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 1일 목요일
장소: 유성 근처에서 소주로 1차--> 유성호텔 스카이라운지서 맥주로 2차
누구와?: 대전에 있는 동창 둘이랑
어려웠던 점:
-대전에 왔다고 술마시자고 했더니 만우절이라며 안믿어서 설득하느라 고생했다.
-그날 저녁에 뷔페를 제공했는데, 약속이 있어서 회만 몇점 먹고 나왔다. 갑자기 배고프다.
-회를 먹으면서 소주 한병을 홀짝홀짝 마셨더니 친구들 만나서 술마실 때 양껏 먹지 못했다.

부제: 고속철 생각

학회에 간 덕분에 고속전철-일명 KTX-를 타봤다. 그게 4월 2일이니 첫날 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한테 문자메시지로 자랑을 했다. "KTX 탔는데, 졸라 빨라요! 집들이 성냥갑만하게 보여요"
이랬더니 대충 이런 답신이 온다.
"좋겠어요!" "부럽습니다" "승무원도 이쁘냐?" 음하하하. 굉장히 뿌듯하다. 그리고 승무원이 이쁜 건 모르겠고, 승객 중에 미인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무궁화에도 미녀는 많다...

KTX의 등장으로 그전까지 특권층의 느낌을 갖게했던 새마을은 졸지에 무궁화가 되어 버렸다. 편수도 많이 줄었지만, 시간도 더 걸린다. 예컨대...
새마을: 출발 15:45, 도착 17:42
KTX: 출발 15:50, 도착 16: 40
무려 한시간의 차이가 난다. 6천원의 힘은 이리도 큰가보다. 원래 새마을은 대전까지 1시간 반쯤 걸렸는데, 20분이 더 걸리는 거다. 과거엔 새마을을 먼저 보내기 위해 무궁화가 선로에 서서 기다렸는데, 이젠 새마을이 기다리는 처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은 진리다. 천안까지 걸리는 시간도 10분(새마을), 20분(무궁화)씩 늘어나 버려, KTX를 무조건 타라는 강요로 받아들여진다. 정기권을 끊으면 60% 할인이니 그렇게 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슬그머니 든다.

친구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호텔방에 들어갔다. 호텔서 자보는 게 몇 년만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방에는 더블베드 하나와 싱글침대 하나가 덩그러이 놓여있다. 순간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외로움이다. 책을 좀 보려다, 집중이 안되서 그냥 잤다. 더블베드에 가로로 누운 채, 왔다갔다 하면서.... 간만에 느낀 외로움 때문일까? 그날밤 꿈에 벤지가 나왔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라시보 2004-04-0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KTX가 졸X 빠르긴 빠른가보군요. 그나저나 새마을호등 다른 기차들이 줄어버려서 서민들은 어쩌라는 소린지...(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다수를 지칭하는 있는 뜻 그대로 받아들여주시길. 하하) 저도 몸이 좀 나아지면 저걸 한번 타 보려구요. 역방향에 앉아서 괜히 입에 거품물고 실려가는건 아닐까 혹은 열차가 띡 뒤집어지진 않을까 온갖 잡 걱정이 다 되긴 하지만 말입니다.

비로그인 2004-04-0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차로 고속철 외의 기차들은 줄여간다더니 정말인가 보군요...사실 고속철 준공시작 한게 오~래전이라, 과연 언제 개통될까 했더니...어느덧 이곳저곳 쌩쌩 달리고, 정말 세월은 빠르기도 하군요. 빨라서 좋긴한데, 그래도 창밖을 감상하며 가는 정취가 없어질 거 같아, 그건 좀 아쉽네요~

비로그인 2004-04-03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걀도 팔아요?? 기차도 안타본지 오래되서리...

갈대 2004-04-04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로로 누워도 모자라지 않던가요? 겁나게 큰가 봅니다

마태우스 2004-04-05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제가...짧아요^^
플라시보님/역방향도 뭐 그런대로 견딜만 하더군요. 제가 원래 멀미를 안해서...
폭스바겐님/달걀은 셀프!!
앤티크님/속도 때문에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있지요...
 

