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하이드

“또야?”

미스 하이드는 커다란 눈을 깜빡였다. 첫키스에 관한 장문의 글을 올리려는데, 등록이 안되는 거다.

‘글이 날라가면 안되니까...’

미스하이드는 ‘뒤로가기’를 클릭했다. 하지만 너무 흥분한 탓에 그만 두 번을 눌러버린 것. 황급히 ‘앞으로’를 눌렀지만 글은 이미 지워진 상태였다.

“으아아!” 미스 하이드는 분노에 몸을 떨면서 모니터를 향해 손에 쥔 마우스를 던졌다.

“퍽!” 소리와 함께 마우스가 산산조각났다. 순간, 미스 하이드는 화면에서 판다 한 마리가 웃고 있는 것을 봤다.

오즈마

밤 12시, 오즈마는 딸기와 깍두기를 집어 먹으며 리뷰를 쓰고 있었다.
‘이 리뷰만 올리면 주간 서재의 달인 30위는 안정권에 든다. 음하하하’
하지만 순간 화면이 바뀌면서 이런 메시지가 떴다.
“정기점검 시간입니다. 매일 오전 5;00 - 6:00”
오즈마는 황망했다. “아니 지금 12시밖에 안됐는데 무슨 정기점검이냐고!”
오즈마는 먹으려던 깍두기를 모니터에 던졌다. 흘러내리는 깍두기 국물 사이로 판다 한 마리가 웃고 있었다.


알라딘 폐인 진우맘은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달리고 있었다.

“잡아라!” 

물만두와 토깽이탐정이 뒤에서 쫓아오고 있다. 진우맘은 젖먹던 힘을 냈다. 격차가 벌어지는 순간, 물만두가 뭔가를 손에 쥐었다.

“슉!”

구두가 바람을 가르며 날라갔다.

“윽!” 구두는 진우맘의 목에 정통으로 맞았다.

“안돼!”

진우맘은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컴퓨터를 하다가 그대로 잠이 든 거였다.

‘꿈이었구나’

하지만 목은 아직도 얼얼했고, 발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진우맘은 입가의 침을 닦았다. 모니터를 바라보니 이런 문구가 떠 있다.

‘죄송합니다. 시스템 과부하로 사용이 중단되고 있습니다’

“이런, 아직도 에러야? 요즘 왜 자꾸 이러지?”

진우맘은 기지개를 켜고 창가로 갔다. 순간 진우맘은 멈칫했다. 물만두와 토깽이탐정이 자기 집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진우맘이 뒷문으로 나가는 순간, 물만두는 문을 박차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엥? 어디 갔지?”

“눈치채고 튄 거 아닙니까?”

토깽이 탐정의 말에 물만두는 움푹 들어간 방석을 가리켰다.

“아냐, 멀리 못갔을 거야. 이 근처를 찾아봐!”

진우맘의 가슴이 방망이질했다.

“이쪽으로 나간 것 같은데요?”

그들이 뒷문으로 나오는 순간, 헛간 옆에 숨어있던 진우맘은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저기 있다!”

물만두와 토깽이탐정이 그들을 쫓았다. 진우맘이 골목길에 접어든 순간, 물만두가 뭔가를 집어들었다.

“슉!”

진우맘은 순간 지하로 통하는 배수구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구두는 겨우 피했다. 그러나... 배수구는 생각보다 좁았고, 머리는 겨우 넣었지만 hip이 배수관 입구에 걸리고 말았다.


“여기가 어디지?”

눈가리개가 풀리자 몇몇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 수니나라! 여기 웬일이야? 스텔라도 있구나! 어머나 실론티!”

실론티가 진우맘의 손을 잡았다.

“진우맘, 너도 잡혔구나”

진우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희들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알라딘 서재 폐인들을 잡아들이고 있어”

진우맘은 찬찬히 고개를 돌렸다. Kel, 보슬비, 나나, chika, 한다하는 서재폐인들이 다 모여 있었다.

“왜, 왜 그러는 거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Kel이 입을 열었다.

“그건 우리도 몰라. 분명한 것은 우리가 모두 하루 열시간 이상씩 알라딘에 접속하는 서재 폐인들이라는 거야”

진우맘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그럼 교봉이나 그래스물넷의 짓이 아닐까?”

chika가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순간, 벽 한쪽이 무너지면서 스포츠카 한 대가 나타났다. 모두 어리벙벙하고 있는데, 거기서 남자와 여자가 한명씩 내렸다.

“진우맘! 어서 타시오!”

여기 있는 것보다는 나가는 게 낫겠다 싶어, 진우맘은 무작정 차에 올라탔다.

“다른 사람들은요?”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다 구하기엔 우리가 힘이 너무 딸려요”

순간, 아영엄마가 차에 올라탔다. “나도 데려가 줘요!”

수니나라도 차 트렁크를 붙잡았다. “저두요!”

순간, 저쪽에서 물만두를 비롯한 한떼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잡아라!” 물만두가 소프라노 톤으로 소리를 치자, 사람들은 우르르 달려들었다.

“안되겠어요! 출발!”

스포츠카는 굉음을 내며 출발했고, 그 바람에 차 위에 올라와있던 아영엄마와 수니나라는 거꾸로 쳐박히고 말았다. “으, 허리야...” 아영엄마가 구슬픈 비명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은 누구죠?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건가요?”

진우맘이 재차 묻자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나는 하얀마녀라고 해요. 운전을 하는 분은 로드무비. 궁금한 게 많겠지만 자세한 것은 본부에 가서 듣도록 해요”

스포츠카 뒤로 차 몇 대가 따라붙었다.

“탕탕!” 총소리가 나자 진우맘은 간이 콩알만해졌다. 하지만 로드무비는 능숙하게 운전을 하면서 그들을 따돌렸다.

“윽!”

진우맘이 비명을 지르자 하얀마녀가 놀란 표정으로 돌아봤다.

“맞았소?”

“그, 그게 아니라...너무 놀라서 그만 소, 소변을....”

하얀마녀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 시트 간 지 얼마 안됐는데....”

차들은 계속 쫓아왔다.

“자, 꼭 잡아요!”

하얀마녀가 소리치자 진우맘은 앞좌석 등받이를 꽉 껴안았다. ‘펑’ 소리와 함께 차가 지하로 들어가고 있었다. 진우맘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찌리릿

“이제 좀 정신이 드나요?”
눈을 떴다.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다, 당신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뵙는군요. 전 찌리릿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하나씩 인사를 했다.

“전 평범한여대생이구, 이쪽은 스윗매직, 그 옆에는 멍든사과”

또다른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저는 마립간입니다”

“당신들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죠?”

마립간과 평범한여대생은 서로를 쳐다봤다. 평범한 여대생이 입을 열었다.

“요즘 알라딘에 부쩍 에러가 많이 뜨지요?”

진우맘은 그렇다고 했다.

“알라딘 서버는 사실 2천세실이란 거대한 용량을 가지고 있죠. 세실은 당신도 아시겠지만 기가의 천만배를 일컫는 단위입니다. 회원수가 천만이라는 싸이월드의 서버가 100세실도 안된다는 걸 감안하면, 회원수 500만에 불과한 알라딘 서버는 큰 편입니다”

“그, 그런데 왜 그렇게 에러가 많이 나는 거죠?”

평범한여대생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그걸 설명하려는 거요. 혹시 에러가 날 때 판다를 본 적 있소?”

진우맘은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그러고보니 몇 번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한번인가는 판다의 웃음소리도 들은 것 같다.

“그게 바로 판다바이러스요”

“판다바이러스?”

평범한여대생은 모니터 화면을 켰다.

  

“보세요. 여기 판다가 보이죠?”

화면에는 판다 한 마리가 화면 구석에서 웃고 있었다.

“놈들의 힘이 더 강해졌소. 이젠 화면에 상주를 하는 걸 보니”

“놈들이라뇨?”

평범한여대생이 말을 하려는데 스윗매직이 앞으로 나섰다.

“나도 말 좀 하자, 응? 그러니까 그 놈들이란...”

진우맘이 끼어들었다. “교봉인가요?”

스윗매직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소. 하지만 지금 교봉에도 비슷한 오류가 나타나고 있어요. 그래스물넷도 물론이고”

“그, 그렇다면...”

“혹시 마냐라고 들어봤소?”

“마냐라면...알라딘을 털다가 붙잡혔던 그 협객?”

마냐

스윗매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그 마냐가 지금 판다바이러스를 이용해 인터넷서점을 정복하려는 거요. 다른 서점이 바이러스에 걸려 있는 사이 그들은 판다 디스커버리 총서를 내고, 책을 반값에 파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소”

진우맘이 물었다. “그럼..우리를 잡아들이는 이유는...?”

“서점 정복에 서재폐인들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오. 실제로 하루 열시간 이상씩 알라딘 서재질을 하는 폐인들의 존재는 그들에게 적지않은 위협이 되지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야클을 없애야 하오”

“야클?”

“야클이란.... 바로 판다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곳이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이버상에 있지요. 그게 어디 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만, <슈렉2>에 나왔던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고 하오”

 

“그럼 야클을 잡기 위해서는....”

스윗매직이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때, 마립간이 사탕 두 개를 가져왔다.

“이게 뭔가요?”

“보면 모르오? 사탕이오. 하나는 빨강, 하나는 연보라. 둘 중 하나를 고르시오”

진우맘은 잠시 궁리하다 연보라빛 사탕을 집어 입에 넣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거요?”

마립간이 대답했다. “빨강 사탕은 색소가 더 많이 들었소. 그만큼 해롭죠. 당신은 선택을 잘 한 거요”

 

 

 멍든사과

잠시 뒤. 진우맘은 몸에 마우스를 칭칭 감은 채 멍든사과와 함께 서 있었다.

“이, 이런 무식한 방법으로 사이버 세계에 접속한다니....”

멍든사과가 핀잔을 주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게 아니오? 현실이란 영화 속과 달리 비루하기 짝이 없는 곳이오. 갈 시간이오”

진우맘은 멍든사과와 함께 모니터로 달려들었다. 또 hip이 끼는 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얼마 후 둘은 낯선 곳에 서 있었다.

“우리가 잘 들어온 건가요?”

멍든사과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그 많은 서재폐인 중 왜 하필 나지요?”

“물어볼 줄 알았소. 가을산이라는 분이 있소. 사이버세계에만 존재하는 예언자지요. 그가 말하기를, 2005년 알라딘에 큰 혼란이 있을 것이며, 그걸 막을 자는 ‘마민주’ 뿐이라고 했소”

“마민주?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인데?”

“우리도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그 비슷한 이름도 없더이다. 술 잘먹고 무술이 뛰어난 찬타, 아름드리 나무를 뿌리째 뽑는다는 책나무, 내공이 뛰어난 에피메테우스, 물속에서 5분간 잠수해 있을 수 있다는 금붕어, 앉은 자리에서 소 한 마리를 능히 먹는 라일라.... 이들 모두가 야클을 찾으러 갔다가 판다를 만나 희생되고 말았소”

“희생? 저...온라인에서 죽으면 오프라인에서도 죽는 건가요?”

“그렇진 않소. 다만 자기 서재를 잃는 것일 뿐. 한번 서재를 잃으면 두달간 서재 없이 지내야 하오”

서재 없이 두달이나? 진우맘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다 당신을 발견했소. 당신의 이름은 진우맘, 영어로는 jinwoomam이지요. ‘마민주’는 maminjwoo, 당신과 스펠링이 놀랍게도 일치하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이야말로 가을산이 말하는 ‘마민주’라 생각하고 위협을 무릅쓰고 구한 것이오”

진우맘은 갑자기 부담이 되었다.

