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지옥의 5연전 중 이틀이 지났다. 오늘과 내일이 최대 고비인데, 잘 넘길 수 있을까?

마신 술: 소주 한병 반과 삼겹살-->2차 친구집서 맥주 두병

좋았던 점: 소주 다섯병을 마시는 친구인데, 요즘 맛이 가서 많이 못마시더만. 음하하

나빴던 점: 집에 가다가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노래방에 끌려갔다. 1시간 반동안 고생했다. 아저씨는 왜 자꾸 서비스 시간을 넣어 주는지...난 노래가 싫은데...집에 오니 새벽 한시, 지금도 졸려 죽겠다.

 

어제 술을 마신 친구-알파락 하자-는 나와 정말 친한 친구다. 90년대 후반, 내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언제나 같이 술을 마셔준 고마운 친구이기도 하다. 그러던 것이 3년 전 결혼을 하면서 연락이 뜸해졌고, 아이가 생기면서는 1년에 두세번, 행사가 있을 때나 볼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따지고보면 그가 처음은 아니었다. 나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 하나-얘는 베타다-는 97년 결혼한 이후 인간이 변해 버렸다. 일이 끝나면 총알같이 집에 갔고, 술같은 건 마시지도 않는 듯했다. 그때 우린 만나기만 하면 베타를 비난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베타가 우리를 불러모으더니 <까르네스테이션>에 데리고 갔다.

"니들이 하도 뭐라고 해서 오늘 밥 산다!"

그 말을 듣고 조금은 서운했다. "이걸로 떼울테니 더이상 나 볼 생각 하지 마!"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내가 원한 것은 약간의 관심이지 밥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그땐 내가 뭘 잘 몰랐다. 자기 아내가 친구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예컨대 친구만 챙기고 맨날 늦게 들어간다면, 그래서 아내와 불화가 생긴다면 좋은 건 아니잖는가? 술 잘 사고 그러는 게 우리야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콩나물값도 아끼는 아내가 본다면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가정과 사회, 이 두가지를 모두 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칭송을 받는 사람은 집에서 욕을 먹고, 가정적으로 너무 잘하는 사람은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된다. 하지만 친구가 밥을 먹여줄 수는 없는 법, 굳이 둘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한다면 가정을 택하는 게 옳지 않을까? 이런 사실을 뒤늦게 깨우쳤기에, 알파가 출산을 한 후 연락이 뜸한 게 그렇게까지 아쉽지는 않았다. 아니, 내 쪽에서 의도적으로 연락을 안한 측면이 더 클지도 모른다. 어쨌든 알파는 한번 만나자는 내 전화에 무척이나 반가워했고, 지난 몇달간의 일을 얘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 예상대로 알파는 애와도 잘 놀아주는 자상한 아빠가 되어 있었고, 그걸 보면서 난 흐뭇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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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kitchen 2004-02-1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렇다할 가정을 이루지도 못했고, 지금 몸 담고 있는 가정에선 제거 대상 1호인 저를 비롯한 알파, 베타, 감마 떨거지들이 우글우글 모여 늘 하는 말도 그겁니다. 우린, 결혼해도 절대 서로 배신하지 말자. 그러곤 술 한 잔 털며 덧붙이죠. 쓰벌..배신할 건덕지라도 생겼음 좋겠네. 제가 봤을 때, 결혼만 했다 하면 싸그리 배신할 것들입니다. 그럼 저도 마태우스님처럼 그 애들 보면서 흐뭇해 하겠죠. ^^

paviana 2004-02-1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도 그리고 알파분도 좋은 분들이시네요...변할 줄 아는 사람과 변해버린 친구를 이해할줄 아는 사람..두분다 훌륭하십니다.

