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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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  

 

저자의 다른 작품예컨대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읽어본 독자들은 이번 작품에서 몇 가지

챙겨보면서 읽게 될 것이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에서는 주인공이 임진왜란을 당하여 베니스로 가게 되는 기회를 만나게 되는데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은 어떤 일을 연결점으로 삼아서 세인트 헬레나 섬으로 가게 될까?

 

세인트 헬레나 섬은 나폴레옹의 최종 유배지이니다른 사항 말고 프랑스의 대혁명이라든지 아니면 전쟁과 관련된 사건이 있어야 하는데....그때 떠오른 게 바로 조선의 동학혁명과 홍경래의 난이다.

그런 사건이라면 세인트 헬레나 섬의 나폴레옹과 연결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니까.

 

해서 연도를 확인해보니홍경래의 난은 1812년 1월부터 5월까지다.

 

홍경래의 난(洪景來)은 1811(순조 11음력 12월 18(양력 1812년 1월 31)부터 1812(순조 12) 5월 29(음력 4월 19)까지 홍경래·우군칙 등을 중심으로 평안도에서 일어난 넓은 의미에서의 농민 반란이다. (위키 백과)

 

나폴레옹이 세인트 헬레나 섬으로 유배를 온 것은?

1815년에 유배를 와서 1821년에 거기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러니 몇 년 사이가 있긴 하지만 두 사건의 연대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차이나는 몇 년 정도야 주인공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니까 오히려 안성마춤인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마주한 저자얼마나 신이 났을까?

 

시간상으로 그런 연결점이 하나그다음 연결점은 어떤 게 있을까?

사상이다.

 

홍경래를 보좌하면서 봉기를 준비했던 주인공 안지경은 난에 참여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금치 못한다왜냐면 혁명을 주도할 마땅한 대의가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이런 속내를 내비친다.

.

학정에 반발해서 들고 일어난 민란과 새 세상을 여는 혁명은 다른 것이다.

혁명은 근본적으로 진취적이어야 한다.

속히 서북면에 한정하지 말고 팔도의 백성들로부터 호응을 얻어낼 수 있는 혁명의 대강을 만들어야 한다. (19)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제시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불만을 폭발시키는 것과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별개다열정으로 뚫고 나가는 일이 있고냉정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따로 있게 마련이다. (23)

 

홍경래는 어떻게 군사를 움직이겠다는 계획도 치밀하지 못했고봉기의 대강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분노만으로는 조선의 숨통을 끊어놓지 못한다. (78)

 

혁명을 왜 하는가?

무엇을 위해 혁명을 하는지새 세상은 어떻게 다를지를 백성들에게 심어주지 못했다. (118)

 

결국 홍경래의 난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하는 수 없이 피신 길에 나서는 주인공 안지경파도의 도움으로 살아나 드디어 세인트 헬레나 섬도 도착나폴레옹을 만나게 된다아니 나폴레옹이 아니라 서양의 민주주의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에 대하여 공부도 한다이런 내용들

 

프랑스 대혁명은 유럽의 여러 나라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유럽은 왕실끼리 혼인을 통해서 깊이 연관이 되어 있다프랑스 귀족은 프랑스 평민과 영국 귀족 중에서 당연히 영국 귀족에게 더 동질성을 지니고 있었다프랑스에서 평민들이 혁명을 일으켜서 국왕을 처형하자 유럽 각국은 일치해서 프랑스 부르봉 왕조 구원에 나섰다. (179)

 

<외딴 섬의 황제>라는 장에 보면주인공 안지경이 때로는 피에르 신부에게 때로는 나폴레옹으로부터 프랑스 역사과 프랑스 혁명에 대하여 듣고 배운다.

직접 몸담았던 조선의 혁명이 미완으로 끝이 난 다음이니 그런 배움은 안지경에게 꿀처럼 달게 느껴졌을 것이고또한 몸에 체화되어 남게 됐을 것이다.

 

더하여 프랑스 혁명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마치 안지경처럼 프랑스 혁명에 대한 가르침도 간력하게나마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성은 안에서부터 무너진다. (42)

 

칼레파 타 칼라 (kalepa ta kala) (179)

고대 그리스 격언, ‘좋은 일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혁명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180)

 

이 그림은 어디에 있을까?