“나, 난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는데... 간단한 심리검사 정도밖에는....”

“우리도 구해놓고 긴가민가 하는 중이오. 일단 갑시다”

“어디로요?”

“따라오면 알지!”

 

가을산님의 로미

 

 

 

 

 

 

 

 

 

 

 

 

 

 

 

 

 

 


 

“글세, 잘 모르겠는데...”

진우맘의 손을 살피던 가을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켜보던 멍든사과가 화를 냈다.

“그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라고 해야 할 게 아닙니까!”

가을산은 바싹 탄 쿠키를 입에 넣었다.

“내 말은, 자신이 ‘그’라고 믿으면 그렇게 된다는 뜻이야. 진우맘이 마민주일 수 있어. 자기 하기에 따라서”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고 해줘야지 예언이란 게 그렇게 아리송해가지고!”

멍든사과가 계속 화를 내자 가을산이 웃었다.

“이봐, 자넨 이 세계를 몰라. 예언이란 말야, 최대한 아리송하게 해야지 틀려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거야”

그때, 문이 열리며 판다 몇 마리가 들어왔다. 멍든사과는 공포에 질렸지만, 가을산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가을산님, 하나만 물어 볼께요. 판다가 올 걸 알고 있었습니까?”

“그럼. 난 기다리고 있었어”

“아니 그럼 나한테 미리 말을 해주던가!” 하지만 멍든사과는 그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으악--------!” 멍든사과의 비명 소리가 멀리 메아리쳤다.


모니터를 바라보던 하얀마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멍든사과가 당했군. 이제는 진우맘이 어떻게 해주느냐에 달렸어”

마립간이 모니터를 가리켰다.

“이것 봐. 판다가 점점 커지고 있어!”

아닌게 아니라 화면 구석에 있던 판다는 점점 커져, 모니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화면 전체가 판다로 채워진다면...그땐 모든 게 끝이야” 로드무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진우맘 자신이 지금 살아 있다는 거다. 달리는 도중 판다 몇 마리를 만났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어머나!”

거울 앞에 선 뒤에야 진우맘은 그 이유를 깨달았다. 자신이 판다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었던 것. 멍든사과가 판다 한 마리를 해치우고 그 가죽을 자신에게 줬던 것 같다.

‘사과....흑흑’

아무도 없는 곳에 이르자 진우맘은 문득 자신이 가을산이 말한 ‘그’인지 궁금했다. 그녀는 2층짜리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

“내가 바로 마민주라면, 여기서 뛰어내려도 괜찮을 거야”

진우맘은 뒤로 물러났다가 힘차게 도약했다.

“윽! 아이고 히프야!!”

진우맘은 그대로 삼십분을 뻗은 채로 있었다.


“도대체 뭐하는 거야?”

모니터를 보던 마립간이 짜증섞인 목소리를 냈다.

“지금 저럴 때가 아닌데...” 점점 커지는 판다를 바라보던 평범한 여대생이 조용히 말했다.

“진우맘이 마민주가 아니면 어떡하죠?” 로드무비의 말에 하얀마녀가 손을 내저었다.

“지금은 그녀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야. 그녀가 마민주라는 걸 믿어 볼 수밖에”


진우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히프의 통증은 말끔히 가신 상태였다.

‘이제 뭘 해야 하지?’

주머니에 먹다 만 사탕이 있다는 게 생각났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사탕이 여전히 만져졌다.

‘이럴 수가. 여기는 사이버세계인데...’

진우맘은 사탕을 한입 물었다. 단맛이 느껴졌다.

‘이건 사탕이 단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느끼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이랬지’

순간, 진우맘은 사탕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사탕을 주우려고 허리를 굽히는데, 총알 하나가 진우맘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위기일발이었다. 뒤를 보니 판다 세 마리가 팔짱을 끼고 서있다. 도망가려고 했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피융!” 

총알이 다시 발사되었다. 진우맘은 비스듬히 누운 채 총알을 피했다. 다시 일어서면서 진우맘은 높이 뛰어올랐다가 판다 한 마리를 향해 발차기를 했다.

“깩!”

판다가 비명을 질렀다. 진우맘은 옆에 서있던 판다의 머리를 붙잡아 벽 쪽으로 던져 버렸다. “켁!” 판다는 그대로 뻗었다. 남아있는 판다 한 마리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진우맘은 손가락 하나를 펴 이리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판다가 등을 보이고 도망쳤다. 진우맘은 옆에 있던 아구찜 조각을 주워 힘차게 던졌다. 아구찜은 판다의 머리에 정확히 명중했다. 진우맘은 쓰러진 판다 세 마리를 갈대로 묶었다.

‘고양이를 찾으랬지...슈렉2에 나오는 고양이..’


“지금 봤어?”

하얀마녀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평범한 여대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봤어. 정말 대단했어”

“저런 동작은 어떤 누구도 하지 못했던 거야”

로드무비가 말했다. “정말...진우맘이 마민주가 아닐까?”

오랜 기간 침묵하고 있던 찌리릿이 입을 열었다. “아마 그럴 거야. 가을산이 그랬는데 마민주는 이주의 화장품 리스트에 뽑힐 거래...” 찌리릿은 진우맘의 당첨 소식이 담긴 페이퍼를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모두의 얼굴에 희색이 감돌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걸까?”

진우맘은 자신이 한 일이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높이 뛰어오르고, 아구찜을 던져 판다를 기절시키고...’

순간, 진우맘의 눈에 판다 한 마리가 들어왔다. 진우맘은 그대로 달려가 판다를 팔꿈치로 가격했다. 비명을 지르면서도 판다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했다.

“으....그만하세요! 전 그런 판다가 아니어요”

판다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전 판다가 아니라 에슐리(eslie)예요. 판다를 이미지로 쓰고 있을 뿐이어요”

 eslie

자세히 보니 그 판다는 전에 만난 판다와 달랐다. 울컥 미안한 맘이 들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뭐, 그럴 수도 있죠” 에슐리는 흙을 탈탈 털고 일어났다. “판다들이 하도 극성을 부려서 판다 이미지를 쓰고 있었어요”

좋은 길동무가 생겼다고 생각했을 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진우맘, 배터리가 다 됐어! 어서 돌아와!”

하얀마녀의 목소리였다.

“배터리라니?”

“서재 안에 들어가면 세시간 이상 있을 수가 없다고! 일단 밖으로 나와!”

“나가는 방법은?”

“아까 들어왔던 그곳에 배수구가 있을 거야. 그리로 들어가”

“알았어. 근데...너 왜 반말해?”

진우맘은 에슐리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이런!”

눈앞에 판다 네 마리가 나타났다. 진우맘은 이단옆차기로 한 마리를 쓰러뜨린 후, 팔꿈치와 무릎으로 또다른 두 마리를 가격했다. 그리고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나머지 판다에게 박치기를 했다. “으으으윽!” 가냘픈 비명소리가 나면서 판다 네 마리는 땅바닥에 누웠다.

“대단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에슐리가 옆에서 손뼉을 쳤다.

“시간이 없어. 어서 가자!”

그때였다. 우당당탕 소리가 나더니 한떼의 판다가 나타났다. 족히 백마리는 넘을 것 같았다.

“빨리!”

진우맘은 에슐리의 손을 붙잡고 달렸다. 조금 달리다 보니 배수구가 보였다.

“먼저 들어가!”

진우맘은 에슐리의 등을 밀어 배수구에 넣었다. 이제는 자신이 들어갈 차례였다.

‘오프라인에서 배수구에 들어가다 hip이 끼었는데... ’

뒤를 보니 판다들이 거리를 바싹 좁히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그렇게 믿으면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했지...’

진우맘은 배수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펑” 소리와 함께 진우맘은 회색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있었다. 찌리릿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진우맘은 그를 향해 브이 자를 그려보였다. 사람들의 박수 갈채가 터져나왔다.

“화면을 보세요!”

판다의 크기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은 채, 화면의 절반 정도에서 멈춰 있었다.

“당신의 힘이 판다를 제압한 거예요!” 로드무비가 신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순간, 진우맘의 휴대폰이 울렸다.

“진우맘, 아니 마민주라고 불러야겠지. 나 마냐야”

“마냐?”

“제법이더군.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우리는 판다가 수없이 많다고. 니가 해치운 건 겨우 일곱 마리 뿐이야”

진우맘은 호흡을 가다듬고 전화기에 입을 갖다댔다.

“니가 내게 전화한 이유는 두렵기 때문이야. 아닌가? 우리 서재인들은 강해. 니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우리는 다시 알라딘을 재건할 거야. 두고 봐. 난 다시 들어가 야클을 없앨 거야. 니 서재도 물론”

“이, 이런 발칙한...” 마냐는 뜻밖의 기습에 당황했다.

“두고봐. 마냐. 알라딘의 평화를 위협하는 어떤 것도 용서치 않겠어! 우리 서재폐인들이 있는 한, 알라딘은 영원하다고!”

전화는 그대로 끊어졌다. 스윗매직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따라서 박수를 쳤다. 그 박수는 두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번엔 되야 할텐데...’

멍든사과는 어머님 주민등록번호로 서재를 만들려고 하는 중이었다.

“야! 됐다! 드디어 서재 복구 성공!”

그간 썼던 글을 몽땅 잃은 것은 아깝지만, 새 서재에서 새 출발을 하는 것도 괜찮았다.

“서재이름을 뭐라고 하지? kimji? 매너리스트?”

잠시 고민하던 멍든사과는 서재 닉네임을 쓰는 칸에다 자신의 본명을 적어넣었다. 박-찬-미.


* 마지막 결말이 왠지 ‘배달의 기수’처럼 되어 버렸군요. 어제 술먹다 생각나서 종이에 끄적거린 걸 오늘 한시간 반이 걸려서 완성했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구요, 등장하지 못하신 분께 심심한 사과를, 그리고 고생해주신 진우맘님과 마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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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1-1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역시 책을 내셔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진/우맘님과 마냐님 출연료 협상하세요^^

하이드 2005-01-1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상적인 첫문단입니다. 제 마우스가 로지텍 최신형 럭셔리 마우스만 아니였다면, 몇번 던지고도 남았을텐데 말이지요. 음. 판다는 지름신의 다른 모습인줄만 알았더니, 에러도 내는군요. 근데, 저 2000세실 얘기 사실입니까? 싸이월드는 100세실이구요? 그리고 요즘 정말 부쩍 에러가 많습니다. 배송도 늦어지구요. 수행하는 기분으로, '인'자를 그리고 있..는건 당연히 아니고, 고객센터와 알라딘 마을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불뿜고 있습니다.

▶◀소굼 2005-01-11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 사과님을 주시는 겁니까?;

로드무비 2005-01-11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는 능숙하게 운전하여 그들을 따돌렸다.(맞나? 아무튼)

황홀합니다.

저 운전면허증 없거들랑요.^^ㅎㅎ

야클 2005-01-1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출연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악역이긴해도... *^^*
제 Debut작이니 퍼갈게요.

날개 2005-01-1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넘 재밌군요..^^

이제 알라트릭스-리로디드 와 레볼루션을 기다려야 하나요? ^^

호랑녀 2005-01-1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우와... 감동적인 소설입니다.