비로그인 2004-02-1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정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둘다 잡기가 참 애매한 거 같아요. 연애를 하더라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너무 좋아하면 애인이 싫어하고, 애인하고만 너무 놀면 친구들이 서운해하고...^^ 그래도 가정을 꾸리면, 가정쪽으로 무게가 조금 더 기울어야 될꺼 같아요. 그래서 이해해주시는 마태우스님의 모습도 흐뭇~하네요. ^^

진/우맘 2004-02-1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좋은 해결책은...술친구 중의 한 명을 골라 결혼하는 것입니다! 매번 같이 술자리에 나가지는 못해도(그러면 가정이 유지가 안 되겠지요^^) 대표로 한 명만(?) 나가게 되는 경우에도 집에서 별로 걱정이 안 되거든요. 대충 그 술자리의 성향과 코스가 그려지니까요.
뭐, 제 경우는 그렇습니다.^^;;

마태우스 2004-02-19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키님/우린 절대 배신하지 말자... 넌 배신하면 안돼!... 알파 등과 여러번 했던 얘기지요. 우정이냐 사랑이냐, 그것이 문제지요^^

파비아나님/ 님께서 그러시니 제가 제 자랑만 한 것 같은 느낌이..... 제가 원래 그런 놈은 아니랍니다. 별명이 밴댕이라니까요!!

마태우스 2004-02-1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늘 좋은 조언을 해주시는 님을 알게 되어, 제가 더 흐뭇합니다.

진우맘님/술친구와 결혼하셨군요! 제가 언제나 꿈꾸던 일인데... 그래서 진우맘님이 그렇게 멋지게, 재미있게 사시는군요.
 

 

 

 

 

 

*어젠  지옥의 5연전 첫날이었다.

마신 술: 소주 세잔, 죽엽청주 다섯잔---> 2차 가서 맥주 한병, 양주 반병
혼자 마신 이유: 일곱명 중 술먹는 얘가 나밖에 없는데, 술을 큰 걸 시켰다.
나빴던 점: 내가 주인공이라서 1차를 카드로 그었다.
좋았던 점: 집에 갈 때, 애들이 회비를 걷었다며 남은 돈을 다 나한테 줬다. 세어보니 내가 그은 것보다 더 많다. 우히히.

어제 대학 동창들의 번개가 있었다. 사람이 노는 데는 부지런하고 집요하다고 알려진 덕분에, 모임을 주선하고 장소를 예약하고 하는 걸 내가 할 때가 많다. 번개라 함은 몇 명이 올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일, 난 중국집에다 여섯명을 예약했다. 확실히 오겠다고 답을 준 친구만 다섯이었기에, 여섯은 좀 적어 보였다.
"야, 좀 좁지 않냐?" 먼저 온 친구가 불평을 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는 그에게 십년전의 쓰라린 과거를 얘기해 줬다.

십년 전, 난 써클 선배로부터 졸업생들 모임을 주선하라는 명을 받았다.
"예약은 몇 명이나 할까요?"
"서른명 정도 하면 되지 않을까?"
난 선배들에게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싱그러운 계절...' 어쩌고 하는 엽서를 100여통이나 띄웠고, 대학로에 있는 유명한 중국집-이름이 <진아춘>이다-에 서른명 자리를 예약했다.

당일날, 지도교수가 괴롭히는 걸 과감히 뿌리치고 약속 장소로 온 나는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커다란 방에는 하얀 종이가 깔린 상 일곱 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고, 상 위에는 '예약'이란 푯말이 놓여 있는데,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스포츠신문을 꺼냈다 (그때 난 스포츠신문 매니아였다).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신문을 넘기고 있자니 한명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가 함께 떠니까 정도가 덜했지만, 떨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드르륵"
문 소리가 나며 주인 아저씨가 얼굴을 내민다. "아직 다 안오셨나요?"
난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했다. "올...거예요"

30분이 지났고, 그때까지 더 온 사람은 한명 뿐이었다. 밖에서 소리가 났다.
"아저씨, 자리 없어요? 저희 한 스무명쯤 되는데"
"지금 예약이 있어서 자리가 없어요"
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아저씨, 저희가 작은 방으로 옮길테니, 그 방 내주세요"
아마도 그들은 신께서 내게 보내준 천사였을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내 순발력도 칭찬받아 마땅했다.

