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행성
김소희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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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행성


쓰레기 별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되는 <먼지 행성>이다.

먼지와 쓰레기, 이 별에는 그 것밖에 없다.

그러니 사람이 살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거기 사람이 살고 있다면?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러한 곳, 다시 한번 어떤 곳인지 확인해보자.


태양과 멀어 그만큼 춥고 어두운, 식물이 거의 자라 않는 행성.

이곳의 정식 명칭은 먼지 행성이다 ,

하지만 사람들은 이곳을 쓰레기 별이라 부른다. (6쪽)


그런데 어떻게 해서 그곳이 쓰레기 별이 되었을까?


그곳은 다른 행성들의 청정 유지를 위해 그들의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다.

즉 다른 행성에서 생기는 쓰레기들을 버리는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니,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각 행성에서 보내는 쓰레기 종량캡슐에서 쓸만한 물건들을 건져 다시 파는 것으로 생활하고 있다. 쓰레기에서 쓸만한 물건을 골라내, 다시 파는 것이다.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즉 이 만화의 등장인물 중에 주인공은 다음과 같다.

나오, ’‘나’, 츄리

나오 : 정식으로 등록된 직원,

츄리 : 떠돌이 상인이었는데 시민등록이 되지 못해 이곳에 정착했다.

‘나’ (리나) : 쓰레기 종량 캡슐에 담겨 이곳에 버려졌다.

깜이 : 버려진 고양이 로봇

그리고 그곳에 살진 않지만, 부품 수거하기 위해 들르는 진 씨.


그런 곳에서 살아가던 그들에게, 어느날 사건이 벌어진다.


리나와 깜이는 다른 사람 모르게 모험의 길을 나선다. 산 너머에 보이는 불빛의 정체를 알아보려고 산 너머로 가보는 것이다.

빛을 따라 돌산을 오르던 리나는 그만 발을 헛디디지만, 거기에 등장한 로봇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다시 기지로 돌아가기 위해 SOS 신호를 보내고...

거기에서 만난 로봇은 기록봇이었다.


기록봇을 통해 기록된 영상을 보게 되자, 거기에 나노의 딸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곳의 어른들은 모종의 계획을 짜고 있다. 바로 리나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곳이 폐쇄 결정이 나고 전기까지 끊기면 완전한 고립 신세가 되니까, 그전에 리나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씨에게 부탁해서 중고 우주선을 구하려고 한다.

그리고 얼마후 드디어, 그 별에 마지막 시간이 다가온다.

그러니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여기에서 나오와 츄리, 그리고 로봇 깜이까지 합세하여 모종의 일을 꾸민다. 바로 리나를 탈출시키는 것, 그게 가능할까?


다시이 책은?


이 책은 만화다. SF 만화. 우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는데, 그 안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 그리고 사람과 로봇 사이의 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쓰레기 별에 먼지와 쓰레기, 이 별에는 그 것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거기에서도 따뜻한 정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배경이 우주이기에 그 정은 더욱더 진지해진다.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을 배경으로 하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리고 사람과 로봇 사이에 흐르는 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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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로마 설화 1 : 슬픈 나이팅게일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포티니 스테파니디 그림, 이경혜 옮김 / 파랑새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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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픈 나이팅게일


    맨처음 책을 들었을 때는 이 책이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인줄 알았다.

    책을 들고 살펴보니,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니라, 『그리스 로마 설화』였다.

    신화가 아니라 설화.


    설화는 說話, 각 민족 사이에 전승되어 오는 신화, 전설, 민담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 이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넘어 전설, 민담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설화 중에서 한가지 이야기, <슬픈 나이팅게일>이다.


    설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 


    그러면 이런 설화를 읽어야 할 필요는 무엇일까?