클리오 2005-01-11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은 아마도 진/우맘 님의 화장품 리스트 당첨에 부러움을 품어서 구상하신 소설인게지요? ^^ 진짜 사이버 세계의 메트릭스군요.. ^^

플라시보 2005-01-1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님의 삼류소설을 보면 진/우맘님과 마냐님이 역대 주인공을 가장 많이 하신것 같아요. 그리고 늘 그렇게나 많은 서재 주인장을 일일이 등장시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을듯^^ 박수 짝!짝!짝!

sooninara 2005-01-1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 아니 마민주님이 많이 망가지는군요..

에고 마태우스님..이번엔 조연으로 출연시켜주셔서 감사하옵니다^^

하얀마녀 2005-01-1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류 소설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이번엔 매우 멋진 배역을 주셨군요. ^^

panda78 2005-01-1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마태님, 우리 말로 해요, 말로...

마냐 2005-01-1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화화핫...늘 악역 1위를 노렸는데, 이번엔 천하무적 판다님이 버티고 계셔서 무척 마음에 듭니다...마태님은 천재예용...

하루(春) 2005-01-12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고 역시나 기발한데 너무 길어서 일단 보류합니다. 6손가락으로 치려니 시간이 5배는 더 걸리는 것 같네요. 오늘은 혈액형에 관한 거 봐야 하는데... 내일이나 모레쯤 다시 읽을래요. 아~ 궁금해라. 님의 소설을 읽으면 알라디너들의 이름을 알 수 있어서 더할나위없이 좋아요.

코코죠 2005-01-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얼마전에 알라딘 측근으로부터 심하게 고문을 당했더요. 왜 마태님과의 스캔들을 조장하다가 스스로 자멸했느냐...그 사건 이후로 당신이 알라딘에서 잠적했다던데 사실이냐 등등등...그러나 마태님이 이렇듯 멋지시니 제가 어찌 그런 망발을 서슴치 않을 수 있겠더요. 마태님, 마태님은 만인의 연인, 마냐님 말씀에 올인, 마태님은 천재가 분명해욧욧욧!!! 꺄아아악

노부후사 2005-01-1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대작이군요. 진우맘님 정말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

마태우스 2005-01-13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님/이게 대작인 이유는 다른 3류소설보다 1.7배 가량 길다는 거죠. 에이포로 여덟장 가량 썼으니...

오즈마님/천재는 무슨...오즈마님과 저는 마 패밀리잖습니까.

하루님/흠, 마지막 말씀에 약간의 이의. 알라디너들의 이름을 알아야 제 소설이 의미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예컨대 제가 "뭐 이따우가 있어"라고 하면 아는 사람은 따우님을 언급한 거라는 걸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그냥 하는 말인지 알잖습니까. 하핫.

마냐님/마냐님, 늘 출연해 주셔서 악역 맡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님의 인기는 제 3류소설을 빛내줍니다

판다님/우리말로 하자는 건 이 소설이 영어로 되어있다는 말?

하얀마녀님/며칠 안보이시기에 제가 좀 신경을 썼습니다. 하하핫.

수니친구님/아이, 우리 친분을 생각하면 좀더 비중있는 역을 드려야 하는데...

플라시보님/그러고보니 님을 빼먹었군요. 으음...

클리오님/아, 아닙니다. 제가 마음이 좁아서 그렇지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닙니다...

켈님/그게요, 다 쓰고 보니까 좀더 잘해드렸어야 하는데, 하고 후회가 되더군요. 다음번엔 꼭...

따우님/술 한번 같이 먹고 풉시다 몸 만들고 있음.

호랑녀님/아이 죄송합니다. 또 님을 빼먹었네요. 감동적, 이란 말 너무 좋아요

날개님/쿨하게 끝났죠? 야클을 파괴하고 끝나면 너무 신파라서...하핫.

야클님/퍼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로드무비님/으음, 그럼 무면허운전을 하셨단 말이죠.....

소굼님/사, 사과님을 누구한테 드리는 거죠??? 전 잘 이해가...

하이드님/세실 얘기는 당근 구라입니다. 설마, 저희 것이 싸이월드보다 크겠습니까...글구, 좋은 마우스 쓰시는군요.

물만두님/가장 먼저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은 무슨...내봤자 저희만 살 거예요...^^


진/우맘 2005-01-13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저, 몸에 비해 그리 큰 엉덩이가 아니랍니다! 아마도 배가 끼었을 것 같은데....ㅠㅠ

오랜만의 대작이구만요. 리스트 당첨보다 3류소설 주역을 맡은 것이 더욱 기쁩니다. 음하하하ㅏㅅ

조선인 2005-01-1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저도 이름을 바꿔야 출연횟수가 늘지 않을까 싶네요. -.-;;

클리오 2005-01-1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마태님을 나쁜 놈이라고 말한거 아니예요.. 믿어주세요!! ^^;

비로그인 2006-12-31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kimyh9671pp@naver.com으로 삼류소설을 보내주시면 안되겠나이까?그것도 글만-_-;;왜냐면 글이랑 사진이랑 합체를 해버려서;;;
 

 

 

 

 

 


지난주 화요일, 학장이 날 불렀다. 학장이 부르는 건 언제나 무서운 일, 난 죄지은 사람의 표정으로 학장실에 들어갔다.

“앉지”

학장은 평소와는 달리 무서운 표정이었다. 난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차곡차곡 접었다.

“자네 근무 시간에 도대체 뭐하나?”

“네?” 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학장은 수북히 쌓인 인쇄용지를 내게 던졌다.

“근무 시간에 이런 것만 하고 있나? 자네, 직업이 네티즌인가 교순가?”

난 내 앞에 던져진 종이를 바라봤다. 내가 알라딘에 썼던 페이퍼가 인쇄되어 있었다.

“저, 그, 그건 점심시간에...”

“시간들을 봐! 글이 올라간 시각이 점심시간인지 아닌지!”

결국 난 엄중 경고를 받고 학장실에서 나왔다. 눈앞이 캄캄했다.

‘이제 알라딘을 떠날 때가 된 건가...’


26세 미녀를 만나서 이 사실을 전했다. 작은 위로라도 해줄 알았던 그녀는 하지만 이렇게 날 책망했다.

“하긴, 자기가 좀 심하긴 했어. 그렇게 서재질만 하니까 논문이 없지!”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을 했다. 학장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학교는 연구하는 곳이지 글쓰는 곳은 아니었으니까.

‘그래, 알라딘을 끊자. 더 이상 안하는 거야!’

난 학교와 집 컴퓨터 메인 화면을 다른 것,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외국논문 검색 사이트,로 바꿨다. 즐겨찾기에서도 알라딘을 지운 건 물론이다. 그리고 난 며칠간 알라딘에 접속하지 않았다.


어느날, 길을 가는데 사람들이 떼로 몰려온다. 어떤 이들은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다. “잡아라!” 뭘 잡으라는 걸까. 난 신경을 끄고 갈길을 갔다. 모퉁이를 돌자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거기 있는 것은 분명 여우, 그것도 털이 파란 여우였다. 여우는 쫓기는 듯했고, 애처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온몸을 떨면서. 난 여우를 등에 업고 위에 코트를 덮었다. 그때, 몽둥이를 든 사람들이 몰려왔다.

“혹시 여우 본 적 있어?”

“여우..라뇨?”

“분명 이쪽으로 왔는데...털이 파랗고...”

“파란 여우도 있나요?”

사람들이 몰려가고 나서 난 산 쪽으로 향했다. 가을산의 기슭에 여우를 내려놓고 말했다.

“여우야, 이제는 잡히지 말고 잘 살아. 알았지?”

여우는 슬픈 눈동자로 날 바라봤다. 배가 고플 것 같아 주머니에서 쵸코파이를 꺼내줬더니 냉큼 먹는다. 그러더니 내게로 와 내 손등을 핥았다. 안좋은 침냄새가 확 풍겨와 난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나 간다!”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여우는 재주를 몇바퀴 넘더니 산으로 올라간다. 근처에 있던 너구리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아났고, 반딧불들도 일제히 날아 올랐다.

'파란 여우라니...묘한 일이야‘


쵸코파이를 먹으려고 주머니를 뒤지다가, 아까 그 여우에게 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근 중국집에 들어가 짜장면을 시켰다. 단무지와 더불어 깍두기가 나온다. ‘헉! 깍두기...’ 종업원이 짜장면 대신 물만두를 가져온다.

“전 짜장 시켰는데요?”

종업원이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써비습니다!”

짜장을 시키는데 물만두가 써비스라니,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그때 안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아영아! 이리 좀 나와 봐”

그러자 뒤꼍에서 놀고 있던 여자애가 쪼르르 달려온다. 그렇다면 저 사람은 아영엄마? 순간 공포감이 엄습했다. 급히 짜장을 먹고 나가는데, 계산대에 앉아있는 남자가 책을 읽고 있다. ‘지킬 박사와 미스 하이드?’ 이, 이럴 수가. 난 밖으로 나가 중국집 이름을 봤다. 서-림-각.

‘이, 이건 우연일 거야!’ 난 머리를 쥐어뜯었다.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 몇 개가 빠졌다.

‘그래, 우연이라니까. 이제 그런 거 의식하지 말자’


“길 좀 물을께요”

한 남자가 내게 다가왔다. “전 하얀마녀라고 합니다. 갈대밭을 가려는데 어디로 가면 되지요?”

연보라빛 바지를 입은 것도 놀라웠지만, 하얀마녀의 가슴에 그려진 것은 분명 판다였다. 난 대답 대신 이렇게 말했다.

“왜, 왜 이 티셔츠를 입으셨어요?”

내 질문이 뜬금없었는지 하얀마녀는 다른 쪽으로 가버린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가 신고 있던 것은 요즘 유행하는 바람구두였다. 역시 우연이라고 치부하면서 난 갈길을 갔다.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뛰어야 했다. 하지만 그 뜀박질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한 여인이 개를 끌고 걷고 있었는데, 그 개는 사진에서 봐오던 모모였다. 그렇다면 저 여인은 금붕어? 난 그 여인에게 다가갔는데, 그걸 눈치챈 여인은 부리나케 달아났다.

“금붕어님, 가지 마세요! 저 마태라구요!”

하지만 여인은 주차해둔 스텔라 승용차에 올라탔고, 내가 부르는 걸 외면한 채 차를 출발시켰다. ‘왜 가는 걸까. 무정한 사람...’  그러는 사이 내가 예약해둔 기차는 이미 떠나버렸고, 망연자실해진 난 다방에 앉아 커피를 시켰다. 순간 예감이 이상해 밖에 나가 다방 간판을 봤다. ‘스타리의 별다방’

난 종업원을 불렀다.

“여기 사장님이 스타리님인가요?”

종업원은 고개를 저었다. “원래 사장은 스타리였는데요, 책사느라 빚을 많이 져서 다방을 팔았어요. 지금 주인은 호랑녀님이죠. 저기, 카운터에 앉아 계신 분이요”

그렇구나! 난 호랑녀를 바라봤다. 아닌게아니라 호랑이처럼 얼굴에 쥴이 가 있고, 입 모양을 보니 금방이라도 “어흥!” 하고 울부짖을 것 같았다. 난 그 다방의 명품이라는 카이레를 시켰고, 약간 싱겁다는 생각이 들어 소굼을 쳐 먹었다. 그리고 나서는 다방에서 키우는 개를 쓰다듬으며 시간을 보냈다.

“넌 이름이 뭐니?”

종업원이 대신 대답했다. “복돌이래요. 잘 어울리죠? 저희 고양이도 키워요. 체셔고양이 종인데, 한번 보실래요?”


