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번 목표를 말하는 습관 - 말하는 순간, 현실이 된다
김효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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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표 목록을 종이에 써라. 그것도 매일같이.”
<하루 1번 목표를 말하는 습관>은 위와 같이 하면 얼마든지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목표를 끊임없이 상기하다 보면 목표에 이르는 방법을 찾게 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게 되니까.
저자는 이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은 물론이고 수없이 많은 사람의 예를 든다.
책에는 내가 잘 모르는 백만장자 이야기도 있고, 김병만, 이소룡같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사람도 등장한다.


아쉬운 점은 예로 든 사례들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이시다 히사쓰구 ’라는,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을 보자.
이시다는 2005년 당시 백수에 가진 돈이라곤 30만원이 전부였단다.
그는 월수입 천만원인 지인에게 그 비결을 물었고,
지인은 “날마다 종이에 월수입 천만원이라고 썼다.”고 답한다.
하지만 이시다는 한달쯤 쓰다가 때려치웠고, 빚만 점점 늘었다.
4년쯤 지났을 무렵 갑자기 그 지인의 말이 떠올랐고, 이번엔 정말 꾸준히 쓰자고 결심한다.
“100일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말로 그의 월수입은 1000만원이 넘게 되었고..
그가 쓴 책은 아마존 종합 1위에 올랐습니다.” (45쪽)
검색을 해보면 알겠지만 이시다 히사쓰구는 진짜 유명한 사람이 맞다.
지적할 점은 그가 부자가 된 과정이 너무 추상적으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목표를 매일 쓰다보니 어떤 점을 깨달았고, 그래서 어떻게 됐다,
뭐 이런 구체적인 과정이 있어야 더 공감이 갈 텐데,
그냥 “그는 월 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게 됐습니다”라고만 돼있으니, 허탈해질 수밖에.


비슷한 사례는 이 책 곳곳에서 발견된다.
“4년 뒤 그는 회사의 최연소 임원으로 7개의 사업을 지휘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72쪽)
“그는...4년째가 되던 해에 614대에 자동차를 팔았으며, 그 해 세계 1위의 세일즈맨이 되었습니다.” (109쪽)
“그는 최우수 성적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한 것은 물론이고, 유럽에서 가장 큰 청년기업가협회까지 설립했습니다.” (186쪽)
목표를 적는 습관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수십명의 인사를 등장시킬 필요가 과연 있을지 모르겠다.
그보다는 몇 명이라도 좋으니 좀 더 구체적인 성공담을 예로 들었다면
재미를 더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자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리지 않았을까?


한때 자기계발서를 폄하한 적이 있었다.
공부 잘해라, 돈 많이 벌어라, 같은 얘기는 평소에도 지겹게 듣는 말들인데
굳이 책에서까지 그런 얘길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삶에 도움이 되는 보석같은 자기계발서들을 만나고 난 뒤
이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예컨대 <미움받을 용기>는 일종의 자기계발서지만,
그 책은 내게 큰 용기를 줬다.
기증받긴 했지만 이 책을 읽은 이유도 계발서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함이었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물론 도움되는 얘기가 있긴 하지만,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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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1~3 세트 - 전3권 -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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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대개 책보다 읽기 수월한 장르로 여겨진다.


잘 읽히는 게 만화의 장점이지만, 내용이 자세하지 않은 것은 그 단점에 속할 것이다.

한겨레 만평으로 유명한 박시백 화백의 <35년>을 펼칠 때만 해도

그런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35>년은 1910년부터 시작된 일제 강점기를 그린 만화다.

각 권마다 5년 정도의 시기를 다루니,

내게 배달된 1-3권은 1910년부터 1925년까지의 역사가 담겨있다.


 

제목이 35년인 것으로 보아 4권이 더 나와 총 7권으로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은데,

내 예상과 달리 1권을 읽는 데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 이럴까 잠시 생각을 해본 결과 1권의 분량이 많기 때문이란 결론이 나왔다.

2, 3권도 그건 마찬가지여서,

매 권마다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등장한다.

