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라비 작가가 쓴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에는

나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리 좋은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건 피차 마찬가지여서, 나 또한 오세라비를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둘의 위치는 기묘하게 닮은 점이 있는데,

오세라비는 여자이면서 안피페미의 선봉에 서있고,

난 남자면서 페미를 대변한다.

그래서일까.

엊그제 아침마당에서 우리 둘을 불렀다.

프로의 성격상 불꽃튀는 논쟁이 오가는 것도 아니고,

출연자가 우리 둘만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난 오세라비 작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금 걱정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오세라비 작가는, 그 주장의 맞고 틀림을 떠나서,

그냥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분의 정확한 생년은 모르지만,

다음에 만난다면 누님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이란 여러 면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한 가지 주장만을 가지고 그 사람을 재단하는 건 그리 좋은 건 아니구나, 라고 느꼈다.

 

좀 더러운 일화 하나만 얘기하고 글을 끝내련다.

아침마당은 오전 7시까지 대기실로 오라고 요구한다.

생방 시작은 825분이지만,

그 전에 출연자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게 프로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기 때문이리라.

내가 사는 천안에서는 오전 7시까지 KBS로 갈 방법이 없기에

난 전날 서울에 올라가 엄마 집에서 잤다.

다음날 옷을 입다가 치명적인 실수를 깨달았는데,

아래는 거기에 관해 아내와 주고받은 카톡이다.

이걸 보면 아내와 내가 코드가 잘 맞는구나, 싶다.

카톡 중간에 뜬금없이 나오는 오리는 우리 집의 다섯 번째 강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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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9-11-3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분과의 카톡대화가 너무 재미있네요ㅎㅎ 오세라비씨는 모르지만^^; 마태우스님이 ˝누님˝이라부르고 싶어지셨다면 분명 좋은 분일 듯^^ 제 생각에 ˝누님˝ ˝오빠˝라는 칭호는 나이가 아니라 신분이 아닐까 싶어요. 저를 누님이라 부르시는 나이많은 분들 있어요ㅎㅎ 띠동갑으로 어려도 오빠라 부르고 싶은 후배도 있고요. (놀랄까봐 실행하진 않습니다ㅎㅎ)
참 얼마전 신문 읽다가 정희진, 진중권 작가님과 함께 마태우스님 언급하는 기사를 읽었어요.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마태우스 2019-11-30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이 재밌다고해주시니 으쓱하네요 코드가 맞는군요!! 누님이라는건 친해진거의 징표로 썼는데 권력 또는 신분일수도 있겠네요 글구 저 두분과 제가 나란히 비교될 레벤은아닌데 쑥스럽습니다

stella.K 2019-11-3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엊그제 다소곳이 나와 계신 건 알았지만 세오라비님은
누군지 모르겠네요. 인터넷으로 다시 한 번 봐야겠습니다.^^

마태우스 2020-01-24 22:50   좋아요 0 | URL
세오라비 x 오세라비 O 입니다 ㅋㅋ

2019-12-09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w 2020-01-0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까이 잘 알고 지내면 미워하기 힘들 경우가 많지요. 누구든 말입니다. 그게 친목의 힘일 수 있겠습니다만...
아침마당을 안 봐서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토론에서는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가 정말 별로였습니다. 특히 어린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대하는 느낌이더군요.

마태우스 2020-01-24 22:50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때 저한텐 잘해주던데...제가 나이도 있고 해서 그런 거군요.

다락방 2020-01-29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중요한 페이퍼와 또 방송을 놓치다니! 오세라비 와 함께 나오시다뇨, 마태우스님. 아아, 그 방송 언젠가는 찾아서 꼭 봐야겠어요!! 불끈!!
 

 

 

 

 

 

 

 

 

 

 

 

이번주 월요일, 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윤지오 책을 내준 출판사 사람들에게 한턱을 냈던 것.

