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5월 2일(일)
마신 양: 소주 한병+알파

* 그리 많이 마신 건 아니지만, 한병은 넘겼으니 술일기에 기록할 정도는 될 것 같다. 못마시면 꾸준하기라도 해야지 어쩌겠는가.

부제: 주사

엊그제 내가 안 새로운 사실이 있다. 서재 주인장 모임이 있던 날, 난 내가 멀쩡하게 있다가 사람들한테 인사도 잘하고 그러다 집에 간 걸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주님 말씀을 듣다보니 내가 실수를 퍽도 많이 했나보다. 내가 우주님한테 반말을 했으며, 묵찌빠를 하자고 졸라댔다나? 그거 말고도 실수한 게 많겠지만, 내가 너무 놀랄까봐 더 말을 못하셨을게다.

사실 난 주사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술먹고 난 다음날은 괜히 무섭고, 사람을 피하게 된다. 같이 마신 사람들이 "야, 너 어제..."라고 말하면 난 잽싸게 달려가 빈다. "아, 알았어. 제발 말하지 마!"(이유는 내가 너무 비참해질까봐) 그럼 그들은 대개 밥을 사줄 것을 요구하는데, 밥을 먹고나면 이렇게 말한다. "사실은 별일 없었는데...히히"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조교 때는 취하면 선생님들한테 "언니"라고 하는 버릇이 있었다. 선생님과 같이 택시를 타고 가다가 내가 먼저 내리면서 "나 간다. 나오지 마!"라고 한 적도 있단다. 한때는 술에 취하면 친구랑 씨름을 하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집에 도망간 적도 여러번이다.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별탈없이 술을 마셔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주사라는 게 그리 민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보니 술에 취하면 계산을 하는 버릇도 있었던 것 같다. 아, 무단횡단하는 버릇도 있었구나)

언젠가 만난 대학동창은 술에 취하니까 친구들을 주먹으로 때려 물의를 빚었고, 또다른 친구는 밑도 끝도 없이 오버이트를 해대 술집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그런 친구들이 술을 마시자면 아무래도 좀 꺼려지기 마련이지 않겠는가. 이것에 비하면 양반이긴 해도, 기억이 안나는 건 어찌되었건 위험한 일이다. 몇시간을 내가 아닌 상태로 활동하다니, <메멘토>도 아니고 그게 뭔가. '블랙아웃'이라고 불리는 기억의 단절은 의학계에서도 안좋다고 강조하는 일인데, 난 그런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지금까지 별일이 없었던 것은 사실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이었을게다. 하지만 내 운명을 더 이상 운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 이젠 좀 정신을 차리자(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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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정말 다양한 주사...귀여운 주사긴 하지만, 연보라빛우주님이 폭탄선언 하시기전에, 역시 밥으로 무마해야되는거 아녜요? ^^ 해가갈수록 심해지는 '블랙아웃'현상, 제발 경계하세요~~

진/우맘 2004-05-0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조교 때라구요? 그, "어머 언니~"하는 소리, 저도 분명히 들어봤는데요!!!
그리고, 치명적인 주사...우주님의 남자친구를 공유하자 했다던 그 망발은 어찌 살짝 감추시옵니까? ^0^

2004-05-03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5-0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그럼 지금도 제가....으아아악!!! 그리고 공유 발언은 심히 왜곡된 것입니다. 영화배우 공유를 닮았다고 한 것이 "공유하자"는 뜻으로 와전된 것일 뿐... 그 왜 있잖습니까. <그녀를 모르면 간첩>에 나온 영화배우 공유... 다른 분은 몰라도 님은 제 말을 믿으셔야 합니다!!!!

비로그인 2004-05-0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만 마시면 전봇대든 나무, 특히 평균보다 지붕 높은 차만 보면 기어올라가 잠을 자거나 뛰어내리고... 군대 외박 나왔다가 술 진탕 먹고 어딘가 담을 넘었는데 눈뜨니 부산이더라 ..그래서 탈영병도 되었다가..몰래 술 마시고 상관폭행으로 영창까지 갔다온 아이가 있었습니다. 술 안 취했을때는 정말 멀쩡합니다. 특유의 입심과 글심으로 모 시, ** 시장님께 우국충정의 글을 올려 친필 답장까지 받았다지요. 지금은 미 아이비,명문사립에서-우리들은 아직도 그 놈이 거기 갔을 리 없다고 우기지만-장학생으로 다닙니다. 거기서는 술 먹고 외국애들 한국말 가르치기 한다더군요....very; exceedingly; really = jolla, yolla...etc. 그 놈이 나중에 뭐가 될지 참 궁금합니다.

연우주 2004-05-03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이거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증인들이 있습니다. 증인들이!!!!!
마태우스, 사실을 실토하라, 실토하라!!!!!

panda78 2004-05-03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쿠쿠쿠 ^0^ 재밌다..