중.고등학교 때 국사를 그래도 열심히 한 편이지만,

여기 그려진 내용은 “아니 이런 일도 있었나?”라는 말이 계속 나올 만큼

새로운 내용이다.

치욕스럽긴 해도 꼭 알아야 하는 일제시대를 우리가 건성으로 배웠다는 건데,

‘국사’가 수능에 포함되지 않느니 마니 하는 요즘 세대라면

우리보다 더 건성으로 국사를 배우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그러니 박시백 화백이 이 시리즈를 만드는 이유는 다음에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가 이따금씩 개념없는 정부에 지배당하는 게 다 국사교육의 부재 탓이다.”

이 시리즈가 완간된다면 중.고교에서 이 책을 국사교과서로 채택해

아이들에게 읽게 하면 좋겠다.


이 시리즈의 장점을 한 가지 더 말해본다.
박시백 화백은 여기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허투루 그리지 않았다.
예컨대 갑신정변의 주역인 김옥균을 보면
만화와 사진이 거의 100% 싱크로율을 보이고 있다.

 

곳곳에 번뜩이는 작가의 재치도 재치지만, 이런 정성까지 더해졌기에
<35>년이 좋은 역사책이 될 수 있었으리라.
역사를 재미있게, 그리고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 <35년>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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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되었다 -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에서 게이트까지
이진동 지음 / 개마고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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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한발짝 더 내디딜 수 있었던 건 조선의 선행보도가 거대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2016년 9월, 한겨레신문 김의겸은 조선일보에게 이례적인 편지를 쓴다. 자신들이 애써 찾은 국정농단의 퍼즐들이 조선에서 이미 보도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일보는 정권의 반격으로 추가적인 보도를 못하는 상태였는데, 김의겸의 공개편지는 그러니까 “묵혀둔 자료를 보도하던지, 안할 거면 우리라도 주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 후의 일은 우리가 다 알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의 참전으로 국정농단에 관한 의혹이 재점화됐고, 그 불길은 JTBC의 태블릿PC 보도로 마침표를 찍는다. 한겨레와 JTBC의 공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무도 국정농단에 관심이 없던 시절,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불을 지폈던 TV조선이 아니었던들,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가 지겹도록 봤던 최순실의 의상실 CCTV와 지하주차장의 영상도 TV조선이 이룬 집념의 산물이었다.


<이렇게 시작되었다>는 바로 국정농단을 가장 먼저 취재한 TV조선 펭귄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펭귄무리가 사냥을 할 때 포식자가 무서워 바다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만, 한 마리의 용감한 펭귄이 뛰어들면 다들 뒤를 따른단다. 그러니까 TV조선은 국정농단의 퍼스트 펭귄이었다. 당시 이야기를 워낙 박진감 있게 기술해 읽는 내내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는데, 이 기획을 총괄한 이진동 기자가 국정농단에 관한 취재를 시작한 게 2014년이었다는 점이 그저 놀랍다. 

 

조중동이라는 말은 곧 적폐와 동일시된다. 실제 이들의 보도를 보면 한숨이 나올 때가 많은데, 이건 사주의 방침 탓일뿐, 그 밑에 있는 기자들까지 죄다 기자정신이 없는 건 아닐지 모른다. 중앙일보와 출신성분이 같은 JTBC의 성공도 이를 입증하지만, 국정농단을 취재한 TV조선 취재팀 역시 기자정신에 충실한 이들이었다. 이진동의 지시로 안종범 수석을 인터뷰한 정동권 기자의 취재노트를 보자.