황소곱창을 쐈는데, 곱창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보니 돈을 좀 썼지만,

내가 받은 은혜-책을 내준-에는 털끝만큼도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튼 엄니 집 근처였기에 끝나고 엄니집 가서 잠을 잤는데

몸이 너어무 아파서 비몽사몽이었고, 엄니 집 가자마자 쓰러져 잤다.

열나게 잤더니 다음날엔 몸이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래도 정상 몸상태는 아니었다.


몸상태가 어찌됐건 9 30에 시작하는 학교 수업은 해야 했기에 8시 15분 KTX를 타고 천안에 왔고

거기서 맹렬히 달린 끝에 9시 15분쯤 강의실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근데 강의록을 저장해 놓은 usb가 없어졌다.

지갑에 넣어뒀는데 아무래도 계산하다 빠진 모양이다. ㅠ

아내한테 전화를 걸어서 내 컴퓨터에 있는 강의록을 내 메일로 전송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강의실 (공과대 110호실-이걸 기억해 두자) 컴퓨터는 인터넷이 안된다!!

이런 낭패가 있나.

난 강의록 메일을 의예과 조교선생에게 전송했다.

그 후 스케쥴은 다음과 같다.

-차를 타고 의대로 간다.

-조교선생 컴퓨터에서 내 스페어 usb로 파일을 다운받는다.

-다시 강의실로 온다.

이런 시나리오를 짰다.

내 연구실 대신 의예과 조교에게 보낸 이유는

1) 내 연구실은 4층이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려면 시간이 걸린다.

2) 반면 의예과 조교실은 1층이고 컴은 늘 켜져 있다.


강의실 칠판에 커다랗게 글을 썼다.

"usb를 분실해서 가지러 갑니다. 조금 늦겠습니다"

차가 세워진 곳까지 열나게 달렸다.

차 앞에 선 뒤 깨달았다.

난 늘 차열쇠를 가방에 넣어두는데, 그 가방을 강의실에 두고 왔다!

다시 죽을 힘을 다해 강의실로 뛰어갔다.

그랬는데...

웬 외국인 남자가 강사 책상에 앉아 있고,

거기 놔둔 내 가방은 저 멀리 치워져 있었다.

이게 뭐지?

난 바깥으로 나가서 강의실 문 옆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확인했다.

이럴 수가! 110호는 월요일 강의를 한 곳이고,

화요일 강의는 공대 220호였다!


외국인 선생에게 되도 않는 영어로 죄송함을 표시한 뒤

다시 헐레벌떡 뛰어서 220호로 갔다.

학생들에게 usb를 가지러 간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였지만,

내가 아주 바보는 아닌 게, 거기서 '혹시 인터넷이 되는지' 컴퓨터를 확인해 본 것이다.

이럴 수가.

그 컴퓨터는 인터넷이 아주 잘 됐다.

난 내 이메일에 접속한 뒤 강의록을 다운받았고,

문제없이 강의를 했다.

정말 다행이지 않은가.

인터넷이 되는지 확인해 본 게.

옛날 같으면 그냥 의대에 갔다온 뒤 뒤늦게 인터넷이 되는 걸 확인하고

난 바보라며 머리를 쥐어뜯었을 텐데 말이다.

usb는 분실했지만, 그리고 좌충우돌을 했지만

발전된 내 모습을 확인해서 기분이 좋았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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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9-11-2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도 안 좋으신데 고생많으셨네요ㅜㅜ 읽는 것만으로도 숨이 찹니다-_- 그래도 의대까지 가지 않고 잘 해결되어서 천만다행입니다 ㅎㅎ

마태우스 2019-11-30 09:08   좋아요 0 | URL
무플방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흑흑.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

불사조천 2019-12-1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하하하하.. 살다보면 이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글을 참 잘 쓰시다보니 상상이 되어서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태우스 2019-12-18 12:1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연말 보내시길.
 

 

 

 

 

 

 

 

 

 

 

 

 

 

한달 전, 아내가 주차하다 입주민 차를 박았다.

범퍼에 기스가 났기에, 아내는 차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중에 차주는 3만원 들여 범퍼를 칠했으니 그 돈을 보내라고 했다.

