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책은 잘 안팔리기로 유명하다. 수백부 팔리는 게 고작이고, 수천부 팔리면 당장 인문학 베스트셀러에 진입한다. 한 만권쯤 팔렸다면 그해의 베스트셀러 1위는 따논 당상이다. 인문학의 위기라니, 인문학 관련 책들이 안팔리는 것은 당연한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간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숱하게 많을텐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십만은 넘을텐데, 인문학 책은 왜 그리 안팔릴까?

하기사, 학생 때 의학을 전공한 나도 의학 관련 책을 읽은 적은 거의 없으니, 남얘기 할 때가 아니다. 의사들이 의학 책을 안사는 이유는 그냥 다 아는 얘기니까 하는 생각에서 그러는 게 아닐까 싶다. 의학관련 프로그램을 안보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 같고. 그런 식으로 유추한다면, 인문학과 출신들도 다 아는 얘기라서 인문학 책을 안사는 거겠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의학 관련 책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중 가장 재미있었던 책은 로빈 쿡이 쓴 <돌연변이>다. 로빈 쿡의 다른 소설들을 "병원이 무대라고 다 의학소설이냐"고 폄하하곤 했지만, 그 책은 너무 재미있어서 밤을 하얗게 새워가며 읽었는데, 내가 빌려준 그 책을 읽은 친구는 "하나도 재미없다"고 한다. 그때 알았다. 내가 그 책이 재미있었던 것은 그래도 기초의학을 했다는 학문적 베이스가 있었기 때문이란 걸.

최근에 의학과 관련된 멋진 책이 나왔다. <독감>이란 책인데, 참으로 재미있게 읽고 있다. 1918년 전세계에서 2천만-1억 사이의 희생자를 낳은 스페인독감의 정체를 밝히는 추리소설인데, 지금까지 한 3분의 1쯤 읽었는데 벌써 재미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 한가지. 독감이 영어로 '인플루엔자'인데, 그게 '영향'을 뜻하는 'influence'와 단어가 비슷하다. 왜 그럴까? 이탈리아에서는 독감이 추위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을 했기에 독감을 '추위의 영향'이라고 불렀던 데서 연유한단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코흐'와 관련된 에피소드였다. 콜레라가 유행해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을 무렵 (1883년), 코흐는 아가(agar) 배지를 이용해 콜레라균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고, 다음 해에는 콜레라가 물을 통해 전파되는 수인성 전염병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그런데 뮌헨의 위생학자 막스 어쩌고 하는 애는 미아즈마-시체 썩은 데서 나오는 더러운 공기-가 콜레라의 원인이라고 했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코흐한테 콜레라균이 우글거리는 배양액을 달라고 했고, 그걸 꿀꺽꿀꺽 마셔 버렸다. 그러고는 코흐한테 편지를 썼다.
"플라스크의 내용물을 모두 마셨소. 내가 여전히 원기 왕성하다는 것을 알려주게 되어 기쁘오"
세상에 이런 무식한 놈이 있을까 싶지만, 그가 어떻게 콜레라에 안걸렸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에 대해 런던의 의사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체질적으로 위산이 많이 분비되는 행운아였다. 위산은 콜레라를 모두 죽이는 효과가 있으니까"
하지만 콜레라에 걸려 죽은 사람들이 위산이 덜 분비되는 사람이 아닌 바, 이 주장은 별 신빙성이 없다. 내 생각에, 코흐는 인간이 불쌍해서 막스한테 맛이 간 콜레라를 보내줬을 거다. 사람을 죽이는 균을 먹게 한다는 것은 의사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고, 막스가 죽었다고 하면 코흐가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테니까 말이다. 어찌되었건 역사는 코흐만 기억하지, 막스 어쩌고 하는 놈은 전혀 신경도 안쓰고 있으니, 정의가 승리했다고 할만하다. 자신의 무식을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걸다니, 막스란 인간, 참으로 괴짜다. 나도 눈에다 벌레를 넣은 적이 있지만, 그건 막스가 한 것에 비하면 1만분의 1 정도의 위험도 없는 것이잖는가.

들뜨기 쉬운 연말연시에 차분하게 <독감>을 읽으면서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성 싶다. 혹시 아는가. 그 책을 읽으면 독감에 안걸릴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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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무능력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특별히 잘하는 게 없다. 강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교수라면 반드시 해야 할 연구 면에서도 난 자타가 공인하는 바닥이다.