 

 

 

 

 

일시: 3월 30일 화요일

누구와?: 브로커와
마신 양: 소주 두병씩을 나누어 마셨는데...
나쁜 점: 한병을 넘기니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다. 비겁하게 그만 마시자고 했다... 브로커는 측은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담?

사재기의 윤리적 고찰

브로커에게 부탁해 교보에서 내 책을 몇권 샀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에 두세번 정도는 이짓을 하는데, 그 결과 우리집 구석에는 내 책이 제법 많이 쌓였다. 책이 쌓인 높이를 보면 "줄 사람이 많아서"라는 그간의 변명이 설득력을 잃게 된다. 물론 아직도 줄 사람은 많고, 책을 포장해서 보내는 게 이젠 좀 지겨워져-한두권이면 몰라도 이삼십권을 포장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시간을 끌고 있다. 그렇다해도 더 싸고 편하게 알라딘서 주문을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는 없다.

그렇다. 난 교보의 진열대에서 내 책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진열대에 있던, 그러나 잘 팔리지 않던 책들이 다 책꽂이로 들어갔지만, 내 책이 굳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다 사재기 덕분이리라. 서점 측에선 책 한권당 2천여원이 남으니, 꾸준히 팔린다면 굳이 책을 치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ㅈ' 출판사라는 곳은 언론플레이를 무지하게 많이 해, 책만 내면 기사로 큼지막하게 실어줬다. 물론 신문광고도 많이 때렸고. 책만 내면 일정 부수가 보장된다는 점 때문에,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거기서 책을 내고자 줄을 섰었다.

몇 년 전, <열한번째 사과나무>라는 책이 출판사 측의 적극적인 사재기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사실이 밝혀졌다. 그때 출판사 측에서 "우리만 그러냐"고 항변을 했었는데, 사실 비싼 돈을 주고 광고를 하는 것보다, 사재기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은 잘팔리는 책을 사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다. 광고를 때릴 능력이 없으면, 기사로 실릴 연줄이 없으면 사재기에 유혹을 느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출판사가 다 그렇지만, 내가 책을 낸 출판사도 그리 여유있는 곳은 아니다. 게다가 단행본이 주도 아니다. 그고를 할 능력도, 기사로 실을 수도 없는 처지, 정상적이었다면 내 책은 진작에 진열대에서 사라질 위기였다. 그러니 시장원리에 의해 퇴출되어야 할 책을 여지껏 내가 붙들고 있는 거다. 그래서 내 브로커 중 한명은 내게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고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책도 내 자식같은 존재인데, 되도록 오래 독자와 만나게 해주고픈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광고를 크게 때리는 출판사의 책이 재벌의 자식이라면, 나처럼 작가가 사재기를 해주는 책은 중소기업의 자식은 될 터, 진열도 못되고 사장되는 수많은 '어둠의 자식들'에 비하면 한결 행복하리라. 있는 집 자식들이 대학도 잘 가는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책의 운명은 어느 가문 출신이냐에 크게 좌우되기 마련이다. 내 자식이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훨씬 의미있을 다른 책의 자리를 빼앗고 있는 게 미안하긴 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4-0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마태우스님이 브로커랑 사재기 얘기하시면 재밌게 듣고 그랬는데, 사실은 엄청난 시장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던거였군요.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베스트셀러는 점점 더 베스트셀러가 되는게 맞는거 같아요. 왠지 조금 씁쓸하네요...^^;;;

플라시보 2004-04-0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아닌 책들이 베스트셀러라며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것을 볼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그런 책들은 대부분 사정이 좋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대대적인 광고와 언론플레이로 인해 이름이 많이 알려졌고 바쁘고 시간없는 현대인들은 당연히 이름을 많이 들어본 그 책들을 구입하고 그로 인해 그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죠. 계중에는 괜찮은 책도 있지만 함량 미달의 책이 베스트셀러칸에 자리를 잡고 있을 동안 좋은 책들은 안팔린다는 이유로 서점에서 사라지거나 너무 빨리 절판이 되는걸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알라딘을 이용하는 이유도 바로 저런 언론플레이와 광고의 힘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아닌 사람들이 읽어보고 좋더라 하는 책을 찾아내기 위해서였구요. 나 역시 그래서 리뷰를 쓰는 거구요. 아무튼 그렇고 그런 베스트셀러보다 님의 책이 훨씬 훌륭하고 재미있었음을 고백하는 바입니다. 제발 꾸준하게 팔려서 광고나 언론의 힘 없이 독자들에 의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님. 사재기 계속 하십쇼. 그렇게라도 해야 있는집 자식 발 뒷꿈치라도 따라가고 더 나아가 실력으로 앞설 수 있을테니까요)