조그만 골방으로 옮기자 떨림은 가라앉았지만,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심지어 모임을 지시했던 선배마저 오지 않았지 않는가. 밖에 나가 약속이 있다는 재학생 애들까지 붙잡아 왔지만 사람은 총 여섯명, 그냥 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날 난 소주를 엄청나게 들이켰다. 분노가 술을 다 흡수해 버리는지, 하나도 취하지 않았다. 그후 난 어떤 모임이든지 예상되는 참석자의 절반 정도의 자리만 예약을 했다. 그리고...내가 마음을 푼 5년 후까지, 졸업생 모임은 다시 열리지 못했다.

여기까지 얘기하자 친구는 눈물을 닦으며 잘못을 빌었다.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그냥 여기 앉아 있자"
어제 온 인원은 7명이었고, 약간 좁았지만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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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18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친구분이 눈물을 닦으며 잘못을 비셨다니... 여튼 경험에서 우러나온 아름다운 결론이네요. ^^ 어제의 주인공이셨다함은, 혹시 드디어 나온 책때문인가요?? 축하드려요~ 그리고 5연전 마지막 순간까지 승리하시길. 화이팅~!!

paviana 2004-02-18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엽청주에다가는 해물누룽지탕을 먹어야 하는데...이거 사준다는 칭구가 6개월째 공수표만 날리고 있답니다.칭구에서 확 지워버릴까 했지만,20년칭구라 그럴수도 없고, 속으로 안주만 점점 늘리고 있답니다.깐소새우도 하나 추가해서 배가 터지도록 먹어야지 !근데 승리하실려면 안 드셔야 승리하시는거 아닌가요? ^^

쎈연필 2004-02-18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글 읽을 때마다 껄껄 웃습니다... 기분 나쁘시진 않겠죠? 근데... 술 넘 자주드시네요;;

갈대 2004-02-18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간이 작은 사람은 기절했을 겁니다. 그 상황이었더라면 말이죠^^

마태우스 2004-02-19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아, 예리하신 앤티크님.... 님 덕분에 어제도 잘 치뤘습니다^^
paviana님/해물누룽지탕 그거 맛있죠. 그걸 먹은지도 8개월여가 흘렀군요... 제가 말하는 승리란, 안취하고 버티는 거랍니다^^
라스꼴리니꽃님/기분 나쁘긴요!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지요.
갈대님/그쵸? 저두 거의 기절할 뻔했지만, 술의 힘으로 버텼답니다.
 

취지: 전 직장에 있던 사람이 결혼해서 간만에 오비들이 모였다

과정

-2시, 예식장 피로연, 소주 한병 마심

-3시 반, 인근 맥주집서 7명이 피처 8000cc 나누어마심

-6시, 대학로 극장서 <실미도> 관람(이하 남2, 여2)

-8시 반, 횟집 가서 소주 1병반 마심

-11시,  귀가, 정신이 얼떨떨해서 새벽 두시까지 맞고치다 잠, 아침에 무진장 후회하고 맞고를 은퇴하기로 함

종합: 소주 두병 반, 맥주 1500cc 정도?

의의: 화요일부터 시작되는 죽음의 5연전에 앞서 몸을 푸는 의미가 있음

좋았던 점: 짝 맞춰서 노니 오붓하고 즐거웠다.

 

나빴던 점

-술김에 횟집서 카드로 그었다. 아침에 명세서 보고 잠시 망연자실.

-엄마가 "니가 인간이냐"며 야단침. 술먹고 야단맞은 거라 별 가책이나 고통이 없었음.

-<말죽거리> 보고싶었는데 다른 애가 이미 본 상태고, <실미도> 본애는 나밖에 없어서 두번째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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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1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죽음의 5연전을 앞둔 몸풀기라니요...얘기만 들어도 무섭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무척 오래까지 버티셨군요!! 죽음의 5연전에서 생존확률이 높을수도...ㅎㅎ

paviana 2004-02-1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의 서재에서 잔술이야기가 나와서 왔어요..잔술이라면 역시 일식집에서 마시는 히레사케가 최고지요..복어지느러미 태운 따끈한 정종한잔.. 오늘은 그게 땡기네요..이술의 안주는 오뎅이 좋겠지요..