 

주인공이 나폴레옹 접견실에서 보았다는 그림이 있다.

 

백마를 타고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알프스를 넘는 접견실의 커다란 그림은 남자의 야망과 포부가 얼마나 원대한 것인가를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170)

 

그림의 내용을 보니 그 그림은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으로 추정된다그 그림이 과연 세인트 헬레나 섬까지 갔었을까?

 


 

 

물론 이 책은 소설이니 그것에 대한 사실 여부를 따질 이유가 없지만 허실삼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 그림은 모두 5장이 그려졌다는데혹시 그중의 한 점이 세인트 헬레나 섬에 가 있었을지도 그런 상상을 하면 소설이 더욱 재미있어진다.

 

다시이 책은?

 

이 책은 역사책이다역사 팩션이다.

소설에서도 배울 게 많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작품이다.

 

소설이니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까 봐 생략하지만이것 하나만 적어둔다.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안지경세력을 규합하여 원수가 된 몇 명의 배반자에게 복수도 하고그다음 단계로 들어선다.

프랑스 혁명에서 배운 바그것을 조선에서 이루기 위해 열심을 내지만 그게 어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까?

 

그런데독자인 나로서는 역사의 실제가 그런 혁명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그래서 성공도 하지 못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이니까 소설의 결말이야 그렇다쳐도 그 사상만큼은그대로 주저앉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었다그래서 주인공이 어떻게 해서든지 그 명맥을 이어가기를 바랐는데그 마음 저자가 알아차렸는지. 마지막 장의 제목이 <여명>이어서 얼마나 마음이 놓였는지 모른다그래서 마음 홀가분하게 책을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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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전유성 지음 / 허클베리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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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그는 개그맨이다.

아니다그는 철학자자사상가다.

진작에 그걸 깨달아야 하는데그걸 이제야 깨닫는다.

깨달았다는 말은 그전에도 뭔가 느꼈다는 말이다그걸 알기는 알았는데그게 진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그가 대단한 생각쟁이라는 것을 말이다.

생각쟁이라는 말을 쓰다가 보니띄어쓰기를 조금 다시그리고 글자 몇 개 수정해본다.

생각 쟁이가 아니라, ‘생각의 장인(匠人)’이다.

 

그가 쓴 전유성의 구라 삼국지를 읽은 적이 있는데그때 알아봤다.

그는 철학자라는 것을.

이제 확신한다그는 사상가요 철학자다.

이런 글을 읽어보면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버섯 포장지에 이런 글 어떤가?

 

그늘에서 자랐지만 밝게 자랐다. (165)

 

그것뿐만이 아니다이런 생각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태정태세문단세를 처음 말한 사람을 찾아서 상을 줘야 한다.

그것을 처음에 누군가 하지 않았더라면 조선 왕조의 왕 이름을 아직도 못 외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151)

 

태정태세문단세를 외우면서 조선 시대 역사 공부를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그 많은 사람중에 저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 있을까아마 없을 것이다그러니 전유성만의 독창적인 생각이고따라서 그는 생각의 장인인 것이다.

 

이런 생각 해본 적나도 있다.

 

어묵집 간장 분무기로 뿌려 먹읍시다. (119)

 

그러니 반갑다 그런 생각을 했다니반갑고 또 그것이 여기저기 실천되고 있다니 더 반갑다.

생각이 그저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살아 움직이게 되는 게 생각하는 이유가 아니던가?

 

그래나도 이런 것 궁금했었다.

 

금이빨 삽니다 (224)

 

지나는 길에 금은방이 있다그런데 창밖에 이런 표지판 보인다.

금이빨 삽니다.’

 

그래서 궁금했었다대체 어떻게 금이빨을 산다는 것인가?

금이빨 없지만 있어도 팔 게 아니니 그저 궁금하기만 했는데저자도 그게 궁금했던 모양이다.

 

근데 금이빨을 팔 때 어떻게 판다는 거야자기가 뽑아서 파는 거야사는 사람이 펜치로 뽑는 거야아는 사람 손!

