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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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과 동기가 명백한 ‘무차별 범죄‘로 시작해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는 건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저력이라고 봐야 할 지도...??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가가 형사 시리즈를 총망라한 작품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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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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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비를 그치게 해주는 1인 전용 카페, '도도'"



주택가의 골목길의 막다른 곳. 나무들이 마치 자그마한 숲을 이루고 있는 것 같은 그곳에 자리 잡은 카페 '도도'. 낮에는 문을 열지 않고 저녁에만 여는 이곳은 '1인 전용 카페'이다. 나에게 확신이 없는 날, 아직은 시간이 약이 되어주지 못한 날, 내뱉은 말을 주워 담고 싶은 날,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은 날... 이런 날을 맞이한 그녀들이 카페 도도를 방문하고, '마침' 자신에게 꼭 필요한 차와 디저트가 준비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감을 주는 앙터버 토스트, 저도 하나 주시겠어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된 [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각 챕터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면서도 멋진데, '1장 그대만의 정답 스패니시 오믈렛', '2장 상처받지 않도록 오이 포타주', '3장 시간을 되돌리는 버섯 아히요', '4장 자신감을 주는 앙버터 토스트', '5장 첫 봄바람에 실어 보낸 말'이다. 나에게 확신이 없는 날, 우연히 본 카페에 '그대만의 정답 스패니시 오믈렛'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온다면?? 내뱉은 말을 주워 담고 싶은 날 '시간을 되돌리는 버섯 아히요'라는 메뉴가 보인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않을까? '카페 도도'는 마치 필요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카페처럼,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메뉴와 함께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준비된 메뉴를 먹고, 카페 도도의 주인 '소로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고,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각 챕터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부터 가장 관심이 갔던 게 '4장 자신감을 주는 앙버터 토스트'였는데, 내가 앙버터를 엄청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감을 주는'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이 챕터의 주인공이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만만하게 보여서인지 길을 걸으면 영업을 자주 당하고, 내가 한 주문은 유독 누락이 많고, 때로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가끔 '내가 보이지 않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 그래서 이 에피소드에 유독 공감이 되고, 그래서 자신감을 주는 앙버터 토스트를 너무 먹으러 가고 싶어졌다. 나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어느 챕터에건 공감하고 그 챕터의 음식을 먹으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전작과 마찬가지로 여러 상황에 처한 여러 연령대의 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써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그래서 자신도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책이라니...!!"



전작을 읽으며 끝내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 '과연 이 책의 화자는 누구일까...'였다. 각 챕터의 메인 화자는 분명 카페 도도를 방문하는 사람이지만, 중간중간 다른 시점일 때가 있는데 가끔은 카페 주인 소로리의 1인칭인 것 같으면서도 대부분은 3인칭이라서, 과연 누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가 내내 궁금했었다. 그런데 [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에서 그 비밀이 풀렸다! 정답은 도도새, 정확히는 카페 도도에 걸린 그림 속 도도새였다. 카페 도도라는 이름에도 포함된, 이미 멸종된 도도새. 왜 카페의 이름이 도도이고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도도새인지, 책을 읽으면 그 의미가 깊게 와닿는다.


책을 읽다 보면 소소한 재미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기존 챕터의 주인공이 소소하게나마 다른 챕터에 등장하는 것이 각각의 이야기를 마냥 개별적으로 보이지 않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또 어떤 재미가 있는지, 그리고 책 속 '도도새'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 책을 읽으며 천천히 느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힐링물 안 좋아하는 -혹은 안 좋아한다고 하는(?)- 내가 어느 순간 '어우,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잖아!!' 하고 중얼거렸을 만큼, 이 책이 마음에 스며들어줄 테니까.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미움도 흐릿해진다. 그래서 세월이 약이 되는 모양이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의미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시간이 흘러야 하는 만큼 즉효약은 아니다. 천천히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야 효과가 있는 약일 것이다.


"언젠가 효과가 있기를. 그렇게 기도하며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실제로 그 사람들이 한 말 때문에 상처를 받았고 그게 전부예요. 상대가 나를 위해서 한 말이냐 아니냐, 그건 중요하지 않고요."



"상처 입은 말들, 상처 준 말들, 모두 훨훨 날아가라."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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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
미나토 쇼 지음, 황누리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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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의 식사를 하면 죽는 여자"



스노보드 경기 도중 낙상 사고로 인해 크게 다치고, 트라우마로 인해 보드를 탈 수 없게 된 '토우야'. 앞으로 백 끼를 먹으면 죽는 희귀병 '여명백식'에 걸린 '리이'. 우연한 계기로 만난 두 사람은 리이의 남은 백 끼를 위한 맛집 여행을 함께 떠나기로 하는데...



