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인사이트 - 세계의 판도가 바뀐다
이세형 지음 / 들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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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인사이트


책 앞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에 이런 내용이 있다.


다양한 국제 이슈의 중심지인 중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글로벌한 마인드’를 키우고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맞다, 백번 맞는 말이다.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항목이 바로 중동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의 시야에는 항상 다른 각도에서 심겨진 것들만 잔뜩 들어있었다.


그러니 그런 부분을 삭제하고 이 책으로 진짜 중동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이 책을 펼쳤다.


이 책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 목차를 요약해본다.

1장 중동과 어색함 풀기

1. ‘중동’과 ‘아랍’이 다르다고?

2. 알고 보면 재미있는 중동 지리와 명칭

3. 수니파와 시아파는 어떻게 다를까

4. 오늘의 중동을 만든 중요한 약속들

5. 알고 보면 재미있는 중동 상식

2장 변화하는 중동

3장 아직은 세계의 ‘화약고’

4장 더 가까이 중동

5장 중동의 ‘스트롱 이슈 메이커’들

6장 중동에서 본 한국


다른 장과는 달리 1장의 세부 내용을 밝힌 것은, 혹시 리뷰만 보고 책을 읽지 않는 분들을 위한 것이다, 적어도 중동에 대해서 이런 정도는 알고 있어야한다는 의미다. 또 중동에 관한 그릇된 인식을 그렇게라도 풀어보기 시작하자는 취지다.


중동과 아랍이 다르다고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차이가 있다,

중동은 지역적 개념, 아랍은 민족적 개념, 그러니까 바라보는 각도가 다른 것이다.

아랍은 아랍어를 쓰는 문화권의 나라들, 아랍연맹 22개국가를 아랍국가, 또는 아랍권이라 부른다.


그런데 아랍연맹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다. 어떤 나라들이 아랍 연맹에 속할까?

기억을 하자는 의미로 여기에 옮겨본다.


사우디 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아리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 리비아, 수단, 모로코

튀니지, 쿠웨이트, 알제리,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 모리타니, 소말리아, 팔레스타인,

지부티, 코모로.


22개 나라 이름을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중동’에 있지 않은 나라들이 보인다.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이다. 예컨대 수단, 모로코, 알제리...

그렇게 따져보니 중동이란 개념과 아랍이라는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 흥미로운 게 있는데,

중동 관련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나라인 이란튀르키예이스라엘은 아랍 국가가 아니라는 것. (34쪽)


물론 이스라엘이야 아랍 국가가 아닌 것은 분명한데, 뜻밖에 이란이 아랍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 34쪽의 문장을 읽고, 위의 아랍 국가 22개국을 다시 살펴보니, 거기에 이란이 쏙 빠진 것을 알게 된다. 어라, 이게 웬일?


이란과 튀르키예는 국민 다수가 이슬람을 믿지만 아랍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란은 이란어, 튀르키예는 튀르키예어를 쓴다. 어라, 그러면 이란어 따로 있고, 아랍어 따로 있다는 말인가? 그런 정도로 한심한 나의 중동 관련 지식, 첫장에서부터 본색이 드러난다.


바로 이 책의 효용가치가 여기에 있다.

내가 얼마나 중동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무지몽매한지 그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중동 여행

중동의 역사와 지리, 그리고 요즘의 정세까지. 저자는 그동안 취재 활동을 하면서 갈무리해 놓은 ‘중동’을 이 책에 모두 담아 놓았다.


현재 진행형인 중동 정세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방공망과 정보망을 갖춘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다음에 그리고?


연이어서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중동은 화약고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그 전쟁은 지금도 현재형이다.

일개 소시민인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정세가 지금 펼쳐지고, 진행중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이, 또 팔레스타인이.......


일본 기자들이 중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 리뷰를 읽는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꼭지가 있다.

저자는 중동에서 취재기자로 일하면서 일본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왜?

일본 기자들의 모습을 보고 그랬다는 것인데, 일본 기자들이 어땠길래?


중동 이슈가 있을 때에 우리 나라 신문 기자는 적은데. 일본 기자들은 많이 와서 취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본 저자, 일본 기자와의 문답 중 이런 것을 전하고 있다. 읽어보자.


문) 일본 사람들은 중동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은가 봐요?

답) 우리 신문을 보는 독자라면 중동 이슈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될 때마다 국제 이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 이슈를 적극적으로 알려야죠.