별족 2004-05-0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단횡단하는 사람이랑 술 같이 먹은 적 있었는데, 정말 무섭습니다. 전 술 거의 안 취했기 때문에, 팔차선 도로를 거진 새벽이 뛰어건너는 친구를 보는 것은 정말 무섭습니다요-_-;;;

마냐 2004-05-0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술에 취하면 계산을 하는 버릇도 있었던 것 같다"에만 눈길이 꽂힙니다.

메시지 2004-05-0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마신지 열흘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사람됐다고 하죠. 며칠동안 계속 마시고 싶은 술을 참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까지 내리는데. 서재에서는 자꾸 술 이야기만.... 견디기 힘듭니다.

panda78 2004-05-0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수동  <구름과 한잔>

마태우스님께 드리고 싶은 그림이군요. ^^


마태우스 2004-05-0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nda78님/멋진 그림, 감사합니다. 술은 저런 자세로 먹어야겠군요^^
메시지님/하하, 그러신가요? 정 못참겠으면 조금만 드시는 게 어떠신지요?
마냐님/계산적이시군요, 하하!!!
별족님/앗, 처음 뵌 것 같은데.. 하여간 님 주위에도 무단횡단 하는 분이 있군요. 말려야 하는데, 술마신 사람들은 참 힘이 세더라구요. 저두 그렇대요.
sweetmagic님/님 주위에도 기인이 사시는군요^^
앤티크님/흐음...폭탄선언, 저도 궁금한걸요?
우주님/아이, 증인도 많은데 자꾸 왜 그러십니까? 나중에 진실을 가려 봅시다! 참고로 조선남자님의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일시: 5월 1일(토)
마신양: 모른다...

부제: 참패

난 남자가 여자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지 않는다. 남자들은 서서 소변을 보는 걸 무슨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를 낳는 것 하나만으로도 여자가 훨씬 더 우월한 인간임이 입증된 거라고 생각된다. 신만이 할 수 있는 생명의 창조를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난 여자에게 지는 것을 그리 부끄럽게 생각지 않는다. 내 친구의 부인은 나보다 볼링 애버리지가 50은 더 높고, 대학 때 대부분의 여자애들은 나보다 공부를 더 잘했다. 10킬로 마라톤을 뛰다보면 많은 여자들이 내 앞을 가로질러가고, 박세리는 어떤 남자보다 골프를 잘친다 (내가 아무리 연습을 한다해도 그녀만큼 쳤을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먹는 것에 관해서는 얘기가 좀 다르다. 체중이 더 나가면 아무래도 많이 먹게 마련이다. 대학 때 아주 뚱뚱한 선배가 사발면에 물을 붓기에 '저거 먹고 되나' 생각을 했었는데, 테이블로 가니 큼지막한 도시락이 있다. 그것도 부족한 듯 빵까지 사는 걸 보고 "역시..." 하면서 감탄한 적이 있다. 술도 마찬가지다. 키가 크고 살찐 사람의 혈액량이 아무래도 더 많으니, 같은 양을 마셔도 혈중 알콜 농도는 더 낮게 마련이지 않는가. 실제로 난 체중이 불고 난 뒤 주량이 약간 더 늘어났고, 나만큼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도 그리 흔치 않다. 하지 않는가. 일주에 두 번 이하로 마신 주가 거의 없을만큼.

그래서 난 우주님과의 대작에서 여유있게 이길 줄 알았다. 176에 80킬로의 나, 167에 50킬로가 못되는 우주님, 누가 봐도 뻔한 승부였다. 하지만 난 참패했다. 그것도 체중과 정비례하는 생맥주로 붙었는데. 남은 사람들이 3차를 가서 새벽 세시까지 술을 마셨다는 대목에 이르면 스스로가 너무 왜소하고 한심하다. 이 정도 실력으로 "한판 붙자"고 큰소리를 쳤으며, 술일기를 연재한단 말인가. 결과를 궁금해하던 내 친구 하나는 내가 졌다는 말에 "니가 그렇지"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난 술은 잘 못하지만, 열심히 마실 뿐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시험을 잘볼 확률이 높지만, 술을 열심히 한다고 시합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술은 그러니까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을 우려먹는, 매우 불공평한 스포츠다. 그간 숱한 패배를 당했지만, 난 그걸 "운이 없어서" "피로가 누적되서" "안주를 안먹어서" "머리를 안감아서" 등으로 돌려왔다. 하지만 그건 운이 아니었다. 실력이 없었을 뿐이다. 이따금씩 맛보는 승리의 쾌감이 올바른 판단을 방해해 온 탓일 것이다.

