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
이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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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가상현실로 보는 '취업 시험'"


2050년 대한민국은 대부분의 취업 시험을 가상현실로 본다. 그중에서도 '선화그룹'의 입사 시험은 가장 어렵다고 정평이 나있다. 가상현실 장비만 있으면 18세 이상 누구나 선화의 슈퍼리그에 참여할 수 있지만 합격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서른 살 청소부 '만주'는 십 년 동안 선화 슈퍼리그의 1차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만주가 봉사활동 중 우연히 마주하게 된 '우삼'이 그에게 선화의 슈퍼리그에 도전하라는 제안을 한다. 그리고 제안과 함께 우삼이 만주에게 준 것은 선화의 슈퍼리그를 대비할 수 있는 고성능 장비였다.



"비현실적인데, 그래서 더 현실적인 미래"



"가상현실에서 이뤄지는 취업 게임,

그 끝에서 마주한 인간 사회의 추악한 민낯과 진실"


오로지 미스터리! 추리소설!! 프로 편독러(?)인 내가 줄거리만 봐서는 절대! 내 취향이 아닐 것 같은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것은 위에 적은 저 문장이 내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취업 게임이 가상현실에서 이뤄진다고?? 그리고 그 끝에 인간 사회의 추악한 민낯과 진실이 드러난다고?? 완전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이잖아!!?? 했던 것.. 205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게임'이라는 유쾌한(?) 단어가 섞인 문장으로 소개되었던 것에서 받은 느낌과는 달리 시작부터 낯설고 참혹했다. 18세 이상이라면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선화그룹의 슈퍼리그는 한없이 공평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슈퍼리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가상현실 장비만 있으면 되지만, 대여할 수 있는 장비는 성능이 좋지 않아서 슈퍼리그에 불리하다. 또 소위 '있는 사람들'은 트레이닝 팩을 통해 시험에 철저히 대비할 수도 있지만 하루 먹고사는 것도 버거운 만주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삼과의 만남을 통해 최고 성능의 장비와 실제 겪었던 슈퍼리그보다 더 생생한 트레이닝까지 받을 수 있게 된 만주는 꿈에 부푼다. 자신에게 주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행운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도전한다.


시놉시스도 그렇고, 줄거리도 그렇고, 위에 적은 내용도 그렇고.. 이것만 놓고 보면 취업의 어려움과 일부 불합리함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풍자하고 꼬집는 소설...로 느껴지고, 실제로 그게 틀린 것도 아닌데.. 사실 이런 건 이 소설을 겉핥기 식으로 표현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소설, 혹은 사회파 소설..이라고 하기에 이 소설은 어딘지 모르게 기괴하다. 만주의 슈퍼리그가 잘 풀리는 것 같은데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고, 2050년 대한민국의 모습이 비현실적인데도 마냥 비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 게 기이하다. 인간과 AI의 경계가 모호하고, '나'라는 존재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그래서 공평하게만 '보이는' 슈퍼리그에 목숨까지 걸어가며 매달린다. 슈퍼리그의 벽만 넘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 환경이 이미 오염될 만큼 오염되고, 그래서 먹을 것조차 쉽게 얻을 수 없는 미래가 배경이라서 그렇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건네는 '행운'에 맹목적으로 달려들고, 그 행운을 잡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포기하고 버릴 수 있는 게 안타깝도록 현실적이어서 씁쓸하면서도 섬뜩했다.



"이상하게(?) 몰입해서 읽게 된다...??"



이렇게 '겉핥기' 감상을 넘어서기 위해 발버둥 쳐보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부족한 감이 있는 게.. 아무리 활자로 적어도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이 책에는 있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소설,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 현실을 풍자하고 꼬집는 소설....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무언가..랄까.. 그걸 굳이 표현하자면 대충 빚어놓은 달걀귀신같은 얼굴인데, 어느 각도에서 보면 엄청 사실적인 얼굴이고, 어느 각도에서 보면 얼굴로조차 보이지 않는 조형물을 보는 듯한 심정이랄까..ㅠ 그래서 이 책에 대한 감상은 표현하기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가볍게 술술 읽으며 현실에 대한 풍자를 즐길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고, 한없이 현실적이지만 한없이 감성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고, 뭔가 엄청 담고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여러 설정 대비 크게 와닿지는 않아서 다소 아쉽다..고 할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던 것 같은데,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모호해서 하나하나가 깊이 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것들보다 근미래 SF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소설에 담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에 대한 감성 터지는 묘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그게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그래서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전개에도 이 소설의 페이지를 넘어가게 만들어 주는 가장 큰 힘이 아니었나 싶다. 나처럼 모든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소설이 주는 기괴함과 모호함이 다소 아쉬울 수는 있겠지만, 선호하지 않는 장르임에도 한없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진짜 기묘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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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 헤드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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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균열, 그리고 '그 약'"



의사인 '기사야마'의 집은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행복하다. 하지만 기사야마는 늘 불안하다. 그 행복은 아주 작은 균열로도 깨질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의 행복을 위협하는 '균열'을 차근차근 제거하며 행복을 지켜오던 기사야마에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균열이 찾아오고, 그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 약'에 손을 대는데...




