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로 즐기는 품질 여행 - 그리스신화를 품질의 관점에서 해석한 최초의 책
한재훈 지음 / 한국표준협회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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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즐기는 품질 여행


그리스 로마 신화를 색다르게 읽어보는 책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건들, 이야기기들을 저자는 ‘품질의 관점’에서 풀어보고 있다. 경영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져온 지혜로 풀어보자는 것이다.


먼저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사건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제우스, 헤파이스토스, 헤라 : 17쪽

헬리오스, 파에톤 : 25쪽

페르가몬의 왕 아탈로스 3세 : 33쪽

아르고스 원정대, 이아손, 헤라클레스 : 51 쪽

크레타의 미노스 왕, 다이달로스, 이카로스 : 61쪽

프시케, 에로스 : 69쪽

메데이아, 이아손, : 81쪽

오이디푸스, 스핑크스 : 93쪽

헬레네, 파리스 : 111쪽

시시포스, 제우스, 타나토스, 하데스 : 121쪽

프로메테우스, 판도라 : 135쪽

헤라, 헤라클레스 : 145쪽

펠레우스, 테티스 : 155쪽

아르고 호(號), 이아손, 헤라클레스 : 167쪽

오르페우스, 에우리디케 : 171쪽

고르디우스, 알렉산더 : 177쪽

피그말리온, 갈레테이아 : 189쪽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 199쪽

테세우스, 아리아드네 : 214쪽


이런 사건들을 현대 경영 현장에 적용해 본다면?


이런 인물, 신들이 활약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저자는 어떤 물을 길어올렸을까?

몇 개 사례를 적어본다.


헬리오스, 파에톤 : 25쪽


저자는 이 사건에서 후계자를 제대로 기르지 못한 경영자의 모습을 찾아낸다.

헬리오스가 자기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증 절차도 없이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자기 후계자로 삼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과 필요하다면 더 한층 교육을 시킨 다음에 경영 일선에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고스 원정대, 이아손, 헤라클레스 : 51 쪽


이아손이 원정대를 이끌고 아르고호라 이름붙인 배를 타고 원정을 떠나게 되는데, 거기에는 많은 영웅들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거기에 수많은 영웅들이 타고 있었는데, 왜 원정대 이름은 아르고스일까? 아르고스가 누구이길래 그 이름을 따서 원정대 이름으로 했을까?


멀고 먼 원정길에 나서게 된 영웅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항해에 필요한 배였다. 흑해를 가로 질러가는 원정길이기에 튼튼한 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배를 만들 기술을 가진 자는 바로 아르고스였다. 아르고스는 이아손의 요청에 따라 튼튼한 배를 건조했다. 원정대 일행은 배를 건조할 기술을 가진 아르고스의 공헌을 높이 사서 원정대 이름을 아르고호 원정대라 한 것이다. (51-52쪽)


따라서 이 원정대의 기본 개념이 보인다, 기술을 우대하고, 기술자를 높인다는 것, 그게 바로 경영현장에서 새겨야할 교훈인 것이다.


크레타의 미노스 왕, 다이달로스, 이카로스 : 61쪽


흔히들 이카로스의 끝없는 욕망을 이 사건에서 찾아내지만, 저자는 거기에 이런 교훈을 덧붙인다. 이카로스의 잘못도 문제이지만, 더 한 것은 그의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잘못도 크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입힐 날개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도 문제가 된다, 다이달로스가 치밀하지 못해서, 날개를 태양 가까이에 가면 녹아내릴 정도로 허술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오이디푸스, 스핑크스 : 93쪽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를 만나 스핑크스가 제시한 문제를 푸는 과정에, 저자는 ‘패턴 인식’에 관한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이론을 제시한다. 그리고 소개하는 책이 『생각의 탄생』이다.