어제 패배를 계기로, 겸허하게 살기로 했다. 양으로 마시기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며 조금씩 마시련다. 습관이 워낙 잘못들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노력은 해봐야지 않겠는가. 술의 전사 마태우스는 이제 죽었다. 대신 달을 보며 술을 즐기는 풍류객 마태우스가 있을 뿐이다. 내 부족함을 깨닫게 해준 우주님께 감사드린다. (담번에 제가 컨디션 좋을 때 봅시다!!)

* 오늘 전화가 왔다. "민아, 오늘 애들이 시간 된다는데, 술한잔 하자!" 좋다. 우주님께 당한 수모를 애들한테 갚아야지. 음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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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5-03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게요. 마태우스님... 제가요... 몸무게가 저게..아니거든요. 그건 중학교 때 몸무게랑 키구요.. 저는 현재...169.6cm에 몸무게는...50킬로 훨씬 넘거든요...ㅠ.ㅠ 흑흑.
그나저나 아직 미련을 못 버리셨단 거지요! 저도 그 전날 새벽 5시에 잤거든요! ^^ 좋습니다. 컨디션 서로 좋을 때 또 봅시다... 마태우스님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움 그 자체입니다. 음하하하하하.

그리고 저는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좀 독해지는 편이구요. 저도 즐기는 걸 더 좋아합니다. 마태우스님. 이건 정해진 승부였다구요...^^;;;;

마태우스님과 대작할 수 있었던 제가 영광입니다.

이번 일로 좀 의기소침해지신 건 아니죠? 마태우스님은 술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술의 달인입니다!

▶◀소굼 2004-05-0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에 여운을 남기는군요. 결국 컨디션이 안좋으셨다는 건가...

waho 2004-05-0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6에 80킬로면 날씬하시네요. ^ ^ 님은 정말 술 좋아하시나봐요! 전 체력 딸려서 이젠 술자리가 피곤하던데...

메시지 2004-05-0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오는 날 밤, 하늘에 없는 달을 술잔 속에 마음으로 띄어놓고 진짜 달이 뜰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 날이 개이고 달이 뜨면 일찍 파하는 것이고, 비가 계속 내리면 며칠동안 기다려야죠. 그러나 그 달은 주당들의 눈에만 보이게 뜨기도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만 보이게 뜨기도 한답니다. 술과 달의 오묘한 상관관계에 빠져서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신선의 경지에 접근하죠. 그 경지에 이르면 현실 공간인 집에서는 쫓겨납니다. 진짜 신선이 못되면 정말 불쌍해집니다. 마시지 않았는데도 술취한듯 두서가 없어지는 군요. 비에 취했나봅니다.

비로그인 2004-05-0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우주님은... 좀 저주지 그러셨어요.
때로는....모르고 사는게 즐겁단 말예요~

( 우주님만 보세요....
- 다음엔 아예 확인 사살까지 하세요.. 도전에 디귿자도 못 꺼내시게~~ ㅋ)

진/우맘 2004-05-0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뭡니까 마태우스님. 제가 볼때는, 마신 양에 연연하던 하수에서, 진정 술을 즐길 줄 아는 고수로 발돋움 하신 것 같은데요? 우주님께 큰절이라도 올리세요.

비로그인 2004-05-0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전에도 결코 진정한 술의 전사였던 적은 없는거 같은데요~~ ^^ 이 기회에 풍류객임을 인정하셨다니, 대작을 통한 아름다운 결과군요~ ^^ 오늘은 꼭 수모를 갚으실수 있길!! ㅎㅎ

갈대 2004-05-0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고단수 수법. 추정 몸무게로 역공 펼치기!!

panda78 2004-05-03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갈대님 코멘트가 제일 재미있네요. >.<
 

 

 

 

 

 

64번째 술
일시: 4월 29일(목)
마신 양: 소주 한병 빼기 한잔, 맥주 2천cc
누구와?: 사촌동생과

술을 일주에 두번 이하로 마시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한 건 지난주, 하지만 그 결심을 지키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이번주 초, 술을 안마시는 대신 러닝머신은 아주 열심히 한 결과 배가 좀 들어갔다며 흡족해하고 있는데, 사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 어, 웬일이니?
사촌: 형,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정리좀 해주세요 (그 녀석은 나의 정치적 식견을 굉장히 존중한단다^^).
나: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그거 남들이 다 정리했잖아!
사촌: 그래도...
나: 정리하자면 이렇지 뭐. 탄핵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1당이 되었고....
사촌: 그러지 말고 소주라도 같이 하면서 얘기하면 안될까요?

그래서 난 엊그제, 그와 만나 술을 먹었다. 그 유명한 <기차길 왕갈비>, 그런 곳에 가면 무리하게 마련, 아침에 보니 조금 들어갔던 배가 다시 나온 느낌이다. 정치 얘기는 했냐고? 별로 안했다. 알고보니 그 녀석이 회원 8만명을 거느린 축구 사이트의 운영자라, 순전 축구 얘기만 했다. 네덜란드 대표선수인 다비즈가 인간성이 안좋느니, 레알의 골키퍼 캐시어스가 천재라느니, 코엘류 경질이 어떻느니...