아내에게 말했다.

"그것 때문에 시간 깨진 것, 그리고 정신적으로 힘든 것까지 다 감안해서 5만원 정도 보내면 어떨까?"

아내는 내 말에 기꺼이 따랐고, 뜻밖의 선물을 받은 차주는 다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데, 또 비슷한 일이 생겼다.

아내가 날 데리러 왔다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그게 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저쪽에서 오던 차가 클랙슨을 누른다.

뭐 저딴 애가 다 있나 싶어서 나도 째려보게 됐는데,

그 소리에 놀란 아내가 서둘러 주차하다 에쿠우스 범퍼를 받았다.

이게 다 빵빵 누른 그 차 때문인데,

범퍼의 기스는 다행히 경미했고,

아내가 열심히 닦았더니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연락처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

그래도 난 '전번을 남기라'고 해서, 책 표지를 뜯어 전번을 쓴 뒤 앞 유리창에 끼워놨다.

연락은 다음날까지도 오지 않았기에 아내는 관리사무소를 거쳐 직접 연락을 했다.

나중에 차주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디가 긁힌지도 잘 모르겠고, 차도 오래된 차이니 그냥 넘어갑시다."


그게 너무 고마워서, 나와 아내는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하자고 했다.

호두과자는 천안 사는 사람끼리 선물할 게 아니어서

목포에 있는 기가 막히게 맛있는 게장을 선물하기로 했다.

전화해보니까 1킬로에 8만원-더럽게 비싸졌다!-이라기에

주문한 뒤 아내가 그분한테 갖다드렸다.

아내와 난 '이래서 우리가 돈이 없는 거야'라고 했지만,

난 아내가 약간의 이익을 탐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더 좋다.

결과도 훈훈했다.

뜻밖의 선물에 그분은 무척 고마워했고, 아내와 15분 가량 있으면서

정을 나눴다고 한다.


이야기의 끝은 이게 아니다.

아내는 게장을 시킬 때 1킬로만 시킨 게 아니었다.

이왕 시키는김에 2킬로를 시켜서 우리도 먹자는 깜찍한 생각을 가졌는데,

요즘 돈도 없는데 그리 비싼 음식을 우리가 먹냐며 난 좀 떨떠름한 생각을 했었다.

오늘 아침, 아내와 난 그 게장을 먹었다.

게장은 진짜, 진짜진짜진짜 맛있어서, 비싼 가격이 흉이 되지 않았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지만, 이 게장은 진정한 밥도둑이어서

밥 두공기가 순식간에 없어졌다.

게장집 주인이 보낸 문자는 이렇게 돼있다.

"요새 꽃게잡이 근황이 안좋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11월말부터 알이 꽉차기 시작합니다.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십시오."

알이 안찬 게가 이리도 맛있다면, 알이 찬 뒤엔 얼마나 맛있을까.

돈 좀 아껴서 12월 초쯤 게장을 한번 더 시켜야겠다.


혹시 궁금하신 분이 있을까봐 그 게장집 전번을 남긴다

게장집 이름: 목포에 있는 해원옥 (혜원옥 아님)

전번 061-285-1246


이 집을 알게 된 건 목포의 지인이 선물을 해준 덕분이다.

그때 너무 맛있어서

어머니를 비롯해 다른 분들에게 선물을 한 적이 있는데

반응은 다 별다섯개였다.

게장은 해원옥! 쓰다보니 광고글이 되버렸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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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7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7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9-11-1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떡해요. 글도 마태우스님 부부도 너무 귀여워요. 하이라이트는 게장 시키고 싶어진다는 겁니다. 주말 아침부터 웃음 주셔서 감사해요. ^^

마태우스 2019-11-17 14:02   좋아요 0 | URL
오옷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이 나이에도 귀엽단 얘기 들으니 즐겁네요 호호호호.

