨는 불운의 아이콘이다...운전만 하면 여성 운전자가 김씨의 낡은 프레스토를 들이받았고...걸어다닐 때도 그의 불행은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전치 6주의 진단을 받고도 3일만에 쌩쌩하게 완치되어 걸어다니다 다시 전치 4주의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김씨의 뼈가 울버린처럼 아다만티움으로 코팅된 거라고 보는 편이 더 상식적인 판단일 거다 (41쪽)]


2) 수십건의 사기를 친, 그러면서도 구속 한번 당하지 않은 할머니에 대한 기술
[할머니는 아주 당당하게...법정에 출두했다. 사람은 한번 이겨본 상대는 쉽게 생각하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2002년 이후 한때 이탈리아나 포르투칼 축구팀을 우습게 봤던 것과 유사하다.(85쪽)]


3) 허위 매출로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꾸민 뒤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팔아넘기는 사기꾼이 있다.
그걸 믿고 퇴직금을 털어 가게를 인수하면 당연히 장사가 안되는데,
이전 점주는 이게 매장 관리를 잘못한 탓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점주에 따라 20% 이상 매출 차이가 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그런 변명은 도시가스냐 프로판가스냐에 따라 라면 맛이 달라진다는 주장과 비슷하다.(93쪽)]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뭘까?
이 책에 나온 사건 대부분이 사기사건인 걸 보면,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책을 쓴 동기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기는 남는 장사다. 밑천 없이 시작할 수 있고 세금도 안낸다. 사기를 쳐도 잘 잡히지 않고 설사 잡혀도 대부분 쉽게 풀려난다. 그러다보니 한 해에 24만건의 사기사건이 발생한다. 2분마다 1건의 사기가 벌어지는 셈이다.” (19쪽)
우리나라가 사기공화국인 이유는 그러니까 처벌이 약하기 때문으로,
사기범의 재범률이 77%에 달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매정한 말이지만 각자가 알아서 사기를 피해야 한다.” (21쪽)
각종 사기범죄를 친절하게 다룬 이 책을 읽는다면 사기를 덜 당할 수 있으리라.
꼭 드라마 소재에 목마른 작가가 아니어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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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8-01-1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발췌해주신 글 보니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실화가 대부분이라니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마태우스 2018-01-25 04:28   좋아요 0 | URL
답이 늦어 죄송해요 정말 재미납니다

얼룩말 2018-01-1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꼭 읽어야겠어요

마태우스 2018-01-25 04:28   좋아요 0 | URL
네 님이 구매가 밝은 사회로 가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페크pek0501 2018-01-1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면 세상 공부가 될 것 같아 꼭 읽어야 하는 책인 듯...
티브이의 <이것은 실화다>를 책으로 보는 맛이 느껴질 듯합니다.

마태우스 2018-01-25 04:29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리고 사기에 안당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순오기 2018-01-1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들이 검사의 세계를 몰라서 못 쓴다는 말에 공감해요. 좋은 검사가 많아져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장바구니에...^^

마태우스 2018-01-25 04:29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이걸 꼭 한드로 만들어주길 빕니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저도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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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선생과 내가 관계를 맺은 것은 10여년 전이다. 학생들에게 글쓰기 강의를 해주고 싶어서 강사를 수소문하다 이정모 선생을 알게 됐다. 다들 그랬겠지만 나 역시 이정모 선생의 외모에 놀라자빠졌다. 이선생은 ‘나보다 더 심하잖아!’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몇 안되는 분이다. 하지만 그분의 강의를 듣고 나선 그보다 100배쯤 더 놀랐다. 전혀 관계없는 말로 시작된 강의가 글쓰기로 연결되는 과정은 경이로웠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정모 선생의 최대 매력은 그의 인간성이다. 잠깐만 같이 있어도 “아 이분 참 좋은 분이구나!”를 느끼게 만들어 주는 그의 인간성은 이정모 팬클럽이 만들어진 원천이다.