어찌되었건 어제 그는 나의 은인이었다. 그날 아침에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민아, 오늘 야구나 보러가자" 엘지의 팬인 그는 나한테 곧잘 야구를 보러가자고 한다. 야구야 볼 수도 있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그의 별명은 '거머리'로, 새벽 3시 전에는 절대 친구들을 집에 보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약속이 있다고 매몰차게 거절했기에 망정이지, 그와 만났다면 야구를 보고, 술을 마시고, 나쁜 곳에도 가고 하면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사촌과 만나는 바람에 난 술도 적당히 먹었고, 돈도 조금밖에 안썼으며, 집에 일찍 들어와 쉴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다음날 졸려서 몽롱했던 건, 새벽 두시에 김병현 경기를 봤기 때문이다. 세상에, 새벽 두시에 야구를 하면 어쩌란 말인가.

65번째 술
일시: 4월 30일(금)
누구와?: 초등 동창들과
마신 양: 꽤 취했던 걸로 보아 소주 1병 반 이상은 마셨을 듯...

집에서 독후감을 열심히 쓰고 있는데, 저녁 7시반쯤 전화가 온다. "민아, 홍대앞으로 가고 있는데, 한잔 해야지?"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친구들인지라, 난 독후감을 다 쓴 8시 반쯤 집을 나섰다. 저녁을 안먹은 상태여서 배가 고팠는데, 안주로 시킨 맛없는 해물탕을 억척스레 먹었다. 2차를 어디 갈까 망설이기에 "<기차길 왕갈비> 가자!"고 꼬셨더니, 진짜로 다 따라온다. 그 맛있는 집에서 나의 젓가락은 조자룡의 창처럼 고기 사이를 누볐으며, 소주도 심심치 않게 마셔댔다. 고기집이 줄지어 있는 그 동네도 빈익빈 부익부가 적용돼, 드넓은 공간을 자랑하는 <기차길>은 밤 11시가 넘어서도 빈자리가 없었지만, 다른 집들은 손님이 없어 주인이 밖에 나와 있다. 금요일에도 그러면 어떻게 먹고살지 걱정이 됐다. 여자애 하나를 데려다 준다는 핑계로 도망갔기에 망정이지, 더 있었다간 왕창 취할 뻔.

어제 마심으로써 4월까지 마신 횟수는 정확히 65번, 이런 추세라면 12월 말까지 200번이 된다. 목표를 180회에서 200번으로 올렸으니, 그럭저럭 달성은 하겠구나 싶지만, 12월 특수를 무시해서는 안되는지라 미리 저축을 해야 한다. 지갑이 상대적으로 얇아지는 5월엔 술을 좀 줄일수 있으려나? 카드라는 게 있으니 꼭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는.....

어제 느낀 건데, 내 인생은 자전거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출발을 했으면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야 하듯이, 술을 좀 마시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면 계속 마실 수밖에 없는 것이다. 5월의 첫날인 오늘, 숙명의 일전이 있다. 컨디션 관리를 완벽하게 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이라는 게 있다. 멋진 승부를 펼쳐 보리라.

-에필로그-
내 이름은 흑표범이다. 알라딘에 가입한 건 두달 전인데, 책만 주문했을 뿐 서재가 있다는 걸 안건 얼마 되지 않았다. 내 서재는 지금까지 총 11명이 찾았다. 아무것도 차린 게 없으니 손님이 없는 건 당연했다. 그럼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명예의 전당이라 씌어있는 곳을 클릭했다. 그 결과.... 너무도 놀라운 광경들을 난 봤다. 은행에 돈을 저금하는 사람들처럼, 알라딘 사람들은 서재를 너무도 잘, 이쁘게 꾸며놓고 있다. 일주일이 넘도록 상위에 랭크된 서재들을 들락거리다, 난 알라딘의 지하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냈다. 참이슬이 있는 서재의 주인공 마태우스님과, 그가 그늘에 있고 싶다는 플라시보님. 난 그 두분의 서재에 오른 글들을 보름간 거의 다 읽었다. 그리고 내가 알아낸 '알라딘 평정하는 방법'을 글로 쓰기로 했다. 나 역시 그들처럼 인기 서재의 주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혹시 아는가. 인기서재가 되고 싶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될지.