다음 기차 시간이 되어 난 밖으로 나왔다. 휴대폰에 메시지가 한통 와있다. “1월 8일날 신촌에서 번개 있음. 참석 요망. 진우맘도 옴” 수니나라가 보낸 메시지였다. 알라딘을 끊었는데 오프모임에 가야 하는가 고민을 한 끝에, 생각해 보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기차를 탔다. 창 밖으로 호밀밭이 보인다. 꽃 중의 꽃이라는 라일라가 잔뜩 심어져 있다. ‘그렇게 많이 다녔으면서 왜 저기 호밀밭이 있다는 걸 몰랐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매점 아저씨가 지나갔다. 실론티 하나를 사서 한모금 마시는데, 옆에 앉은 할머니가 늙은 손으로 내게 사과를 건내줬다. ‘이럴 수가!’

사과 한쪽에 멍이 들어있다.

“한번 떨어뜨리셨나봐요?”

“먹기 싫음 먹지 마요!”

내 말에 할머니는 기분이 상했는지 사과를 빼앗아 갔다. 냉냉한 분위기를 극복하려 책을 폈더니 할머니도 책을 편다. 불경 같았다. 할머니는 그걸 큰소리로 읽는다.

“시아일합운빈현, 프라시보 몽상자, 따우찌리릿 서니사이드...”

참다못한 나는 할머니를 불렀다.

“저, 책 읽는데 방해되니 속으로 읽으시면 안되요?”

“이따우 인간이 있나! 자네가 나랑 무슨 clio가 있다고 불경도 못읽게 하는 건가?”

난 클리오가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그냥 넘어갔다.

“여기는 공공장소잖아요!”

“모과 문제야 도대체! 너는 매너리스트도 모르냐?”

분명 할머니가 나쁘건만, 주위에서는 우리를 싸잡아 욕했다.

“둘다 조용히 좀 하세요! 새벽별 뜬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그래요?”

사람들의 언어 중 맥락에 어긋나는 말이 지나치게 많은 느낌,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난 책을 덮고 새마을호 기차에서 틀어주는 로드무비를 봤다. 기차에서 내리니 단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이상한 일들만 일어나는 하루, 그제서야 깨달았다. 난 알라딘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세계적 석학 에피메테우스가 말했던가. 마음과 반대로 가려는 사람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온다고. 내게는 알라딘이 그런 존재가 아닐까. 그래, 떠나지 않으리라. 눈치 보면서 열심히 서재질을 하자. 근무 시간에만 글을 안쓰면 될 게 아니겠는가? 난 영원한 알라디너로 남을 것이다. 마냐님과 책나무님, 스윗매직님이 있는 알라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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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5-01-0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첫번째 문단 읽다가 갑자기 카테고리 확인했다는거 아닙니까...

학장님들같이 높으신 분들이 절대 저런 증거자료를 수집할 수 없을테니까요...

가슴이철렁했다가 다시 붙었다는거 아닙니까? ㅋㅋ


stella.K 2005-01-07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그래요. 마냐님과 책나무님, 스윗매직님과 알라딘 동산에서 즐겁게 노셔요. 스탤라 자동차는 렌트하신 거니까 파킹하러 알라딘을 떠납니다. -_-;;

조선인 2005-01-07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삐지게 하다니 마태우스님이 잘못했어요! 흥, 3명만 편애하시다니.

sooninara 2005-01-0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부분 읽다가 이상해서 올라가 보니..삼류소설이었구만요^^

푸하하하...마태님은 넘 귀여워..

노부후사 2005-01-0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세계적 석학 에피메테우스'라니... 부끄러요. 마태님. 수정해주세요. ><;;

책읽는나무 2005-01-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하게 지내잔 말에 마태님의 서재도 넘 뜸하게 찾은것 같아 오랫만에 와봤더니...낯뜨겁게시리~~~ㅡ.ㅡ;;

이리 공개적으로 구애를 하시면 어찌되시옵니까?..^^

제가 바로 마태님때문에 알라딘을 떠날수가 없군요..ㅋㅋ

(빨리 바른대로 말씀하세요!..제닉넴으론 끼워맞추기 어려워서 마지막문구에다 그냥 집어넣으신거죠?...여튼 내닉넴은 넘 럭셔리해서 문제가 많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만...)

호랑녀 2005-01-0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흐흐흐...

얼굴에 '쥴'이 가 있고, 입 모양을 보니 금방이라도 “어흥!” 하고 울부짖을 것 같은 호랑녀입니다. 쥴님, 어디 계세요? 제 얼굴로 어여 오세요. 카이레에 소굼 넣어 드릴께요 ^^

▶◀소굼 2005-01-0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닉네임을 바꿀까봐요- _-;

물만두 2005-01-07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고도 안 쫓겨 나시는 게 경이롭기만 하다는 생각을 하며 전직을 살며시 권합니다. 음... 책 내시면 한 500권은 팔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플라시보 2005-01-0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놀랬어요. 처음에 진짠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다시 제목을 보니 카테고리가 3류 소설이라서 안심했어요. 흐흐. 깜짝이야. (간만에 올리시는 3류 소설은 여전히 재밌습니다.^^)

클리오 2005-01-0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읽다가 설마, 하고 카테고리를 다시 확인했답니다. 역시 삼류소설이군요. 그리고 뜻하지 않게 clio가 등장해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마태님의 삼류소설에 등장한다는 건, 그만큼 알라딘의 중심에 근접했다는 뜻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의외였어요. 하여간 너무너무 깜짝 놀랍고 반가웠어요. 제가 흔적은 잘 안남겨도 계속 오는줄 알고 계셨나 보죠? ^^

참, 쑥쓰럽지만 clio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역사를 관장하는 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뮤즈 등과도 거의 같은 급이었는데 잘 알려져있지 않더라구요. 민망해라. --;;

비로그인 2005-01-07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너무 즐거웠습니다 ^^



암요~ 떠나시면 안되죠~ :)

LAYLA 2005-01-07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저 정말 놀랐잖아요. 학장님 이야기 진짠줄 알고!!!!! 저도 클리오 님처럼 카테고리를 다시 확인했답니다...;;;;;;;;;;;;

그리고 '중독' 이미지 보고 많이 웃었어요 호호호

H 2005-01-0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후훗 재미있어요


하루(春) 2005-01-0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저 같은 심정이셨군요. 하지만 '긴 다리를 차곡차곡 접고'에서 웃지 않을 수 없었죠. 마태님.. 이글을 올리신 시간도 분명 점심시간은 아니네요. 학장님이 또 호출하시지 않겠어요? ^^

마태우스 2005-01-0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감사감사^^

하루님/이왕 걸린 거, 막가기로 했습니다. 글구 님도 출연하신 거 아시죠?

에고이스트님/님의 칭찬은 두배로 기뻐요^^

라일라님/그걸 노렸죠 하핫.

고양이님/제가 떠나긴 왜 떠납니까. 고양이님이 계신데..

클리오님/호호, 님의 이름을 넣느라 머리 좀 썼습니다. 머리카락 세개쯤은 빠졌을 듯...^^ 역사의 신이었군요 클리오님이.

플라시보님/네에.......감사합니다. 재밌다는 칭찬에 용기백배...

물만두님/전직 안할래요. 저 그냥 거기서 버티면 안될까요??

소굼님/그게 좋겠지요? 예컨대 황야를 누비는 소굼, 이러면 좀 이상하잖아요^^

호랑녀님/어흥 해보세요^^

책나무님/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님 닉넴 때문에 고민한 적이 아주 여러번이지요. 그래도... 제 맘은 아시죠?

에피님/좀더 좋은 걸로 해드려야 하는데... 님이 석학인 거 알라딘 분들은 다 압니다!

수니친구/아이고, 이 나이에 귀여워 봤자죠^^

조선인님/사실은 다방 종업원을 조선족이라고 하려 했는데, 까먹었다는.... 이런 거였어요. "조선족이어요?"라고 물으면 "조선인이라고 불러 주세요!"가 되는 거였는데...

스텔라님/아이 삐지지 마세요. 앞으로 잘할께요. 흑흑

파비아나님/헤헤, 성공했다^^

새벽별님/제가 다리 길다는 건 3류소설 아닙니다. 진짜라구요!

아영엄마 2005-01-0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앞 부분 읽으면서 진짜로 들키신 줄 알았어요.. 그러다 아랫쪽에 서재인들 이름이 막 나오길래 부랴부랴 위로 올라가서 카테고리 확인했다는...@@;;

클리오 2005-01-08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태님. 설마 제가 역사의 신이겠습니까. 남들이 비웃습니다. 흐흐. 그냥 제가 숭배하는 신의 이름 쯤으로 해주심이.. --;; (그리구요. 뜻과 관계없어도 뭐, 멋지기만 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마태님 빠진 머리카락이 돋드실라나? ^^)

마냐 2005-01-1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헬헬....다들 비슷하네요, 첫 문단 읽다가 카테고리부터 확인! 마지막에라도 빼놓지 않고 챙겨주시는 자상한 마태님, 만쉐이~

하얀마녀 2005-01-1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보라빛 바지와 판다 그림이 있는 옷을 입은 제 모습, 거울보고 상상좀 해봐야겠습니다. 흐흐흐.

진/우맘 2005-01-14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오른지 정확히 일주일만에 댓글을 다는 저를 용서하시와요....ㅠㅠ 추천도 눌렀으니, 제발!

starrysky 2005-01-17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오른지 정확히 열흘만에 댓글을 다는 저도 용서하시와요....ㅠㅠ 저도 추천도 눌렀사와요. (헤헤, 진우맘님 따라했다~)
저도 다른 분들처럼 첫 문장 읽고 카테고리 확인 절차를.. 요새는 학장님이 좀 덜 괴롭히시나요? 악명 높은 '군만두'도 덜 드시고요? ^^ 그리고 별다방은 다시 제가 매입하려고 추진중입니다. 빨리 빚을 갚아야지요. ^^
 

 제가 첫 페이퍼를 남긴 게 언제일까 찾아봤더니 작년 11월 20일이더군요. 서재에 리뷰를 쓰게 된 건 그 전이지만, 서재질의 본격적인 시작은 사실상 페이퍼 기능이 생기면서부터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달 11월이 서재질 1년이 되는 셈이지요. 물론 저는 지난 8월에도 서재 1년을 정리한다면서 페이퍼 하나를 우려먹긴 했습니다. 하여간...1년을 기념할만한 게 뭐 없을까 서재를 뒤져보다가, 서재 주인보기로 제 서재에 달린 글들 중 감명깊은 것만 다섯개를 뽑아봤습니다. 물론 서재 주인분들게 문의를 드렸고, 대부분이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가명을 써서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게 해달라는 주문과 더불어요. 허락해 주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하나. 어느 분이 이벤트 당첨 뒤 골라주신 책입니다. 읽고나서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여우바겐



죄송합니다. 저 좀 야한 책들로 고르겠습니다. 












































9












Sex -Guide to Getting it on 
폴 조아니데스 지음, 대릭 그뢰스 시니어 삽화, 이명희 옮김 / 다리미디어 / 2004년 7월




그리고...
