하지만 능력이 없었다면 그 팬클럽은 오래가지 못했을지 모른다. 2011년, 이정모 선생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이 된다. 그가 관장으로 재직했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지리적 불리함을 이겨내고 과학에 관심있는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 됐다. 또한 그곳은 수준높은 과학강연과 토크가 펼쳐지는 과학아카데미이기도 했다. 위치도 그렇고 강사료도 많은 게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이정모 선생이 불러주는 것을 영광으로 알았기에 부름이 있을 때마다 기꺼이 강의를 했다. 강의가 끝날 때마다 근처 치킨집에 모여 수다를 떨던 장면은 내게 남아있는 ‘아름다운 추억 베스트’ 중 하나다. 사람들은 그 수다에 끼기 위해서 저 멀리 일산에서, 충청도에서, 강원도에서 달려와 줬다. 하리하라로 유명한 이은희 작가님과 불멸의 이순신을 쓴 김탁환 작가님을 뵌 것도 그 모임에서였다.


처음 만난 계기가 ‘글쓰기 강의’였으니, 이정모 선생은 당연히 글도 잘 쓴다. 과학에 관해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쓰는 사람은 여럿 있지만, 우리네 삶과 관련해 과학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과학과 삶을 연결시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인데, 이정모 선생은 이 분야에 있어서 단연 독보적이다. 이번에 나온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은 그 결정체로, 이 책을 읽으면 삶과 밀착된 과학 이야기를 원없이 즐길 수 있다. 예컨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 는 말을 보자. 이정모 선생은 모 기업 대표가 에어컨이 고장난 것에 항의하는 직원을 미꾸라지에 비유한 일화를 얘기하며 다음과 같이 미꾸라지를 변명한다.

“...미꾸라지를 나쁜 비유에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미꾸라지는 보양식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미꾸라지는 모기 애벌레인 장구벌레를 하루에 천 마리까지 먹어치운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하수구에 미꾸라지를 풀어 모기 애벌레를 먹어치우게 하기도 한다. 미꾸라지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다.”


이 책에 대해 추천사를 써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난 다음과 같은 추천사를 썼다.
[이정모 선생은 과학저술분야의 업계 라이벌이다. 물론 라이벌이라는 건 내 생각일뿐 작품의 질이나 판매량 모두에서 아직 나는 한참 못 미친다.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과학적 사건들을 재미있게 쓴 이번 책을 읽으면서 우리 둘의 격차를 다시금 절감한다. 이정모 선생님 언젠간 꼭 따라잡고 말겁니다. 10년만 기다리세요.]
아쉽게도 지면 제한으로 맨 마지막 구절만 실렸는데, 책으로 나와 다시금 읽어보니 10년은 내 만용의 소치였다. 10년이 아니라 20년이 지나도 난 이정모 선생같은 내공은 갖지 못할 것 같으니 말이다. 이 글은 그러니까 따라잡지 못할 거라면 찬양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평소 신조를 실천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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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8-01-0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무술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마태우스 2018-01-0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댓글이 하나도 없어서 슬펐는데 카스피님이 이렇게 어여쁜 메시지를 남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님도 복 많이 받으십시오. 무술년이구나, 올해가.. !

정희용 2018-01-0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조용하고 안락한 곳에 서민 선생님의 둥지가 있었군요. 이정모 관장의 책을 낸 바틀비 출판사 정희용 주간입니다. 추천사도 감동이었지만, 전후 맥락을 이렇게 밝혀주시니 더 흥미진진하군요. 허락하신다면, 이 글을 출판사 페북에 게재하고 싶습니다. 괜찮을지요?
아울러,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과 건필 기원합니다. 꾸벅~

마태우스 2018-01-06 17:02   좋아요 1 | URL
아유 그럼요 제가 영광이죠! 이 책이 잘 되기를 빕니다. 제가 낸 책보다 더 사랑스러운 책은 오랜만이네요^^

서니데이 2018-01-06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새해 인사 드립니다.
새해엔 좋은 일들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태우스 2018-01-10 23:59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님도 좋은 일 많이 있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인선영 2018-01-0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마태우스님 글 즐겨 읽고 지지합니다. 많이 배우고 느낍니다. 앞으로도 유쾌하고 사랑스런 말과 글을 계속 부탁 드려요. 이 책은 당장 읽어야 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태우스 2018-01-11 00:00   좋아요 0 | URL
앗 지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지지에 부끄럽지 않은 삶 살겠습니다. 님도 복 많이 받으시길.