-흑표범의 알라딘 평정법-
1. 직장이 편해야 한다
마태우스(이하 존칭 생략합니다)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직장에서 하는 일 없어요" 그래도 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니 놀기만 하겠냐고 생각을 했지만, 그의 페이퍼들을 보고 있자니 논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한달을 통틀어 그가 글을 안쓰는 날은 하루나 이틀이 고작이다. 17일만 해도 '알라딘의 목마'를 올린 시각이 오전 11시 30분, 글의 분량으로 보아 오자마자 그것만 쓴 것 같다. 그거 말고도 글을 두 개나 더 썼으니, 그날은 온통 알라딘에 계셨나보다. 플라시보님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일 하루동안 세편의 글을 올리는 등, 하루 평균 3편 가량의 글을 매일같이 쓴다. 그래서 난 결론내렸다. 알라딘 평정은 직장에서 이루어진다. 나같이 직장에 매인 사람이 알라딘에서 정상에 오르려면, 직장을 옮기던지, 그만 두는 수밖에.

2.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플라시보의 글에는 많이 먹고 많이 싸는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배때지가 불러서 그래. 돈내고 먹는 음식인데 왜 남기냐?"라든지, "잘 싸는 게 낙"이라는 글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전에는 화장품이 든 파우치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도 했다. 마태우스 역시 치부를 드러내는 데 적극적이다. 88짜리 바지가 안맞는다든지, 체중이 80킬로라든지, 내년 8월이면 잘릴 거라는 등 어찌보면 치부일 수 있는 얘기들을 적나라하게 기술한다. 이런 게 어떻게 독자들에게 어필하는지 모르겠지만, 서재 주인장의 솔직담백한 모습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나보다. 나도 치부를 하나 공개한다. 난 배꼽이...등에 있다!

3. 사진을 활용한다
여기 오기 전, 내가 있던 사이트는 사이월드였다. 거기서도 얼짱 콘테스트가 벌어지고 있긴 해도, 미남미녀가 아니면 사진을 올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마태우스의 사진을 보고 매우 놀랐다. 글과 사진이 매치가 안되서 한동안 어리둥절했을 정도. 서재 주인장 모임 때 찍은 사진이라는데, 그런 사진을 올리고 오히려 인기가 올라갔다니, 동정표가 쏟아진 게 아닌가 싶다. 플라시보 역시 사진을 많이 올리는데, 마태우스와는 반대로 사진을 통해 인기몰이를 하는 것 같다. 대체로 미인 축에 속하는 얼굴이고, 지적인 면도 있으니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원래 인터넷 사이트에서 미녀는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지 않는가. 난 그리 못생기지도, 잘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얼굴이라 걱정이다. 인기몰이도, 동정표도 얻기 힘드니까.

4. 뭐든지 글로 만든다
플라시보의 글을 보다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청소를 한다든지, 시장에 가서 장을 봤다든지 하는 사소한 일상도 장문의 글로 만들어 버린다. 하긴, 그렇지 않다면 하루에 세편씩의 글을 쓰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마태우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과거에 있었던 온갖 사소한 일들-오늘은 휴대폰을 가지고 장난친 얘기를 썼다-을 모조리 소재화한다. 심지어 술을 한번 마실 때마다 글 한편씩을 쓰기까지 한다. 혹시 소재가 떨어질 때마다 술을 먹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러니까 내가 서재를 평정하려면, 부끄러워 말고 온갖 얘기들을 다 써야 할 것 같다. 부장님한테 혼난 얘기는 물론이고 식당 메뉴가 오징어가 나왔다는 것 등. 문제는 내가 그 소재를 멋진 글로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겠지. 자신 없다...

5. 책 리뷰
마태우스나 플라시보는 110-130편 정도의 리뷰를 썼다. 알라딘 서재가 '책방'이란 뜻이니, 어느 정도의 마이리뷰가 있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플라시보의 말에 따르면 리뷰는 "새로운 사람과 만남을 가능하게 만드는 장"이라고 하니, 일단 리뷰부터 열심히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6. 활동
내가 찾아간 서재마다 마태우스의 흔적을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다. 이 많은 서재를 돌아다니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많은 글들을 읽고 코멘트를 남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플라시보는 자기 글에 코멘트를 달아주면, 거의 실시간으로 리플을 달아 준다. 하루 종일 컴퓨터만 보고 있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노력이 있으니 인기서재의 반열에 오른 것이겠지.

쓰고나서 보니, 인기 서재의 주인이 되는 것은 다단계의 다이아몬드 되기만큼 어려운 것 같다.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나로서는 직장에서 한가롭게 글을 쓸 수가 없고, 집에 와서도 가족과 보내느라 글을 쓸 시간은 거의 없다. 천재는 태어날 때부터 천재인 것처럼, 알라딘에 가입하는 순간부터 인기서재가 될까 아닐까가 결정이 나는 게 아닐까. 유감스럽게도 난 인기서재가 될 조건을 하나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남들은 1만명 고지를 넘었지만, 내 서재의 방문객은 고작 11명-지금 12명이 되었다. 누가 왔지?-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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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좋아서 열심히 페달을 밟으시는 거 같은데, 꼭 낙인이 찍혀서 어쩔수 없이 달리시는 것처럼...^^ 참, 오늘 대작이죠!! 꼭 초반에 쓰러지지 말고, 마지막까지 멋진 승부를 보여주세요!! 화이팅!! ^^