마태우스 2004-02-17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님/그래요, 정종은 오뎅이랑 마셔야죠^^ 투다리에서 먹는 정종을 전 좋아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술은 참이슬이구요.

마태우스 2004-02-17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님의 격려가 늘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죽음의 5연전, 시작입니다!
 

심야우등을 타고 집에 온 시각이 새벽 두시, 날 기다리던 벤지 대소변을 누이고 밥까지 준 후 두시반쯤 잤는데, 7시 반경에 눈이 떠졌다. 이따 열시쯤 나가면 오늘 안으로는 컴에 접속을 못할테니, 부지런히 써야겠다. 그런데...너무 피곤하다. 버스에서, 그리고 택시에서 내리 잤으니 시간으로 따지면 덜잔 것도 아닌데 왜 이리도 힘들까?

22번째 술

내가 지도하던 학생 하나가 "그간 잘 지도해 주셔서 감사한다는 뜻으로 찾아뵙"겠단다. 뭘 또 새삼스럽게 감사를... 시간을 정해 연락하겠다고 해놓고 뭉기적거리고 있으니까 그가 독촉전화를 한다. 미안해서 "내일 보죠 뭐"라고 했다. 그래서 2월 12일에 그와 만나서 내가 아는 맛있는 집 빅스리 중 한곳에 데려갔는데, 그는 원래 술을 한잔도 못하기에 나 혼자 큼지막한 동동주를 다 먹었다.

그가 자꾸 "찾아뵙겠다"고 하는 건 선물을 주기 위함이리라. 돈도 못버는 애들한테 뭔가를 받는 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그렇게까지 주겠다는데야....호호호.  그는 큼지막한 가방을 들고왔다. 속으로 생각했다. '선물을 얼마나 큰 걸 산거야... 부담스럽게' 하지만 음식이 다 떨어져 갈 때까지 뭘 꺼내는 기색이 없다. 다 먹고 난 뒤 그는 배를 두드렸다. "와, 배부르다. 선생님, 너무 잘 먹었어요"

그리고.....그는 집에 갔다! 기대가 크면 역시 실망도 큰 법, 난 여친에게 전화를 걸어 "뭐야 밥만 먹고 가다니!"라고 성토했고, 여친은 나보다 더 흥분했다. "정말 너무하네!" 지금은 반성한다. 물욕에 눈이 어두워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온 학생을 비난한 것을!

 

23번째 술

날짜: 2월 13일

장소: 대전

1차: 탕수육과 짜장, 소주 1병

2차: 해물탕에 소주 1병 반.

오랜만에 만났지만 친한 친구와의 술자리는 언제나 즐겁다.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벌써 11시, 아쉬움을 남기고 헤어졌는데.... 내가 두병 반을 마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난 대단한 놈인 것 같다. 은퇴를 고려했던 지난번의 참패는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니었을까? 다음주엔 지옥의 5연전이 날 기다린다. 여기 가입하면서 세웠던 "알라딘 평정"의 꿈은 사라졌으니, 술자리라도 평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자! 술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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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14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옥의...5연전...듣기만 해도 무서운데요! 술을 줄이기 위해 쓰는 술일기에서, 어쩐지 술자리에 대한 투지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요. ^^ 학생이 선물을 줄것이다-라고 착각한 술일기는 넘 웃겨요~ ㅎㅎ

paviana 2004-02-14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이슬이 진짜 그 참이슬이었군요 ㅋㅋ.전 요즘 회사사람들이랑 주로 마시는데, 선택의 여지없이 항상 산입니다..이 회사들어온지 4달정도 되었는데, 그 이후 참이슬은 구경도 못했답니다..전 소주보다는 그날그날의 날씨에 따라 선호하는 술이 다른데,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릴께요^^

마태우스 2004-02-14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뭐 5연전 쯤이야...하핫! 제가 술을 줄이려고 노력은 하지만, 무의식 속에 담긴 투지를 님에게 들켜버렸군요^^
paviana님/처음 뵙겠습니다. 회사 사정상 산만 드신다...편식은 안좋지 않나요? 날씨와 선호하는 술의 관계가 뭔지, 기대됩니다.
 