    책 뒤에 보니, 이런 말로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옛날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창조된 제우스, 헤라와 같은 신비로운 신들의 이야기인 〈그리스·로마 신화〉는 수천 년이 지난 현대사회에서도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살아 숨을 쉬는 이야기로 여겨집니다. 이렇게 오늘날까지도 과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꼭 읽어야만 하는 문해력을 키워주는 감성의 보물창고 〈그리스·로마 설화〉 〈그리스·로마 신화〉는 엄청나게 많은 신들의 세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커다란 규모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신화 속의 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을 마치 실제처럼 재미있게 엮은 이야기 즉, 전해져오는 상상의 이야기를 감성으로 이해할 줄 알고 익숙해져야 합니다. (84- 85쪽)


    신화 속의 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설화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나니, 이 책의 의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신화라는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바로 이런 설화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신화와 설화의 구분은 물론 애매하지만, 그러나 인간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신화와 설화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의 기능은 동일하지 않을까?


    이 책슬픈 나이팅게일


    이 책, <슬픈 나이팅게일>은 “옛날 옛날에 왕과 왕비가 살고 있었어요”라는 말로 시작한다.


    왕과 왕비가 살고 있었으니, 당연히 왕자와 공주가 등장할 것이고, 그렇게 설화가 시작한다.

    왕자와 공주, 오누이는 참으로 사이가 좋았는데, 그래서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오누이는 참으로 사이가 좋았어요,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공주와 왕자 남매를 갈라놓을 수 없을 정도였지요. (8쪽)


    이 책의 목표는 아동용이고, 아동들의 문해력을 기르도록 계획된 것인데. 문해력을 어느 정도 길렀다면, 이런 말 읽고 나면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어야 할 것이다.


    화자가 왜 공연히 ‘세상의 그 어떤 것도’라는 말을 했겠는가?

    그러니 바로 그 어떤 것이 나타나 왕자와 공주를 갈라놓을 것이다, 라는 예감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정말, 어느 날 사건이 발생한다.


    왕자와 공주가 궁궐에서 놀고 있었을 때 갑자기 바람이 휘몰아치더니 왕자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공주는 애타게 동생인 왕자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보았지만 들리는 소리라고는 나이팅게일의 슬픈 울음소리뿐이었다. (10쪽)


    자, 다시 문해력에 조금 눈이 뜬 사람들은 나이팅게일의 슬픈 울음소리에 뭔가 감이 와야 한다. 그리고 어, 이게 뭔데 제목에도 나타나지, 하는 물음과 의문이 들어서야 한다.


    그렇게 일이 터진 다음에, 나이팅게일마저 사라지자 공주는 슬픔에 겨워 괴로워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왕과 왕비는 아들 왕자를 잃은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이제는 슬픔에 젖은 딸이라도 살리기 위해 애를 쓰는데, 공주는 동생 왕자가 사라질 때 슬피 울었던 나이팅게일이 보고 싶다며,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다시, 이 책은?


    이렇게 서두를 시작한 설화, 다음은 어떻게 진행이 될까?

    이 이야기 그리 만만히 보아서는 안된다. 아동용이라고 해서 그저 순탄하게 일이 풀려서야 되겠는가. 아이들로 하여금 모든 일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교훈을 가르치려는 듯, 이야기가 복잡하게 진행이 되는 것이 이 책의 특색이다.


    그러니 이야기의 결말이 해피 엔딩이 되기까지 얼마나 힘을 들여야 하는지, 인생사가 그렇다는 것도 알려주면서, 아이들과 이 책을 같이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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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로 즐기는 품질 여행 - 그리스신화를 품질의 관점에서 해석한 최초의 책
    한재훈 지음 / 한국표준협회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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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로 즐기는 품질 여행


    그리스 로마 신화를 색다르게 읽어보는 책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건들, 이야기기들을 저자는 ‘품질의 관점’에서 풀어보고 있다. 경영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져온 지혜로 풀어보자는 것이다.