바빌론 성 풍속사 
폴케르트 하스 지음, 모명숙 옮김 / 사람과책 / 2003년 12월




이거 절대 소문내지 마세요! 남들이 저 이런 책 싫어하는지 알거든요. 특히 복돌님한테는 절대 비밀! ^^ - 2004-07-08 07:00




 




 




둘. 역경을 딛고 삶의 희망을 제시하는 댓글입니다.











































회색마녀
마태님, 저 병원에 가봤는데 치질이 맞데요. 마태님이 시킨대로 요즘 좌욕 하고 있어요. 근데 물 온도 맞추기가 영 쉽지 않네요. 어젠 좌욕하다 잠이 들었는데, 엉덩이를 다 덴 거 있죠?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 제가 다시 의자에 편히 앉을 그날을 위해 오늘도 저는 물을 데웁니다 - 2004-8-25 10:13 삭제




 




세번째, 매우 뜨끔한 댓글이었습니다.











































진/우밥



 




 

마태님, 알라딘 분들이 제가 가발인 걸 눈치챈 거 같아요. 혹시 마태님이 소문내신 거예요? 마태님이랑 수니나라님밖에 모르는 사실인데... 마태님이 소문내실 분은 아니니 수니나라님을 족쳐 봐야겠어요. 힘내세요 - 2004-6-26 11:07 삭제




네번째, 동지의식이 물씬 느껴지는 그런 댓글.











































플라시도



 




 

전에 마태님이 테니스 치고나서 샤워를 안했다는 글을 읽고 굉장히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도 사실 샤워 잘 안하거든요. 저 어릴 적만 해도 샤워 매일 하는 사람은 드물었잖아요? 요즘은 한 사흘만 샤워 안하고 가면 냄새난다고 주위 사람들이 난리입니다. 말세예요, 말세! 쓸 말은 많지만 부끄러운 와중이므로 이만 줄입니다. 반가워요!. - 2004-3-26 04:57 삭제




다섯번째, 읽고나서 매우 놀랐습니다.




 








































창란(昌卵)



얼굴이 궁금한 알라디너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제가 무려 2위더군요. 음, 계속 얼굴을 안보임으로써 신비감을 드리우는 것도 좋겠지만, 마태님께는 특별히 제 얼굴을 보여드립니다. 이쁘진 않고 그냥 귀여워요^^





































 




- 2004-07-08 05:15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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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4-11-26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정말 눈물없인 볼 수 없는 감명의 댓글들입니다. T-T

파란여우 2004-11-26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자 칸 좀 잘 맞추어 주시오! 그리고 저위에 여우바겐에서 여우라는 말은 지적재산권 침해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sooninara 2004-11-26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밥 나는 아니여..결백해...

그리고 회색마녀님..어쩐데요..

여우바겐..엘레리 꼴레리..

창란님..너무 해요..창란님이 더 이뽀요..

플라시도님..저도 오늘 헬스하고 샤워 안했거든요..^^

하얀마녀 2004-11-26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좀... 좌욕 방법 좀 잘 알려주셨어야죠... 다리 저려서 힘들었다구요. ^^

그리고 저 야한책들... 가격의 압박만 아니었으면 이번 이벤트 상품으로 골랐을텐데 말입니다. 흐흐흐흐흐.

sooninara 2004-11-26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케케..

마녀님..제가 비데를 샀더니 딱이더군요..비데값 뽑고도 남아요..

이번에 하나 구입하세요..

로드무비 2004-11-26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합니다.

그리고 특히 플라시보님께 뜨거운 애정을 느낍니다.^^

플라시보 2004-11-2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샤워 밤낮으로 합니다. 아주 닳아 없어질 지경으로요. 저건 오햅니다. 오해. 예...

sweetmagic 2004-11-2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제가 드린 비누를 너무 오래 쓰신다 하셨어요......

하나 더 만들어 드릴테니 씻으세요 네애 ?? ㅎㅎ

sweetmagic 2004-11-26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거 3류 소설인가요 ?

stella.K 2004-11-2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짖‚œ긴...! 흐흐.

진/우맘 2004-11-2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약해요, 약해!!!

조선인 2004-11-2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류소설이 갈수록 짧아져요. 요새 바쁘신가요? ㅎㅎㅎ

반딧불,, 2004-11-2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치겄습니다...

▶◀소굼 2004-11-26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같다~;;;

미완성 2004-11-27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에 마태님은 이제 '소재찾기'의 세계에선 완존히 득도를 하신 것 같습니다.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것이 인지상정이듯, 몇 갑자는 족히 넘을 듯한 그 내공 갈라먹읍시다~!

엔리꼬 2004-11-27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두번째까지는 진짠가보다.. 하고 믿었는데(어리버리) 3번째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눈치를....쿠쿠쿠

sweetrain 2004-11-27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홋, 덕분에 밤을 불태우게 되어 매우 감샤드립니다. 우하하.

마태우스 2004-11-2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뭘요^^

서림님/흠, 폭스님이 야한 책을 좋아하고, 마녀님이 치질인 건 믿긴단 말이죠^^

멍든사과님/사실 사과님을 대상으로도 뭔가 하려고 했는데요, 결례가 될까봐 안했죠. 뭔지 알죠? "오늘밤 만나요" 같은 거...^^

소굼님/아이 소설은 소설일 뿐이어요^^

반딧불님/알라딘이 이상하지만 않았다면 편집을 잘 할 수 있었을텐데... 그게 속상.

조선인님/사실 좀 바쁘긴 하죠... 예전같이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진우맘님/좀 센 걸 하려다 명예훼손 소지가 있을것같아 못했어요... 제가 갈수록 소심해진다니깐요

스텔라님/호호.

매직님/멋진 소설을 써야 할텐데, 기대에 못미쳐 죄송...

플라시보님/잽싸게 플라시도로 고쳤습니다. 그리고 님 잘씻는 건 익히 들어서 압니다. 전에 모 사이트에 쓰셨었죠^^ 깨끗이 살자구요.

로드무비님/감사합니다. 추천도, 애정두 모두요

수니님/비데 그거 좋나요? 안써봐서 무서워요...

마녀님/너그러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정말 치질 없어요?^^

여우님/앗 소유권 분쟁이... 글구 줄 안맞춘 건 다 알라딘 탓이라구요!

올드핸드님/아아 감동적인 댓글....늘 감사드리는 거 알죠?




로드무비 2004-11-2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는 위의 글이 사실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추천했던 건데......흑흑.
 

* 오랜만에 3류소설을 썼습니다. 일에 치여서 머리도 안돌아가고 해서 그다지 훌륭하진 못합니다. 불쌍히 여겨 주세요...

으슥한 밤, 하얀마녀는 깍두기와 서재주인보기로 열나게 댓글을 주고받고 있었다.

깍두기: 알라딘 마을 밖에 가보고 싶어요

하얀마녀: 안돼요. 마을 밖에 가는 순간 컴퓨터가 다운돼 버리잖아요

깍두기: 아니어요. 타스타는 야한 사이트에 다녀왔는데, 아무일이 없었데요

하얀마녀: 그거야 타스타님 피부가 좋아서 그런 거죠

깍두기: 그뿐이 아니어요. 스윗매직도 맨날 게임 사이트에 드나드는데 다운된 적 없데요.

하얀마녀: 매직님이야 워낙 엉뚱하신 분이라... 걸리지나 말아야 할텐데요.

깍두기: 하여간 알라딘 마을엔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하얀마녀: 너무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이곳 생활을 즐깁시다. 이리 와요, 응?


같은 시각, 알라딘에서 서재질을 하던 호랑녀는 모니터 안에 뭔가 노란 점이 있는 걸 발견했다.

“엉? 저게 뭐지?”

확대를 위해 클릭을 한 호랑녀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모니터에 뜬 것은 단무지였다. 샛노랗고 둥그런 단무지. 호랑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컴퓨터의 전원이 나가 있었다.


마을회의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파란여우가 입을 열었다.

“호랑녀 얘기는 다들 들으셨겠지요? 대책을 생각해 봅시다”

에피메테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랑녀가 알라딘 밖으로 나가지 않았는데 단무지가 나타났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닙니다. 알라딘에서는 마음껏 활동할 자유를 주자는 게 그들과의 협약이 아니었나요?”

드팀전이 이의를 제기했다.

“불신하는 건 아닙니다만...호랑녀가 정말 알라딘에만 있었던 게 맞나요? 혹시 실수로 다른 곳, 예를 들면 따우네같은 야한 사이트를 갔을 수도 있잖아요?”

사람들의 눈길이 호랑녀에게 쏠렸다. 호랑녀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어흥!” 하는 포효 소리가 났다. 드팀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멍든사과가 끼어들었다.

“호랑녀는 거짓말 같은 거 하지 않잖아요. 우리 최소한 그건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옳소” 하는 소리가 났다. 다시 파란여우가 일어났다.

“그렇다면...다른 누군가가 알라딘 이외의 사이트에 접속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파란여우의 눈길이 스윗매직에게 향했다. 매직의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여우님!” 진우맘이 손을 들었다.

“전 스텔라가 게임 하는 거 몇 번 봤어요. 맞고를 치는데, 솜씨로 봐서 많이 해본 것 같았어요”

모두의 눈길이 스텔라에게 쏠렸다. 조선인이 물었다.

“스텔라! 그게 정말이니?”

스텔라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졌다. 투명한 뺨 위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흑, 잘못했어요. 사이버머니가 필요해서 그만....”

스텔라에게는 사흘간 마을회관을 청소하라는 벌칙이 주어졌다.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 스텔라를 스윗매직은 냉소적으로 쳐다봤다. ‘흥, 그러니까 안걸리게 해야지!’

그때 “꺄악!” 하는 비명 소리가 났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스텔라가 마루 한구석을 가리켰다. 거기 있는 건 틀림없는 단무지였다.

플라시보와 시아일합운빈현(이하 운빈현)은 풀밭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플라시보: 난 알라딘 마을이 싫어.

운빈현: (화들짝 놀라며) 왜?

플라시보: 몰라서 묻니? 여긴 너무 남자가 없잖아. 보라고. 서재 주인 538명 중 남자는 단 90명이야. 우린 인간이지 물개가 아니라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운빈현: 그,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플라시보: 알라딘 밖으로 나가면 남자가 아주 많다는 소문을 들었어. 난 거기 가서 멋진 남자를 물어올 거야.

운빈현: 그건 안돼! 나가는 즉시 컴퓨터가 다운될 거라고.

플라시보: 다운 될 게 무서워서 평생 처녀로 남을 수는 없어.

그때 폭스바겐이 나타났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아, 폭스바겐. 어서 이리와”

운빈현의 표정에 황홀감이 드러났다. “갈수록 이뻐지는구나”

‘흥, 좋아 죽네!’

플라시보는 운빈현을 째려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바쁜 일이 있거든. 먼저 가볼게”

플라시보가 떠난 뒤 운빈현은 폭스바겐의 곁으로 다가갔다.

“보고 싶었어”

“나도”

순간 “퍽” 소리와 함께 운빈현의 얼굴에 노란 단무지가 날라와 붙어버렸다.

“꺄악!” 폭스바겐의 비명 소리가 멀리 메아리쳤다.


벨은 열심히 알라딘에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자 그 남자가 내게 씨익 웃는거다. 희게 빛나는 이가 너무 멋져 보여서 나도 모르게 당근을 꺼내 남자 이빨에 대고 갈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걸까?]

그때, ‘퍽!’ 소리가 나면서 컴퓨터 화면이 나가 버렸다.

“에이 씨 글쓴 거 다 날라갔네!”

허탈해진 벨은 대문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벨, 너도야?” 금붕어가 물었다.

“뭘?”

“컴퓨터 다운되지 않았어?”

“너도?”

옆에 있던 소요12가 끼어들었다. “우리뿐이 아니야. 서림, 스타리스카이, 메시지 등 알라딘에 접속해 있던 모든 사람의 컴퓨터 전원이 나가버렸데”

“그, 그럴 리가. 알라딘에서만 놀면 아무 일 없잖아!”