myjay 2018-01-12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추천사를 보니 볼까말까 망설이는 나는 못난이.. 서평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8-01-13 07:38   좋아요 0 | URL
아유 별말씀을요. 망설인다고 못난이는 저얼대 아닙니다!

clavis 2018-01-1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겸손이 묻어나는 추천사가 매력적입니다^^마태우스님도 제가 참 존경하는,곁에만 있어도 좋은 분이라는걸 느끼게 해주시는 분이십니다

마태우스 2018-01-13 07:40   좋아요 1 | URL
겸손이 아니라 리얼입니다. 글구 제가 사실 그렇게까지 좋은 놈은 아니어요 흑흑. SNS처럼 저 역시 좋은 척하고 살고 있어요 ㅠㅠ 하지만 clavis님의 말을 들으니 앞으론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불끈.

clavis 2018-01-13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곳이든 사람이 착해지려고 서로 노력하는 곳을 보기는 힘든데 그런 면에서 마태님 멋지셔요 여성으로서도 감사드리고요 저도 한번 멋지게 살아보렵니다 이 하루를♡♡

책벌레씨 2018-04-1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서민교수님 이곳에 계셨네요 아니 왜이리반갑죠 ㅎㅎㅎ 글찾아읽겠습니닷

마태우스 2018-04-22 07:5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답이 늦었네요. 이곳은 제 친정입니다. 뭘 해도 다 너그러이 받아주죠. 역시 친정이 제일이구나, 싶답니다.
 
지성과 영성의 만남 -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스승의 스승, 멘토의 멘토에게 길을 묻다 믿음의 글들 300
이어령.이재철 지음 / 홍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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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자식을 낳으면 신자로 만들겠다고 하느님과 약속한다.
그래서 난 어릴 때부터 성당에 끌려가 미사를 봤는데,
그때 빌었던 소원은 “제발 성당에 안가게 해주세요”였다.
그 소원은, 엄마보다 달리기를 잘하게 된 초등학교 4학년 때 비로소 이루어졌다.
대학에 막 들어가서 개신교 동아리였던 선배에게 끌려가 마음에 없던 기도를 한 적이 있었고 (어머니의 도움으로 그 동아리에서 빠져나왔다)
대학 때 만났던 친구들이 성당파여서 몇 번 끌려간 적도 있지만,
결국 난 그런 유혹을 다 뿌리치고 무교로 살고 있다.
어려울 때마다 시시때때로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긴 하지만,
종교기관을 통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없다.
특히 우리나라 대형교회들의 행태를 보면서,
무교로 남은 내 선택에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스텔라 K님으로부터 <지성과 영성의 만남>을 선물받았을 때 좀 당황했다.
아니 나처럼 종교라면 학을 떼는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다니!
하지만 난 스텔라K님을 좋아하고 또 신뢰하는지라 짬이 날 때마다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내 예상과 달리 종교가 아닌, 삶에 대한 책이었다.
이재철 목사님과 뒤늦게 기독교인이 된 이어령님의 대담집인데,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와닿았다.
가족이 생산단위에서 소비단위로 변하면서 가정이 붕괴됐다는 얘기 (31쪽),
부모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같이 늙어가야 한다는 대목 (44쪽)엔 깊이 공감했고,
영화와 결혼의 발달사가 반대라는 대목은 읽다가 웃음이 나와 어머니한테 얘기해드렸다.
안읽을 분들을 위해 요약하면 이렇다.
영화; 무성영화--->흑백-->컬러---> 3D
결혼: 입체적---> 컬러---> 흑백---> 무성영화

 

하느님이 인간을 만들 때 결핍은 보충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에
모자라는 부분은 채울 수 있지만 넘치는 것을 버리는 장치는 없다,
그래서 인간은 과잉이 되었을 때 속수무책이 된다는 대목에 역시 격한 공감. (139쪽)
이렇게 이 책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삶을 관조한 분들이 삶에 대해 나누는 얘기들이라 그런 것이리라.
나도 나이들면 이렇게 삶을 관조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혼자 웃었다 (말이 되냐)