우리도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영미권 매체를 참고하고 인용하지만, 그런데 현장에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가는 게 원칙입니다. 현장에 자주 가야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생생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큰 이슈가 있을 때 분석도 깊이 있게 할 수 있으니까요. (438쪽)


그 중에 하나, 실제 사례.


2019년 9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열린 관광 개방을 기념하는 이벤트 행사장.

일본 기자들은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현장을 살피고 기록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접촉해서 대화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 저자의 눈에 보였다는 것. 그런데 우리 나라측은?


우리나라 대사관 관계자들은 본 행사가 임박해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440쪽)

과연 그 행사장에서 우리나라 기자들과 대사관 관계자는 무엇을 하고 갔을까?

사진 몇 방.......?

기껏해야?


다시이 책은


우물안 개구리, 바로 그짝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의 내 모습이 바로 그 개구리, 정저지와(井底之蛙)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어떻다느니, 한미일 동맹이 어쩌구 하는 얄팍한 지식놀음만 하고 있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요즘의 세계정세, 중동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중동에 관한 지식이 그 모양이었으니 한심한 노릇인데. 이제라도 그걸 깨닫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이 책은 그래서 훌륭한 각성제요, 눈 하나만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에게 두 눈을 바로 뜨고 보라는, 충고이기도 하다.

이 책에게, 이 책의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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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역사 - 우리가 몰랐던 제도 밖의 이야기
세라 놋 지음, 이진옥 옮김 / 나무옆의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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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역사


이 책 『엄마의 역사』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책이다.

엄마에게 역사가?

맞다. 개개인으로서 살펴볼 수 있는 엄마에게도 역사가 있듯이 ‘엄마’ 자체에도 역사가 있다.

그런데 엄마 자체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니, 엄마가 되는 과정이라 해보자. 그러면 엄마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엄마가 된 이후의 과정이 구체적으로 그려질 것이다.

동사로서 ‘엄마 되기’라고 바꿔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걸 이 책의 서술 순서에 맞춰 생각해보자.

항목의 타이틀을 읽어보면 엄마되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과정들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 간단한 내용을 타이틀 옆에 적어둔다.


1. 숫자로 본 엄마 되기

2. 세대

3. 임신인지 알아내기 : 소변 테스트, 임신 테스트

4. 10주 차, 혹은 8주 경과 : 임신 날을 어떻게 계산하는가?

5. 태동 : 임신이라는 첫 번째 확실한 신호

6. 솟아오른 앞치마 : 임신 말기를 ‘앞치마가 솟아오름’으로 표현했다.

7. 출산이라는 것 : 기대기. 쭈그리기, 힘주기, 배우자나 어머니나 신 부르기, 숨 헐떡기. 잡아당기기, 밀어내기.

8. 안녕, 아가 : 누군가는 생명 징후를 살피고, 누군가는 자신과 닮은 점을 찾는다.

9. 눈물과 일화들

10. 산후조리 시기 : 한달, 6주, 혹은 겨우 한 주나 열흘일 수도 있다.

11. 눅눅한 천

12. 방해받은 시간 : 밤, 아침, 오후, 저녁, 나는 밤이 무섭다. 아, 아이가 막 깼다.

13. 한밤중 : 엄마의 밤은 어떻게 다른가? 그들이 돌보는 아기들의 밤은?

14. 가득 찬 젖 : 젖을 물리는 일은 대단히 수치스럽기도 하고 다소 벅찬 일이기도 하다.

15. 불확실성 또는 생각 실험 : 아이 양육에 관한 안내서들은 다양하다. 이렇게 해보라, 저렇게 해보라.

16. 병원 처방과 의혹들 :

17. 아기 맡기고 찾기 : 아기를 건네고, 낮 동안 또는 밤 동안 떠나 있는 것, 아이를 건네 받는 것.

18. 종이꽃

19. 오크 세탁통 : 아이를 키우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항상 몇 가지 물건이 있다.

20. 마당 아기, 무릎 아기

21. 시간을 항해하기

그 밤의 끝에서 : 갓난아기는 더 이상 그다지 새롭지 않다.


이상 간단하게 살펴본 엄마되기의 과정,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임신 테스트기를 살펴보는 순간부터 더이상 갓난 아기가 새롭게 여겨지지 않는 순간까지, 엄마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서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이는 것이다.