 

궁금했던 게 같은 것조차 공감되니맘에 든다.

 

흔히들 쌍팔년도라고 하는데그건 구체적으로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전유성이 답한다.

우리가 흔히 쌍팔년도 라고 할 때 1988년인줄 알더라고.

내가 왕년에 대신 쌍팔년도에 어쩌고저쩌고 ~

이게 사실은 단기 4288서기로 1955년을 말하는 거야그 증거가 뭐냐고?

88올림픽 이전에도 쌍팔년도라는 말을 썼거든! (208)

 

완벽한 논증이다많은 사람이 그저 주장만 하지 그 근거를 대지 않고 무작적 말하는 데 비해 이 문장의 앞뒤를 살펴보면완벽하다현상과 그에 대한 반박 주장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그의 말과 글이 먹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그래도 이건 반댈세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이상하게 잠이 온다는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그렇다면 아예 클래식 음악 들으면서 잠자는 콘서트는 어때? (163)

 

이건 반대다그래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그리고 그걸 과감하게 밖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클래식을 사랑한다는 것이니반대해도 맘에 든다.

 

다시이 책은

 

이렇게 읽어가다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엄청 많다.

이 책에 들어있는 저자의 생각대부분에 공감하고 동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 공감과 동감이 한꺼번에 어울린 글을 다른 곳에서는 만나지 못했다.

훌륭한 책이다.

 

누군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놓은 걸 보면나는 나 자신한테 굉장히 불만을 터트린다. ‘왜 나는 이런 생각을 못 했나!’ (132)

 

그런 불만이 오히려 흡족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생각의 향연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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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짧은 우주의 역사 - 빅뱅 이후 138억 년
데이비드 베이커 지음, 김성훈 옮김 / 세종연구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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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짧은 우주의 역사

 

역사는 어떤 무언가가 시간을 따라가며 흔적을 남긴 기록이다.

그 흔적은 물건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고 문자로 그것을 기록하여 남아있을 수도 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인간은 그런 시간의 흐름이 남긴 흔적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려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도역사라는 것 덕분에 우리의 과거흔적을 알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우리 인간이 이렇게이런 모습으로 살아왔구나하고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역사를 좁게는 한국사넓게는 세계사또 분야별로 문화사과학사 등등폭을 좁혀 살펴보기도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인간은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역사라는 분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이제 조금 시각을 바꿔보자.

우리가 살아오고 있는 이 땅지역 말고 지구는 어떤 역사를 지니고 있을까아니 조금 더 폭을 넓혀서 우리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는 곳인 우주는 어떤 역사를 지니고 있을까?

 

우주의 역사.

 

이 책은 바로 그런 의문에 대하여 답을 보여주는 책이다일컬어 우주의 역사.

내가 태어나기도 전을 보여주는 과거 역사만 아는 것도 황송한 일인데이 땅을 포함하여 우주의 역사를 알게 된다니정말 신기한 일이다.

 

그런 우주의 역사를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1부 무생명 단계: 138~38억 년 전

2부 생명 단계: 38~31만 5,000년 전

3부 문화 단계: 31만 5,000년 전~현재

4부 미지의 단계현재~1040년 후

 

이 책은 그렇게 네 개 단계로 구분하여 살펴보고 있는데, 4부는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미래의 이야기이다.

 

과거 역사를 다룬 부분만 살펴보자면무려 138억년전부터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어제그제, 1년전백년전 이야기가 아니고 무려 1억년도 아닌, 무려 138억년 전 이야기다.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 숫자들이다.

 

그렇다면 먼저 이런 의문이 든다대체 그 숫자들은 어떻게 해서 나오는 것일까?

대충 적당히 때려잡는 식으로 꺼내든 숫자일까?

 

그런데 그것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가 한 이런 말을 생각해보자.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역사를 너무 편협하게 정의해왔다이것은 현실을 극적으로 왜곡하는 정의다. (6)

 

그 단적인 예를 이렇게 말한다.