평범한 여대생이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노한 거지...”

매직은 자기가 야한 사이트에 접속해서 그런가보다고 생각했다. 가슴이 뛰었다. 순간, “펑!” 하는 소리가 나면서 마을의 전깃불이 모조리 나갔다. 알라딘 마을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잠겼다.

“무, 무슨 일이야?” 검은비가 절규하는 소리가 들렸다.

“성님, 이리 오세요” 책나무가 집안에 있는 대피호를 열었고, 사람들은 우르르 대피 장소로 들어갔다. 뒤늦게 나타난 털짱이 말했다. “별일이 없어야 할텐데...”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알라딘 마을은 뒤숭숭하기만 했다. 회사에 출근한 실론티는 컴퓨터 모니터에 단무지가 붙어있는 걸 보고 기절초풍했고, 가을산은 모처럼 온 환자가 단무지를 먹다가 체한 환자라 몸을 떨어야 했다. 물만두는 김치찌개 안에 들어있는 단무지 때문에 찓개를 엎고 말았으며, 수니나라는 5층에서 거대한 단무지가 떨어지는 바람에 병원 신세를 졌다.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은 마음이었다.

“그들이 노한 것이 틀림없어. 이게 다 우리 중 누군가가 이상한 사이트를 가서 그런거야.....”

스윗매직과 로드무비처럼 몰래몰래 다른 사이트를 다니던 사람들도 자제에 자제를 거듭해야 했다.


한동안은 아무 일이 없었다. 그러던 중 판다가 습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탐스러운 털을 자랑하는 판다는 산 중턱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그 뒤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마을 원로들이 모였다.

체셔고양이: 혹시 웅담을 노린 자의 소행이 아닐까요?

아무도 고양이의 말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바람구두: 판다가 계속 깨어나지 않는다면 큰일이오. 우린 판다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어요.

마냐: 그게 무슨 말이죠?

바람구두: 그러니까 판다의 정신을 차리게 하려면 판다들의 관습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걸 알기 위해선 외부 사이트에 접속을 해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어요. 알라딘엔 판다에 대한 정보가 너무 빈약해요.

마냐: 그, 그건 안돼요. 우리가 여기 모인 목적을 상기하세요.

매너리스트: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판다의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게 급선무잖아요?

마냐: 그, 그래도...

서림: 저도 매너리스트 말이 옳다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아무 말도 안하던 아영엄마가 굵은 바리톤의 음성으로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명을 외부로 보내서 판다의 관습에 대해 알아오죠”

목소리가 굵은 아영엄마까지 나서자 마냐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마냐: 그럼 누굴 보내죠?

서림: 니르바나가 어떨까요?

바람구두가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은 너무 생각이 많아서 안돼요. 이런 일은 아무 생각없는 사람이 적합해요. 우리 마을을 지켜야 하니깐요”

매너리스트: 그럼 비누발바닥은요?

이번엔 서림이 반대했다. “그녀는 컴맹이라 원하는 정보를 가져오기 힘들 것 같아요”

마냐가 머리를 감싸쥐었다. 하얀 비듬이 공중에 날렸다.

“으, 머리아파. 누구 적합한 사람이 없을까?”

바람구두가 큰소리로 외쳤다.

“연보라빛우주가 어떨까요?”

그 말에 모두들 수긍했다.

“그래, 그녀라면 할 수 있을거야!”

여기저기서 옳소 소리가 났다. 회의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들은 아주 힘든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모두 흩어진 뒤, 혼자 남은 마냐는 금고에서 디스켓을 꺼내 컴퓨터에 넣었다. 잠시 뒤 모니터에 글자들이 떴다.


[오즈마: 뭐라고 이 바보야?

마냐: 윽, 날더러 바보라니..

오즈마: 더 심한 말도 해줄 수 있어. 쪼다!

마냐: 아아악! 쪼다! 나보고 쪼다래.]


그때 생각이 나는지 마냐의 눈에서 눈물이 났다. 마냐는 다른 파일을 불렀다.

[쥴: 말씀이 좀 심하신 거 아니어요?

찌리릿: 별꼴이야, 이쁘면 다야?

쥴: 도저히 말로 안되겠네요.

찌리릿: 내 방귀나 받아라, 뽕!

쥴: 으윽....]


[*^^*에너: 그러니까 니가 나한테 불만 있다 이거야?

LAYLA: 불만이 아니라 의견이 다른 거죠

*^^*에너: 조그만 게 까불고 있어!

LAYLA: 엉엉, 날더러 쪼그맣대...]


[너굴: 왜 저한테 그러세요?

꼬마요정: 니가 제일 만만하니까 그런다 왜?

너굴: 그러지 말고 잘 지내요, 언니!

꼬마요정: 내가 왜 니 언니냐? 널 동생으로 삼느니 차라리 바닷가재랑 놀겠다!

너굴: 윽, 바닷가재....흐흐흑.]


거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다 다른 사이트에서 회복 불가능한 언어폭력을 당한 터였다. 인터넷에 염증을 느낀 그들은 마냐의 제안에 따라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사이트를 만들기로 했다. 그곳이 바로 알라딘이었다.


아영엄마는 연보라빛우주를 불러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혼자가 무서우면 갈대랑 가렴”
“싫어요!” 우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다른 사이트에 가면 컴퓨터가 다운되잖아요! 그들이 절 가만두지 않을 거라구요”

아영엄마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제 더 이상 비밀을 숨길 수는 없었다.

“이봐, ‘그들’은 없어. 모든 게 다 조작이야”

아영엄마는 창고로 우주를 데려갔다.

“이것 봐”

창고에는 노란 단무지가 수없이 쌓여 있었다.

“사람들을 통제할 필요가 생기면 우리 중 누군가가 이 단무지를 잘라서 여기 저기 뿌려놓지. 심지어 컴퓨터 모니터에도”

우주의 큰 눈이 더욱 커졌다. “그, 그럼 컴퓨터가 다운되는 건요?”

아영엄마가 엷게 웃었다.

“이걸 보라고. 우리 어머니들의 삐삐 번호야. 이 삐삐를 내가 울리면, 삐삐를 받은 어머니가 그 집의 두꺼비집을 내려 버리는 거야”

우주의 눈이 커지다 못해 앞으로 나왔다.

“그럼 그게 다 거짓말이었단 말이어요? 그들의 존재도, 단무지도, 컴퓨터 다운도?”

아영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단다. 그게 다 우리 사이트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란다”

우주는 망연자실했다. 아영엄마가 떠난 뒤에도 우주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우주는 갈대와 함께 디씨인사이드에 갔다.

[우주: 저, 팬더의 관습에 대해 알고 싶어요.

단비: 뭐란겨 재?

써니사이드: 낸들아라? 또라이가타.

우주: 저,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거든요.

마립간: 핏, 요즘도 저리 마라는 놈이 잇네

Kimji: 글게마랴. 야 우주 너 바보지?]


여러 곳을 다녔지만 우주는 원하는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언어가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수준이었고, 그것도 대부분 욕이었다. 하지만 우주는 갈대의 도움으로 <미네르바>라는 사이트를 찾았고, 거기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선인장: 고생이 많으셨죠? 요즘 인터넷이 다 그래요.

비발: 그래도 용케 여기를 찾으셨네요.

소굼: 질문이 뭐랬죠?

갈대: 판다의 관습에 대해 알고 싶어요.

선인장: 관습, 관습이라.... 그건 헌재라는 곳에 가야 해요. 거기가 관습의 전문가들이 모인 사이트거든요.

우주: 의외군요. 전 동물 사이트 그런 곳에 있는 줄 알았는데...어쨌든 감사합니다.

소굼: 몸 조심하세요.]

그들이 떠나자 머털이가 한마디 했다.

“저렇게 예의바른 사람이 또 있다니, 신기한 일일세”


우주는 www.heonjae.com/kwansupspecial에 접속, 원하던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정신을 잃었던 판다는 의식을 회복했고, 알라딘엔 평화가 왔다.

진우맘: 이봐 우주! 바깥 사이트는 어떻든?

우주: 말도 마! 아주 끔찍했어. 다신 나가고 싶지 않아!

그때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우주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머털입니다. 저도 이곳에 살게 해주세요”

“저는 소굼이어요”

“저는 비발, 제가 살 곳도 있는거죠?”

이들을 비롯해서 선인장, 마녀물고기, 조선남자에게도 멋진 서재가 배정되었다. 알라딘 마을은 쭉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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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0-26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번에 장문의 글입니다... 역시... 단무지 하나로 이리 멋진 무협 환타지를 쓰시다니... 삼가 책을 내시라 아뢰는 바이옵니다^^ 퍼가요...

파란여우 2004-10-26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번엔 나두 사고치는 역할 한 번 맡겨 주세요..항상 모범생이나 대장 비슷한 역할은 재미없어....^^;;;, 뉴스레터는 안써요?(압박..)^^

마냐 2004-10-26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당히 심오한 주제를 다루셨군요...이걸 '햏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음...역할이 넘 좋아요..흐흐....질투의 돌이 날라오고 있어요 .호호호.
(그나저나...저 헌재닷컴/관습헌법을 기어이 클릭해본 건 설마 저뿐일까요? ^^;;;)

하얀마녀 2004-10-26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3류 소설은 언제 읽어도 재밌습니다. 어쨌든 모든 관습은 憲災로 ^^
그런데 전 저 링크 혹시나하고 클릭해봤습니다.

superfrog 2004-10-26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저도 클릭해봤어요.. 아닌 줄 알면서도 또 속고야 마는..;; ㅠ.ㅜ

아영엄마 2004-10-2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굵은 목소리로~ ^^;;) 제가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군요. 이 기쁨을 이 소설을 쓰신 저자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음하하하하~~~

sooninara 2004-10-2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정말 마태우스님은 못말려...

sweetrain 2004-10-26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마태님...

조선인 2004-10-26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처럼 출연한 것만으로 일단 추천 한 방 날립니다.
사심 가득한 나. ㅎㅎㅎ
(아, 물론 재밌었습니다. 재미없는데 추천할 만큼 타락하진 않았다구욧!!!)

sweetmagic 2004-10-26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뭘 그리 쫄고 그러세요 오늘 저녁 저랑 맞고 치실 분 ... 타스타님 로드무비님 오늘 도 우리가 늘 만나는 그 사이트 일대일 대화로 만나요 !! 오늘 수니나라님 11시 11분 이벤트 끝나고 15분까지 ok ??? ㅎㅎ

연우주 2004-10-26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처럼 주인공격으로 신분상승된 건 좋은데, 흑, 저는... 마태우스(바태우스라고 쓸 뻔 했어요)님이 생각하는 저는... " 아무 생각없는 사람"이었군요. 흐흑.

비로그인 2004-10-26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관습의 전문가들이 모인 헌재라는 사이트 주소를 정말 클릭했지 뭐에요.

잘쓰셨어요 너무 재밌네요 ^^
(바쁘시다면서 이런거는 언제쓰신담 이거야말로 삼류소설감)

sweetmagic 2004-10-26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 혹시 엉뚱하고 게임싸이트나 야한 싸이트 들락거리며 스텔라님 옆구리 찌르고 여우님 눈총받는 초절정 울트라 슈퍼급 호박씨가 되고 싶으시거들랑 저랑 바꿔요 !! ㅠ.,ㅠ;;;

깍두기 2004-10-26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이랑 저를 엮어주시다니 저야 감사할 따름....^^(마녀님, 싫다고 말씀하시면 저 화낼 거야욧!!!)

panda78 2004-10-26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주님 감사합니다. 절 구해주셔서.. 크크크 >ㅂ<
그나저나 매번 말씀드리지만 말예요. 판다는 너구리과거든요? 웅담은 없다구요.... 엉엉

sweetrain 2004-10-26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제가 방금 전까지 베이징의 판다우리에 폭격을 하는 소설을 읽었거든요..판다의 수난시대가...오래가는군요...