이건 역사물이다


저자는 그런 ‘엄마 되기’의 각 과정을 살펴보기 위하여 역사적 기록물을 섭렵한다.

이런 기록들이 그래서 우리 앞에 등장한다.

태동을 느끼고 그것을 기록한 역사적 자료를 예로 들어보자.

1662년의 기록물이다. 런던의 일기 작가 새뮤얼 피프스의 기록이다.


왕의 정부(情婦)가 “우리의 주군 제라드 경의 저녁 만찬에서 태동을 느끼고 자기가 끝장이라며 울부짖었다. 그러자 모든 영주들과 남성들이 얼른 방을 떠났고ㅡ 여성들은 그녀를 도우려고 모여들었다” (73쪽)


저자는 엄마되기의 과정에서 이렇게 역사적 기록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만 적어둔다.


<4. 10주 차, 혹은 8주 경과>

음파를 활용한 아기의 모습 추적 :

심해에서 잠수함의 위치를 밝히려고 사용되던 그 기술이 이제 양수를 떠다니는 배아를 추적하고 진단하기 위한 것으로 변형되었다. (62쪽)


<10. 산후조리 시기>

1960년대 말의 기록인데, 이건 미군과 한국인 아내 사이의 일이다. (145쪽)


산후 9일, 10일째의 일이다.

한 미군의 한국인 아내가 자신의 아기에게 한국의 자장가를 불러준다. “한국말은 안돼”라고 남편이 소리지른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미국인임을 깨닫는다. 1952년부터 미국에서 형성된 이런 미군 아내들의 가족은 전형적으로 한 언어만 구사한다.


이런 기록을 만나니, 우리나라 여성들이 미국인과 결혼해서 낳은 아이를 어떻게 양육했을까, 궁금해진다. 자장가도 영어로 해야 했다니. 그 고충은 또 얼마나 심했을까? 아이를 얼르고 달래는 그런 일도 모두다 영어로 했을까? 그래서 이런 기록들이 귀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19. 오크 세탁통>

아이를 키우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항상 몇 가지 물건이 있다.


이런 기록도 있다.

백년 동안 기성 유아복 산업은 아기들이 특정한 색상을 필요로 한다고 제안해 왔다.


여기서 특기할만한 기록이 보인다.

1918년에 나온 첫 산업 무역 저널은 남자아이에게 분홍색을 추천했다. (360쪽)

여자아이는 분홍색, 남자아이는 파란색이라는 분명한 구분은 20세기 중반까지 확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즈음 아이가 딸이라면 당연히 분홍색 옷을 준비하는데, 친구가 낳은 아이가 딸이라는 소식을 듣고 파란 색 옷을 선물로 사간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다시이 책은?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또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키우던 시절을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는 당연히 엄마가 키운다고 생각하던 시절의 아빠로서, 나는 당연히 아이의 양육과정에서 빠져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빠졌던 양육의 과정들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 양육을 그래도 같이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빠진 부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따라서 이 책은 이 땅의 아빠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또한 이 책은 그렇게 엄마들에 의해 키워진 아이들 ? 물론 성장한 아이들이다. -이 읽어야 할 책이다. 해서 엄마의 수고가 얼마나 컸는지를 헤아려보는 것이 어떨까?


더해서, 아이를 잉태하고 이제 태동을 느끼는 시간을 맞이한 엄마와 그 아이의 아빠가 같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잘 키우자고 다짐해보는 시간 가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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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헤르만 헤세 지음, 강민경 옮김 / 로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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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그동안 헤르만 헤세의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그의 믿음에 관한 생각들을 만났다.

 

헤세 역시 믿음을 그의 작품에 기록한 적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수필에 나의 믿음을 고백해왔다그런데 대략 10년전소설에 나의 믿음을 기록한 적이 있다그 소설은 싯다르타. (101)

 

물론 그런 경우도 등장인물들을 통하여 전해주는 이야기 중의 하나로 소설적 상황에 맞춘 단편적인 생각들이어서헤르만 헤세의 전체적인 믿음을 알 수는 없었다.

그래서 헤세는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했었는데이 책은 바로 그런 나의 바람에 맞추어 헤르만 헤세의 믿음에 관한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그의 믿음에 관한 견해종교 생활정치적 생각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독교에 관한 견해

 

독실한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난 헤세그러나 그는 단순히 개신교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사상 편력을 경험한다불교는 물론 인도 철학동양 철학 등을 거치는 동안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기독교에 대하여 가졌던 생각들을 여기 옮겨 놓는다.