협소한 역사관으로 보면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오류를 저지를 때도 많다인간의 이야기는 어느 한쪽만 떼어서 바라보면 안된다페스트 균과 그것을 옮기는 쥐의 생물학을 모르면 14세기 유럽을 이해할 수 없다그리고 애초에 시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그리고 우리 각자가 항성으로부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파악하지 않으면 지구에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7)

 

그러니맞다현재의 현실을 제대로 알려면 1년전도 좋고, 100년전도 또한 138억년 전이라고 좋으니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현실을 왜곡해서 바라보지 않는 방법은 바로 우주의 역사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의 역사를 빅뱅에서부터 시작한다.

빅뱅이란 용어도 그렇다빅뱅이란 말이 처음 나왔을 때 모두들 비웃지 않았던가그래서 용어조차도 웃긴다는 차원에서 빅뱅이라 한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누구도 빅뱅이란 개념을 부인하지 않는다그리고 빅뱅의 내용도 다 받아들인다그래서 빅뱅이 일어났다는 시기인 138억년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빅뱅에서부터 생명의 진화인간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알 수 있다이제는 인간 사회가 복잡한 단계로 변화하는 것조차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그런 것을 역사라 부른다.

 

그렇다면이제 2부에서부터 4부에 다루는 다음 사항도 마치 우리가 우리나라 역사를 다루는 것처럼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부 생명 단계: 38~31만 5,000년 전

3부 문화 단계: 31만 5,000년 전~현재

4부 미지의 단계현재~1040년 후

 

인간과 가장 가까운 사촌에서부터 호모 에렉투스 까지(132-146)

 

해서 그중에 이런 기록도 자연스럽게 인정이 되는 것이다.

 

침팬지는 살아남은 진화적 친척 중 인간과 가장 가까운 관계다인간과 침팬지는 98.4퍼센트의 DNA를 공유한다인간과 침팬지는 약 700~500만 년 전에 마지막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침팬지는 인간보다 작아 키가 100~120센티미터 정도다하지만 일반적으로 힘이 더 세고더 공격적이다침팬지의 뇌는 사람의 3분의 정도로 작다그래도 침팬지의 본능이나 행동을 보면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창의성기발함집단 정치는 말할 것도 없다(132)

 

호모 에렉투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150- 169)

 

구태여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거론한 필요조차 없다이미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라는 것을 다 알고 있으니호모 사피엔스는 어떤 존재인가?

 

호모 사피엔스는 집단학습 능력이 가장 뛰어났고가장 다양한 도구를 사용했으며새로운 환경에서 가장 잘 적응했다뇌가 컸고언어 능력도 더 발달했으며추상적 사고도 더 뛰어났다우리만 동굴에 벽화를 그리고보디페인팅을 사용하고음악을 연주하고보석으로 몸을 치장하고상징적 사고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준다구석기 시대의 적대적 환경에서 먹이를 구하고 생존하는 방법에 관한 거대한 지식 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 모든 특성이 집단학습 능력을 보완해주었다. (152-153)

 

이말에 대한 입증 작업은 불필요하다지금 이런 리뷰를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다시이 책은?

 

이 책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바로 <4부 미지의 단계현재~1040년 후>이다.

그중 이런 말은 특별하게 새겨둘 필요가 있는데지구의 미래를 생각해보자는 차원에서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지구는 아주 큰 어려움과 회의론에 빠져있다인구는 압박을 경험하고 있고최악의 정치적 파벌주의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중략)

그럼에도 내가 인류세뿐만 아니라 우주의 종말에 관해 얘기하면서 대단히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어 참으로 기쁘다. (282)

 

저자의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태도가 정말 지구 끝까지 (장소뿐만 아니라시간적인 면에서도이어지기를 소망해본다이 책은 과거 138억년전 이야기부터 시작했지만 앞으로의 미래도 말해주고 있어가치가 있다우리 인류는 오늘 내일 살고 말 존재가 아니니까우주적인 시각을 가지고 다가오는 미래도 생각하면서 살아가기를이 책의 저자는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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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알베르 카뮈 소설 전집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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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전염병(페스트)이 만연한 도시에서 그 재난을 견뎌내는 인간의 희망적 모습을 그려낸 작품.

 

무대는 알제리의 오랑이다오랑 시(오랑시에 전염병이 발생한다.