갈대 2004-10-26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이번호에는 꽤 길게 나왔네요. 대사도 있구^^ 관습스페셜.... 대박입니다!!

엔리꼬 2004-10-26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격! 서재지수 밑바닥인 제가 데뷔무대에서 이렇게 많은 대사를 받다니요...감격해서 손이 부르르 떨립니다. 흑흑... 이거 연극으로 만들면 대사가 너무 많아서 외우기나 하겠어요? 어쨌든 분발하라는 이야기로 잘 알아듣고, 열씸히 글 쓰겠습니다....

stella.K 2004-10-2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비록 벌칙으로 마을회관 청소를 맡았지만 이렇게 출연한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잘 쓰셨네요.^^

ceylontea 2004-10-26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혹시나 하고 그 사이트 눌렀는데.. 역시나 더군요..
그리고..
찌리릿: 내 방귀나 받아라, 뽕!
이거 너무 웃겨요... ㅋㅋ... 찌리릿님 요즘 불철주야 바쁘신데... 이것을 보셨을까 싶네요.. 히히.

ceylontea 2004-10-27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등이닷... 오랜만에 와서리.. 이것이라도 정표로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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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o12 2004-10-27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등장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코코죠 2004-10-2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가 마냐님을 얼마나 존경해라 하는데 저렇게 부르장머리없이 굴겠사와요!

노부후사 2004-10-27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맨날 한 마디하고 사라지네요. ㅜㅜ;;

tarsta 2004-10-27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마태님 소설을 보니 웃음이 계속.. 저도 추천했어요! ^^
그런데,, 그날 화장빨이 잘 받아서,, 순전히 조명탓에,,, 사람들이 진짜인줄 알겠어요. ㅠ_ㅠ

진/우맘 2004-10-27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굉장히 뿌듯한 여운이 남는 3류소설이로군요.^_____^
수고하셨어요, 마태님!

가을산 2004-10-27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3류소설이 최고야...^^

로드무비 2004-10-27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겐 알라딘밖에 없어요.^^

마태우스 2004-10-28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앞으로도 그러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 보아요^^
로드무비님/저두요---근데 로드무비님, 싸이월드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던데요??? <--그냥 한번 찔러본 것임. 근거 전혀 없음.
운빈현님/아유, 아닙니다.. 그렇게 좋아해 주시니 제가 고맙네요.
가을산님/앗 님은 저번에 뉴스레터가 최고라고 말씀하셨잖아요. 4월 13일 발언이요<--이거 물론 뻥입니다^^ 감사!
진우맘님/아 제 라이벌 진우맘님, 요즘 우리 둘 다 너무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그죠?
타스타님/어머나 겸손하기까지... 타스타님이 최고에요!
에피메테우스님/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마냐님도 처음엔 방귀 한번 뀌고 사라지는 역이었어요... 조금만 참으심 제가 주연으로 키워드리죠 호호
오즈마님/님도 마냐님을 존경하는군요. 우리 모두 '마' 패밀리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소요님/오랜만에 뵙겠어요. 3류소설 덕에 모두 만나는군요^^
실론티님/정표 감사합니다. 역시 님은 방귀를 좋아하세요^^
스텔라님/아이디어가 없어서 패러디를 했습니다. 빌리지를 보셨으면 좀더 재미있었을텐데,,,
서림님/그렇게 고마워해주시니 제가 몸둘바를 모르겠사와요.
갈대님/뭐 대박씩이나...그래도 그리 말씀해 주시니 기분 좋사옵니다
단비님/그래서 판다를 보호해야 합니다!!! 판다를 괴롭히지 맙시다!
판다님/역시 판다님은 판다 전문가세요. 웅담이 없구나..으음...
깍두기님/설마 마녀님이 싫다고 하시겠어요? 마녀님은 연상도 포용할 수 있사옵니다^^
스윗매직님/님의 발랄함 때문에 그런 역할을 맡겼사옵니다. 양해해 주실거죠??
체셔고양이님/학교에서 절 괴롭힐수록 전 더 열심히 알라딘 서재질을 할 겁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요즘은 제 페이퍼 답글 달기도 힘에 겨운 상태...11월이여 어서 오라.
우주님/울지 마세요. 시험공부 하실 때는 원래 생각이 없어야 더 잘되는 법입니다
따우님/음, 전 따우님처럼 에로틱한 머리 스탈을 본 적이 없어서요...
조선인님/감사합니다. 재미있다고 해주셔서^^ 이거 쓰고 나서 걱정 좀 했어요. 언제나 그렇지만...
수니님/절 말릴 분은 수니친구 뿐이라네...
아영엄마님/님의 미모를 이용해서 흥행에 성공하려고 했어요. 호호. 윈윈 게임인 듯 싶네요
금붕어님/역시 님은 순수 그 자체세요.^^
마녀님/님께서 추천하신 횟수가 벌써 101번이더군요. 최다 추천, 감사드립니다.
마냐님/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마냐님, 매번 궃은 일 맡겨서 죄송합다.
쥴님/반전이 없는 건 저도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어요. 영화 빌리지에 비하면 너무 약하죠....
여우님/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
만두님/가장 먼저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얀마녀 2004-10-28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런데 제가 추천했는지 어떻게 아셨어요? 그런 것도 보이나요?

마태우스 2004-10-29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호호, 보이긴요 그냥 대충 짐작한 거구요, 101번이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수치입니다. 그래도 제가 감사드리는 건 진짜란 말이어요!!
 

 

 

 

 

 

 

* 결말을 구상하고 있었는데요, 친구가 전화해서 술마시러 오랍니다. 그래서 서둘러 마무리를 했어요. 흑흑. 더 잘 쓸 수 있었는데....

“매직아, 제발 뭣 좀 먹어! 벌써 며칠째야?”

“싫어. 이제 하루만 더 참으면 돼”

스윗매직은 어머니가 식탁위에 차린 칠면조의 유혹을 겨우 이겨냈다. 허기를 이기기 위해 수돗물을 마시면서 매직은 낮게 중얼거렸다. “장하다, 매직!”


“전부 몇 개지?”

물만두가 이를 쑤시며 물었다.

“116개”

만순이가 이마의 땀을 닦았다. 며칠간 만순이는 만두를 만들고 세는 일을 하느라 탈진한 상태였다.

“컨디션 조절하느라 덜 먹었거든. 이런 추세라면 내일은 200개 돌파도 어렵지 않겠어. 두고봐. 내 닉네임이 왜 물만두인지를 보여주겠어!”

“난 언니를 믿어!” 만순이가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히유, 이제 이짓도 지겹다”

만두피를 핥던 마냐가 허겁지겁 갈대즙을 마셨다.

“벌써 그만두려고? 내일이 시합인데...”

마냐의 매니저를 맡고있는 로드무비가 걱정스럽게 마냐를 바라봤다.

“만두피를 핥으면 정말로 만두를 많이 먹게 되는 거야? 난 자꾸 회의가 들어”

“그럼, 만두먹기 대회는 질리지 않고 먹는 게 중요하거든. 만두피를 핥으면 만두에 대한 내성이 증가한다고”

“그래도 그렇지, 2주나 만두피를 핥았으니...어머, 나 혓바늘 돋은 것 좀 봐”

로드무비가 마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루, 딱 하루만 더 참아”

마냐는 고개를 끄덕이며 로드무비가 내미는 만두피를 혀로 갖다댔다.


알라딘에 만두 1천포대가 배달된 것은 추석을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추석 전에 들어온 주문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짐을 가득 실은 트럭 세대가 알라딘 본사에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그 짐은 모두 인스턴트 만두인 ‘부추 물만두’였다.

“어디서 오셨어요?”

찌리릿이 물었지만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만두를 가져다 본사 앞에 쌓기 시작했다. 십분도 지나지 않아 만두는 사람 키 높이만큼 쌓였다.

“여기 싸인해 주시죠”

인부의 명찰에는 매너리스트라고 씌여 있었다.

“매너리스트님, 전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서명 용지를 가지고 사라졌다. 난감해하고 있는데 찌리릿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찌리릿님?”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신지요?”

전화를 건 사람은 파란여우라고 했다. 국내 만두 시장의 60%를 장악한 큰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파란여우는 그간 알라딘에 너무 고마운 게 많았다면서 만두를 보낸다고 했다.

“저희가 뭐 해드린 것도 없는데요...뚜뚜뚜...”

찌리릿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겨 버렸고, 그때부터 찌리릿은 산더미같이 쌓인 만두를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뭘 고민해? 쌓아놓고 우리가 먹으면 되잖아?”

서니사이드의 말에 찌리릿은 피식 웃어버렸다.

“저걸 우리가 무슨 수로 다 먹니?”

“두고두고 먹으면 되지!”

찌리릿은 만두 한포를 꺼냈다.

“이 숫자를 보라고. 유효기간이 2004년 10월 31일까지잖아. 한달 안에 무슨 수로 저 많은 걸 다 먹니?”


알라딘배 쟁탈 제1회 만두먹기 대회는 이래서 만들어졌다. 신바드는 가장 많은 만두를 먹은 사람에게 30만원의 알라딘 상품권, 2등과 3등에게는 각각 20만원과 10만원을 부상으로 내놓았다. 만두도 먹고 상품도 타는 경기라 그런지 500명이 넘는 서재 주인들이 참가신청을 했다.

-만두 아래 만두 없고, 만두 위에 만두 없다, 아영엄마

-만두는 남자의 미래다, 하얀마녀

-만두는 음식이 아니라 과학이다, 에피메테우스

-만두 10002개(만두개) 먹을거다, 카이레

-만두도 나무에서 나왔다!, 책읽는나무


만두먹기 대회의 세계기록은 78년 일본에서 ‘soyo12'가 377개를 먹은 것이었지만, 98년 태국의 ’가을산‘이 마의 400개 벽을 깨고 403개를 먹음으로써 20년된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기록은 88년 딱 한번 벌어진 ’진기록대회‘에서 체셔고양이가 163개를 먹은 것. 만두 전문가 오즈마는 “88년보다 체형이나 영양상태가 좋아졌다”면서 “200개 내외에서 우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람들은 스윗매직, 물만두, 마냐를 우승후보 빅스리로 꼽으면서, 먹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판다와 지느러미가 빠른 금붕어, 체격조건이 좋은 깍두기를 다크호스로 지목했다. 하지만 우승 가능성은 누구나에게 열려 있었다.


올림픽공원 광장. 화창한 날씨에도 참가자들의 얼굴은 긴장돼 보였다. “빵!” 만두 모양의 풍선이 터지면서 대회가 시작되었다. 스타리는 만두 네 개를 한꺼번에 입에 집어 넣었다. “캑캑!” 사래가 들렸는지 갑자기 기침이 맹렬하게 나왔다. 5분이 지나도 기침은 멎지 않았다. ‘아, 30만원...’ 스타리는 결국 옆에 놓인 타월을 흔들었다. 첫 탈락자였다.