 

헤세는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교가 인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하지만늘 혐오와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15)

 

그리스도교는 내 삶을 결정하는 구체적이며 단단한 형태였다. (102)

 

내 종교 생활에서 그리스도교는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나는 교회를 중요시하는 그리스도인이라기보다는 영성 생활을 중요시하는 그리스도인에 가깝다. (106)

 

나는 평생을 종교 없이 산 적이 없고 애초에 종교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었다하지만 그 세월을 교회 없이는 살았다. (106)

 

믿음은 변하는 거야.

 

헤세는 믿음을 고정시키지 않는다그에게 믿음은 변하는 것이다그런 변화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내가 믿는 종교는 나중에 그 형태를 자주 바꾸었는데갑자기 개종한 듯 변한 것이 아니고서서히 성장하고 발전하듯이 변화했다. (104)

 

그렇게 성장하고 발전한 그의 믿음은 철저한 사상적 성찰과 탐구에 기초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그래서 그에게 이런 변화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부처의 가르침이 전적으로 타당하다는 생각을 이제는 하지 않는다젊은 시절에는 경탄해 마지않았던 그 가르침은 지금 좀 부족한 듯 느껴진다기묘할 정도의 정확성신학과 신의 부재그리고 순종이 없으니 말이다나에게는 때때로 아버지의 아들인 예수가 부처보다 한 걸음 더 앞서 나간 인물로 보인다. (151)

 

부처의 가르침은 몇 년동안 실질적인 믿음이자 유일한 위로였다다만 서서히 생각이 바뀌어 더 이상 불교 신자가 아니다. (156)

 

그리고 이런 말은 기독교인이라면 한번쯤 숙고해볼만한 하다.

 

진정한 개신교 신자는 교회에 저항하는데그 이유는 그의 본성이 그저 존재하기보다 발전하는 편이 더 긍정적이라고 속삭이기 때문이다. (162)

 

물론 교회에 저항한다는 말의 의미는 문자 그대로 항거한다는 게 아니고교회의 가르침을 숙고하면서 새겨 듣는다는 말이다그래서 발전이 있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종교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결국 삶에는 의미가 있다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그것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면 기꺼이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5)

 

헤르만 헤세가 이 책의 서두에서 밝힌 삶의 의미의 중요성이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다그 어떤 것이든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 인간은 노력한다그러한 노력 중에 하나가 바로 믿음이다.

 

헤세는 그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하면서그의 믿음이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내 믿음은 말로 가볍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그래도 표현하자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결국 삶에는 의미가 있다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그것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면 기꺼이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의미의 목소리는 내가 완전하게 생동감으로 요동치며 살아있는 순간에 내 안에서 들려온다. (167)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간을 파괴하는 가장 큰 적은 생각하기를 귀찮아하는 게으름이다. (15)

 

진리를 어렴풋이나마 느끼기 시작한 인간삶의 본질을 느끼고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인간은 외양이 그리스도교든 다른 것이든 신이 실재함을 경험한다. (159)

 

사람들이 <신약 성경>의 가르침을 계율이 아니라 영혼의 비밀을 둘러싼 아주 심오한 지식의 표현으로 받아들인다면그 책은 가장 현명한 말이자 모든 인생의 지혜와 행복을 논하는 가르침을 담은 총체적인 요약본이 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마태 19,19)는 말이 <신약 성경>에 실려 있다. (160)

 

다시이 책은?

 

독자들은 저는 평생 종교를 찾고 종교에 헌신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165)는 헤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헤세가 치열하게 추구했던 믿음의 실체와 그 믿음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이 책에서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경구분명히 새겨놓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완전한 가르침을 갈망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완성되기를 갈망해야 한다신은 네 안에 있지 개념이나 책 속에 있지 않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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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신 - 신이 없다면 우린 행복할까?
앤서니 T. 크론먼 지음, 이재학 옮김 / 돌밭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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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의 신

 

이 책의 서두도발적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부모의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이런 말로 <서문>을 마무리한다.