갑작스런 지시였지만 놀라지도, 되묻지도 않았다....이날은 취재팀 전원 강제휴무일이었다. 3주간 단 하루도 쉬지 못해 기진맥진한 후배들을 위한 부장의 처방이었다....이제 상대는 청와대였고, 외곽이 아닌 핵심을 정조준하는 정면승부였다.” (165-166쪽)

물론 수십년간 기득권을 대변한 조선일보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국정농단에 대해서만큼은 우리가 조선일보에 빚을 졌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저자인 이진동도 여기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물이 100도에서 끓는다고 할 때, 한겨레와 경향이 물을 99도까지 끓게 했고, JTBC가 나머지 1도를 채운 것은 맞지만, “최초로 불을 지핀 건, 제로에서 1을 창출해 낸 건 바로 TV조선 펭귄팀이었다.” (6쪽)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느끼는 건 제도권 언론의 필요성이다. 문대통령을 열심히 지지하는 분들은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르며 언론 따윈 없어도 된다고 말하지만, SNS가 언론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는 제도권 언론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취재에 나서는 기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순실의 지하주차장 장면을 촬영한 기자의 취재노트를 인용한다.
[당시는 연일 폭염 특보가 발령됐다...지하 5층 주차장에는 바람 한줌 내주지 않았다...젊고 덩치 큰 경비원들은 삼엄한 눈빛으로 수시로 주변을 돌았다. 나와 민봉기 기자가 숨을 곳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주차장에 마련된 화장실과 창고가 전부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매일 몇 시간씩 최순실을 기다렸다. 경비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끝장이었다. 지독한 더위와 극한의 긴장감은 우리를 녹초로 만들었다...(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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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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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호 선생의 책은 읽을 때마다 내게 깨달음을 준다. 
젊은 세대의 생각을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한데, 
내가 만나는 학생들이 의대라는 특권적 위치에 있고, 그나마도 그 수가 많지 않은 것과 달리 (우리 학교 의대는 한 학년이 40명이다)
오선생은 여러 대학을 나가고, 의대가 아닌 일반 대학생들을 수시로 접하니,
‘젊은 세대의 생각은 이렇다’라고 일반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는 그간의 저작들과 달리
젊은층에 국한되지 않은, 우리 사회 전반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
특히 마음이 아팠던 두 가지만 얘기해 보자. 
하나는 K대 교수인 아무개의 갑질이었다. 
아무개는 저자에게 “학생들이 네 책을 읽었으니 내 수업 시간에 강의 좀 해라”고 했고,
당시만 해도 대학에 남는 것에 미련이 있었던 오선생은 
긴 거리를 걷고 뛰며 강의장에 도착한다.
보통 이럴 때는 강의를 부탁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사를 소개해 주고,
강의 후 식사를 대접하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예의다.
소정의 강사료를 주는 것도 당연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개는 학교에 있지도 않았고, 학생들은 수업을 듣는 대신 딴짓만 했다.
강의가 끝날 때쯤 들어온 조교는, 강사료를 챙겨줄 것이라는 저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학생들에게 말한다. 
오늘 작가님께 강연료도 못 드리는 대신 정성스레 작성한 독후감을 드리자고 지난 시간에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죠? 얼른 제출해 주세요.“ (51쪽)

그러니까 아무개 교수는 자기 강의시간에 다른 일정이 있었는데
휴강하기가 민망해서 오선생을 대타로 뛰게 한 것이었다.
설령 그렇다해도 사정을 미리 말하고, 자기 돈으로라도 강사료는 줘야 할 것 아닌가?
강사에게 KTX 표를 끊어주고, 역에서부터 학교까지 차로 모시고,
식사까지 대접하고, 다시 역까지 모셔다 드리고, 
여기에 내 돈으로 (우리 학교는 외부강사를 부르지 못하게 한다)
강사료를 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내가 보기엔
아무개 같은 교수는 대학가의 수치다.
그런데 오선생에 따르면 그가 “여기저기 학회에 초대받는 유명인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주요 연구분야가 ‘경제민주화와 대기업의 횡포’란다.
이런 사람이 왜 실상이 까발려져서 몰락하지 않는 것일까?
여성의 미투운동과 더불어서 대학교수의 갑질을 고발하는 운동이 벌어지길 빈다.