스핑크스가 문제를 내기를, 다리 4개, 그다음에 2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3개를 가진 게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오이디푸스는 그게 시간적 배열이라는 것을 찾아냈고, 그렇게 시간의 흐음에 따라 각각 4, 2, 3개의 다리를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사람이라는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오이디푸스는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패턴인식을 할 수 있었기에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여기에서 경영 현장에 활용되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스 신화의 활용 폭이 넓어진 것이다.


오르페우스, 에우리디케 : 171쪽


오르페우스가 결과적으로 자기 아내를 구해오지 못한 것을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풀이한다.

극단적인 과거 지향주의, 과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다.

과거는 지향의 대상이 아니다. 과거의 일은 미래를 올바르게 수립하기 위해 반영되어야 할 여요소에 불과하다.

또하나 저자는 지적한다. 에우리디케가 지옥에서 나오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지옥의 경계선을 넘을 때 미처 신발이 살짝 경계선을 넘지 못한 것을 통해서 ‘만족의 경계’를 지키지 못한 것이라 한다.


다시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는 대개의 경우, 서양의 헬레니즘 문화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자료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사건들, 이야기와 인물들은 그저 선반 위에 올려진 책 속의 인물들이지. 현장에서는 활용되지 않는 것이었는데, 저자를 그것들을 다르게 보고, 현장에 직접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많이 읽어보고 살펴본 바가 있는데, 이책으로 다시 한번 그 적용범위를 넓히게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쓰임새가 바로 현장이라는 것,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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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2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화를 품질의 관점에서 풀어본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됩니다. 좋은 도서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eyoh님 글 오랫만에 읽게되어 반갑기도 하네요.ㅎㅎ
 
너의 모든 버전
그레이스 챈 지음, 성수지 옮김 / 그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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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모든 버전 


사람은 죽는다. 사람인 이상 죽지 않을 수가, 없다. 죽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죽음, 가보지 않은 길이라 무섭다.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라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한다. 죽지 않을 수는 없을까?

또한 불멸을 꿈꾸는 게 인간인 것이다.

그래서 이런 소설도 등장한다.


불멸을 얻는 방법, 업로딩을 개발하고, 가상의 세계에 정신을 옮겨가 사는 것이다.

이 책은 업로딩을 주제로 하는 소설이다.


먼저 시대 상황, 지구는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은 아등바등 이런 장치를 몸에 달고 살아간다.

간단히 말해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이런 장치를 달고 살아야 한다.

옷을 입을 때 이런 의식을 매번 치러야 한다.

입을 막는 에어 필터 마스크. 콧구멍에 쓸리는 양쪽 에어 필터, 재킷과 부츠, 그리고 모자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나가야 그나마 숨을 쉬며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119쪽)


그래도 과학은 발전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과학의 힘을 빌려, 이런 장치도 즐기며 살아간다.

가이아. 현실의 세계가 아닌 가상의 세계다. 사람들은 뉴팟이라는 장치를 통해 로그인, 로그아웃 하면서 가이아에 드나들며 살아간다.


등장인물을 먼저 살펴보자.

타오이 , 그녀의 어머니 신이

네이빈, 자크, 에블린,


네이빈과 타오이는 연인사이다. 같이 살고 있다.

그런데 같이 살게 된 사유가 기구하다. 네이빈이 신장이식을 받기 위해 수술받아야 하는데, 수술후 돌봐줄 사람도 거처도 마땅하지 않아, 타오이의 집에 머물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둘이 같이 지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신장이식을 받고도 경과가 그리 호전되지 않아, 계속해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과학의 발전으로 제시가 되는데, 그게 바로 업로딩이다.

몸에서 정신을 꺼내 가상의 세계로 이전하는 것이다, (162쪽)


즉, 정신이 몸에서 분리되는 것이다.

그 결과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

기억은 훼손되지 않고 자의식도 변함없이 유지되는데 신체적 제약이 사라지니까 인산으로서의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네이빈처럼 신체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의 과학인 것이다.


그렇게 몸에서 기억을 빼내 다른 곳으로 옮긴 다음에 남아 있는 몸은?