의사면허는 있지만 환자를 볼 능력도 없는데다, 지인들이 가끔씩 자문을 구할 때도 헛소리만

남발한다 (그래도 의학적 자문이 끊이지 않는 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러니, 내가 학교에서

잘리기라도 한다면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내 생각에 난,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교수가 되었고, 교수라는 직위를 이용해 허구헌날 술만 퍼마시는 인간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잘하는 게 딱 하나 있다. 연속해서 술마시기!).



나같은 사람이 다 그렇듯, 남들은 다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었다. 며칠 전, 내 친구가 애를 낳았다. 어렵게 생긴 첫번째 아이인지라

친구 부부는 나름대로 신경을 썼는데, 친구가 다니는 산부인과에서는 그 아이가 '아들'이라고

했다. 그런데 9개월쯤 지났을 때, 병원에서는 난데없이 "딸이에요"라고 하는거다.

"아니 어떻게 그런 걸 틀리지? 애기 옷도 다 사놨는데.."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게 말이야. 5주면 다 아는데..."

그런데 막상 애를 낳았을 때, 친구는 더더욱 놀랐다. 애는...아들이었다! 애기옷은 건졌지만,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친구의 황당함과는 별개로, 내게는 그런 실력으로 산부인과를 하고,

돈도 제법 번 의사의 존재가 위안이 되었다.



따지고 보면 그런 사람이 한둘은 아닐 거다. 남들 보기엔 어엿한 회사에 다니고 그러지만,

회사에는 그다지 기여를 하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이. 사실 출중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뭐 그리

많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하던 끝에, 난 새해부터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보기로 했다.

남들은 없는 능력을 짜가면서 열심히 사는데, 난 능력이 없다고 나자빠져서 허구헌 날

술만 마시는 건 너무하지 않는가. 연구, 새해에는 연구를 하자. 논문도 많이 쓰고 그래서

2년 후 있을 재임용도 통과해 버리자. 그러면 5년은 더 버틸 수 있고, 그런 식으로 계속

가다보면 55세 정도까지 버티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학교에 부임한지도 벌써 5년,

그간 놀만큼 놀았잖니?



때마침 학교에서는 갑자기 돈이 많아졌는지 기계 살 게 있으면 사라고 돈을 나눠준다.

얼마 전에도 돈을 주더니만, 두달도 안되서 무슨 일이람? 열심히 일하는 남들은 살건 많은데

돈이 적네 하지만, 연구와 담을 쌓고 줄곧 놀아온 난 그 돈으로 무슨 기계를 사야하나

심난하다. 어찌되었건 이것저것 사다보면 냉기만 감도는 내 실험실도 제법 그럴듯한

곳으로 변하겠지.



어제, 내가 군대 때 몸담았던, 아니 적만 두고 출근은 안했던 보건원에 다녀왔다. 새해부터

일을 같이 좀 해보자고. 그쪽에서는 늘 바라던 거였다고, 내가 놀기만 하는 게 안타까웠다면서

적극 환영한다. 그 얘기를 하면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9시도 되기 전에 필름이 끊긴 게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뭔가를 해보련다. 이게 다 그 의사 덕이다.



* 택시 아저씨가 날 깨운다. 택시비를 달라고. 아까 준 것 같아서 "줬잖아요"라니까, 안줬다고

달란다. 그 아저씨의 말, "경남예식장에서 타셔서 홍대앞 가자고 했잖아요!" 잉? 이럴수가.

미터기를 보니 1600원이 찍혀있다. 그러니까 난 집앞까지 잘 가고선 다시 택시를 타고

엉뚱한 곳으로 온 거다. 집까지 걸어가는 십분이 술에 취한 사람에겐 무척이나 길고 멀었다.

날씨는 또 얼마나 춥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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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6-07-14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경남예식장에서 타셔서 홍대앞 가자고 했잖아요!"
"난 능력이 없다고 나자빠져서 허구헌 날 술만 마시는 건 너무하지 않는가. 연구, 새해에는 연구를 하자. 논문도 많이 쓰고 그래서 2년 후 있을 재임용도 통과해 버리자." 다행히도 바람대로 됐네요^^

나를욕해달라 2011-05-2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종종 실수도 하고 서툰 사람들이 완벽주의자보다 더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나요? 물론 허구헌날 실수만 하면 개호구가 되지만요ㅠㅠ(그게 저임)
 

 

 

 

"지승호입니다"로 시작되는 메일을 확인했을 때,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 유명한 지승호님? 하는 생각에서. 그런데... 맞다. 결례를 무릅쓰고 그분이 보낸 전문을 공개한다.