    먼저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사건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제우스, 헤파이스토스, 헤라 : 17쪽

    헬리오스, 파에톤 : 25쪽

    페르가몬의 왕 아탈로스 3세 : 33쪽

    아르고스 원정대, 이아손, 헤라클레스 : 51 쪽

    크레타의 미노스 왕, 다이달로스, 이카로스 : 61쪽

    프시케, 에로스 : 69쪽

    메데이아, 이아손, : 81쪽

    오이디푸스, 스핑크스 : 93쪽

    헬레네, 파리스 : 111쪽

    시시포스, 제우스, 타나토스, 하데스 : 121쪽

    프로메테우스, 판도라 : 135쪽

    헤라, 헤라클레스 : 145쪽

    펠레우스, 테티스 : 155쪽

    아르고 호(號), 이아손, 헤라클레스 : 167쪽

    오르페우스, 에우리디케 : 171쪽

    고르디우스, 알렉산더 : 177쪽

    피그말리온, 갈레테이아 : 189쪽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 199쪽

    테세우스, 아리아드네 : 214쪽


    이런 사건들을 현대 경영 현장에 적용해 본다면?


    이런 인물, 신들이 활약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저자는 어떤 물을 길어올렸을까?

    몇 개 사례를 적어본다.


    헬리오스, 파에톤 : 25쪽


    저자는 이 사건에서 후계자를 제대로 기르지 못한 경영자의 모습을 찾아낸다.

    헬리오스가 자기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증 절차도 없이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자기 후계자로 삼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과 필요하다면 더 한층 교육을 시킨 다음에 경영 일선에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고스 원정대, 이아손, 헤라클레스 : 51 쪽


    이아손이 원정대를 이끌고 아르고호라 이름붙인 배를 타고 원정을 떠나게 되는데, 거기에는 많은 영웅들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거기에 수많은 영웅들이 타고 있었는데, 왜 원정대 이름은 아르고스일까? 아르고스가 누구이길래 그 이름을 따서 원정대 이름으로 했을까?


    멀고 먼 원정길에 나서게 된 영웅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항해에 필요한 배였다. 흑해를 가로 질러가는 원정길이기에 튼튼한 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배를 만들 기술을 가진 자는 바로 아르고스였다. 아르고스는 이아손의 요청에 따라 튼튼한 배를 건조했다. 원정대 일행은 배를 건조할 기술을 가진 아르고스의 공헌을 높이 사서 원정대 이름을 아르고호 원정대라 한 것이다. (51-52쪽)


    따라서 이 원정대의 기본 개념이 보인다, 기술을 우대하고, 기술자를 높인다는 것, 그게 바로 경영현장에서 새겨야할 교훈인 것이다.


    크레타의 미노스 왕, 다이달로스, 이카로스 : 61쪽


    흔히들 이카로스의 끝없는 욕망을 이 사건에서 찾아내지만, 저자는 거기에 이런 교훈을 덧붙인다. 이카로스의 잘못도 문제이지만, 더 한 것은 그의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잘못도 크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입힐 날개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도 문제가 된다, 다이달로스가 치밀하지 못해서, 날개를 태양 가까이에 가면 녹아내릴 정도로 허술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오이디푸스, 스핑크스 : 93쪽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를 만나 스핑크스가 제시한 문제를 푸는 과정에, 저자는 ‘패턴 인식’에 관한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이론을 제시한다. 그리고 소개하는 책이 『생각의 탄생』이다.


    스핑크스가 문제를 내기를, 다리 4개, 그다음에 2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3개를 가진 게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오이디푸스는 그게 시간적 배열이라는 것을 찾아냈고, 그렇게 시간의 흐음에 따라 각각 4, 2, 3개의 다리를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사람이라는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오이디푸스는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패턴인식을 할 수 있었기에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여기에서 경영 현장에 활용되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스 신화의 활용 폭이 넓어진 것이다.


    오르페우스, 에우리디케 : 171쪽


    오르페우스가 결과적으로 자기 아내를 구해오지 못한 것을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풀이한다.

    극단적인 과거 지향주의, 과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다.

    과거는 지향의 대상이 아니다. 과거의 일은 미래를 올바르게 수립하기 위해 반영되어야 할 여요소에 불과하다.

    또하나 저자는 지적한다. 에우리디케가 지옥에서 나오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지옥의 경계선을 넘을 때 미처 신발이 살짝 경계선을 넘지 못한 것을 통해서 ‘만족의 경계’를 지키지 못한 것이라 한다.