 

 

 

 

 

딴지 영진공 분들과 술자리를 했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는 언제나 유쾌하다. 어제 난 그저께 했던 은퇴선언을 번복했다. 소주 두병 가량을 마시고도 끄덕없이 집에 간 것. 물론 3차를 안가고 도망치긴 했어도, 그 정도면 아직 난 젊다.

어제 우린 명동에 있는 <명동찜닭>에서 모였다. 모르긴 해도 장소를 그렇게 정한 건 조류독감 때문에 고사위기에 처한 양계장을 살려보고자 하는 의도이리라. 정말이지 사람들은 닭을 먹지 않는다. 닭으로 인해 조류독감-하마터면 조루독감이라고 쓸 뻔-에 걸린 사람이 한명도 없으며, 닭을 일정 온도 이상에서 조리하면 안전하다는 건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안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닭을 외면하며, 닭집 주인이 자살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조류독감은 우리나라에서 닭집 주인만을 죽였을 뿐이다. 이 사태에 관해 <범죄신호>라는 책의 일부를 인용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 위험(흡연으로 인한 사망, 영양실조, 교통사고)-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해로울 가능성이 더 높지만-은 무시하는 반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비행기 충돌, 원자력발전 사고)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앨빈 코너 박사는 <왜 무모한 사람이 살아남는가?>에서 "우리는 술을 마시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로 운전을 하며 또 한대의 담배에 불을 붙인다...그러면서도 100만분의 1의 가능성이 있는 아랍 테러리스트의 공격 때문에 유럽여행을 취소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살해당할 것이 두려워 피라미드 관광 여행을 취소하지만 사실은 집에 있는 것이 스무배나 더 위험하다....

우리는 어떤 위험들은 자초하면서 타인이 가하는 위험은 거부한다. "만일 내가 흡연으로 죽길 원한다면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어떤 회사가 석면이나 신경가스와 관련된 위험을 방치하려 한다면 나는 분노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코너 박사는 지적한다...(49쪽)]

그렇다. 광우병과 조류독감에 대해 우리가 지금 보이는 반응은 분명 오버다. 몸에 해로운 술을 마시면서 "닭은 안돼!"라고 외치는 건 얼마나 우스운가. 불행 중 다행으로 어제 <명동찜닭>은 사람이 미어터져, 대기석까지 꽉 차 있었다. 사람들이 단체로 '닭집 살리기' 운동을 벌이는 걸까? 다른 닭집도 다 잘되기를, 그래서 닭집 주인이 더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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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4-02-11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기야, 닭을 먹어 조류독감에 걸리면, 20억원 보상을 해주는 보험에까지 가입했다지요... 씁쓸한 현실이에요. <범죄신호>의 지적에 많은 공감이 갑니다(읽어봐야겠어요). 아, 교촌치킨 먹어야지..(저희 회사 앞에 조류독감이 시작되면서 교촌치킨 분점이 개업을 했는데, 파리 날리구 있더군요)

진/우맘 2004-02-1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캬캬캬캬(뭐냐, 이 웃음의 정체는!)
조루독감...굉장히 무서운 병일 것 같군요!

비로그인 2004-02-1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닭먹고 싶은데, 조류독감 이후로 주위사람들이 다 먹기 싫어해서 못먹고 있답니다. ㅜㅜ 언론이 양계업쪽에 너무 치명타를 날려버린거같아요...

갈대 2004-02-1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일 연속으로 닭도리탕 먹고 있습니다^^ 조류독감쯤이야 가볍게 본다지만 "조루독감"이 발병한다면 목숨 걸고 피할 것 같습니다...ㅍㅎㅎ

waho 2004-02-1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닭을 조류 독감과 상관 없이 못 먹는답니다. 날개 달렸는데 못 나는 종류...다 못 먹어요. 다행인가? 닭 좋아했음 아무리 조류 독감이라해도 먹고 말았을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