[지승호입니다. 메일 한번 보낸다 보낸다 하면서도 천성이 게으른
탓에 이제서야 보내는군요. 마태우스님이 매번 써주시는 서평이
제겐 참 힘이 됩니다. 뭐.. 이번 책 날개에도 인용을 했지만(죄송
합니다. 허락도 안받고 제 맘대로 인용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타까
지 났더군요. 사과드립니다) 저한테는 과분한 칭찬입니다.
앞으로 더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노력을 더 할거구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지고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그러니까 지승호님은 내가 쓴 서평을 보고 메일을 보내주신 거였다. 인터넷의 소통기능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예찬을 하곤 했지만, 이런 메일을 받고나니 인터넷의 위대성에 대해 감사드리게 된다. 인터넷이 아니었던들 그 유명한 분과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는 게 가능하기나 했겠는가? 예전에 김정란님으로부터 내가 했던 사소한, 그러나 시간을 많이 투자한 일에 대해 고맙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도 오늘과 비슷한 심정이었을게다. 아, 위대한 인터넷이여!

놀랄 일은 또 있다. 지승호님의 메일 중 "이번 책날개에도 인용을 했지만"이라는 구절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다. 책장에 꽂아둔 책을 꺼낸 뒤 날개 부분을 폈다. 그랬더니...

[...내가 두번째 인터뷰집을 냈을 때 '마테우스'라는 분은 이런 극찬을 해주셨다. "내가 보기에 진짜 아티스트는 인터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지승호님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인터뷰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제대로 된 인터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을 거다" 물론 자랑하려고 썼다. 하지만 진심을 말한다면 '마테우스'님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난 내가 아직 아마추어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랑과 겸손에 연연해하지 않게 된다면, 그 땐 이미 나도 프로가 되어 있겠지]

책날개를 미리 안본 게 다행이다. 사전 정보 없이 책날개를 봤더라면, 심장이 약한 나로서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얼마 전 변정수님으로부터 메일을 받고도 "영광, 영광!"을 외쳤었는데, 저 높은 곳에 있는 저자 분들로부터 메시지를 받는 건 정말이지 즐거운 일이다. 마이리뷰 열편을 쓰면 상품권을 주는 게 탐이 나서, 혹은 나중에 명예의 전당이라도 들어가 볼까 하는 마음에 서평을 열심히 쓰고 있지만, 가끔씩 생기는 이런 일들은 나로 하여금 더 큰 보람을 느끼게 해 주며, 허접스러운 서평은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년 2월이면-혹은 3월이든지-고대하던 내 책이 나온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책이지만 누군가 내 책에다 서평을 써주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호의적이든 비판적이든, 서평을 쓴 분들의 서재에 일일이 찾아뵙고 감사를 드릴 생각이다. 내가 지승호님같은 스타는 아닐지라도, 저자로부터 그런 인사를 받으면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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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3-12-1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렇게 멋진 일이... ^^

마태우스 2003-12-14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베스트서재의 주인공 라스꼴리니꽃님이시네요. 이런 누추한 곳에 어인 일이십니까? 음.. 더 멋진 일은, 지승호님의 첫 저서인 <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책광고에서도 제가 교보에 쓴 서평을 인용했다는 거죠 (그땐 제 본명인 서민으로!). 지승호님의 책 두권과 그런 인연을 맺은 게 참 즐겁습니다.

싸이런스 2006-07-14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지가 양지된건가? ㅎㅎ
"우와, 베스트서재의 주인공 라스꼴리니꽃님이시네요. 이런 누추한 곳에 어인 일이십니까?"
이 글보니 예전에 다 읽었던걸 내가 또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ㅋㅋ
 

 

 

 

버스를 탈 때마다 느낀 거지만, 오늘 서울행 버스를 타고 떠나기를 기다리는데 남자 하나가

버스에 올라탔다. 근데 두개로 된 좌석마다 사람이 하나씩 타고 있는 거다. 그러니 그는 그 중에서

하나를 택일해야 했다. 시외버스니 정해진 자리는 없는 거니깐. 여기저기 둘러본 끝에-난

내 옆자리 앉을까봐 긴장했다. 약간 살이 찐 사람이라...-그는 한 남자의 옆에 앉았고, 버스가

떠나 더이상의 비극은 없었다.