또 하나 안타까웠던 얘기는 기업 강연 때 담당자가 보이는 반응이었다. 
이름난 강사이니 여기저기서 강연요청이 들어오지만, 
강연약속을 잡은 뒤 위에서 뒤집는 경우가 많단다.
담당자는 이렇게 양해를 구한다. 
“작가님의 사상이 너무 부정적이라서 어렵대요.”
도대체 뭐가 부정적일까?
오선생의 전공이 ‘기업의 노예가 된 대학사회’를 비판하는 것이어서란다.
기업들로선 주제가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쓴소리를 회피하는 사회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을 것 같다. 
이 대목을 읽다가 인권을 강의하는 어느 분이 생각났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인권에 대해 역설하던 도중,
화가 난 교감이 들어와 강의를 중단시켰다나. 
그때 그분의 마음이 어땠을지를 생각하면, 내가 다 마음이 아프다.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어느 분은 갑질에 관한 강의의 달인인데,
교수들을 모아놓고 “대학원생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느냐?”고 일갈하자
몇 명의 교수들이 화난 표정으로 강의실을 박차고 나갔단다. 
참으로 못났지 않은가. 
갑질, 대학의 정신, 인권 등등 다 우리 사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주제건만,
정작 그 말을 들어야 할 주체들은 이 주제를 불편해한다.
오히려 내 전공인 기생충 얘기에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으니,
이거야말로 신기한 일 아닌가. 
기생충>>>>>>인권 = 대학정신 = 갑질   인 셈이다. 
하기야, 남 얘기를 할 때가 아닌 것이, 나도 더 이상 봄날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작년 말 문빠에 대해 글을 쓴 이후 하려던 방송에서 잘리다시피 했고-다시는 그런 글을 쓰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출연을 시켜준다고 했다-
날짜까지 잡힌 외부강연은 높은 분의 반대로 엎어지기도 했다. 
아내는 내게 “거봐. 그런 글 쓰지 말랬잖아!”라고 말하는데,
나야 어차피 대학의 봉급으로 먹고 사는지라 외부활동이 큰 의미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그런 부당한 일을 겪으면 얼마나 서러울까 싶었다. 
아무개 교수같은 이가 마음껏 갑질을 할 수 있는 이유도
그가 비정규직 강사의 생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런 주제 말고도 이 책에는 우리 사회의 여러 단면이 담겨 있는데,
읽는 동안 잠깐잠깐 멈춰서서 과거를 떠올리느라, 한숨을 내쉬느라, 분노를 잠재우느라, 
읽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오선생이 이런 유의 책을 쓰는 이유는 이런 책이 더 이상 필요없는 사회가 오기를 바라서일텐데,
지금으로 봐선 요원해 보이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오선생이 계속 좋은 책을 낼 수 있게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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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1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2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1 -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전복과 반전의 순간 1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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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더 많은 책을 읽는 지기지우가 내 생일이라며 책 한권을 보내줬다.
혹시 내가 읽은 책일까 걱정했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난 이런 책이 있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술술 읽힌다”는 친구의 추천사는 사실이었다.
이 책은 재즈--> 우리나라 가요--> 클래식--> 근대노래로 구성됐는데
가요를 빼곤 내가 다 모르던 분야라, 깜짝 놀랄만한 정보들이 가득했다.
날 놀라게 한 정보들 중 딱 3개만 열거해 본다.


1) <아침이슬>
김민기가 만든 이 노래는 소위 운동가요로 불렸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타오르고 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만 봐도
뭔가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정작 만든 이의 말은 달랐다.
[되는 일도 없고, 너무 가난해서 괴로웠다고....그러던 어느 날 학교 근처에서 술을 마셨는데 통금 때문에 어딘가 들어가야 해서 우왕좌왕하다가 그냥 필름이 끊어져 버렸다고.
다음날 눈을 떠보니 돈암동 어느 야산 공동묘지에 자기 혼자 자고 있었다고.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자신은 술에 취해 자다가 한낮의 찌는 더위에 깼다고.
깨어보니 너무 창피해서 일어나 어디론가 가야 하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노래였다고.(139쪽)]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는 정권과 싸우러 가는 게 아니라,
매일같이 먹을 것을 고민해야 하는 지난한 삶 속으로 가는 것이었다.