 

신은 우리 집에 없었다물론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처럼 언제나 우리의 주위를 맴도는 위험이기는 했다부모님은 그로부터 나를 보호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들의 노력은 절반의 성공에도 미치지 못했다. (16)

 

그러니 신을 집에 들이지 않으려는 부모의 노력과 신의 위험성으로부터 저자를 지키려는 부모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고이 책은 그러한 부모의 신관에서 벗어난 저자의 사상 투쟁기이다.

 

제목이 말하는 바제 3의 신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에 앞서 2016년 10월 다시 태어난 이교도의 고백(Confessions of a Born-Again Pagan)이란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비록 아브라함의 종교가 가리키는 창조주 유일신은 아니지만 영원불멸의 존재인 세계 그 자체를 하나의 신으로 받아들이게 된 자신만의 신학을 기술한 내용이었다. (인터넷 책 소개에서)

 

그러나 아브라함의 종교가 가르키는 창조주가 첫 번째 신이라면 그가 생각하는 신은 창조주 신이 아닌 영원불멸의 존재인 세계 그 자체가 신이며그게 제 3의 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신에 대한 자세는 이것이다.

 

믿지는 않는다 해도 신은 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이해하려면 신의 올바른 개념이 필요하다우리는 오직 이성으로만 그 올바른 개념으로 가는 길을 찾아낼 수 있다. (34)

 

우리가 우리로 존재하는 일이 가능해지려면 세상이 반드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156)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그 하나

 

저자의 글은 어렵다결코 쉽지 않다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하다보이지 않는 신을 논증해야 하는 까닭이 첫째고신이 아니더라도 시간과 영원이라는 주제가 들어있기에 그 논의는 불가피하게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하여 이런 요소도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 여겨진다.

 

글 속에 보이는 수많은 전제와 가정을 포함한 논리가 글의 이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예컨대 다음과 같은 글이다.

 

더 실험하고 조사할수록 세상이 계속해서 더 이해 가능해져 간다는 사실을 설명하려면 우리가 세상에 관해 이해하지 못할 건 아무 것도 없다고 가정해야 한다. (161)

 

세상의 경험을 설명하려면 우리는 저 두 개의 가정이 모두 필요하다. 곧 이 세상의 질서는 우리의 지식을 일정한 한계 안에 두도록 명하는 신의 작정으로 제한되지 않지만우리와 같이 유한한 존재가 완전히 알기도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이 경험의 가능성을 설명하려면 한 가지 가정이 더 필요하다다른 두 가정에 따라 오는 내용이다. (......) 그러나 나는 그것이 그 중에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세상 전체와 그 안의 전부는 영원하고 신성하다는 가정이다. (172- 173)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마침내 이 세상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걸 알게 되는 인간의 경험을 신의 경험에 비유한다지식은 인간을 신성하게 만든다사고의 대상에 관해 생각하는 한 인간은 그 대상처럼 영원해진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히 사고하지 못한다우선 그는 필멸의 존재다. (..........) (145)

 

세상은 덮여 있는 책이 아니다그렇다고 활짝 펼쳐져 있는 책도 아니다압력을 가해야 조금씩 파편적으로 그 비밀을 드러낸다. (160)

 

종교는 신이 그 핵심이다적어도 서양에서는 그것이 종교를 정의하는 방법이다. (186)

 

이런 논의 해볼만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일은 필수적이다하루 하루의 삶을 살아가는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그런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그 필연성을 이 책에서 찾았다.

 

우리가 삶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전부가 영원과 연결되어 있었으면 하는 우리의 소망이 달성되는 순간 그 가치를 잃게 된다.

그 무엇도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리가 형성하는 덧없는 애착들에 의미와 통절함을 준다그것들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의미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26)

 

곧 우리는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인생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우리가 영원을 살 수 있다면 그 논의는 다른 차원의 것이 되겠지만 언젠가는 죽을 운명을 지닌 존재이기에 그 유한한 삶속에서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이 책은?

 

이 책에서 어떤 결론을 따라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각도로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저자가 신이란 개념을 찾아내기 위해 나선 철학적 여정이라고 말이다.

저자는 어머니에 관한 추억으로부터 화두를 꺼내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그 여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도 저자를 교사 삼고 거울 삼아서 신을 찾는 여정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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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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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이 책은?

 

이 책의 제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제목에서 가져온 것이겠지만내용은 전혀 관련이 없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제목만 보고 내용을 오해하는 사람이 많았던 작품이다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를 문자 그대로 노인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오해하기도 했다노인 복지에 관한 사회적인 내용으로 예상하고 감상했다가 전혀 다른 내용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러면 이 소설은?