버려지는데, 대신 만약에 그 정신을 다른 기계에 이식하면 그 기계가 물리적 세계에서 활동할 수는 있게 된다. (164쪽)


여기서 우리 인류에게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이 책에서 잠깐 살펴보자면,

지구는 더 이상 탄소기반 생물체가 살 수 있는 곳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지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다른 행성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과학은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업로딩이라는 솔루션을 개발한다.

인간은 신선한 공기, 싱싱한 작물, 깨끗한 물이 필요한데. 그런 원시 자원에 대한 필요가 필요하지 않는 방법이 개발된 것이다. 업로딩.

드디어 네이빈은 업로딩을 결심하고 실행한다. (206쪽)


이제 몸은 사라지고 정신은 가이아에서 영원히,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 깨알같은 유머도 들어있다.

가이아의 세계에도 갈매기가 날고 있다.

타오이의 감탄, 대체 어떤 설계자가 가이아에 갈매기를 넣겠다고 생각한 것일까? (228쪽)


자, 그렇게 해서 인간은 신체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고, 이제 불멸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업로딩을 하지 않고 현실 세계에 남은 타오이와 업로딩으로 가이아에 완전하게 이주한 네이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책 제목 너의 모든 버전이란?


여기서, 이 책 제목의 ‘너의 모든 버전’이라 함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타오이는 수많은 네이빈을 알았다. 핏츠로이 식당의 네이빈. 와인에 흠뻑 젖어 싸구려 호텔방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던 네이빈을. (........)

그 다음에는 당연히 가이아의 네이빈도 있다. (399쪽)


그런 여러 버전의 네이빈을 생각하면서, 타오이는 인생의 결론을 내려본다.


지금 여기는 온 세상이 그녀에게 나누어준 딱 맞는 길이다. 타오이는 용기를 가지고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400쪽)


다시이 책은?


인간에게 불멸은 어떤 의미인가?

몸은 사라지고 정신만 업로딩이란 수단으로 존재하게 된다면, 그건 누구일까?


저자는 철학에서 논의가 되는 ‘테세우스의 배’를 인간의 존재에 적용해보고 있다.

정신만 남고 몸은 사라진 존재를, 동일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아주 흥미진진한 주제를 독자들에게 던져주었다.

이 소설을 왜 ‘사변 소설’이라 하는지 알겠다.

오랜만에 우리 인류의 미래를 나 자신의 생명과 겹쳐가면서 생각해 보는, 아주 의미있는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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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시대 1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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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시대 1


비극이다. 너무나도 비극적인 비극, 그것도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비극이라니!

그런 비극의 시대를 읽는다. 이문열의 『영웅시대』

『영웅시대』에 존재하는 시대는 영웅시대가 아니다. ‘영웅시대’라 쓰고 ‘비극의 시대’라 읽어야 한다.


 거기 등장하는 인물중 누구를 영웅이라 할 것인가? 그들은 영웅이 아니라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래서 영웅의 시대가 아니라 비극의 시대인 것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비극을 연출하는 그 누구의 ‘손’에 놀아나는 연기자에 불과할 뿐이다. 해서 그들은 모두다 비극의 현장을 처절하게 장식하는 조연에 불과할 뿐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러나 그 비극의 시간이 다 지나간 다음에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혹시라도 한때 자칭타칭 영웅이라고 불렸던 사람들은 실제 단지 비극의 주인공이었을 뿐이라고.


우리의 불행한 가족사우리 민족의 불행한 역사.