진/우맘 2004-05-01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허허헝~ 마태님~~~ 보고 싶어요~~~~~~~
우주님이랑 매너님이랑...느림님도오~~~~~~~~~~~TT

비로그인 2004-05-0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진/우맘님까지도오~~~~~~~~~~~~~요 ^^
누가 이길라나 우주가 당연히 지지 않을까요. 사람은 기본(?)이 중요하거든요. 우주의 공백은 상당히 길었잖아요. 컴백시간이 너무 짧았서리...으흠...전화해볼라니 벌써 판은 끝났을듯 ^^

코코죠 2004-05-0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와 만났다면 야구를 보고, 술을 마시고, 나쁜 곳에도 가고 하면서> 여기 등장하는 친구들과 가는 '나쁜 곳'이 어딥니까? 녜? 설마..혹시..역시나 그랬던 것이었던 것이었어..흠 마태님 충격적이에욧
 

 

 

 

 

 

일시: 4월 24일(토)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주량만큼

얼마 전, 왜 요즘은 술을 마시지 않느냐는 항의성 메일을 받았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답을 드렸는데, 그러고보니 지난주에는 유래없이 술을 안마셨다. 연간 목표가 180일이라면-최근 200일로 수정을 했지만-이틀에 한번은 술을 마셔야 하거늘, 지난주에는 겨우 두 번을 마셨을 뿐이다. 화요일날 불시에 전화해서 나오라고 해준 친구가 없었다면, 몇 달만에 일주 1회라는 기록을 세울 뻔했다 (최근 몇 년간, 1주에 한번도 안마신 적은 아예 없고, 한번 마신 것도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사실 지난주부터 술을 좀 줄여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 마시는 건 몇 년 전과 다름없이 마신다해도, 체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찌나 피곤한지 출퇴근길에 계속 잠만 자니, 책도 잘 못읽겠다. 그래서.... 한 몇주간 주2회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몸을 만들 생각이다 (참, 이번주에 세기의 대결도 있지!). 오늘, 서재 주인장님들이 휘황찬란한 사진을 펼쳐보이며 유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안마신 건 다 그런 까닭이다. 대신 난 러닝머신을 무려 5킬로나 뛰었다. 음하하하.

지난 토요일엔 장시간 많이 술을 마셨다. 오후 다섯시에 만나서 열한시까지 마셨으니, 무려 6시간을 버틴 셈이다. 1차로 삼겹살에 소주 반병을 먹고, 2차에서 커티삭이라는 양주 반병을 마셨다 (죄송해요. 경제도 어려운데.. 3만5천원이니 그래도 싼 편이라서....). 그리고 맥주를 세병 마신 뒤, 민속주점에 가서 산사춘을 마셨고, 노래방을 가자는 제의를 뿌리친 채 집으로 도망갔다. 늘 그랬듯이, 그네들은 내게 이럴 것이다. "역시 서민 쟤는 술이 약해" 무서운 여자들....

신은 내게 많은 주량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술을 진탕 먹고 다음날 또 마실 수 있는 용수철같은 몸을 선사했다. 검은비님이나 진우맘님처럼 한번 왕창 먹고 마는 사람과, 조금씩 자주 마시는 사람 중 누가 더 나은지를 따지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술꾼 그러면 일단 전자가 떠오르지만, 양으로 따지면 아무리 둘러봐도 나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느릿느릿 걸어도 소걸음'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꾸준한 사람을 더 선호해 왔으니, 내가 더 훌륭한 술꾼이라고 우기고 싶다. 그런 성실성 외에도 난 정직하기까지 하다. 소주 한병, 맥주 다섯병, 생맥주는 3천-이게 내 기준치다. 그 이하를 마시면 술마신 횟수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화요일날 소주 한병에서 한잔을 덜마셨다는 이유로 카운트를 안한 나로서는, 반주로 소주 서너잔씩을 마시면서 "난 매일 마셔!"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을 결코 라이벌로 인정할 수 없다.

그런 성실성과 정직성으로 인해 '괜찮은 술꾼'으로 인정받고 있는 내게, 꿈이 하나 있다면 오래도록 건강하게 술을 마시는 거다. 내가 만일 오래 살지 못한다면, 혹은 몸이 아프다면, 사람들은 이럴 거다. "쟤 봐라. 그렇게 술먹다가..." 나 하나로 인해 술이 만병의 근원이 되는 걸, 다른 술꾼들이 나로 인해 집에서 탄압을 받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기에, 난 건강해야 한다. 내가 술마실 때 안주를 열심히 먹는 것도,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눈을 감을 때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술 덕분에 내가 이렇게 건강할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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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4-26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도록 건강하게 술을 잘 마실려면 꾸준히,성실하게 술을 마셔서 술의 나쁜 영향에 대한 면역성을 강하게 해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는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04-04-26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외삼촌은 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알코올 중독이었죠!! 님처럼 반주로 항상 드셨죠.

waho 2004-04-2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몸 생각 하셔야죠. 전 요즘 술 생각이 간절하네요.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면 이 놈의 입덧도 달아날 것만 같은데...울 남편은 술을 안 좋아하는데 전 술 좋아하거든요. ^ㅡ^ 울 아버지가 술을 넘 좋아하셔서 유전인가봐요
마태우스님은 제가 보기에 '괜찮은 술꾼'이 진정 맞읍니다. 마태우스님! 화이팅!