필경 그는, 여자 옆에 앉고 싶었을 거다. 여자는 일단 몸집이 작으니 편하기도 하지만, 여자랑

같이 앉으면 좋지 않은가? 말은 이렇게 해도, 내가 만일 그였다면 여자 옆에 자신있게 앉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배짱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지라-박카스 선전하는 그놈만 빼고-버스에

앉을 때 여자는 여자 옆에, 남자는 남자 옆에 앉는다. 여자는 남자가 싫어서, 혹은 불편해서

여자 옆에 앉지만, 남자는 여자 옆에 앉고픈 마음이 간절하지만 이상하게 보일까봐, 용기가

없어서 남자 옆에 앉는다. 기차나 버스에서 여자가 내 옆에 앉으면 난 '오늘은 재수가 좋군'

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지만, 내 옆에 앉는 여자는 '오늘도... 텄군!'이라며 한숨을 지을 거다.

남자는 낯설건 아니건 여자를 좋아하지만, 여자는 낯선 남자는 특히 싫어한다.



언젠가 주부가 고교생과 원조교제를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원조교제'라는 게 꼭

중년 남성이 어린 여성과 저지르는 것만은 아니며, 그 역도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는데, 그렇긴 해도 난 그 여자가 죄를 지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정황증거로 볼 때

둘은 서로 좋아했던 건 확실했던 것 같고, 돈을 준 건 성행위에 대한 대가는 아니었다.

난 기본적으로 미성년자 남자에 대한 성착취라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청소년 여자애들은

성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아무리 세태가 바뀌었다 해도 경험이 있다는 것에

죄의식을 갖는다. 반면 남자는 청소년기가 성에 대한 욕구가 가장 왕성할 때인지라 중년이고

뭐고 여자가 하자고만 한다면, 하늘에서 내려온 축복으로 생각한다. ('바람난 가족'의 봉태규를 보라!)


남자가 동정을 잃는 것은 여자가 순결을 잃는 것과는 달리 어른으로 성숙하는 과정으로

치부되며, 경험이 많은 여자가 '걸레'라는 과히 자랑스럽지 못한 호칭을 얻는 반면,

많이 해본 남자들은 애들에게 둘러싸인 채 자신의 무용담을 떠벌이곤 한다.

결정적으로 여자애들은 돈을 위해 옷을 벗기도 하지만, 남자들이 돈 때문에 그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남성의 성욕은 주머니 속의 못과 같아 삐져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광수생각>을 그린 박광수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남자의 외도는 급해서 다른 화장실을 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매매춘 업소는 존재의 정당성을 얻고, 그런 곳이 없으면 강간사건이 급증할 것이라는

말도 설득력을 가진다. 써놓고 보니까, 여자가 남자를, 특히 낯선 남자를 멀리하는 게

매우 당연해 보인다. 성욕으로 충만한 인간이 옆에 있는데 어찌 불안하지 않겠는가?

성욕을 좀만 줄이고 사이좋게 지내면...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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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6-07-14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좋게 지내요^^
 

 

 

 

* <비치>라는 책을 많이 참조했습니다.

[클린턴 부부가 차를 몰고 길을 가다가 주유소에 들렀는데, 거기서 힐러리의 고교시절

남자친구를 만났다. 클린턴이 말했다.

"당신이 저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지금은 주유소 직원의 마누라가 되어 있을걸"

힐러리의 답변이다. "아니, 그랬으면 저 사람이 대통령이겠지"]

이 얘기가 널리 퍼진 걸 보면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임창렬 경기지사의 부인 주혜란씨를 '경기도 힐러리'라고 부르듯이 말이다.