맨 처음에는 쥐들이 죽어간다그리고 그 질병은 인간에게로 전염된다.

그런 위험에 빠진 오랑시는 결국 도시를 폐쇄하기에 이른다그러니까 시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카뮈는 이 작품의 제목을 맨 처음에는 수인(囚人)그 다음에 헤어진 사람들이었다가 마지막으로 페스트로 했다.)

 

이 소설에서 전염병 페스트는 쥐로부터 시작한다그리고 쥐로 끝난다.

전염병의 시작은?

4월 16일 아침의사 베르나르 리유는 자기의 진찰실을 나오다가 층계참 한복판에서 죽은 쥐 한 마리를 목격했다. (17)

 

그리고 4부에서 페스트가 진정되고 전염병이 그치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같은 주말에 그 늙은 해수병 환자는몹시 흥분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리유와 타루를맞이했다.

됐어요하고 그는 말하는 것이었다그 놈들이 다시 나와요.

누가요?

쥐 말이에요!

지난 4월 이후로 죽은 쥐는 단 한 마리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면 다시 시작하는 건가요타루는 리유에게 물었다. (382)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조짐을 누가 미리 알아차리는가?

 

소설 페스트에서는 쥐가 죽어나가는 것을 신호로 해서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사인 리유가 포착하고 또한 쥐가 다시 나타난 것을 통해 전염병의 소멸을 알아차린다.

그런 질문을 하기 위하여 카뮈는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닐까?

사회에 비단 전염병뿐만 아니라어떤 변화가 시작될 때에 누군가 그것을 미리 포착하여 알려주는 일그것을 누군가 해야 하는데과연 그러한 역할을 우리 사회에서는 누가 하고 있는지생각해 볼 문제다.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일까?

 

서술자는 의사인 리외이지만리유가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말한 인물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리유나 타루 이상으로 그랑이야말로 보건대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그 조용한 미덕의 실질적 대표자였다고 서술자는 평가한다, (198)

 

그랑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아주 평범하고 앞에 잘 나서지도 않는 사람이다.

말단 공무원인 그랑은 일을 못하고 소심하기까지 하며 박봉에 시달린다그랑은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저녁이면 개인적인 일이 있다며 사라진다사실 그에게는 멋진 소설을 쓰겠다는 꿈이 있다공무원 일이 끝나면 저녁 때는 집어 틀어박혀서 소설 쓰기에 몰두한다.

그러다가 페스트가 발생하자낮에는 자신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저녁에는 보건대에서 자원봉사를 한 후 밤이 되면 다시 소설을 쓴다.

그랑은 나중에 페스트에 걸리지만 이겨내고 살아난다.

카뮈가 이 이야기에서 그랑이 실질적인 미덕의 대표자라고 말한 것은 페스트 같은 재앙과의 투쟁에서 승리는 영웅주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시민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다할 때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을거다.

자연의 대재앙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견뎌내는 것이니까.

우리의 경우를 살펴보면카뮈가 한 말이 백번 맞다우리 사회에서 코로나 19가 지나가는 동안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견뎌낸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이 책은?

 

우리 사회는 코로나 19로 페스트와 거의 동일한 상황을 겪었다.

코로나 19 이전에도 페스트를 읽은 적이 있지만 그때에는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그런데 코로나 19를 겪어보니페스트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우리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것그래서 이 작품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 페스트는 그런 재앙을 겪을 때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서이기도또한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비쳐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카뮈의 통찰력이 그래서 빛이 난다그가 우리 인간의 모습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그려놓은 인간상은 현실에서도 시대를 불문하고 동일할 것이다그런 모습을 묘사하는 작품을 일컬어 고전이라 한다이 책은 그런 칭송을 받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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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브라운
고예나 지음 / 산지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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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브라운

 

소설이다구한말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이다.

그러니까 팩션 소설이다.

역사를 배경으로 하되 사실이 아닌 것을 집어넣어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제목인 경성 브라운은 찻집 이름이다.

그 곳을 운영하는 주인 이름이 브라운이라서 그런가경성 브라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그곳을 중심으로 하여 등장인물들이 만나고 헤어진다그리고 일을 꾸민다.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경성 브라운 브라운 여사홍설

하사정 명화

옥인정 (이완용의 저택) : 미스터 리 (리혜영), 훈길

요한고종와타루.