박균호 2019-11-1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그 게장집 어딥니까? 같이 좀 먹읍시다’라고 댓글 달려고 했었는데요..ㅎ.ㅎㅎㅎ

마태우스 2019-11-17 14:03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그럴까봐 제가 연락처 썼습니다. 많은 게장집에서 저더러 알라딘에 소개좀 해달라고 했지만 다 거절했는데 이번 집은 진짜입니다. ^^

slobe00 2019-11-1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훈훈한 부부셔요..^^
게장 주문해야겠네요~

마태우스 2019-11-17 14:04   좋아요 0 | URL
원래 먹거리 소개는 극도로 조심하는 게 맞아요. 저는 맛있는데 다른 분들은 안그럴 수 있잖아요. 근데 이집은 쭉 지켜본 결과 검증됐다고 생각해서 소개합니다. 제 이름 대면서 주문하면 서비스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기대반 추측반 )

카알벨루치 2019-11-17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해야겠네요 마태우스님 이름 팔겠습니다 ㅎㅎ근데 진짜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마태우스 2019-11-18 01:10   좋아요 1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름 파시면 더 맛있는 게장이 갑니다!

무식쟁이 2019-11-17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주문해먹으려고 즐겨찾기 해놨어요. 근데 정확한 식당이름은 해원옥 입니다. ^^ㅋ

마태우스 2019-11-18 01:11   좋아요 0 | URL
윽...가르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직접 가서 먹어본 적도 있는데 오옷...그걸 잘못 알고 있다니 ㅠㅠ 죄송합니다

stella.K 2019-11-1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태우스님 차에 받힐만 한데요?
차주는 생각지도 않게 꽃게를 다 먹게되니 저쪽에선 마태님 차를 행운을 부르는 차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너무 착하신 것 같습니다. 뿌잉뿌잉~
게장 먹고 싶네요.^^

moonnight 2019-11-1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원옥 아님)이라 하셨는데 맨 마지막 줄엔 게장은 혜원옥!이라고 쓰셨어요^^;

아내분도 마태우스님도 참 선하세요. 읽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뭔가 무서운 반전이 있나 긴장했는데요ㅎㅎ^^; 세상이 아직 살 만 한 곳이네요.뭉클ㅠㅠ 저도 마음 고쳐먹고 착하게 살아보겠습니다. 반성^^

마태우스 2019-11-20 23:00   좋아요 0 | URL
아이고 방금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구 제가 선하다는 건 한 부분에서만 그렇구요 다른 부분에선 인간 말종이기도 하답니다 여러 면을 골고루 봐주세요. 달밤님이 종합하면 훨씬 더 좋은 분입니다

야클 2019-11-2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게장 국물이라도 같이 거하게 한 잔 합시다. 얼굴 까먹겠소. ^^

stella.K 2019-11-20 16:15   좋아요 1 | URL
ㅎㅎㅎ 게장 국물이라도.ㅋㅋㅋ
잘 지내시죠, 야클님. 저도 야클님 까먹을 것 같아요.ㅋㅋ

마태우스 2019-11-20 23:01   좋아요 0 | URL
사실 얼굴 벌써 까먹었소..ㅠㅠ 게장 국물이 안주거리가 될까...???^^ 암튼 고맙소.

마태우스 2019-11-2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K님, 저도요..>!
 

 

 

 

 

 

 

 

 

 

 

 

 

군사독재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로 옮겨가는 과도기였던 1987,

세 명의 후보가 대선에서 맞붙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에 김종필이 붙은 선거였는데,

김종필은 그 세가 약해서 사실상 3명의 각축전이었다.

후보들은 군중 동원을 통한 세 과시에 주력했기에,

유세장소는 언제나 여의도광장이었다.

후보는 물론 지지자들도 자기네 후보 유세 때 군중이 가장 많이 모였다고 자평하곤 했다.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다.

민주주의는 11표고, 유세장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데

절대적 지지자 혹은 동원된 군중이 많다고 투표에 이기는 것도 아니잖은가?

하지만 당시엔 TV토론도 없었고, 여론조사도 지금처럼 활발히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기에,

후보들이 믿고 의지할 건 오직 군중 동원밖에 없었다.