마태우스 2004-04-0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자본주의란 그래서 잔인한 겁니다...
플라시보님/제 책이 훌륭하고 재미있다뇨. 아이, 왜이러십니까? 남들이 보면 웃습니다... 사재기는 계속할께요. 오늘 아침에도 잠깐 가서 하고 왔습니다^^

비로그인 2004-04-03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씁쓸하네요!! 제 이미지를 님의 책으로 바꿔야 하나 심히 고려가 되는 바입니다.
 

 

 

 

 

 

일시: 3월 27일 (토)
누구와?: 같이 광화문에 나갔던 사람들과. 그날 집회가 마지막 집회인지라 쫑파티였던 셈이다.
마신 양: 소주 한병 플러스 알파
좋았던 점: 시키는 안주마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나빴던 점
-밥을 안먹고 바로 술을 마셨더니 다들 안주발을 엄청 세웠다.
-요즘 계속되는 술로 심신이 피곤하다. 어젠 영화보다 졸기까지...

부제: 광화문에서 느낀 세가지

1. 김어준
광화문에 간 김에 내책을 몇권 사재기를 했다. 사재기를 담당했던 브로커가 내게 김어준을 봤단다. "그 친구, 뚱뚱하지?"
그렇다고 했다. "안에서 책 읽고 있던데?"
그와 술을 두 번 같이 마셔본 경험밖에 없지만, 그런 유명인과 친분을 과시함으로써 자신을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고자 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난 서둘러 교보 안으로 들어가서 그를 찾았는데, 그는 이미 자리를 뜬 뒤였다.

광화문에 나갔다. 서두른 탓에 무대가 보이는 앞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브로커가 날 친다. "김어준 저기 있다!" 보니까 정말 김어준이었다. 우리 뒤에 앉은 여자들도 이렇게 말한다.
"얘, 저기 김어준이야!"
너무나도 반가웠던 난 그의 어깨를 퍽 하고 쳤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왜그러냐고 묻는 그는, 김어준이 아니었다! 죄송하다고 한 뒤 이분간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생각을 해보니 김어준의 머리는 노랗게 염색된 게 아니었고, 조금 살이 찌긴 했어도 그정도까진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그가 광화문에 있다면 취재를 하러 왔지, 우리처럼 아스팔트에 자리를 잡고 있지는 않았을 터였다. 난 날 이렇게 만든 브로커에게 원망의 화살을 쐈지만, 브로커는 "내가 언제 김어준이랬어? 비슷하다고 했지!"라며 되레 소리를 친다. 촛불집회에 나왔다고 다 성숙한 민주시민은 아닌가보다.

2. 황상익
연단에 황상익 서울의대 교수가 올라왔다. 그가 한겨레에 쓰는 글만큼 연설도 잘해주길 바랐지만, 그건 너무 무리한 바램이었던 것 같다. 그 전에 발언했던, 스스로를 무식하다고 말한 농부 아저씨의 말이 훨씬 더 큰 울림을 우리에게 준 걸 보면, 지식이 많다고 대중연설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난 황상익 교수를 존경한다. 87년 시국선언이 잇따를 때, 의대 내에서 서명에 동참한 몇 안되는 사람이었던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그래서 노무현을 인간으로도 취급하지 않는 서울의대 교수들 중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다. 탄핵 이후 축제분위기로 변한 서울의대에서, 광화문에 나가 탄핵반대를 외친 그가 없었다면 후배들이 얼마나 자괴감을 느꼈을까?

이젠 기회가 없어졌지만, 나도 무대 위에 오르고 싶은 충동을 잠깐 느꼈었다. 그랬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겠지.
나: 여러분, 물은 어떻게 먹죠?
사람들: 셀프요!