 

딱 하나, 공감 안되는 구절을 옮겨본다.
“그렇게 된통 (박정희를 칼럼으로) 때렸는데 내가 잡혀가지즌 않았거든요. 때문에 그들을 독재자라고만 몰아세우는 사람들은 반은 거짓말이다 이거지요.” (200쪽, 이어령의 말씀)
뒤에 설명이 있긴 한데, 그래도 이해 안되는 건 마찬가지다.
물론 이 구절이 책의 위대함을 훼손시키진 않는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가 종교를 믿을 것 같진 않다.
이 책의 의도도 독자를 종교인으로 만들려는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이 책을 읽은 덕에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 이 책은 좋은 책이다.
그리고 스텔라K님은 나의 좋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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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7-12-27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현재의 나이까지만 볼 때, 나이 드는 것에 대해 불만이 없습니다. 신체 능력, 지적 능력, 열정이 줄었지만, 관용, 집착하지 않음 등의 새로운 것을 얻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보다 더 나이 많으신 (70~80대) 분들을 보니, 자기 중심적이 되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등, 나이 들어서 좋은 점까지 퇴행을 하더군요. 마치 자기 중심적인 유치원생 같습니다.

90대까지 되면 3세 아이처럼 걷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 가리고, 혼자 먹지도 못하고, 심지어 사람도 못 알아봅니다.

책한엄마 2017-12-27 08:24   좋아요 0 | URL
96세 저희 시할머니는 걷고 대소변 가리시고 혼자 드시고 사람도 알아보세요.^^
물론 70-80대 분처럼 자기 중심적이고 남의 말 듣지는 않으십니다.

내년이면 97세시네요.저도 과연 그렇게 정정할 수 있을까-싶어요.

마립간 2017-12-27 10:57   좋아요 0 | URL
저는 직업적인 이유 때문에 95~100세의 정정한 어르신을 보게 되는데, 자녀가 70대에 먼저 돌아가시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양가 감정이 있습니다.

제 커다란 바람은 우리 가족은 이 세상에 오는 순서대로 세상을 떠났으면 하는 것입니다.

책한엄마 2017-12-27 12:40   좋아요 0 | URL
ㅠㅠ그렇네요.

맞아요.시할머니도 그런 일 당하셨어요.
그래서 자녀 중에 오랫동안 연락 안 되면 온 군데 다 전화를 돌리세요.
딸(제 시고모)이 집에서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거든요.그 전 날 할머니댁에서 시고모 생신이라고 케이크에 노래부르는 사진이..흠-

그 정도면 작은 바람 아닐까 했는데 마립간님 말씀대로 커다란 바람 맞습니다.

마립간님도 마태우스님도 건강하세요.^^

마태우스 2017-12-28 22:46   좋아요 0 | URL
네 두분 말씀 나누시는데 끼어들면 안될 것 같아, 이 말씀만 드립니다. 두분도 연말 잘보내시고 내년에도 왕성한 활동 부탁드립니다.