멍든사과는 운이 없었다. 만두 하나가 목에 걸린 것. 응급 구조반이 달려와 만두를 제거했는데, 놀랍게도 만두 속에는 털이 잔뜩 들어있었다. “조리사 중 털이 많은 사람이 있었나 봅니다” 사과는 다시금 대회에 참가하려 했지만, 의욕이 상실된 상태에서 만두를 먹는 건 힘든 일이었다. 사과 역시 눈물을 머금고 수건을 흔들었다. “이건 분명히 털짱 짓이야! 두고보자!”


스텔라는 혹시 몰라서 아침을 먹었던 걸 뼈저리게 후회했다. 40개를 못넘기고 스텔라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내 “우웩!” 소리가 났다. 이미 만두를 게워낸 새벽별이 스텔라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화장실을 나온 둘은 마냐가 만두를 먹는 모습에 경악하고 말았다. 마냐는 정확히 십초당 세 개씩의 만두를 입안에 던져 넣다시피 했는데, 씹지도 않고 삼키는 것 같았다. ‘저, 저자는 이, 인간이 아냐!’


갈대는 자신의 가냘픈 몸매를 탓해야 했고, 소굼은 “꼭 간장에 찍어먹어야 하는 법이 어딨냐. 소금을 달라!”고 항의하다 강제로 끌려나갔다. 바람구두는 100개를 넘기자마자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따우는 집계원에게 돈을 주고 기록을 올리려다 걸렸고, 60개를 가볍게 넘긴 타스타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달려온 시어머니에게 끌려나가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탈락자는 늘어만 갔다. 이제 남은 사람은 단 여덟이었다.


“젠장, 물을 너무 많이 마셨어!” 금붕어가 단비 같은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누워 버렸다. 집계원은 힘차게 금붕어의 만두수를 외쳤다. “백칠십삼개!”

“으---” 낮은 비명과 함께 스윗매직이 수건을 흔들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숨이 가빠 보였다. 대기 중이던 의사 마립간이 스윗매직의 기도를 점검했다. “이겁니다!” 마립간은 핀셋에 든 물체를 여럿에게 보였다. 그것은 만두 포장지였다. 우승후보 스윗매직의 기록은 211개에 그쳤다.


판다는 눈을 감고 만두를 먹었다. 만두를 세던 토깽이탐정이 이유를 묻자 판다는 이렇게 대답했다. “만두와 하나가 되기 위해서죠!”

하지만 계속 그러다 만두 하나가 코로 들어갔고, 판다는 십분쯤 기침을 한 끝에 타월을 흔들고 말았다.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께요”

물만두가 사정했지만, 집계를 하던 찬타는 단호했다. “자리 이탈은 그대로 실격입니다!”

“소변인데도 안돼요?”

물만두가 계속 사정했지만, 찬타는 계속 고개를 저었다. 순간 “퍽!” 소리가 나면서 물만두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곧이어 냄새가 진동했다.

“거봐요! 내가 뭐라고 했어요!!!”

물만두는 화를 내며 짐을 쌌다. 물만두의 기록은 202개였다.


깍두기도 담당 집계원에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만두만 먹으면 밋밋하니까 깍두기 좀 먹겠다는데, 왜 말리는 거요?”

호랑녀는 고개를 저었다.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좀 봐주슈! 느끼해 죽겠소!”

호랑녀가 안된다고 하려는 찰나, 깍두기가 그만 오버이트를 하고 말았다. 토사물은 호랑녀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거봐요! 봐달랄 때 좀 봐주지!” 깍두기가 그때까지 먹은 만두수는 208개였다.


이제 남은 사람은 둘. 마냐야 원래 우승후보였지만, 다른 한명은 만두업계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만두 두 개를 입에 넣고 꼭 점프를 했다.

“왜 그러는 겁니까?”

기자들이 묻자 그녀는 배시시 웃었다. 성질급한 기자가 재차 물었다. “이름이 뭐죠?”

“진.우.맘!” 말을 하는데 만두 파편이 기자 한명의 얼굴로 튀었다. 그 기자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강적이군. 강적이야...’ 만두 세 개를 한입에 넣던 마냐가 진우맘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전혀 미동도 없이 만두를 먹는 그녀, 그때 진우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많이 먹지 못하는 것은 음식물이 위에서 걸리기 때문입니다. 위의 용량은 한계가 있습니다. 잘해야 만두 200개밖에 안들어가죠. 하지만 우리의 장은 깁니다. 8미터나 되죠. 거기다 만두를 차곡차곡 쌓는다면 400개, 500개도 가능합니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합니다. 자기 체중의 세배까지 먹을 수 있어요”

마냐는 그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안그래도 배가 터지려고 하는데...’

마냐는 진우맘의 방법을 따라해 보기로 했다. 마냐는 자리에서 일어나 껑충 뛰었다.

“아야!” 착지를 잘못했는지 왼쪽 발목이 너무 아파왔다. 마냐는 발목을 부여잡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집계원이 힘차게 기록을 불렀다. “삼백이십칠개!”


진우맘은 신바드로부터 30만원짜리 상품권을 전달받았다. 민완기자로 활약 중인 실론티가 다가왔다. “519개로 세계기록 보유자가 되셨는데요, 비결이 뭡니까?”

“비, 비결은....웩!”

피부미인 실론티는 얼굴 가득 만두를 뒤집어썼다.


큰 행사를 치룬 찌리릿은 기진맥진해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잠이 들려는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파란여우였다. “저, 일전에 보낸 만두는 잘 드셨나요? 제가 유효기간이 얼마 안남은 만두가 몇백포대 더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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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10-0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별로 재미 없는 것 같아 걱정이네요...

물만두 2004-10-01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요^^ 저를 드시겠다고요^^ 이 말씀을 해드리고 싶네요 벗으라면 벗겠어요~(만두피를)

sweetmagic 2004-10-01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실망이예요....


제가 일등일줄 알았는데

sweetmagic 2004-10-01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압 만두님께 밀렸다

비로그인 2004-10-0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만두 ^^ 먹고 싶어지네요 갑자기.

tarsta 2004-10-0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핫핫.. 재밌는 저는 뭐죠? ^^
(근데 어머님,,어머님,,그러시면 어떡해요오.....~~~흑흑흑..!!!)

superfrog 2004-10-01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
휴.. 백칠십개를 먹어도 우승과는 거리가 멀군요.
제가 어디서 주워듣기로는 만두피와 만두속을 따로 먹으면 많이 먹을 수 있다네요..^^;;;
믿거나 말거나죠..

물만두 2004-10-0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가 벗은 겁니다. 전 쉬야했어도 아무말 안했다구요^^ 만순이 출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tarsta 2004-10-0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진짜 그럴 것도 같아요. 만두피만 먹다가 뭔가 심심하다 싶으면 속을...!!
으흣으흣 (다음에 해볼지도 몰라욤 -_-)

호랑녀 2004-10-01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다음엔 꼭 깍두기도 드시게 해 드릴게요.ㅠㅠ

sooninara 2004-10-01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캐스팅 안됐다...ㅠ.ㅠ..
파란여우님이 다시 전화 건걸로 결말이 났으니 조금후엔 만두먹기2가 나오겠죠..
저도 출연 시켜 주세요..네????

진/우맘 2004-10-01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캬캬캬 역시, 우승!!!!!!

하얀마녀 2004-10-01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만두 사가지고 들어올 걸... ^^

가을산 2004-10-01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 있었어요! ^^
만두 먹다가 끌려간 타스타님이 젤 불쌍해요!

tarsta 2004-10-0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그러게요..끌려가지만 않았어도 ...!!!

노부후사 2004-10-0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만의 3류 소설이네요. 잼나게 잘 봤습니다. 마태님~~~
근데 저도 주연으로 좀 올려주시어여~~
전 박상원이 아닙니당~~ ^^;;

starrysky 2004-10-0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만두라면 제가 1등 헀을 텐데 물만두라서 첫번째로 탈락을.. ㅠㅠ 사랑하고 존경하는 물만두님을 먹으려니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더라구요.. 흑흑.
마태님 정말 재밌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

조선인 2004-10-01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야식은 만두로 낙찰.
(헉, 너 오늘부터 살 뺀다고 하지 않았니? ㅠ.ㅠ)

깍두기 2004-10-0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출연인데, 체격조건이 좋은 깍두기에다가 오바이트까지.....ㅠ.ㅠ 마태님은 날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걸까? 그래도 중요인물로 출연하여 3등을 차지하였으니 감읍이오.
(다른 분들도 그다지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군요.ㅎㅎㅎ 이것이 3류소설의 재미인가봐요. 망가지면서 느끼는 재미....)

비로그인 2004-10-0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손큰할머니의 만두만들기.... 이거 재미마주 책 아닌감요?
이런 책도 읽으시다니... 벤지에게 읽어 주려 샀는지...
ㅎㅎㅎ 혹 전화벨은 벨~이 아닐런지요.


비로그인 2004-10-0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읍.. 이 시간에 만두 생각이...ㅠ.ㅜ 근데 정말 타스타님이 제일 불쌍한거 같은...

stella.K 2004-10-02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욧! 지난번엔 절 공주로 만들어 주시더니 여전히 무섭고 더티한 캐릭터구만요. 미워요!
새벽별님 저 여깄어요. 아무래도 새벽별님의 위로가 필요해요. 으앙~

로드무비 2004-10-0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제가 왜 매니저랍니까?
강력한 우승후보로 뛸 수 있는데...
로드무비-로드웍ㅎㅎ
부추만두 먹고싶어요^^
그런데 이건 또 언제 쓰셨지?(혼잣말)

마태우스 2004-10-0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화내지 마세요. 담번엔 잘할께요
새벽별님/스텔라님 화를 풀어 주시어요....
평범한 여대생님/밤 11시 25분에 먹는 만두는 치명적이지요...
벨님/아, 제가 띄우는 책은요, 읽은 게 아니라 제목과 관계있는 걸 검색해서 올리는 거예요.
깍두기님/오해 마세요! 평소 님한테 가졌던 생각과는 전혀 관게없어요!!...
조선인님/부추 물만두를 드세요. 그게 젤 맛있어요.
스타리님/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써놓고 사실 불안했어요...
에피메테우스님/담번엔 꼭 주연을......................
타스타님/님의 희생에 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재미있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해주셔서 또다시 감사...
가을산님/오, 가을산님도 재밌다고 칭찬을...
하얀마녀님/음식은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먹고싶어지더라구요^^
따우님/진우맘님 이벤트 하고 계시는데요???
진우맘님/우리의 우정상 우승을 차지할 분은 진우맘님밖에 없습니다.
수니나라님/3류소설의 샤론스톤을 캐스팅 못해서 죄송해요!! 담번엔 주연!!
호랑녀님/규정상 안됩니다!!
물만두님/이 소설을 계기로 앞으로는 저랑도 잘 지내요, 네???
금붕어님/따로 먹으면 맛이 없잖아요.
체셔고양이님/이 소설은 위기에 빠진 만두업계의 로비와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밝힙니다^^
매직님/이미지 바꾸셨군요!! 이번 건 마음에 드네요.

마태우스 2004-10-0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그, 그건 알지만 님의 연배가 아무래도 전성기를 지났지 않습니까. 건강상의 이유로 매니저를.... 화내지 마세요!

마냐 2004-10-03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우읍....327개. 으으으....마태님, 숨을 못 쉬겠어어어요....고마...어....여..........-,.-

ceylontea 2004-10-04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낙스피릿 정신이 뛰어난 진우맘답게 1등을 먹었군요.. 꿀꺽...
실론티는 진우맘의 만두파편을 맞은 후로 피부가 망가졌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