3. 누나
집회 중간에 누나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냥 심심해서 전화했다며, 나더러 뭐하냔다.
"응, 여기 광화문이야!"
누나의 말이다. "아니 너 거기서 뭐해? 또 술마시냐?"
윽, 우리 누나는 지금 광화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몰랐던 거다. 그렇긴 해도, 탄핵에 열광하고, 광화문에 있다는 나에게 "거기서 뭐해? 빨리 집에 가!"라고 말한 여동생보다는 세상사에 무관심한 우리 누나가 더 낫지 않을까? 아니다. 우리 누나의 평소 언행으로 보건대, 광화문에서 탄핵반대 집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야, 너 미쳤니? 탄핵 되서 더 잘된 거 아냐?"

형제자매는 같은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배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3-2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정이 인간 찍어내는 인간공장은 아니니까요....ㅎㅎㅎ

2004-03-29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3-29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3-2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탄핵이후로 주위에서도 찬반의견이 분분했는데..아마 다들 총선때, 가슴에 갈고 있는 칼하나씩 보여주지 않을까요. ^^
 

 

 

 

 

 

일시: 3월 26일 금요일
누구와?: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종목: 소주--> 진토닉, 알딸딸할 정도까지
좋았던 점: <벽돌집> 고기는 언제나 맛있다
나빴던 점:
-고기를 너무 많이 먹었다.
-서두르다 안익은 고기를 몇점 먹었다. 물컹 하는 느낌인데, 여자애들이 있어서 뱉지도 못했다.
-벽돌집의 특별메뉴 비빔밥도 세그릇이나 먹었다. 내가 먹는 걸 넋놓고 보던 애들이 "한그릇 더!"를 자꾸 외치는 바람에....
-그쯤 되었으면 그만둘 일이지, 홍대앞의 그 맛있는 떡볶이집에 가 떡볶이, 오뎅, 튀김으로 정리를 했다.

부제: 맞고

원래 고스톱은 셋이서 치는 줄 알았다. 어쩌다 둘이 친 적도 있지만, 그다지 재미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에서 '맞고'가 유행이다. 그걸 몇판 치다보니 이젠 셋이서 하는 고스톱이 재미가 없게 되어 버렸다. 둘이서 하니 패가 안마르고, 점수도 제법 잘 난다. 고를 다섯 번, 여섯 번 까지도 할 수 있어 1000점 가량도 가능하다. 그래서 난 약 2주 가량 맞고에 중독이 되어 버렸는데, 필사의 노력으로-사실은 돈을 다 잃어서-중독에서 탈출했다.

엊그제, 술이 알딸딸해지자 갑자기 맞고 생각이 났다. 방을 만들어 출전자를 기다리는데, 26세 여자가 들어온다. 그녀와 난 다잃은 사람에게 충전을 해주는 액수인 50만원을 들고 맞고를 쳤다. 세 번째 판인가에 내가 무려 30만원인가를 땄다.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어 "미안해요"라고 쳤다. 그러자 대번에 답이 온다. "뭐 그럴 수도 있죠"

그 다음판부터 난 '봐줬다'. 먹을 게 있어도 딴걸 냈고, '고'를 더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과감히 스톱을 했다. 그녀는 몇판을 땄고, 다시금 큰판을 벌였다. 내가 돈을 다 잃을 위기, 하지만 그녀는 '고' 대신 '스톱'을 불렀다.
나: 어, 왜 고 안하셨어요?
그녀: 먼저 봐주셨잖아요.

그때부터 우리의 고스톱은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나: 어머, 똥 쌍피다. 어서 드세요!
그녀: 그, 그럴까요?

그녀; 엣다, 고도리 하세요!
나: (넙죽 받으며) 고마워요.

26세 여자와 이런 화기애애한 고스톱을 치고 있자니, 가슴이 다 뛰었다. 사심이 있는 놈 같으면 "우리...직접 만나서 칠까요?"라든지 "아, 갑자기 외로운 생각이 드네요. 그쪽은요?"라는 멘트를 날릴텐데, 내가 어디 그런가. 난 시종일관 "어머, 따셨네요? 짝짝짝!"같은, 고스톱에 관련된 얘기만을 했다. 그녀가 큰판을 벌일 무렵, 졸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저, 다 잃고 자려는데, 과감히 고 해주세요!
여자: 예, 제가 도와 드릴께요.