그 결과 민주진영 후보 둘은 까맣게 모인 군중을 보고 상황을 오판했고,

모처럼 찾아온 정권교체의 기회를 허공에 날린다.

 

32년 전 일을 다시금 떠올리는 것은,

그때랑 똑같은 일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저쪽이 200만명이 왔다고 기세를 올렸고,

이에 감격한 청와대는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여망이라며 그 모임을 추켜세운다.

그러자 이쪽에선 조금 더 넓은 광화문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세 대결을 펼쳤다.

, 이제 공은 다시 저쪽으로 넘어갔는데, 아마도 더 많은 인파가 나오도록 애를 쓸 것 같다.

아직 무덥긴 하지만 가을은 가을이고,

날씨는 아주 좋았다.

이 좋은 날, 길거리에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여론조사가 뻔질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누가 더 많이 나오는가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들의 정체야 원래 알고 있었지만,

내가 믿었던 이들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이들임을 알게 된 게 이번 사태의 수확인 듯 싶다.

그간 투표에 한 번도 불참한 적이 없지만,

앞으로는 투표를 하지 말아야겠다, 라고 결심해 본다.

모이든 말든 마음대로 하려무나.

난 야구나 보련다.

참고로 내가 응원하는 두산이 정규리그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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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례 2019-10-04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놋데야가 꼴찌를 했어요.ㅠㅠㅠ

마태우스 2019-10-04 01:00   좋아요 0 | URL
안타까운 일입니다. 돈도 많이 쓰고, 또 최고인기구단인데 ㅠㅠ 로이스터 감독을 너무 일찍 자른 게 아쉬웠어요. 선수단 전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안되는 듯 싶어요. 지금 다시 로이스터 얘기가 나오지만, 그건 뭐 어려운 얘기고....

호랑녀 2019-10-06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응원하는 기아는 올해도 바이바이...
내가 앞으로 투표를 해야하나 생각했는데 같은 생각을 하신분이 계셔 반가운 마음에 훅 댓글 남겨요 ㅎㅎ

마태우스 2019-10-06 21:31   좋아요 0 | URL
그죠? 정당이라곤 딸랑 둘밖에 없다시피해서, 안하는 게 낫겠다 싶네요. 근데 기아는 2년만에 전력이 어케 그리 급전직하했는지....ㅠㅠ 외국인투수 둘만 잘 뽑아도 가을야구는 하는데, 내년에 좋은 투수 뽑으시길 빕니다.

w 2019-10-08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수진영 집회를 통해 노년층들 돈을 잘 챙겨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고 잇습니다. 보수진영 돈 줄도 나름 줄어들테고... 사고만 안 일으킨다면 괜찮은 문화생활이 될 수도 있겠지요.

마태우스 2019-10-10 00:42   좋아요 0 | URL
글쎄요. 정권 잡았을 때와 달리 지금 그들에게 줄 돈이 있을지 모르겠고요, 지금 조국반대 집회 나가는 이들 중엔 자발적인 참여도 꽤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조국을 지지하시는 듯한데, 그런 위선적인 인물을 편들면서 반대 집회를 비웃을 자격이 있을까 싶네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제 책이 나와도 주위 사람에게 말을 안하게 됐습니다.

전업작가도 아닌데 주위 분들에게 책을 강매하는 것 같아 미안한 게 한 가지 이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책을 너무 뻔질나게 낸다는 데 있습니다.

저를 돕는 마음으로 책을 사주던 분들이 학을 뗄 정도인데요,

하퍼 리처럼 인생의 한권을 낼 능력이 안되다 보니

양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아직까지는 <개좋음> 한 권만 딱 내는 데 그쳤는데요,

... 10월 중순 혹은 하순 쯤에 책이 한 권 나옵니다.

갑자기 제 신간을 알리는 이유는 그 책 출간이 제겐 가슴 벅찬 일이기 때문입니다.

 

20193, TV를 통해 윤지오라는 사람을 알게 됐습니다.