"악마...인가...??"



'정해진 시간 안에 이 책의 감상을 적으세요(3점)'라는 문제가 주어진다면, 나는 틀림없이 빵점이다. 몇 줄 안 되는 줄거리만 겨우 적고, 고작 그만큼 적어놓고 이후로는 한참을 아무 것도 적지 못했다. 이 책에 대해 말하고 싶은 마음과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격렬하게 싸운다. 당연히 스포는 안 된다. 근데 그럼 대체 무엇을 적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책의 모든 게 스포 그 자체인데. 책 띠지에 "악마가 소설을 쓴다면 분명 이러할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그게 정답이다. 이 작가는 악마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책을 쓰다니.. 악마가 아니라면 분명 미쳤다... 미친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내가 한 다섯 번쯤 죽었다 살아난다고 해도 절대 할 수 없는 발상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 나는 작가가 책 속 '그 약'을 먹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쯤 되면 줄거리에도 등장하고 감상에도 나오는 '그 약'에 대해 궁금해질 것 같은데.. 당연히 나도 그 약에 대해 뭐라고 설명하고 싶기도 한데.. 정말 진짜 완전! 이 책 속에 나오는 모든 것이 복선이라서, 아무런 왜곡 없이 그 약에 대한 정보를 접했으면.. 하는 마음에 내 머리 속을 맴도는 그 약에 대한 정보를 삼킬 수밖에 없다. 사실 저도 이렇게 감질나게 언급만 하는 거 정말 안 좋아하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구요...ㅠ


그래도 감상이니 뭐라도 더 적어보자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개념' 자체가 놀랍거나 새로운 건 아니고, 오히려 미스터리에서는 꽤 자주 다뤄지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소재를 어떻게 다루는가..가 진짜 작가의 역량이 아니겠습니까.. 쉽지 않은 개념을 아주 쉽게, 일타 강사 수준으로 머릿속에 주입시켜주면서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독자를 끌고가는 건... 그야말로 악마(같)네요.. 네... 




"문제작인데.. 너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문제작이라 문제다..."



이 작가님의 [명탐정의 제물]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진짜 좋아한다. 이 작품은 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는데, 나는 정말 극극극호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단순한 호불호를 넘어서 다소 허들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진짜 재미있게 읽었는데도 막상 주변에 추천하려고 하면 턱!하고 걸리는 게 있었다.


[엘리펀트 헤드]는 더욱 그렇다. 사실 이 책은 진짜 독해서 저도 읽기 힘들었거든요...(수차례 말했지만, 근데도 주변에서 잘 안 믿지만 은근 유리멘탈임) 그렇게 독한데, 그래서 안 읽기에는 너무 재미있는 게 문제다. 그렇게 독한데, 너무 친절해서 쉽게 술술 읽히는 게 문제다. 이 책을 추천하면 주변에서 나의 정서(?)를 의심할 것 같은데, 아니 그냥 이 작품 자체가 문제인데, 그래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게 진짜 문제다... 이정도면 마침표 하나까지도 의도를 가지고 찍은 거 아닌가 의심하고 싶을 정도로 치밀하고, 발상부터 전개까지 십자로에서 악마라도 만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다. 소설은 현실이 아니고 오로지 소설일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이 책이 주는 '지적 유희'에 푹 빠져서 전율할 수밖에 없는 결말을 느껴보시기를.......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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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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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서 행복한 일흔의 두 청춘!"



45년간의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드라이버를 손에 든 채 집을 나선 '데루코'와 복권 당첨금으로 입주했던 실버타운을 뛰쳐나온 '루이'. 데루코의 드라이버로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는 듯한 별장의 현관 잠금장치를 박살 낸 후, 그곳을 거점(?)으로 삼아 두 사람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집은 춥고, 돈은 점점 줄어가지만 그들의 일흔 살 하루하루는 함께 있어서 빛나고 행복하다!




"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감상에 적은 한 줄은 데루코가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며 남긴 쪽지 내용이다. 45년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는 문장 치고는 너무 짧지만, 그 안에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그간 데루코의 삶이 어땠는지, 왜 떠나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녀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까지. 그리고 그렇게 떠난 데루코는 쉽지 않아도 정말로 멋지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데루코의 중학교 동창인 루이도 마찬가지이다. 루이는 데루코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하고, 데루코는 자신이 해준 음식을 루이가 '맛있다'며 먹어주는 게 행복하다. 나에게 얼마 간의 시간이 남아있는지, 지금 있는 별장에 언제까지 머무를 수 있을지, 얼마 안 되는 돈과 적은 수입으로 언제까지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은 많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동안 살아온 70년이라는 세월이 쌓인 만큼 사정도 많고 사연도 많지만, 지나간 과거보다는 '미래의 나'를 꿈꾸는 그녀들의 당찬 발걸음은 뭉클함과 더불어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안겨준다. 어차피 45년의 결혼생활과 70년의 삶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벌써 일흔이니까, 무엇인가를 바꾸고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으니까.. 라고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오늘과 내일의 데루코와 루이는 없었을 것이다. 몇 살이 되든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에이, 지금은 이미 늦었어...'라는 말을 오늘부터는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다. 일흔도 늦지 않았다는 걸 두 사람을 보면서 너무 깊이 느끼고 공감했으니까.