그판에서 그녀는 900점인가를 났고, 난 돈을 다 잃고 퇴출당했다. 지금 생각하니 아쉽긴 하다. 좀더 오래 고스톱을 치다보면 전화번호도 알 수 있었을텐데... 역시 사심을 완전히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인가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3-28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태우스님은 사심이 없어서 여자분들이 좋아하는거 아니었어요?? ^^ 맞고도 중독이 보통이 아니니, 밤마다 헤매는 일 없으시길~

책읽는나무 2004-03-2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떡하니 올려놓은 책을 보면서...혼자 '으음~~'하다가 글을 읽어내려가면.."엥?"....하지만....그글이 더 재밌어 혼자 킥킥~~~.....그러면서도 자꾸 님은 제머릿속엔 지족초등4학년입니다요...왠고하니...다른님의 서재에서 저 닉넴의 코멘트를 보고..또 님의 코멘트를 보았는데..아마도 그게 상당히 헷갈렸나봅니다..그래서 전 님이 초등학생의 여파로...나이도 어리고 여자일것이라고 생각했다는~~~~암튼...그사람의 첫인상은 잘 가셔지지 않는다고...저는 님이 아무리 술을 마시고...맞고를 치고...사랑의 스튜디오에도 나가고..(저 그때 일요일마다 그거 봤는데..기억이 잘 안나네요..님 나오는 회를 모봤나봅니다..^^)...노빠를 외쳐도.....어른이 아닌 아이같아 보이는군요....왜 자꾸 귀엽게 느껴지죠??...드디어 님의 서재가 서재베스트에 뽑히셨네요..축하드리옵니다....더욱더 발전해나가는 서재가 되실길 바라며~~~~~~ 잘놀다 갑니다..^^

플라시보 2004-03-2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끝까지 사심없이 맞고를 치셨군요. 제가 고스톱을 칠줄 알면 좋을텐데... 아직 배우질 못했습니다. (게으름은 참 가지가지로 좋지 않다는 것을 살수록 뼈져리게 느낍니다.) 그나저나 고기 맛있었겠어요. 스읍츱츱~

진/우맘 2004-03-2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필경 그 분은 자신이 맞고 치고 있는 상대가 '아줌마'인 줄 아셨을 겝니다. ^^
마태우스님 글 읽다보면 왜 자꾸 옛날 얘기가 하고 싶어지는지. 그런데, 다른 분들 코멘트도 상당히 긴 것 보면 님의 글의 특징인가 봅니다.(기생충 말고 정신과를 택하셨어도....)
맞고에 대한 추억을 간단히 논하자면, 제가 졸업반 때 임용고시를 포기한 데에는, 서클룸에서 친구와 함께 한 점 50원짜리 맞고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비로그인 2004-03-29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심을 완전히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인가보다......부럽습니다.

비로그인 2004-03-2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 참고로 제남편은 제꺼 아이디로 친답니다. 당연히 미혼으로 되어있지요. 고걸 아셔야지!!

마태우스 2004-03-2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저 잠깐 중독이었다가 빠져나왔습니다. 도박에는 그다지 취미가 없으니, 걱정 안하셔도 될 듯...참, 님, 언제 우리 프리챌서 맞고나 한번 치면 어떨까요?
책읽는나무님/저를 어리게 봐주신단 말이죠. 하기사, <해피엔드> 보러갔을 때, 신분증을 달라고 하더군요. <--진짜입니다. 증인도 있어요.

마태우스 2004-03-2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벽돌집의 고기는 정말 일품입니다. 고스톱은 못치셔도 되는데요, 그곳 고기는 꼭 한번 드셔 보세요.
진우맘님/제가 고교 때 맞고를 알았다면, 저도 대학 가긴 틀렸겠지요^^
스위트매직님/어, 사심 버리는 게 어렵다는 것이 왜 부러운지요? 이해가 잘...
폭스바겐님/음...그렇다면 남자일 수도 있단 얘기? 하지만 말투가 여자 거던데요? 괜히 샘나서 그러시는 거 다 압니다.

비로그인 2004-03-2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위트매직님/어, 사심 버리는 게 어렵다는 것이 왜 부러운지요? 이해가 잘...
---> 엉덩이 크기를 확인할 길이 없거든요.
 