작가 이문열은 이 작품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은 일생을 통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그러기에 평소에는 오히려 더 가슴 깊이 묻어두게 되는 하나의 얘기가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누가 어떤 직업을 택하는 것도 바로 ‘그 얘기’를 나름대로 펼쳐보이기 위해서가 아닌지 모르겠다.> (4쪽)


<내게 있어서 ‘그 얘기’는 바로「영웅시대」, 아니 6·25를 전후한 우리의 불행한 가족사였다. 지금으로부터 십칠팔 년쯤 전에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작가로 끝장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문득 나를 사로잡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소설거리가 그것이었기 때문이다.>(5쪽)


‘우리의 불행한 가족사’라 함은 작가 이문열의 가족사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이를 단순히 어느 개인의 가족사로 읽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가 쓰는 ‘그 얘기’를 거꾸로 읽어 북한에 있지만 남한 쪽에 서있는 사람의 얘기로 읽어보면, 그게 단순히 어느 개인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얘기’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들은 우리 민족이 겪어야했던 비극을 오롯이 보여주는 명배우들이다.

이동영, 그의 어머니, 그의 부인 정인, 그리고 그의 아들딸들.

또한 그의 주변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역시 비극을 보여주기 부족함없는 인물들이다.


어떤 비극인가?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런 상황이다.

그래서 그런 비극적인 상황에 분노하는 동영의 가슴에 공감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지난번 후퇴 때애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국군과 유엔군을 맞은 사람들일 거라는 아무런 근거없는 단정이었다. 지난 6월 28일 인공기를 들고 남진해오는 북쪽 군대를 환영하는 그들을 처음 볼 때만 해도 얼마나 감격스러웠던가. 동영의 분노가 평범한 시대였으면 역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그들을 그토록 교활하게 만든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서글픔은 지난날의 신선한 감격을 잃어버린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403쪽)


분노와 서글픔. 그게 이 영웅시대를 읽고 그게 실상은 비극의 시대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느끼는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소리치는 발언들은 오히려 지금 이시대에 적합한 것이 아닐까?


특히 동영이 만난 박영규라는 인물(466-483쪽)의 발언.


“나를 이대로 버려두게. 적으로든 동지로든 나를 다시 너희들에게로 끌어들이지 말아줘. 이대로 있다가 ? 때가 올 때까지 살아남으면 소리 높이 인간의 노래를 부르게 해주게. 독한 이념의 발톱에 할퀴우고 찢긴 그들을 어루어 줄 순수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483쪽)


이런 상황은 동영이 만난 통장이란 사람에게도 적용이 된다. (415- 425쪽)


그는 전날 밤 예상한 대로 몇 번씩이나 거듭 뒤바뀌는 세상에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허둥대는 그 수많은 인민들 가운데 하나일뿐이었다. (425쪽)


그러니 이런 동영의 질문은 얼마나 철모르는 소리인지 모른다.


왜 남이든가 북 어느 한쪽을 택헤 그리로 피난을 가시지 않고 한군데 붙박혀 이쪽 저쪽 모두에게 고난을 당하고 계십니까? (420쪽)


그 질문이 얼마나 철모르는 그저 책상물림의 좁은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여기 인용된 존 볼의 유명한 연구(連句)를 잠깐 뒤집어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아담이 밭 갈고 이브가 길쌈할 때

도대체 누가 지주였단 말인가? (480쪽)


굳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상황을 구구하게 설명할 필요없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은?


혹시라도 그래도 영웅이라는 것에 목을 맨다면?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영웅이 등장한다. 그 소설의 서술자는 이런 기록을 남긴다.

서술자가 생각하는 영웅이란 지극히 평범하고, 시청 일만 아니라 자신의 비밀스런 글쓰기에 꾸준히 몰두하면서도 보건대의 자질구레한 업무들 통계, 카드 정리 등에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는 그랑이다.

여기서 영웅으로 평가받는 그랑은, 조제프 그랑, 즉 시청의 말단 서기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소설 『페스트』에서 영웅으로 평가받는다니?


그렇다. 사람들이 실제로도 소위 영웅이라 하는 본보기와 선례를 마음 속에 품고 싶어 한다면,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 그런 영웅들 하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서술자는 다름 아닌 바로 이 평범하고 앞에 잘 나서지도 않는 영웅, 가진 것이라고는 마음 속에 약간의 선량함과 겉보기에 그저 우스꽝스럽기만 한 이상밖에 없는 이 영웅을 추천한다.