    다시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는 대개의 경우, 서양의 헬레니즘 문화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자료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사건들, 이야기와 인물들은 그저 선반 위에 올려진 책 속의 인물들이지. 현장에서는 활용되지 않는 것이었는데, 저자를 그것들을 다르게 보고, 현장에 직접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많이 읽어보고 살펴본 바가 있는데, 이책으로 다시 한번 그 적용범위를 넓히게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쓰임새가 바로 현장이라는 것,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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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시우행 2024-03-2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화를 품질의 관점에서 풀어본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됩니다. 좋은 도서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eyoh님 글 오랫만에 읽게되어 반갑기도 하네요.ㅎㅎ
     
    너의 모든 버전
    그레이스 챈 지음, 성수지 옮김 / 그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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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모든 버전 


    사람은 죽는다. 사람인 이상 죽지 않을 수가, 없다. 죽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죽음, 가보지 않은 길이라 무섭다.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라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한다. 죽지 않을 수는 없을까?

    또한 불멸을 꿈꾸는 게 인간인 것이다.

    그래서 이런 소설도 등장한다.


    불멸을 얻는 방법, 업로딩을 개발하고, 가상의 세계에 정신을 옮겨가 사는 것이다.

    이 책은 업로딩을 주제로 하는 소설이다.


    먼저 시대 상황, 지구는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은 아등바등 이런 장치를 몸에 달고 살아간다.

    간단히 말해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이런 장치를 달고 살아야 한다.

    옷을 입을 때 이런 의식을 매번 치러야 한다.

    입을 막는 에어 필터 마스크. 콧구멍에 쓸리는 양쪽 에어 필터, 재킷과 부츠, 그리고 모자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나가야 그나마 숨을 쉬며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119쪽)


    그래도 과학은 발전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과학의 힘을 빌려, 이런 장치도 즐기며 살아간다.

    가이아. 현실의 세계가 아닌 가상의 세계다. 사람들은 뉴팟이라는 장치를 통해 로그인, 로그아웃 하면서 가이아에 드나들며 살아간다.


    등장인물을 먼저 살펴보자.

    타오이 , 그녀의 어머니 신이

    네이빈, 자크, 에블린,


    네이빈과 타오이는 연인사이다. 같이 살고 있다.

    그런데 같이 살게 된 사유가 기구하다. 네이빈이 신장이식을 받기 위해 수술받아야 하는데, 수술후 돌봐줄 사람도 거처도 마땅하지 않아, 타오이의 집에 머물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둘이 같이 지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신장이식을 받고도 경과가 그리 호전되지 않아, 계속해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과학의 발전으로 제시가 되는데, 그게 바로 업로딩이다.

    몸에서 정신을 꺼내 가상의 세계로 이전하는 것이다, (162쪽)


    즉, 정신이 몸에서 분리되는 것이다.

    그 결과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

    기억은 훼손되지 않고 자의식도 변함없이 유지되는데 신체적 제약이 사라지니까 인산으로서의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네이빈처럼 신체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의 과학인 것이다.


    그렇게 몸에서 기억을 빼내 다른 곳으로 옮긴 다음에 남아 있는 몸은?


    버려지는데, 대신 만약에 그 정신을 다른 기계에 이식하면 그 기계가 물리적 세계에서 활동할 수는 있게 된다. (164쪽)


    여기서 우리 인류에게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이 책에서 잠깐 살펴보자면,

    지구는 더 이상 탄소기반 생물체가 살 수 있는 곳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지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다른 행성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과학은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업로딩이라는 솔루션을 개발한다.

    인간은 신선한 공기, 싱싱한 작물, 깨끗한 물이 필요한데. 그런 원시 자원에 대한 필요가 필요하지 않는 방법이 개발된 것이다. 업로딩.

    드디어 네이빈은 업로딩을 결심하고 실행한다. (206쪽)


    이제 몸은 사라지고 정신은 가이아에서 영원히,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 깨알같은 유머도 들어있다.

    가이아의 세계에도 갈매기가 날고 있다.