 

 

 

 

 

46번째 술
일시: 3월 23일 (화)
누구랑?: 초등동창 신촌파와
마신 양: 소주 1병--> 2차 가서 생맥주

47번째 술
일시: 3월 24일 (수)
누구랑?: 내 죽마고우와
마신 양: 소주 1병--> 친구가 맡겨놓은 양주

나빴던 점: 저녁을 안먹고 술만 먹었더니, 집에 가서 라면에 밥까지 말아먹어야 했다. 오늘 아침, 내 얼굴은 두배가 되었었다.

내일도 마셔야 하고, 토요일도, 월요일도 마셔야 하니, 3월달은 이래저래 50회를 넘기게 생겼다. 이런 식으로 12개월을 간다면-12월의 연말 특수를 감안한다면 더더욱-200번이 넘을 듯 싶은데, 180회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는 200번 정도로 상향조정하는 게 나은 것 같다. 나란 놈은 워낙 삐딱해서 "어차피 목표달성에 실패했는데.."라며 자포자기로 술을 엄청나게 마셔댈 것이 뻔하기 때문. "3월 25일, 연간 180일 목표는 200일 이하로 수정한다. 땅땅땅"

부제: 휴대폰

화요일 오후 5시 반, 모임에 참석할 예정인 전용학(가명)이 전화를 걸었다. "오늘 7시 현대백화점 맞지? 이따 보자!"
6시 10분, 모임의 주동자인 유부녀가 급전을 때린다. "민아, 큰일났어. 나 오늘 못가게 되었는데 어떡해? 남편이 아프데"
그녀 없는 모임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 그때부터 난 참석자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기옥(가명)이가 못나오거든? 모임을 금요일로 미뤄야겠다"고.
다들 연락이 됐는데, 전용학과는 통화를 못했다. 휴대폰이 꺼져 있다는 메시지만 나온다. 걔만 안나오면 그냥 집에서 쉴텐데... 누군가는 전용학을 책임져 줘야 하는 노릇, 나가지 말라고 슬픈 눈으로 날 바라보는 벤지를 뿌리치고 난 현대백화점 앞으로 갔다. 전용학과 또다른 친구-예상을 못했는데...-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난 그들과 아주 즐겁게 술을 마셨다. 한국 스포츠의 전반적인 상황을 짚어가면서 말이다.

휴대폰이 있는 탓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사람과 연락이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휴대폰이 꺼져 있으면, 혹은 신호는 가는데 안받으면 정말 답답하다. 아는 거라곤 휴대폰 번호밖에 없기에 다른 대책도 없다.

내가 술을 먹고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홧김에 2주간 휴대폰이 없이 산 적이 있다. 그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와 연락할 방법이 휴대폰 말고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라고. 조금 불안하긴 했어도, 난 그동안 아주 잘 지낸 반면 남들은 내가 휴대폰이 없으니 너무너무 불편했단다. 그렇다. 휴대폰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남들을 위한 거다.

어찌되었건 휴대폰이 있기에 사람들은 돌발 술약속을 할 수가 있다. 수요일날, 퇴근을 하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민아, 술한잔 하자!" 그 친구가 전화했을 때 늘 다른 약속이 있었지만,어젠 마침 약속이 없었다. 그래서 난 그와 새벽 한시가 넘도록 여기저기서 술을 마시다 집에 갔는데, 내가 휴대폰이 없었다면 그런 식의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휴대폰은 내가 술마시는 빈도를 증가시키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을게다.

과거 삐삐가 있을 때, 삐삐에서 얄미운 사람이 삐삐 쳐놓고 통화중인 놈, 전화안받는 놈, 전화 건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사람 등등이었는데, 휴대폰 시대에 얄미운 사람은 전화 꺼놓는 사람과 안받는 사람이다. 아니 진동으로 해놓으면 될 걸 왜 꺼놓는담? 방금 전까지 '통화중이오니...'라는 멘트가 나오던 사람이 신호는 가는데 안받으면 정말 얄밉다. 특히나 안받는 와중에 신호가 칼라링이라, 노래가 나오거나 그러면 더 얄밉다. 어제 그걸 절실히 느꼈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연우주 2004-03-25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심심하면 느닷없이 전화해서 지인들에게 밥 사줘요! 이거 잘 해요. 바로 오후에 전화해서 저녁에 만난다거나 아니면 1-2시간 전에 전화해서 만난다거나 하는 일이 있었는데 핸드폰이 없다면 불가능했겠지요? ^^