노인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문자 그대로 노인을 위한 나라인가 아닌가의 내용이 등장하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까?

 

이런 말이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런 말 언뜻 들으면 수긍이 된다그러나 과연 그럴까?

나이가 들면 신체적으로 또한 정신적으로 여러모로 달라지게 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건 60, 70 대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10, 20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지금 나이 40, 50이라고 해서 60, 70 대들을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도 세월이 지나면 분명히 60, 70대가 될 테니까 말이다.

 

문제는 이 사회가 나이로 사람들을 구분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소설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의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필연성!!

 

몇 장면 소개한다.

 

소설 속에서 새롭게 들어선 정부이동현 정부에서 펼친 정책은 이렇다.

 

경로연금을 폐지하고고령자에 대한 무상교통과 무상의료를 전면 폐지한다.

통신비 보조도 중단한다국민연금은 재정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지급을 미루기로 한다. (163)

 

그런 정책이 시행되니노인 중 연금에 의지해서 살던 사람들이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게 된다그들은 무료 급식소로 향하게 되는데여기에서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노인이 되면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보면서드는 생각.

이 소설은 가상과 현실을 적절하게 조합배치하여 오히려 현실감을 더욱 살리고 있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노동자들의 수면 시간이 줄어들수록 소비자들의 숙면 시간이 늘어나는 거지. (120)

 

세상을 살아가는 실력에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은 아주 먼 훗날의 일이었다. (121)

 

정부는 일자리 문제가 세대 간이나 노사 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하지만이게 가만두면 어디 절로 합의가 될 사안입니까이럴 때 적극적으로 정부가 나서야지요. (215)

 

재원이 부족한 것은 노인들이 너무 많은 혜택을 받아서가 아니라 정부에서 효율적으로 재원을 집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17)

 

사람들은 병원에서 태어나서 병원에서 죽는다. (............) 기계적인 탄생과 기계적인 죽음의 과정이었다. (221)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무상에서 유료로 전환한 데 이어 탑승마저도 막았다. (246)

 

드보르작 교향곡 제 9번 <신세계로부터>

 

저자는 도처에 <신세계로부터>를 들려준다그러니 실제 들으면서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https://www.youtube.com/watch?v=JqewTSNPbME

 

시위대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의 4악장 도입부를 입으로 연주하며 다 시 힘차게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222)

 

광장의 민주공화국 김한섭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같은 곡이 연주된다.

 

단원의 평균 연령이 80세인 시니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의 4악장 도입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270)

 

교향곡 말이 나왔으니저자는 베토벤 교향곡 제10도 소개하고 있다.

 

윈 모리스가 런던 심포니와 함께 사상 최초로 녹음한 베토벤 교향곡 제10번 1악장도 있었다. (95)

 

자세한 내용을 각주로 밝히고 있는데그 내용은 이렇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9번까지로 알려졌으나사후 150여년이 지나 영국의 음악학자 베리 쿠퍼가 베를린의 한 도서관에서 스케치 형태로 남아있는 10번 교향곡의 일부를 찾아내 1악장을 완성했다. 1988년 9월 세계 최초로 윈 모리스가 지휘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녹음되었다. (95쪽 각주)

 

이 책은 누가 읽어야 할까?

 

이 책 단순하게 노인문제를 다루고 있는 게 아니다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역사적으로그리고 정치적으로 짚어주고 있다현실을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표피적으로 볼 게 아니라그 이면에 있는 수많은 과정과 곡절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통찰력있게 짚어주고 있는아주 가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노인이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노인 세대에 진입하려는 나이대의 사람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그들에게 노인은 먼 미래가 아니라 곧 다가올 미래이기 때문에 미래 대비용으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나라의 정책 담당자 또한 읽어야 한다.

그리고 또 요즘 정치권에서 방귀깨나 뀐다는 젊은 정치인들도 읽어야 한다.

노인들이 지하철 요금을 내고 타야 한다는 등 그런 발언을 하기 전에 이 책 읽어야 한다.

 

저자는 이런 말로 이 책의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소설의 배경을 현재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로 설정한 것은 노인 문제가 지금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실은 곧 노인으로 편입되는 중장년 그리고 언젠가 노인이 될 청년 세대 등을 아우른 문제임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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