페스트가 만연한 도시 오랑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직무에 충실하면서, 가외로 봉사활동을, 그리고 또한 자신을 위하여 꾸준하게 글쓰기를 하는 그가 바로 영웅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영웅이 별 게 아니다. 자리를 지키고 살아남는다는 것, 그런 사람이 바로 영웅인 것이다. 

그래서 『영웅시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영웅 시대’에 굳이 ‘영웅’을 찾아낸다면?

그런 비극의 시대를 견디고 살아남은 모든 사람이 바로 영웅인 것이다.

해서 우리 민족 모두가 영웅이다. 그런 비극의 시대를 겪고도 살아남는 자들,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비극을 더하지 말아야 한다고 깨닫는 사람들이 영웅이다.

그래서 이 책 『영웅시대』에서 저자가 말하는 ‘우리의 불행한 가족사’라 함은 작가 이문열의 가족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역사인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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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빛, 청자 1
정찬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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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빛, 청자 1-2

이 책의 구성은 1, 2 권 모두 두 권으로 이루어졌는데, 두 권을 아우르는 주인공은 물론 청자가. 청자가 우리나라에 등장하고, 그 빛을 발하는 과정을 소설로 형상화한 것이다.

그런데 청자의 역사를 다룬 이 소설에 뜻밖에 장보고가 등장한다.

장보고가 이 책 1권의 주인공이다.

장보고가 (우리가 아는 것처럼 궁복이란 이름으로) 등장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힘을 가진 다음에 다시 신라로 돌아와 청해진을 만들고, 그리고 권력 다툼에 희생되는 전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거기 청자가 들어있다.

이야기인즉 장보고는 신라의 강진에서 토기를 굽는 집안의 청년과 우연히 만나 인연을 이어가는데, 그 청년의 이름은 정년, 그의 아버지는 토기를 굽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인연을 맺게되는 정년과 그의 가업인 토기 굽는 일에 개입이 된다.

장보고가 신라에서 중국 당나라로, 그리고 다시 신라로 돌아오는 여정에 바로 청자가 들어있는 것이댜. 장보고가 당에서 데려온 당인 기술자와 당에서 풀려난 인물들이 주가 되어 이 땅에 청자 기술을 보급하게 되는 것이다.

탐진은 이미 토기를 생산하고 있었으므로 월주의 청자기술을 쉽게 받아들였다. (12쪽)

그런 소설인데. 몇 가지 생각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인물의 성장과정이 흥미롭다.

장보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통일신라 시대의 해상왕 장보고다.

그런 사람을 소설로 형상화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사실적일까?

어느날 문득 바람처럼 나타나 육지와 바다를 석권하는 힘을 가지는 것으로 할까?

아니면 차근차근 밑바닥부터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할까?

저자는 후자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 차근차근이다.

그래서 이런 소박한 꿈부터 가지고 시작하게 인물을 설정해놓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 실제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 ‘살아있는’ 작품이 되었다.

궁복의 꿈은 미산포에 온 뒤로 변했다. 당장의 목표는 탐진현 치소의 군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뒤에는 정년의 집에서 보았던 것처럼 장사를 잘해서 자신은 물론 여러 사람들을 굶주리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1권, 47쪽)

그리고 또하나 생각해볼 게 있다.

리더는 어떤 데 신경을 써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주인공인 장보고의 눈에 백성들의 어려움을 보게 만든다.

그래서 신라에, 신라 바다에 쳐들어와 백성을 괴롭히는 당구(당나라 해적들)들을 물리칠 방도를 생각하게 만든다.

장보고는 당구를 물리칠 생각으로 무술을 연마하고 연마한다.

그 결과 하늘도 그를 도와, 그로 하여금 리더의 자리에 앉게 하고, 백성들을 위해 일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리더가 요즘 필요한 리더가 아닐까?