마태우스 2004-04-2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님이야말로 술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신 분이십니다!
폭스바겐님/아이, 저는 반주로 술을 마시는 게 아니구요, 약속 있는 날만 마시고 평소엔 입에도 안댑니다. 그리구, 간암의 99%가 바이러스가 원인이에요. 전 항체도 있는걸요. 참고로 간박사이신 김정룡 선생님은 엄청난 알콜중독입니다. 그 아들두.... 둘다 건강합니다.
강릉댁님/부군께서 술을 못드셔서 서운하겠어요? 입덧을 하는 걸 보니 홀몸이 아니시군요? 어차피 뭐, 열달은 술 못드실 운명이네요. 몸조리 잘 하시고, 나중에 같이 술자리를 할 기회가 있겠지요.

이럴서가 2004-04-27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에 대해서 요 몇년 새 부쩍 두려워하고 있어요. 물리적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라서 더욱요. 담배부터 끊어얄 텐데, 뽀다구삼아 고1 때부터 핀 것이 지금껏 왔으니 제 나이에 벌써 10년의 끽연가가 된 셈, 쳇... 최근의 금연 시도에서 4달까지 갔으니 다시 하게 될 금연은 좀 더 오래 갈 수 있겠지요... 한 해 한 해 먹는 나이값이, 치기로 뭉쳐있던 어린시절 저질렀던 일들 뒷감당하느라 소용되고 있으니, 사람이 일단 현명하고 볼 일이에요. 건강하세요, 마태우스님.

비로그인 2004-04-2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느릿느릿 걸어도 소걸음...정말 감동적인 술꾼의 인생철학이군요~ ^^ 그래도 술을 즐기는 만큼 운동도 하시니 다행이지만...그래도 횟수를 조금 줄이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램은 있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주 세기의 대결에선, 확실하게 승자를 정하시길! 봐주기없기~~

가을산 2004-04-2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연보라빛우주님과의 결전을 위해 몸만들기 중이신 줄 알았네요. ^^

*^^*에너 2004-04-2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몸 건강하세요. ^^

비로그인 2004-04-28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이 건강해야 할 이유
1) 2004년 4월 27일 7시 16분 20초 today 131, total 8913..(*참조 알라딘 서재 좌측 하단 부) 방문이 닳도록 서재를 오가는 저들의 기대와 관심을 마태우스 님만의 재기발랄한 글로 보답해야 한다 ~!!
2) 저 오늘 술병났어요 라든지, 몸이 안 좋아서 컨디션이 별로....저 아퍼요 등등의 글로 마태우스님을 아끼는 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권리가 없다~!!
 

 

 

 

 

 

일시: 4월 20일(화)
마신 양: 소주 한병 내외, 생맥주 2천?
누구와?: 딴지 사람들 둘과

부제: 마태우스의 하루

오후 4시: 요즘 몸이 부쩍 좋지 않은 듯하다. 기차만 타면 자고, 어제 퇴근길엔 열나게 자다가, 종착역에서 남이 깨워주는 바람에 겨우 내렸다. 기차역까지 뛰어가는 건 고사하고, 걸을 때마다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몸이 너무 안좋은 것같아 이번주는 술약속을 모조리 미뤄버렸다. 슬슬 퇴근 준비를 해야지. 으흐흐.

7시: 집에 왔다. 저녁을 먹자마자 누워서 책보다 자야겠다는 깜찍한 계획을 세운다. 소파에서 자빠져 자던 벤지가 웬일로 일찍왔냐는 표정이다. "벤지야, 이번주는 쭈욱 너랑 같이 있을게!"

8시반: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버렸다. 나온 배를 보니, 엄마가 원망스럽다. 뭔 밥을 그렇게 많이 퍼주신담? 그걸 안덜고 먹은 내가 더 나쁘지만... 아, 피곤한데 빨리 누워야지.