그런 그녀가 뉴욕 시장인 줄리아나를 꺾고 상원의원이 되었고, 대선후보로도 거론되는 걸

보면, 배후의 역할에 싫증을 느끼고 전면에 나서기로 한 모양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나온다면 그건 힐러리일 거라고 누가 그랬다나. 참고로 말하면 힐러리는 부통령 직을 매우

우습게 봤는지,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난 남의 나라 장례식에나 참가하는 것엔 관심이 없거든요"

그러니, 그녀의 야망은 상원의원은 아닐 것이다.



힐러리의 외모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난 사실 힐러리가 매력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힐러리와 예일법대 동기인 마이클 메드비드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도 데이트 상대로는 생각지 않을 여자였어요. 살도 좀 쪘고, 외모도...허허,

다 아시지 않습니까. 아무리 엄청난 상상력을 동원한다 해도 절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죠. 힐러리는 그저 우리의 좋은 친구일 뿐이었습니다"

이 친구 말고 다른 동창들도 힐러리와 자고 싶었다는 말은 하지 않는 걸 보면, 나만 그녀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가보다. <비치>의 저자는 한술 더 떠서, 힐러리를 이렇게 표현한다.

"애를 몇이나 낳은 것같은 펑퍼짐한 엉덩이에, 튼실한 근육질의 다리하며, 오늘 아이 하나

낳고 내일 당장 옥수수 포대를 나를 수 있을 것만 같은 건장한 어깨..."

이렇게까지? 영부인이 그정도면 이쁜 편 아닌가 싶은데...



그런데....클린턴은 달랐다. 빌은 힐러리를 처음 본 순간, "그 여신 같은 모습에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면서 '말문이 막혀 버렸다'는 표현까지 동원하고 있다. 웰즐리

대학-여자대학으로 최고 명문-시절 '냉장고 언니'로 알려진 힐러리도 빌에게 녹아내려,

힐러리는 빌과 같이 졸업하기 위해 1년을 쉬었다. 둘이 서로 반했는데 왜 빌은 바람을

폈을까? 힐러이야 이견이 있을지 몰라도, 클린턴은 참 잘생겼다. 정치인의 뒤에는 여자들이

많이 꼬인다는데, 클린턴의 경우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거다. 수많은 스캔들을 일으킨 것은

그의 잘못이지만, 미국 정치판이 워낙 그런 곳이고, 그 유혹을 이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년간 클린턴의 정부였던 제니퍼 플라워즈를 비롯한 숱한 여자들과의

스캔들을 힐러리는 잘 참아냈고, 인터뷰에서 이렇게 멋진 말을 하기도 했다.

"기자 너는 어떻게 살아왔나요. 사람들은 고통스러워하고, 투쟁하고, 미친 시절을 통과하기

마련이죠. 그래요. 우리에게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 자리에

함께 있습니다. 내 남편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많은 난관을 헤쳐나갈 겁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이 나라 국민을 위해...열심히 뛰어다닐 것입니다"

하여간, 인물은 인물이다.



하여간, 제니퍼 플라워즈의 폭로는 정말이지 너무 노골적이다. "빌의 가랑이 사이에 붙어

있는 물건 자체는 그리 훌륭한 것은 못되었지만, 이를 그녀를 만족시키고야 말겠다는 열정으로

만회해 왔다...." 그녀의 폭로엔 이런 말도 들어있다. 제니퍼가 클린턴에게 힐러리가 동성애자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하자, 빌은 관심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힐러리는 아마 나보다 더

많은 여자들을 먹었을 거야"

제니퍼는 이런 얘기들을 여러 잡지에 팔아먹으면서 돈을 챙겼는데, 그래서 폴라 존스같은

이상한 애들까지 그와의 스캔들을 폭로하면서 한몫 벌려고 했다. 우리나라의 배우 J모는

언제쯤 전두환에게 당했던 고난의 나날을 책으로 쓸까?



저자는 말한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나쁜 책인 것은, "사흘 동안의 불륜의 사람은

진정한 것이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수십년 동안 지속된 착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은

허구라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라고. "사랑이란 축적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양이

질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질보다는 양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부 등도 "닥쳐 온 위기와 지속적으로 타협하며 살아왔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말한다.

참을만 하니까 그런 건지, 아니면 정치적 야망 때문인지 힐러리는 클린턴의 온갖 바람을

참아 냈고, 그래서 지금까지 멋진 커플로 우리 마음 속에 남아 있다. 부부의 앞날에 정답은

없지만, 이들 부부는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부부의 좋은 예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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