2권에 등장하는 인물 중 이와 대비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송나라 휘종이다. 이 책에서 휘종을 이렇게 평가한다.

송나라 휘종은 통치에 있어서는 암군이었지만 시서화에 능한 정도가 아니라 군계일학의 경지에 오른 황제였다. 도자기에도 안목이 뛰어나 그가 관요인 여요에서 나오는 청자들을 품평하는 것도 그러한 예술적 취향에서 비롯했다. 실제로 휘종은 “궁중에서 사용하는 백자그릇들을 치우고 모두 청자그릇으로 바꾸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권, 81쪽)

정치적으로는 암군이었지만, 문화적으로는 군계일학.

이런 인물이 서양의 역사에서도 있다, 바로 다빈치를 프랑스로 초빙하여 극진히 모시면서 프랑스에 르네상스 문화를 도입한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다.

어쨌든 리더라는 자리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또한 등장인물 중 너무 적게 활용한 듯해서 아쉬운 인물이 있다.

말 그대로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분량이 너무 적다.

내 마음 같으면 이 사람을 주인공 삼아 이야기를 끌고 가게 하고 싶을 정도다.

바로 당나라에 잡혀갔다가 겨우 풀려나 강진으로 돌아온 최녹천이란 인물이다.

그는 당나라에서 도자기 굽는 일에 노역을 하고 있다가 풀려나 강진에서 도자기 굽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의 생각이 주인공답다.

“족장님, 근디 월주는 월주고 탐진은 탐진인 거 같습니다요.”

“무신 말인가?”

“월주청자 모냥은 배와야겄지만 때깔은 여그 탐진 때깔을 찾어봐야겄어라우.”

“월주청자는 청동으로 맹근 거맨치 모냥이 정교허지. 긍께 모냥을 닮을라고 허는 것은 당연허겄제. 근디 녹천이 말대로 여그 탐진 때깔을 찾는다믄 뭣이겄는가?”

“아직은 잘 모르겄습니다요.” (1권, 268쪽)

강진의 청자는 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 작품, 1권의 이야기는 장보고를 위시한 신라인들의 노력을 그려놓았고

그 다음권인 2권에서는 시대가 고려로 넘어간다. 바야흐로 고려 청자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2권에서도 탐진(강진)의 자리는 변함이 없다.

다시, 이 책은?

요즈음 K- 컬쳐 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이제는 거의 식상할 정도로 많이 들린다.

여러 매체에서 K ? 컬쳐에 관한 해외의 반응을 상세하게 보도해주는 프로그램을 몇 번 보기는 했는데, 과연 그게 사실인지? 아니면 언론의 호들갑에 불과한 것이지?

그런 것 차치하고, 그런 들썩임에 부회뇌동하지 않고, 이 책처럼 K ? 컬쳐의 원류를 찾아가보는 것은? 전폭적으로 환영한다.

우리의 문화를 제대로 살펴서 마치 이 책의 주인공인 청자처럼 오롯이 빛을 발하는 우리 문화를 찾아내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일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고 싶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 말은 사실이며, 또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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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페이스 실록 - 너의 뇌에 별을 넣어줄게 파랑새 영어덜트 4
곽재식 지음, 김듀오 그림 / 파랑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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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페이스 실록


『슈퍼 스페이스 실록』

이 책의 부제는 <너의 뇌에 별을 넣어줄게> 이다.


마치 하늘에서 별을 따다 주겠다는, 어린 시절에 많이 불렀던 노래가 떠오르는 타이틀이다.

그런 부제 덕분인가, 책 내용이 쏙쏙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

물론 이건 작가의 글솜씨가 뒷받침을 해주니까 그런 것이리라.


하늘에 있는 별들을 마치 손바닥에 놓고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잘 읽힌다.

그러니 책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아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조금 더 조금더.....