마립간 2018-01-01 09:55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2017-12-27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8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9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2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davis 2018-01-1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마태우스님 책블로그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죽 읽어내려오는데, 이 글이 특히 마음에 많이 와 닿네요. 저도 비종교인이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이 책은 한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마태우스 2018-01-13 07:38   좋아요 1 | URL
네 읽어보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삶에 대해 관조하게 되더군요.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저수지를 찾아라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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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이 아니라 정치보복이다.”
검찰의 칼끝이 점점 자신을 향해오던 2017년 11월, 강의를 위해 두바이로 출국하던 이명박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을 듣자마자 “역시 이명박이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테니스 애호가인 그가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며 서울시 최대의 면수를 자랑하던 중지도 테니스코트를 없앴을 때, 동호인들은 그래도 문화사업을 하는 게 어디냐며 서운함을 달랬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좌초됐고, 코트만 황무지로 변하고 만다. 그래도 이명박은 아쉬운 게 없었다. 자신은 남산테니스장에서 돈도 일체 안내는 ‘황제테니스’를 치면 됐으니까. 최근에는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기무사에서 테니스를 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4대강을 개발한답시고 녹조만 잔뜩 만들어 놓았다고? 상관없다. 모두가 그를 욕할 때, 자전거로 그 광경을 둘러보며 즐거워할 수 있는 사내, 그게 바로 이명박이니까. 이랬던 그가 자기 재임 중 있었던 적폐에 대해 조금이라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면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보기에 이명박은 사이코패스다. ‘설마’ 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다 유영철처럼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들과 비슷한 성정을 지녔지만, 머리가 좋아서 법을 어기지 않고, 법을 어겨도 잡히지 않는 이들을 비범죄형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채널A <거인의 어깨>에 나오는 정신과의사 한창수는 이런 비범죄형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1) 매우 매력적이다.
2) 거짓말을 많이 한다.
3) 주변 사람들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데 선수다.
4) 자기과시가 심하다.
5) 다른 사람에게 상처준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6) 다른 사람 기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7) 결코 자신의 실수를 책임지지 않는다.
그런데 한창수의 얘기를 들으면서 강의를 듣던 패널 모두는 공통적으로 한 사람을 떠올렸다. 특히 4번 항목에서 그랬는데, 그때 한창수는 이렇게 얘기했다. “뭐만 물어보면 내가 다 해봤다는 사람이 있어.” 그러니까 정신과 의사로서 한창수는 이명박을 사이코패스라고 단정짓고 있었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이하 추격기)는 끈질김 면에서 둘째라가면 서러울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을 취재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한창수의 강의를 듣고도 ‘설마’ 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그가 왜 사이코패스인지 너무도 잘 드러나 있으니 말이다. 19쪽에 나온 중국집 사례를 보자. 이명박 소유의 건물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던 이모씨는 장사가 잘 되자 가게를 더 크게 만들고 싶었다. 그는 원래 1층이던 건물을 2층으로 증축하고, 그로 인해 늘어나는 세금까지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했다. 대신 이씨는 이명박에게 증축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10년간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약속해달라고 했다. 이명박은 이씨가 요구한 장기임대계약을 거절하는 대신, 2년씩 계속 연장해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이명박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년이 지나자마자 기간이 만료됐다며 이씨를 쫓아냈다. 이씨가 나간 뒤 그 중국집을 인수한 이는 이명박의 처남 김재정이었다. 증축에 6억을 쓴 이씨는 신용불량자가 됐고, 결국 인도네시아로 도망갔다고 한다. 이 한 건에서 이명박은 2) 거짓말을 했고 5)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후회하지 않았으며, 7) 자신의 실수를 책임지지 않았다. 물론 이 행동이 ‘실수’가 아니라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추격기’에는 이런 사례가 수없이 등장한다. 앞서 소개한 중국집은 정말 소박한 사건에 불과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사건들은 규모나 치밀성이 워낙 뛰어나,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 중 백미는 다스에 관한 것으로, 이명박이 자신이 투자해서 날린 140억원을 받기 위해 국가기관까지 동원해 끝내 받아내고 만 사건이다. 이는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말을 유행시킬 만큼 화제가 됐는데, 여기에 대해 주진우는 이렇게 말한다. “140억 원을 받으면 BBK는 이명박 것이라는 게 확실해지는데, 다스가 이명박 소유인 것이 명확해지는데, 이명박은 개의치 않는다. 돈을 벌고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돈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가 없는 사람이다.” (266쪽)