    타오이의 감탄, 대체 어떤 설계자가 가이아에 갈매기를 넣겠다고 생각한 것일까? (228쪽)


    자, 그렇게 해서 인간은 신체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고, 이제 불멸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업로딩을 하지 않고 현실 세계에 남은 타오이와 업로딩으로 가이아에 완전하게 이주한 네이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책 제목 너의 모든 버전이란?


    여기서, 이 책 제목의 ‘너의 모든 버전’이라 함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타오이는 수많은 네이빈을 알았다. 핏츠로이 식당의 네이빈. 와인에 흠뻑 젖어 싸구려 호텔방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던 네이빈을. (........)

    그 다음에는 당연히 가이아의 네이빈도 있다. (399쪽)


    그런 여러 버전의 네이빈을 생각하면서, 타오이는 인생의 결론을 내려본다.


    지금 여기는 온 세상이 그녀에게 나누어준 딱 맞는 길이다. 타오이는 용기를 가지고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400쪽)


    다시이 책은?


    인간에게 불멸은 어떤 의미인가?

    몸은 사라지고 정신만 업로딩이란 수단으로 존재하게 된다면, 그건 누구일까?


    저자는 철학에서 논의가 되는 ‘테세우스의 배’를 인간의 존재에 적용해보고 있다.

    정신만 남고 몸은 사라진 존재를, 동일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아주 흥미진진한 주제를 독자들에게 던져주었다.

    이 소설을 왜 ‘사변 소설’이라 하는지 알겠다.

    오랜만에 우리 인류의 미래를 나 자신의 생명과 겹쳐가면서 생각해 보는, 아주 의미있는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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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시대 1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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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시대 1


    비극이다. 너무나도 비극적인 비극, 그것도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비극이라니!

    그런 비극의 시대를 읽는다. 이문열의 『영웅시대』

    『영웅시대』에 존재하는 시대는 영웅시대가 아니다. ‘영웅시대’라 쓰고 ‘비극의 시대’라 읽어야 한다.


     거기 등장하는 인물중 누구를 영웅이라 할 것인가? 그들은 영웅이 아니라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래서 영웅의 시대가 아니라 비극의 시대인 것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비극을 연출하는 그 누구의 ‘손’에 놀아나는 연기자에 불과할 뿐이다. 해서 그들은 모두다 비극의 현장을 처절하게 장식하는 조연에 불과할 뿐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러나 그 비극의 시간이 다 지나간 다음에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혹시라도 한때 자칭타칭 영웅이라고 불렸던 사람들은 실제 단지 비극의 주인공이었을 뿐이라고.


    우리의 불행한 가족사우리 민족의 불행한 역사.


    작가 이문열은 이 작품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은 일생을 통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그러기에 평소에는 오히려 더 가슴 깊이 묻어두게 되는 하나의 얘기가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누가 어떤 직업을 택하는 것도 바로 ‘그 얘기’를 나름대로 펼쳐보이기 위해서가 아닌지 모르겠다.> (4쪽)


    <내게 있어서 ‘그 얘기’는 바로「영웅시대」, 아니 6·25를 전후한 우리의 불행한 가족사였다. 지금으로부터 십칠팔 년쯤 전에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작가로 끝장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문득 나를 사로잡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소설거리가 그것이었기 때문이다.>(5쪽)


    ‘우리의 불행한 가족사’라 함은 작가 이문열의 가족사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이를 단순히 어느 개인의 가족사로 읽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가 쓰는 ‘그 얘기’를 거꾸로 읽어 북한에 있지만 남한 쪽에 서있는 사람의 얘기로 읽어보면, 그게 단순히 어느 개인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얘기’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들은 우리 민족이 겪어야했던 비극을 오롯이 보여주는 명배우들이다.

    이동영, 그의 어머니, 그의 부인 정인, 그리고 그의 아들딸들.

    또한 그의 주변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역시 비극을 보여주기 부족함없는 인물들이다.


    어떤 비극인가?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런 상황이다.