또한 읽다보니, 저자의 이런 생각이 옳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우주 천체에 대하여 읽어온 대부분의 책이 서양에서 온 것이라는 것, 그래서 천문과학은 마치 유럽에서 시작되고 발전되어 우리에게 전달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그게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우주에 관한 아주 기본적인 전제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 우리 한국의 이야기들을 우주 과학 지식과 결부시켜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정도 이야기, 그정도 지식은 벌써 있었던 것이라니까, 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목성은 서양에서는 가장 큰 행성이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큰 우두머리 신인 제우스 (쥬피터)의 이름을 따서 부른다.


저자는 조선왕조 실록의 한 부분을 전하고 있는데, 좀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조선왕조실록 영조 34년 (1758년) 음력 5월 4일의 기록을 찾아보았다.


임금이 말하기를,

"종묘(宗廟) 앞에 놓아 둔 돌은 바로 일영대(日影臺)인데, 경 등은 이를 아는가?"

하니, 모두 말하기를,

"알지 못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열성조(列聖朝)에서 미행(微行)할 때에 한 늙은 할멈을 만났는데, 그가 남편에게 이르기를, ‘세성(歲星)이 적성(賊星)에게 쫓긴 바가 되어 유성(柳星) 아래로 들어갔다.’고 하는 것을 보고는, 그때에 바로 그 할멈을 운관(雲觀)에 예속하게 하였는데, 일영대는 이 할멈을 위해 설치한 것이다.“

하였다.


전설 속의 할머니가 말한 세성(歲星), 임금님을 나타내는 별은 바로 목성의 옛말이다.

(...........)

오히려 목성이 임금님을 나타낸다고 생각한 조선의 전설이 단순하지만 잘 맞아 떨어진다. 목성은 보통 별이 아니라 행성이지만, 그래도 깊은 밤에 별처럼 보이는 물체 중에서는 가장 밝고 굵게 빛나기 때문이다. (147쪽)


또한 여기서 밤중에 목성을 찾아본 일이 없던 나에게는 천금같은 정보가 적혀있다.


한밤중에는 금성이 없다. 깊은 밤, 수많은 별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이 되었을 때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물체는 보통 목성이다. (147쪽)


목성을 한밤중에 찿아볼 수 있다니, 아, 그래서 갈릴레오가 배율이 형편없던 그런 망원경으로도 목성의 위성을 발견할 수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맞춰진다.


그다음에는 목성에 관한 일반 정보가 제공된다.


목성이 이렇게나 밝은 이유는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목성의 무게는 지구의 300배보다도 더 무겁다. 목성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행성들의 무개를 모두 다 합쳐도 목성보다 적다. (147쪽)


이런 내용은 정말 몰랐다, 서양의 천문학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8개의 행성 중에서 목성이 가장 크다는 것은 알았는데, 그 무게가 나머지 7개 행성을 합친 무게보다 더 무겁다니. 정말 ‘이건 몰랐지?’다.


이 책의 제목을 다시 음미해본다.


『슈퍼 스페이스 실록

실록(實錄)이란 말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은 기록’이란 뜻을 비롯하여 다른 몇 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그 중에 하나가 조선 왕조 실록 등 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다.

저자는 조선왕조 실록에서 많은 자료를 찾아내 전해주고 있으니, 이 책은 우리 왕조실록에서 찾아낸 슈퍼 스페이스라 할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해야?


저자의 단상을 잠깐 인용해본다.

양자 이론을 응용하는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한다.


양자 이론을 이용해서 더 성능이 뛰어난 OLED 물질의 조건을 찾기 위한 방법에 대한 긴 계산 방법이 소개되고 있었는데, 그때 저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하면 저런 걸 다 이해할 수 있을까? 라면서 한참 공상에 빠져있었던 기억이 난다, (325쪽)


바로 그런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런만큼 이 책은 우리의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고, 깊게 해준다.

지금껏 보아오던, 생각해오던 하늘이 점점 다르게 보이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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