"나의 일흔이 데루코와 루이 같기를..."



[데루코와 루이] 속 두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보면 뭔가 의외..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45년을 가부장적인 남편 옆을 묵묵히 지켜오던, 그래서 루이가 보기에는 그저 마나님 같았던 데루코가 별장 문을 드라이버로 고장 내고, 위험천만한 자금 마련(?) 계획을 실행하는 등 의외로 무모하고 대담하다. 실버타운을 박차고 나올 만큼 대범해 보이는 루이지만, 막상 나와서는 현실적인 고민과 걱정이 많고 의외로 멘탈이 약하기도 하다. 과거와 지금, 서로 다른 면을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면 어쩌면 그간은 그래야만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라면 그래야만 하는 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도 없다! 오로지 지금과 미래를 즐기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즐기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읽다 보면 즐겁고 행복하고, 또 한편으로는 뭉클하고 괜히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다.


단순히 두 사람의 모험 활극(?)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의외로 여러 복선들을 충실히 회수하며 생각지도 못한 결말을 안겨주는 미스터리적인 재미도 있었던 책 [데루코와 루이]. 읽기 전에는 '내 취향은 아닐 것 같지만 궁금하니까..'였는데, 읽고 나니 제법 내 취향인데다 여러모로 감명 깊은 책이었다. 무엇보다 '이렇게는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방향으로는 절대! 나아가지 않는 이 책의 흐름 자체가 너무 사랑스럽다. 누구보다 빛나는 일흔의 두 청춘을 응원하며, 나의 일흔이 데루코와 루이 같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언제고 시리즈로 두 사람의 여든, 아흔까지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일흔이라니. 연금 수령이 가능한 나이고, 실버타운에 입주할 정도의 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루이는 생각했다. 나이가 일흔이라도 실버타운을 때려치울 수 있고, 45년에 달하는 결혼 생활이라 해도 끝장낼 수 있는 법이다. 그 정도로 우린 살아가려는 열의로 가득하다.


"아직 한참 남았는걸. 못 할 게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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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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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계에서 손꼽히게 유명한 '쿡 가문'의 '로리 쿡'과 결혼한 '클레어'는 화려한 표면적 삶과는 달리 남편의 폭력과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


버클리대학 화학과 학생이었던 '이바'는 남자친구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마약을 제조했다 퇴학당한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나타난 '덱스'라는 남자의 제안으로 마약을 제조해 판매하게 되지만, 늘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꾸는 이들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 위해 향한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마주치고, 서로의 신원을 바꾸기로 결정하는데...




이 책의 장점은 두 시점의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는 점이다. 클레어의 시점은 두 사람이 만나기 조금 전부터 시작되고, 이바의 시점은 그보다 한참 더 전의 과거부터 시작해서 각기 다른 흐름으로 전개된다. 각자가 어떤 시간을 거쳐 만났으며, 만난 이후에는 또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평범하게 전개했다면 다소 심심했을 소설은 이런 구성으로 인해 독특한 매력을 안겨준다. 다만 후반에 이러한 흐름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살린 전개로 이어졌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또 긴박한 상황에 처해있을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독자까지 긴장하게 만들 정도의 심리 묘사는 좋았지만, 그 상황에서 두 사람의 행동이 처한 상황에 비해 다소 허술한 탓에 부분부분 몰입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웠고. 소설에는 나름의 반전도 있고,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긴 한데, 초반에 나를 의아하게 만들었던 복선의 의미, 그리고 이 소설의 결말이 주는 의미가 명확하게 와닿지는 않은 것 같다. 다소 자의적인 해석이 필요한 거 아닌가 싶은...(그래서 더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또 약간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도 있긴 한데, 덕분에(?)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응?? 으응??'하고 놀랐으니 대단한 책인 것 같기도 하다..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 아쉬움이 무색할 만큼 몰입해서 읽었다. 일단 영미 스릴러 치고 곁가지가 많이 없고, 그래서 가독성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또 클레어의 시점일 때, 이바의 시점일 때 각각 그녀들이 느끼는 긴장과 절망, 공포가 마치 내 것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앞서 그녀들의 행동이 너무 허술한 것 같다..고 하긴 했지만, 사실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나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게 결코 쉬울 리 없고, 계획과는 너무 다른 일들이 벌어질 때 당황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그녀들의 행동은 오히려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볼 수도 있다. 주변의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리고 그 결말에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이 들기도 했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그 문장의 의미를 생각하며 멍..하니 있다가 다시 책장을 앞으로 넘겨야만 했던 건 과연 나뿐이었을까? 아주 오랜만에, 다른 사람의 감상이 몹시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그녀는 위로의 말을 덧붙이거나 사고에 대해 설명해 주길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눈빛만으로 내 슬픔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 어떤 말도 나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만약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은 텅 빈 무대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처럼 허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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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 살인
혼다 데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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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출간되었던 <짐승의 성> 개정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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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고객센터 2024-08-14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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