    그래서 그런 비극적인 상황에 분노하는 동영의 가슴에 공감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지난번 후퇴 때애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국군과 유엔군을 맞은 사람들일 거라는 아무런 근거없는 단정이었다. 지난 6월 28일 인공기를 들고 남진해오는 북쪽 군대를 환영하는 그들을 처음 볼 때만 해도 얼마나 감격스러웠던가. 동영의 분노가 평범한 시대였으면 역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그들을 그토록 교활하게 만든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서글픔은 지난날의 신선한 감격을 잃어버린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403쪽)


    분노와 서글픔. 그게 이 영웅시대를 읽고 그게 실상은 비극의 시대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느끼는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소리치는 발언들은 오히려 지금 이시대에 적합한 것이 아닐까?


    특히 동영이 만난 박영규라는 인물(466-483쪽)의 발언.


    “나를 이대로 버려두게. 적으로든 동지로든 나를 다시 너희들에게로 끌어들이지 말아줘. 이대로 있다가 ? 때가 올 때까지 살아남으면 소리 높이 인간의 노래를 부르게 해주게. 독한 이념의 발톱에 할퀴우고 찢긴 그들을 어루어 줄 순수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483쪽)


    이런 상황은 동영이 만난 통장이란 사람에게도 적용이 된다. (415- 425쪽)


    그는 전날 밤 예상한 대로 몇 번씩이나 거듭 뒤바뀌는 세상에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허둥대는 그 수많은 인민들 가운데 하나일뿐이었다. (425쪽)


    그러니 이런 동영의 질문은 얼마나 철모르는 소리인지 모른다.


    왜 남이든가 북 어느 한쪽을 택헤 그리로 피난을 가시지 않고 한군데 붙박혀 이쪽 저쪽 모두에게 고난을 당하고 계십니까? (420쪽)


    그 질문이 얼마나 철모르는 그저 책상물림의 좁은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여기 인용된 존 볼의 유명한 연구(連句)를 잠깐 뒤집어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아담이 밭 갈고 이브가 길쌈할 때

    도대체 누가 지주였단 말인가? (480쪽)


    굳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상황을 구구하게 설명할 필요없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은?


    혹시라도 그래도 영웅이라는 것에 목을 맨다면?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영웅이 등장한다. 그 소설의 서술자는 이런 기록을 남긴다.

    서술자가 생각하는 영웅이란 지극히 평범하고, 시청 일만 아니라 자신의 비밀스런 글쓰기에 꾸준히 몰두하면서도 보건대의 자질구레한 업무들 통계, 카드 정리 등에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는 그랑이다.

    여기서 영웅으로 평가받는 그랑은, 조제프 그랑, 즉 시청의 말단 서기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소설 『페스트』에서 영웅으로 평가받는다니?


    그렇다. 사람들이 실제로도 소위 영웅이라 하는 본보기와 선례를 마음 속에 품고 싶어 한다면,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 그런 영웅들 하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서술자는 다름 아닌 바로 이 평범하고 앞에 잘 나서지도 않는 영웅, 가진 것이라고는 마음 속에 약간의 선량함과 겉보기에 그저 우스꽝스럽기만 한 이상밖에 없는 이 영웅을 추천한다.


    페스트가 만연한 도시 오랑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직무에 충실하면서, 가외로 봉사활동을, 그리고 또한 자신을 위하여 꾸준하게 글쓰기를 하는 그가 바로 영웅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영웅이 별 게 아니다. 자리를 지키고 살아남는다는 것, 그런 사람이 바로 영웅인 것이다. 

    그래서 『영웅시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영웅 시대’에 굳이 ‘영웅’을 찾아낸다면?

    그런 비극의 시대를 견디고 살아남은 모든 사람이 바로 영웅인 것이다.

    해서 우리 민족 모두가 영웅이다. 그런 비극의 시대를 겪고도 살아남는 자들,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비극을 더하지 말아야 한다고 깨닫는 사람들이 영웅이다.

    그래서 이 책 『영웅시대』에서 저자가 말하는 ‘우리의 불행한 가족사’라 함은 작가 이문열의 가족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역사인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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