2) 모차르트를 죽인 건 살리에르다?
당대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모차르트에 비해 살리에르는 36년간 빈의 궁정악장을 지냈다.
게다가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가 모두 살리에르의 제자였다.” (188쪽)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모차르트를 씹었겠는가?
빈 궁정 악장은 그 당시 음악가가 가질 수 있는 정규직으로서는 최고의 직위였다.“ (같은 쪽)
모차르트와 베토벤 모두 이 자리에 오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나.
영화 한 편이 지닌 선동의 힘은 이렇듯 대단하다.


3) 베토벤의 진실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은 바로 다음이다.
베토벤의 제자였던 체르니는 “그래도 가면 내가 말하는 것을 다 알아들으셨는데”라고
회고했단다.
즉 베토벤은 소리가 아주 안들릴 정도로 귀가 먹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또다른 좋은 점은, 읽다가 가끔씩 해당 곡을 찾아서 듣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 대해 “언제나 한 해의 마지막 날이면 전 세계의 모든 교향악단이 이 곡을 연주한다”고 쓰여 있기에,
유튜브에서 찾아서 다시 들었다.
내게 익숙한 그 구절은 4악장이었다는 것도 다시금 알았다.
가요무대 등에서 자주 불리는 <감격시대>는 사실 전 세계를 향한 황군이 진군가였다는데,
이런 설명을 듣고도 난 다시 스마트폰으로 이 노래를 찾아 들었다.
신중현의 기구한 삶에 대해 읽을 때는 <아름다운 강산>을 듣고 싶어졌는데,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이선희가 ‘환상의 듀엣’에서 예진아씨라는 여고생과 같이 부른 게 있어서 그걸 듣다가, 예진아씨에게 완전히 반하기도 했다.
이렇게 읽어서일까, 아니면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내게 전해진 덕분일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땐 마음이 뿌듯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래서 말씀드린다. 이 책만한 선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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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18-02-1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독특하네요...

마태우스 2018-02-17 23:04   좋아요 0 | URL
글게 말입니다. 제목도 뭔지 잘 모르겠다는...

stella.K 2018-02-17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드린 선물은 밀려났군요.ㅠ

언제나 그렇듯 무엇을 해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결국 그것을
소비하는 주체가 주인이란 생각이 드네요.
아침 이슬도 그렇고, 모짜르트와 살리에르도 그렇고.

명절 잘 보내고 계신 거죠?^^

마태우스 2018-02-17 23:04   좋아요 0 | URL
앗 스텔라K님...이전에 님이 주신 지성과 영성의 만남, 정말 감명깊게 읽고 리뷰 썼는데요 ㅠㅠ 제가 읽을 책이 좀 많다보니 다 소화를 못하고 있어요 죄송해요....

꼬마요정 2018-02-2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잘 보내셨어요?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서 다행입니다. 뭐 미세먼지가 가득하다는 문제는 있지만요 ㅎㅎ

책 재미있겠는데요, 읽을 책 많은데 이렇게 또 읽고 싶은 책 얹어 주시고 ㅎㅎ 세상사 전복과 반전이 없는 일은 없나 봅니다.

마태우스 2018-02-28 00:41   좋아요 1 | URL
오옷 요정님께서 이렇게 댓글 남겨주시다니 얼마나 반가운지요. 전 미세먼지엔 둔감해서 따뜻해진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아재개그지만 전 전복을 좋아합니다. 설 전에 어느 분이 보내준 전복 덕분에 설을 잘 보냈다는....^^ 즐거운 2018 보내시길.

transient-guest 2018-02-22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헌 선생의 책은 거침이 없습니다 이런 강호기인들이 부럽습니다

마태우스 2018-02-28 00:42   좋아요 1 | URL
글게 말입니다. 부끄럽게도 이번에 처음으로 강선생님 책을 읽었답니다 -.- 앞으론 계속 읽을 생각입니다.

심술 2018-02-2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마태우스 2018-02-28 00:42   좋아요 0 | URL
오옷 감사드려요. 제 생일.... 안그래도 그날 아내한테 생일이라고 유세 많이 떨었죠 하하하. 심술님도 건강하시고 좋은 일 많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