 

역사 공부를 진하게 했다.

 

그런데 몇 가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당시 사람들은 당시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을까?

 

지금이야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말처럼 역사의 한 부분으로 알게 되었지만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은 당시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을까?

그 것을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용어의 문제다.

 

미스터 리와 홍설의 대화를 몇 가지 소개한다. (186-190)

 

허나 역대 왕들도 다 그러지 않았습니까?”

 

역대왕이라는 말이 과연 가능한 용어일까당시에?

 

미스터 리가 고종을 언급하는 대목이다.

 

동학 농민의 봉기를 동학란이라고 명한 자,

다른 나라의 총칼을 백성에게 들이댄 자,

청일전쟁의 계기를 제공해 조선을 쑥대밭으로 만든 자,

민비가 시해되자 궁녀가 타고 다니는 가마에 몸을 숨겨 남의 나라 공사관으로 피신한 자,

을사늑약 체결된 뒤 조선을 망국으로 만든 자,

구한말을 끝내고 일제강점기를 연 자.......(187)

 

그 발언에서 당시 시대에서 저런 용어들을 과연 사용했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게 있다.

동학란청일전쟁민비을사늑약구한말일제강점기

 

그 때가 분명 구한말인 것은 맞지만그 당시 구한말이라는 말을 썼을까?

그리고 시해된 왕비를 민비라는 이름으로 불렀을까?

게다가 일제강점기라는 말이 과연 있었을까?

을사늑약이란 말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조약을 역사책에는 을사조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임금 자리에서 물러난 임금을 그 당시 고종이라 불렀을까살아있을 때였는데 고종이란 묘효가 나왔을까?

 

그러한 용어들이 지금 2023년 시점에서는 사용하고 있지만, 1919년의 시대에 과연 사용하는 말이었을까그런 생각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역사 공부를 해보기도 했다.

여러모로 생각할 게 많은 작품이다.

 

을사 늑약 이후 고종의 승하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나라가 망했다조선이라는 나라가 망한 것이다.

을사늑약으로 조선의 주권을 일본에게 빼앗긴 것이다.

해서 조선이라는 나라는 이 땅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치욕스런 역사의 장본인인 고종은 1919년에 죽는다임금이니까 죽음을 높여서 승하라 부른다그러면 을사늑약이후 고종이 죽기까지 조선 땅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것을 저자는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고종이 해외로 망명을 기도했다고 가상의 이야기를 역사에 들여놓는다고종은 대신 민영달과 궁녀 출신인 명화그리고 경성 브라운의 홍설을 이용히여 망명을 기도한다물론 실패한다그 과정에서 고종은 독이 든 커피를 마시고 죽는다.

커피에 독약을 탄 사건은 실제 사건이지만이 소설의 내용과는 상관이 없다.

 

그런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홍설과 요한의 로맨스가 형성이 되고그 흔적은 이 소설의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인물로 나타난다. 1919년생인 노신사.

 

소설의 줄거리어차피 소개하지 않겠지만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는 것은 밝혀도 될 것이다그정도야 스포일러 축에는 안 낄 것이니까.

 

경성 브라운과 무중력의 시간

 

경성 브라운이 시대를 이어서 변한 이름이 무중력의 시간이다.

저자는 홍설과 요한의 로맨스를 그냥 허공에 던져버리기 너무 아쉬웠던가 보댜.

기어이 그 두 사람의 흔적을 남긴다.

1919년 생 노신사그의 이름은 뮬러외국인이다하지만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 

무중력의 시간에 들어선 노신사그곳의 옛지명을 확인하고 이런 상념 속으로 빠져든다.

 

본적 없는 경성 브라운이 노신사의 시야에 그려진다금방이라도 인력거가 창 너머로 나타날 것만 같다. (372)

 

다시 이 책은?

 

노신사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경성 브라운의 모습처럼독자들에게 우리 역사의 현장 현장이 모두 다 떠올라 진하게 기억 속에 자리잡으면 좋겠다역사는 정말 소중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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