"과거의 죽음과 미래의 죽음이 얽혀있는 시간"



사실 어느 모로 보나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건  "죽을 때를 기다리는 너와 죽을 때를 놓친 나. 이 두 운명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영영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라는 책의 소개글 덕분이었다. 시놉시스를 보면 죽을 때를 기다리는 건 딱 100번의 식사를 마치면 죽는 희귀병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지만, '죽을 때를 놓쳤다'는 건 대체 어떤 의미일까..가 궁금했다. 보드 경기 중 사고로 크게 다치고, 트라우마로 더는 보드를 탈 수 없게 된 스노보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길로 더는 가지 못하게 된 -혹은 그렇게 믿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긴 했다. 그래도 이 카피를 쓰신 분께 보너스라도 주셔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찌 보면 과하게- 멋지게 표현했구나.. 라는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원래 라이트노벨, 그것도 청춘, 로맨스를 주로 쓰는 작가답게 책은 읽기 쉽고, 풋풋하고 간질간질한 연애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도 마냥 가벼운 연애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한 쪽은 과거에, 한 쪽은 미래에 죽음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경험할 뻔한 사람과 정해진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이기에 이들의 하루, 이들의 한 끼는 더 소중하고 애틋하다. 고작 100끼, 고작 한 달밖에 안 되는 시간이지만 이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했을 시간이 설렘으로, 갈등으로, 행복으로, 그리고 슬픔으로 채워지는 게 보는 사람마저 설레고, 즐겁고, 안타깝게 만들어주었다.




"한 번쯤은 이런 힐링도..."



사실 나는 700페이지짜리 추리 소설보다 200페이지짜리 연애 소설이 더 읽기 어려운 편독러이다. 요즘 서점 매대를 가득 채운, 미쳐버린 판매지수의 힐링 도서들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추리/미스터리 소설' 코너로 달려가는 게 일상이다. 그치만 [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를 읽으니 이런 류의 소설에 열광하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읽다 보면 오글거리고 약간 항마력이 부족하게 느껴지는데(카페에서 책 읽다 오글거리는 부분에 내상(?)을 입고 '크헙...'하고 육성으로 소리를 내버린 1인), 그 풋풋함이, 잊고 있던 설렘이 은근히 싫지 않은...?? 이왕 죽음을 소재로 다룰 거면 조금 더 묵직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의외로 설정이 디테일한 부분들이 있어서 약간 감탄하기도 했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당연한 '밥을 먹는다'는 행위가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뻔한 듯하지만 뻔하지 않은 결말과 함께 살짜쿵 여운까지 남겨주는.. 한 번쯤은 이런 힐링도 괜찮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그렇게 멀리 가지 마. 내가 하프파이프에서 날아올라도 닿을 수가 없잖아.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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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죽은 밤에
아마네 료 지음, 고은하 옮김 / 모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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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하면.. 사형 아닌 거죠?"



중학생 소녀 '네가'는 동급생인 '노조미'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다. 네가는 처음에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자수하면 사형 아닌 거죠?'라며 인정한다.


네가는 자신의 범행은 인정하면서도 왜 노조미를 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평소 접점이 거의 없던 두 소녀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수사1과의 '마카베'와 생활안전과의 '나가타'가 파트너를 이루어 사건의 동기를 파헤치기 위한 조사를 해나가는데...



"네가와 노조미, 그리고 '희망'...."



'네가'는 '희(希)'라는 한자에서 붙인 이름이고 '희'는 '노조미'라고도 읽는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이름의 두 사람이지만 처한 상황은 전혀 다르다. 밝고 똑똑하고 인기 많은 부잣집 딸에 플루트까지 하는 노조미와 친구도 없고 빈곤한 편모 가정의 딸로 지각도 잦고 성적도 뒤처지는 네가. 그런 두 사람이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집에서 한 사람은 피해자로, 한 사람은 가해자로 발견되었다. 네가가 자신의 범행은 인정하면서도 왜 노조미를 살해했는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소설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사건이 벌어진 현재, 즉 마카베와 나가타 콤비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네가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과거의 모습이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적으로 전개해 조금씩 비밀을 드러내는 소설은 드물지 않지만 이 소설의 전개는 조금 다르다. 현재의 수사 과정에서 탐문 등을 통해 어떤 '사실'이 밝혀지면 그 '사실'을 겪은 그 당시의 '실제' 상황을 네가의 시점으로 바로 보여준다. 분명 같은 상황이었을 텐데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는 것과 당사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은 사뭇 다른 느낌이 된다. 아니, 단순히 느낌만 다른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진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희망이 죽은 밤에]에는 현재의 조사 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것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한참이 지나서야 알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답답함은 거의 없지만, 주변 어른들의 시선으로 본 두 사람과 그 두 사람의 실제 상황, 그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을 텀 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알게 되는 것에서 오는 안타까움이 답답함을 상회했다. 읽기 힘든 묘사가 없는데도, 그 상황 자체로 읽기가 힘들었다.



"최근에 읽은 가장 본격적인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희망이 죽은 밤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는 소설이다. 하나는 이 소설이 정말 본격적인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점이다. 최근에 읽은 책들은 사건을 중심으로 사회적 이슈는 가벼운 설정 정도의 역할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빈곤가정과 사회보장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현실적으로 짚어나가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전개는 단순히 사회보장제도를 이론적으로 알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서류상으로만 알던 어른들이 사회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던 아이들이 처한 '실제' 상황과 맞닥뜨리는 것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며 그 비극을 더 극대화하고 있다. 가볍게 드러냈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나비효과처럼 돌아오는 걸 보며 나 자신이 가졌던 생각도 한 번쯤 돌이켜 생각해 보게 되었고.