죽은 장자연 배우를 위해 증언을 한다고 하기에

참 기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윤지오가 스마트워치를 눌렀는데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 나라가 아직도 숨은 권력자에게 지배되고 있구나!”라며 개탄해 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420일 경, 저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 한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그 글은 제가 의인이라고 믿었던 윤지오가 사기꾼이라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황급히 캐나다로 도망친 것은 제 마음에 남아있던 일말의 의심마저 없애 줬습니다.

윤지오는 고인이 된 장자연을 팔아 명성과 돈을 챙긴 사기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윤지오에게 매달렸습니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윤지오를 검색했고, 관련된 기사와 댓글을 모조리 읽었습니다.

윤지오의 추악한 비밀을 폭로하는 이들이 인스타그램을 주로 사용했기에

SNS는 패가망신이라던 평소 소신을 꺾고 인스타 계정을 만들기까지 했답니다.

지난 석달간, 윤지오에 관한 자료가 제 휴대폰에, 그리고 컴퓨터에 빼곡히 쌓였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윤지오는 거짓으로 점철된 변명의 글을 자기 인스타에 올렸지요.

그녀가 믿는 것은 자신이 캐나다에 있으므로 우리나라 경찰이 어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겠지요.

더 어이없는 것은 클리앙이란 커뮤니티를 비롯해 그녀가 의인이라 믿는 이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체팔이가 해서는 안될 파렴치한 범죄라는 점에서,

윤지오는 사기꾼 중에서 질이 특히 나쁜 범죄자입니다.

저는 그녀를 우리나라로 잡아와서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게 하고,

죗값을 치르게 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쓰는 것은 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윤지오의 말처럼 책은 이슈가 되니까, 그 이슈를 이용해서 국민여론을 환기시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책을 내주는 출판사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기생충열전>이 괜찮은 판매를 기록한 이후 저는 늘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책을 썼는데,

몇 번 거절을 당하고 나니 제가 다시 듣보잡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출판사에 계약금 안주셔도 되고요, 인세는 2%면 족합니다. 0%도 괜찮습니다라며

저자세를 취했음에도, 출판사들은 다 거절했습니다.

8번쯤 거절당했을 때, 네이버에서 1인 출판사 만드는 법을 검색하기까지 했답니다.

정말 다행히도 좋은 분의 소개로 출판사를 소개받았고,

지난달 중순, 계약도 마쳤습니다 (사장님은 2%를 거절하고 제가 평상시 받는대로 해주셨답니다 흑흑)

어렵게 내서 그런지, 아니면 간만에 의미있는 책을 낸다는 생각 때문인지,

책 출간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출판사에서 정한 가제는 윤지오 사기극과 진영논리입니다.

조선일보를 잡는 데 눈이 어두워진 게 윤지오에게 사기를 당한 이유라서 이런 제목을 붙였는데요,

제목이 어떻든, 현재 7건의 고소.고발을 당한 사기꾼 윤지오가

우리나라에서 죗값을 치르는 데 이 책이 기여하길 빕니다.

여러분께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덧붙이는 말: "그래서 장자연은?” 이런 질문을 하는 분이 있더군요. 장자연은 권력자 때문에 죽은 게 아니고, 과거사위가 종료되면서 앞으로 이 사건을 수사할 길은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윤지오를 처벌하는 것은 장자연 수사와 하등의 관계가 없으며, 윤지오를 처벌하는 건 이런 사기꾼이 다시는 나타나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 장자연 사건이 앞으로도 쭉 미완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조선일보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처음 윤지오를 파고들 땐 저도 조선일보가 범인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군요. , ‘그분들은 이 말을 절대 믿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다른 사기꾼과 달리 윤지오는 너무나도 어설픈 사기꾼입니다. 어떻게 이런 애한테 속았지, 라는 게 공부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었습니다. 정답을 말씀드리지요. 우리 안에 있는 조선일보를 미워하는 마음, 그리고 아무 검증없이 윤지오의 스피커 역할을 한 언론들, 이게 윤지오로 하여금 최소한 15천여만원의 사기를 치게 만들었습니다. 이 액수가 크지 않다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고인을 팔아서 번 파렴치한 돈이라는 점을 헤아려 주십시오. 참고로 윤지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체를 어떻게 팔아요? 언니는 시체 자체가 없는데.” 윤지오는 이런 사람입니다. 진짜 시체를 매매하는 걸 시체팔이로 알고 있기에, 죽은 뒤 화장한 장자연을 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우린, 이런 사람에게 속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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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9-10-01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처럼 응원하고 평소처럼 꼭 읽어보겠습니다. 대박 나시길 바랍니다 !!