책 곳곳에 주기자가 발로 뛰며 정보를 얻어낸 흔적이 엿보이고, 여기 실린 것들 중 많은 수가 사실로 확인됐지만, 여전히 책에 실린 사건들의 진위에 회의적인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께 팩트에 근거한 사실을 하나 말씀드린다. 그가 2000년에 건강보험료를 매달 1만3천원씩 냈다는 것. 이건 그가 자신의 소득을 월 94만원으로 신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건강보험에는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이 있다. 직장보험은 가입자의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반면, 지역보험은 가입자의 나이, 소득, 재산, 자동차 등을 따져서 보험료가 산출된다. 이미 수백억 자산가였던 그가 지역보험에 든다면 최고보험료 (110만원 추정)를 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를 세우고 자신이 그 회사의 근로자로 등록한 뒤 직장가입자가 된 것이다. 월급이 94만원이니 그는 여기에 해당되는 1만3천원만 내면 됐다. 머리가 좋아서 법을 어기지 않는 비범죄형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늘 그렇듯이 이명박은 이게 제도상 허점의 결과일 뿐이라고 변명한다. 물론 이런 편법을 쓴 이가 이명박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이가 고위공직자를 넘어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다는 건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사이코패스는 늘 조직을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한창수의 말처럼, 이명박 재임 5년간 우리나라는 저 밑으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명박의 후임으로 박근혜를 선택한다. 그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은 엄청난 것이었는데, 길거리에 나와 “이게 나라냐?”를 묻게 만든 것도 그 비용 중 하나지만, 이명박에 대한 단죄가 4년이나 늦어졌다는 건 치명적이다. 범죄의 증거가 많이 없어진데다, 이전 대통령이 물러났으면 됐지, 전전 대통령까지 조사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정서가 대두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명박이 ‘적폐청산이 아니라 정치보복’이라고 날을 세우는 것도 다 믿는 구석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그를 포기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자기 이익에만 몰두했던 희대의 사이코패스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이명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진우 기자 하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그의 처벌을 주장해야 한다. 사이코패스 앞에선 보수와 진보가 없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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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2017-12-2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사자키 보았습니다. 멘탈이 강하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걱정되네요. 저는 유리멘탈이라... 거침없이 현재 생각하는 의견을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교수님이 대단하게만 느껴집니다. 날이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구요.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7-12-23 22:03   좋아요 0 | URL
어릴 때 구박 많이 받아서 그런지 멘탈이 정말 강하더라고요, 제가. 일 저질러놓고 너무 태평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래도 제가 문대통령의 건강한 지지자들에게까지 불쾌감을 준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선, 최욱의 불금쇼가 업로드되는대로 사과문 올리려 합니다.

2017-12-23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7-12-23 22:01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힘 낼게요...!

pericles 2017-12-25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며칠 교수님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좀 한숨이 나오더군요...
가끔 정상적인 사람들의 반론도 있지만 대다수가 외모 지적질, 학문 비하 따위 인신공격이고...
보수정권때는 아무 말 안 하고 뭐했냐며 박빠로 모는 내용들... 자기 편에 서지 않으면 당연히 이런 사람일 거라고 예단하는 단순한 이분법...
그동안 어떤 얘기들을 해오셨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아니, 제목만 봤거나 읽어보고도 풍자라는 걸 못 읽어내는 건지...

저런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은 마음도 사실 좀 듭니다...
암튼, 태평하시다니 다행입니다... ^^;;...

마태우스 2017-12-27 00:01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2000년대 초반 딴지일보에서 댓글싸움을 하면서 멘탈이 길러졌어요. 지금은 욕먹는 댓글을 찾아서 읽을 정도죠. 근데 박근혜 땐 찍소리도 못했다, 이런 말엔 좀 울컥하죠. 심지어 박빠로 몰릴 땐...ㅜㅜ 근데 뭐 어쩌겠어요. 그래야 저들의 멘탈이 평화로울 수 있는데. 그냥 그러라고 하죠 뭐.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책구경 - 독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유진 지음 / 포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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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학교교육에 비판적인 사람이라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고 책만 읽게 하면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 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상상만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남들이 가는 궤도에서 벗어나는 일은 굉장히 성가신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를 안간 애가 게임과 TV 등 각종 유혹을 뿌리치고 열심히 책을 읽을지 장담할 수도 없다. 그런데 <책구경>의 저자 유진은 이런 가정을 실제로 구현한, 보기 드문 이다.