또 한 가지는 동급생을 살해한 '이유' 만을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지도 못한, 그러면서도 정말 공감이 가는 '결말'을 준비해 놓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실들이 빠르게 밝혀지는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밝혀지지 않는, 그래서 소설을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동기가 정말 그래야만 했던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게 밝혀졌을 때의 충격은 어지간한 반전이 있는 소설을 상회하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랬다.



"가독성과 재미, 여운과 의미까지 모두 갖춘 소설"



보통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은 분량도 많고, 분량이 많지 않아도 담고 있는 내용이 묵직해서 가독성이 뛰어나다..고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희망이 죽은 밤에]는 300페이지 남짓으로 분량도 가뿐하고, 가독성도 아주 좋은 편이다. 그런데 담고 있는 내용도 결코 가볍지 않다.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보면 제목과 일러스트에 또 한 번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헤어 나오기 어려운 여운에 잠기게 된다. 왜 이 책의 제목이 [희망이 죽은 밤에]인지, 책을 읽은 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면 먹먹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라면..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그 말을 과연 당당하게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가독성과 재미, 여운과 의미까지 모두 갖춘 소설 [희망이 죽은 밤에]. 일본에서는 이미 4권까지 나온 시리즈인데, 국내에도 모든 시리즈가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결과가 정해져 있어도 해야 할 일이니까."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만약을 생각해봤지만, 그렇다고 현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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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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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딸 '라일라'가 실종된 후 잘나가는 신경정신과 의사에서 노숙자가 된 '마크'는 아내 '니콜'로부터 놀라운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라일라가 살아 있어!'라는.


5년 만에 딸을 만난 마크, 대부호의 딸이자 스캔들 메이커인 '앨리슨', 엄마를 죽인 남자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소녀 '에비'. 전혀 연관이 없는 삶을 살던 세 사람은 그들의 운명을 바꿔놓을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사랑하기 때문에]를 읽기 전에 눈에 들어온 두 가지 키워드가 제목에도 들어간 '사랑'과 시놉시스에 있는 '치유'였다. 참 좋은 두 단어인데..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는 편독러인 나에게는 인연이 없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잔잔한 힐링 소설이겠지..'라는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책을 펼쳤는데 웬걸..?? 시작부터 의아함이 넘친다. 5년 전에 실종되었던 딸이 갑자기 돌아왔는데 엄마인 니콜은 함께 딸을 만나러 갈 수 없다고 하고, 딸은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비행기 탑승을 위해 거치는 보안검사에서 분명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딸에게 경보음이 울리기도 한다. 도대체 지난 5년 동안 라일라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으며, 왜 니콜은 딸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 걸까? 이러한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궁금증을 더해간다.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것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교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도 소설은 조금도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고, 엄청난 가독성을 자랑한다. 추리소설도 아닌데 이렇게 술술 읽다니, 이건 반칙 아닌가!? 싶었다.




소설은 초반부터 5년 전에 실종된 딸의 귀환과 어딘가 수상한 아내의 행동이라는 거대한 미스터리를 던지고, 소설이 전개되는 동안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몇몇 상황들이 발생하며 이를 어떻게 개연성 있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이 책에서 중요한 건 그들의 아물지 않는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이고, 이를 보여주는 과정을 최대한으로 흥미롭게 연출(?) 하기 위해 가볍게나마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그것도 나름대로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다른 장르에는 거의 눈길도 주지 않는 추리/미스터리 편독러도 꽤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으니까. 다만 흔히 말하는 떡밥, 조금 더 정제된 표현으로는 복선의 회수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너무 뿌리기만 한 느낌이 없지 않았던...




소설에 등장하는 마크와 앨리슨, 에비 등은 각자에게 큰 상처가 된 사건을 경험했고, 그 상처가 도무지 아물 방법이 없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올바른 길'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우연히' 한곳에서 만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은 참 놀라운 부분이 있다. 소설 속에서 조금씩 이들이 겪은 일들을 서로에게 이야기할 때, 만약 내가 그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었다면 나는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가 정말 막막했기 때문이다. 당장 내 상처가 버거운데 다른 사람의 상처에 손을 내밀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있었고. 하지만 나의 어려움에도 상대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고, 그 과정에 나의 상처도 치유되는 걸 보면 -사실 팍팍한 추리소설 마니아에게는 오글거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조금 뭉클한 부분도 분명 있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들을 이런 식으로 연출하고 엮어내는 자체가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한 방에 각인시켜 주었달까? 왜 이 작가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은지 알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취향이 아닐 것 같은 책을 의외로 재미있게 읽은 덕분에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가는데, 다음에는 조금 더 미스터리 느낌이 많이 나는 책도 읽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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