마태우스 2019-10-01 14:5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대박까진 아니라도, 이슈가 돼서 윤지오의 실체를 모두가 제대로 알길 바랍니다. 많은 도움 부탁드려요

다락방 2019-10-01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이거.. 진지한 글인가요?

마태우스 2019-10-01 14:57   좋아요 0 | URL
앗 다락방님... 질문의 의미를 몰라서 잠시 멍했고요, 사실 그 뒤로도 쭉 멍합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서 답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겪은 일을 가감없이 썼습니다

stella.K 2019-10-01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윤지오에 대해서는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긴한데
그냥 정신에 문제가 있지 않나 넘기고 말았습니다.
근데 마태님이 책을 내실 정도라면 사안이 생각보다 심각한가 봅니다.
이제까지 내신 책들을 생각하면 좀 파격적일 것도 같은데
책이 나오면 언론의 반향도 크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에 대한 대비도 물론 잘 하고 계시겠죠?
인세를 거의 포기하실 정도로 이 사인이 큰 건가요?
암튼 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19-10-01 23:57   좋아요 0 | URL
누구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기 마련이죠. 저는 이 사건이 매우 중요하다고 봐서 하는 건데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준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 언론인이나 기타 글 쓰는 사람들이 너무 관심이 없어서, 저라도 해야겠다 이런 사명감을 갖게 됐답니다. 반향이 클까봐 걱정하진 않고요, 안클까봐 걱정하고 있답니다 ^^

카스피 2019-10-02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대단하심니다.저도 마태우스님 책이 대박나시길 기원합니다.개인적으로 마태우스님이 좀 걱정되는데 출판사가 마태우스님의 윤지오 관련 책의 출판을 거절한것은 아무래도 이번 민주당 정권의 많은 국회의원들이 윤지오를 감싸고 지지했기에 아무래도 정권 눈치를 보지 않을수 없기 때문인것 같습니다.요즘 진영논리에 빠진 이들이 마태우스님을 비난하지 않을까 우려되네요.

마태우스 2019-10-03 21:55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팩트만 쓰면 약간의 고초를 겪더라도 별일 있겠습니까. 게다가 윤지오는 신빙성을 의심받아 안민석 등 국회의원들이 이미 손절한 사람인걸요. 글구 출판사가 거절한 이유는 그런 것보단 윤지오가 한물간 인물인데다 법적 소송에 휘말릴 수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지금 출판사도 후자를 우려해서 법률자문을 받고 그러시더군요. 윤지오가 잡혀오는 그날을 위해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호랑녀 2019-10-0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점 더 외로운 길을 선택하시는 마태우스님을 응원하며 인세수입 몇백원 보태겠습니다. 늘 궁금하던 주제였습니다.

마태우스 2019-10-06 21:30   좋아요 0 | URL
어머나 호랑녀님 안녕하세요. 응원 감사드려요. 호랑녀님이 있는데 외롭다니요. 책은 보내드릴테니, 주소 주세요! 진심.

2019-10-10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9-10-10 21:52   좋아요 1 | URL
네??? 저는 다른 분이 쓴 글을 지운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제 서재 다른 글 보시면 아시겠지만, 로그인 안한 댓글도 허용하고 있는데 제가 왜 님 글을 지우겠습니까? 죄송하지만 다시 써주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