“나는 초졸 학력의 열아홉 살 청소년”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구절에 당황해하는 우리에게 그러지 말라고 한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나. 지금 우리나라 학교는 다닐 곳이 못 된다.” (9쪽) 그는 “책 읽을 시간도 없는 하루하루가 언짢아서” (같은 쪽) 학교를 때려치우고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시작한다. 그 와중에 저자는 미증유의 탄핵 사건을 경험하고, 이 사태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를 위해 본격적으로 책을 읽는다. “<책구경>은 촛불, 탄핵, 대선으로 이어졌던 작년 가을부터 올여름까지, 나의 독서를 기록한 결과물이다.” (7쪽)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거기서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미처 몰랐던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많이 배운 사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의 책을 읽는 게 보다 안전한 선택이다. 이 책이 팔리는 책이 되기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내용만 놓고 본다면 <책구경>은 여느 독서 에세이보다 훨씬 재미있고, 책이 주는 깨달음도 쏠쏠하다. 만일 이 책의 저자가 ‘이동진’이나 ‘유시민’쯤 됐다면 사람들은 “역시 xxx!”라며 이 책에 찬사를 보내지 않았을까?


<책구경>의 최대 장점은 시각의 참신함이다. 책이 재미있게 느껴진 건 그 덕분이기도 할 텐데, 가장 공감했던 것이 <삼국지>에 대한 비판이었다. “나도 재밌게 읽었다....하지만 이 책에서 어떤 대단한 깨달음을 얻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삼국지를 읽으면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다시 읽어도 나에겐 해당사항 없었다.” (31쪽) 이런 비판은 다른 사람들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다음 구절이 내 마음에 와닿는다.
[책은 ‘남 무시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삼국지>도 대표적으로 잘난 척하기 좋은 책이다....책의 내용을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지금 사회의 현실과 연결해서 해석하고 설명해낼 능력도 없고, 자신의 삶 속으로 이야기를 끌어오지도 못하는 인간들의 잘난 척이 우습다는 말이다. (32쪽)]
나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난 “삼국지 열 번 읽은 사람과는 논쟁을 하지 마라”는 아버지 말씀 때문에 내 독서이력으론 보기 드물게 다섯 번이나 읽었다. 그런데 그 책이 살아가는 동안 내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난 <삼국지> 좀 읽은 사람들을 만나면 배틀을 하곤 한다. 누가 더 많이 아는가 배틀 말이다. “다음 중 여포가 죽인 사람이 아닌 것은?” “조자룡이 10만대군을 압살한 전투 이름은?” 이게 책을 읽긴 했는데 써먹은 적이 없어서 나온 결과물이리라. 내가 만나는 상대들도 다 여기서 벗어나지 않아, 내가 낸 문제를 못맞추면 씩씩거리면서 더 어려운 문제를 내곤 했다. 이거야말로 ‘삼국지’가 남을 무시할 자격증으로 쓰이는 좋은 예이리라.


그밖에도 저자는 왜 청소년들에게 헌법처럼 중요한 존재를 가르치지 않는 것인지 따져묻고, <총균쇠>를 읽고 나선 위도에 따른 삶의 격차도 중요하지만 한국 내에서 마주치게 되는 삶의 격차는 도대체 뭐냐고 항변한다. 자신이 읽은 페미니즘 책들에 대해 코멘트를 한 뒤 우리 사회의 성교육은 형편없다, 라고 일갈하기도 한다. 읽다보면 제도권 교육을 충실히 마친, 하지만 별 생각없이 세상을 사는 듯한 주위 사람들과 저자를 비교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저자 유진이 좀 특별나긴 하지만, 나보다 어린 저자한테 배워야 한다는 걸 이제는 인정하자. 그래도 10대 청소년의 책이다보니 정신승리 차원에서 한 가지 반박 정도는 해야겠다. 74쪽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책을 읽지 않고 책을 쓰는 작가란 없다.” 아니다. 내가 쓴 첫 번째 책 <마태우스>는 참고문헌 없이 쓰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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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 2017-11-2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한 권을 읽어도 정약용처럼‘ 작가 이재풍입니다. 제 책도 한 번 읽어보세요. 새로운 관점에서 정약용선생님의 독서 방법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