8시 36분: 전화가 온다. "서민님, 저 xx 인데요, 저희 지금 xx 있거든요? 빨리 나오세요" 거절할 수 없는 전화라, 나가야 한다. 아, 몸도 안좋은데...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가려니 벤지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엄마의 말씀, "저러니 어느 여자가 좋아하겠어?" 난 이렇게 말씀드린다. "안늦게 올께요"

9시 반: 4명이 모였다. 소주를 몇잔 먹으니 몸이 가뿐해진다. 이렇게 포효한다. "우리 오늘 한번 마셔 보자고!"
10시반: 2차에 가서 내기가 붙었다. 88 올림픽을 결정한 바덴바덴의 회의가 언제 열렸냐는 것. 난 80년을, 또다른 사람은 82년을 주장한다. 서로 자기가 맞다고 우기다, 술사기 내기로 번졌다. 어떻게어떻게 확인해보니 81년이 아닌가? 이런, 내가 진 거니, 3차는 내가 사야겠군.

12시: 맥주집 아주머니가 묻는다. "저, 언제까지 마실 거에요?" 주위를 보니 우리밖에 손님이 없다. 문을 닫으려는 모양이다. 미련없이 일어나 3차를 간다.

12시반: 엄마한테 전화가 온다. "넌 도대체 몇시에 올거냐????" "아유, 엄마, 그---음방 갈께요. 지금 일어날 거에요" 전화를 끊자마자 말한다. "아저씨, 피처 하나 더주세요!"
새벽 1시 반: 우리, 이거만 먹고 갑시다....

집에 가니 새벽 두시가 다 되었다. 소파에서 잠든 벤지를 안아다가 내 이불에 눕힌다. '미안해. 내일은 나랑 산책이라도 하자'

아침 7시: 이런, 지각이다! 일어나려는데 벤지가 내 품속으로 들어온다. 이녀석은 내가 늦을 때만 이런다니까. 십분간 쓰다듬다가 벤지를 깨워 대소변을 뉜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은 뒤 벤지밥을 주고, 영등포역으로 달려간다. 기차에 몸을 싣고, 눈을 감는다.

9시 58분: 비밀 통로로 나는 듯이 달려가는 나. "어이, 서선생! 오랜만이야!" 이럴 때마다 꼭 아는 척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까. "아, 네...." 지각하는 걸 걸렸더니 영 멋쩍다.

10시3분: 내 방에 왔다. 컴퓨터를 켜고, 알라딘을 다니며 코멘트를 단다.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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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4-2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어제 에버랜드에 계신 벤지아빠(북극곰 아저씨)에게, "벤지 좋은 주인 만나 잘 살고 있다"고 전한 말 취소입니다!

비로그인 2004-04-2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소주가 한잔 들어가니 힘이 나시다니...앞으로 몸관리좀 하신다더니 다 거짓말이구먼요~^^

플라시보 2004-04-2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다른 사람들도 벤지를 북극곰으로 부르나봐요. 전 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흐흐.

책읽는나무 2004-04-2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이것도 100번째 달성하였다는 기념 인터뷰 실리겠네요...^^
그땐 인터뷰라도 옳게 할수 있겠습니까??....건강상태가 안좋아서리~~~
100번째 술먹기 달성목표 좀 늦추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으니...
술좀 그만 마시죠!!....보고 있자니....아슬아슬합니다요~~~^^

마태우스 2004-04-2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몸관리를 할 의지는 있지만 환경이 뒷받침 안된다는..
진우맘님/그러게요. 벤지에게 잘해줘야 하는데...
플라시보님/모르셨어요? 사실은 북극곰이라니깐요.
책읽는나무님/지금 추세로 봐서는 6월 정도에 100번을 돌파할 것 같습니다.

waho 2004-04-21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일기 읽는 재미가 언마나 큰지 모르시죠? 항상 잼나게 읽고 있어요

비로그인 2004-04-2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술를 많이 마시는 모습이 안타깝고 그랬는데....지금은 화가 나네요. 왜 그렇게 몸을 혹사시키시나요...엊그제는 소화기관한테 미안하니 어쩌니.....참나~ 오늘 날씨 쥑이니 한잔 하시것네요. --:::

마태우스 2004-04-2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릉댁님/아, 그렇군요. 님의 즐거움을 위해 더 열심히 마셔야겠다는...
폭스바겐님/아이, 어제만 마신 거구요, 오늘은 저얼대 안마셨어요. 전 참고로 날씨에 따라서 술을 마시진 않습니다. 대개의 경우 계획에 따라 술을 마시기 때문에, 날씨가 좋건 나쁘건 별 상관이 없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참고로 저 지금 3.5킬로 뛰고 왔어요^^

그럴껄 2004-04-22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함돠. 역시 홈피보단 이쪽에서의 서민님이 더 졸라 바빠 보이시네요. 우째뜬 바덴바덴결정은 81년도 9월이었으니 산술적으로 82년도를 고집한 제가 맞은 셈 친다면 뭐 맞는거니까 죄송스럽게도 얻어 먹었습니당. 마태우스님의 독야청청한 아우라 훔쳐보고 이만 도망침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