비로그인 2004-03-25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핸드폰에 얽힌 얘기는 언제 들어도 공감 200%군요. 정말 폰이 꺼져있을때 막막한 경우가 많죠. 특히 주변사람이. ^^ 그리고, 알콜대상을 뽑은 이후론, 마태우스님의 술일기가 너무 약해보인다는 생각이...호홋~~

비로그인 2004-03-26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제 아무리 좋은 휴대폰도 제 손에 들어오면 통신이 마비되는 것이
-제손에 알지못하는 전파가 나온다는 설도 있음-.....핸드폰 1년 넘기기가 힘들었는데....
어젰든, 휴대폰 생기고 처음으로 1년을 넘겼습니다. 전화는 당연히 (?) 잘 안되지요.
부재중 수신전화가 기본 세시간 심할 땐 하루 뒤에 표시 되고,
문자는 기본 5번 이상의 시도를 해야 되죠. 어쩌다 한 두 번 만에 가면 너무 좋아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는.....휴대폰이 남을 위한거라.... 는 말씀에 동감하며,
이번 주말엔 우리 폰이 데리고 꼭 병원에 한번 가야 겠습니다.

비로그인 2004-03-26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말한 얄미운 인간형이 접니다!! 휴대폰도 그냥 꺼버리면 안됩니다. 밧데리가 부족해서 꺼지는 경우는 신호음이 몇번 안 울리다 멘트가 나오지만 일부러 끈 핸폰은 "전화기가 꺼져있습니다." 이 반응이라 전 늘 핸폰에 달랑달랑한 밧데리를 소지하고 다니지요. 허나 저한테 밧데리가 없었네~ 진동이네~ 고장났네~의 변명을 늘어놓는 인간은 이유불문하고 그에 합당하는 금전적인 손해를 각오해야죠.

플라시보 2004-03-2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화 안받을때 컬러링 나오면 '이게 누굴 농구나?' 싶어 약이 오릅니다. 그래서 전화에 컬러링 되어 있는걸 아주 싫어합니다.

진/우맘 2004-03-2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4년, 삐삐와 PCS 사이에 짧은 인생을 누리고 사라진 '시티폰'이라는 것이 있었지요. 이것이, 받지는 못하고 걸수만 있는 전화였는데...그러니까, 삐삐로 번호를 받아 바로 전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용도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놈의 한계점 하나, 2층 이상의 높이에서는 거의 걸리지 않았지요.
우리 서클은 7층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엘레베이터가 없었어요. 공중전화는 5층에 한 대 있었는데, 이나마 절반 이상 고장 상태였지요. 그래서 급한 삐삐가 오면, 그 시티폰을 보유한 선배에게 애걸복걸하여 전화를 얻어서는, 7층 창 밖으로 최대한 몸을 뻗쳐서 전화를 걸곤 했어요. 아찔한 높이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우리를 보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몇 번 놀랐다죠.
젊은 몸뚱이 가지고, 2층까지 한 번 뛰어갔다 올 일이지....부모님이 주신 목숨을 왜 그리 하찮은 데 걸었는지. 쩝.

마태우스 2004-03-26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시티폰을 생각하면 언제나 슬퍼집니다. 대형 사기극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으니깐요...
플라시보님/그쵸???? 컬러링 너무 싫죠????
폭스바겐님/님의 컨셉은 쿨함인 듯...^^

마태우스 2004-03-2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weetmagic님/휴대폰이 그러면 참 골치아픈데...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할 수도.... 꼭 병원에 다녀오세요.
앤티크님/오늘 저녁 큰 시합이 있답니다. 내일 술일기는 소주 두병 플러스 알파로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해 주세요.
파란여우님/님이 올려주신 소주를 보니 의욕이 더 샘솟는군요. 으음...오늘 사고 한번 치겠습니다!
우주님/님이야 뭐 인기가 좋으니까 사달라면 다 사주겠죠^^

연우주 2004-03-2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인기 없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