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 전건우 장편소설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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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아 치는 폭풍우 속에서 경찰이자 프로파일러인 '최승재' 경위는 악마로 불리는 연쇄살인마 '리퍼'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최승재가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리퍼를 죽이려던 바로 그 순간, 번개가 떨어졌고 두사람은 함께 사망했다.


그리고 눈을 뜬 최승재는 더이상자신이 아닌, 살인 사건의 용의자 '우필호'의 모습이었다. 죽었다 살아난 것도, 경찰에서, 경찰에 쫓기는 자로 탈바꿈한 것도 당황스럽지만 그를 더욱 당황스럽게 한 것은 리퍼 역시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되살아났다는 절망적인 현실이었다.



"악마가 과연 흔적을 남겼을까요?"(중략)

"악마가 아니길 빌어야죠. 그래야 체포할 수 있으니까."



여타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환생'이 소재가 되면 보통은 현생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내세에서나마 이루게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나 추리소설, 미스터리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님 답게 함께 사망한 후 사이좋게 함께 환생하는 이들은 숙적이나 다름없는 경찰과 연쇄살인마 관계이다.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환생한 것이 아니라 사망하자마자 다른 사람, 그것도 방금 전에 죽은 사람으로 다시 되살아나 다시 한 번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승재는 시작부터 불리한 것이 원래대로라면 경찰로 온갖 정보에 손 쉽게 손이 닿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살인 용의자, 그것도 사망했다 영안실에서 되살아난 채 도주해서 경찰에 쫓기고 있는 신세이다.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경찰의 추적을 피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리퍼를 찾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단순히 '서로 대치 중이던 경찰과 연쇄살인마가 함께 사망한 후 환생했다!'가 아닌 이렇게 독특함이 가미된 설정이 소설을 한층 흥미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얇은 볼륨 덕분도 있겠지만, 일단 살짝 읽어볼까.. 하고 손에 들었더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환경에 대한 묘사, 감정에 대한 묘사 등을 최소화 하고 정말 사실 위주로 빠르게, 그것도 꽤나 롤러코스터 같은 전개를 보여주는 소설이라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달까? 환생이라는 소재 자체는 비현실적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듀얼]은 정말 현실적인 소설인데, 덕분에 답답함과 분노, 공감을 넘나드는 다양한 감정의 기복을 느끼며 꽤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왜 굳이 '그' 모습으로 환생해야 했을까..가 내내 궁금했는데, 단순히 스펙타클함을 이끌어 내기 위한 설정이 아니라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는 것, 그 이유까지 끌고가는 과정이 개연성 있게 느껴졌다는 게 인상적이기도 했고. 시작부터 예상할 수밖에 없는 엔딩 장면이 유일하게 아쉽긴 하지만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여태 읽은 전건우 작가님의 책들은 대부분 단편집 -혹은 연작단편집- 이었는데, 장편소설이 더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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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2 - 전2권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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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한적한 소도시인 '마운트플레전트'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피해자의 이름은 '알래스카 샌더스', 근처 주유소에서 일하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의외로 빠르게 용의자가 검거되지만, 뜻밖의 상황이 발생하며 사건은 그대로 종결된다.


2010년,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커스 골드먼'은 '해리 쿼버트 사건'을 함께 조사했던, 그리고 1999년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의 담당 형사였던 '페리'와 함께 다시 한 번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을 조사하기로 한다. 조사 과정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여러 사실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경악할 만한 진실을 향해 가게 되는데...



모두 자신이 불리해질까봐 두려워 침묵했고, 

그 결과 알래스카를 살해한 범인이 몸을 숨길 수 있도록 돕는 결과를 초래했다.



얼마 전 가제본 서평단을 모집할 때 '가제본은 소설 전체가 아닌 일부 내용만을 포함하고 있습니다'를 보고 고민했다. 조엘 디케르의 신작이라면 무조건! 먼저 읽고 싶지만 일부 내용만을 포함하고 있다면 어느 시점, 아마도 이 책이 가장 흥미롭게 '변주'를 시작할 그 시점에 타의에 의해 독서를 멈추는 일이 생길 거라는 것이었다. 과연 조엘 디케르의 책을 읽다 만 상태로 정식 출간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답은 'NO'였고, 결국 가제본 서평단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식 출간된 두 권의 책을 앞에 두고 흐뭇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을 때, 그리고 아마도 이쯤이 가제본 분량이 아닐까.. 싶은 부분에 다다랐을 때 나의 판단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절대로 그 시점에서 읽어나가기를 멈출 수 없다. 진짜 너무 재미있고, 너무 흥미롭고, 너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은 무조건! 두 권을 모두 갖추고 읽기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권을 다 읽은 시점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다음 권을 사러 나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소설은 현재인 2010년과 과거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인 1999년이 교차적으로 전개된다. 11년이나 지난 후에 사건을, 그것도 이미 종결된 사건을 다시 수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그만큼 전개 자체가 빠를 수가 없..어야 하는데, 지루하다거나 늘어진다는 생각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다. 분명 그 자체로 완결되었던 이야기에 아주 자그마한 단서 하나가 새롭게 밝혀지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고, 또 하나의 단서가 밝혀지는 것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되고.. 거의 1,0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서 수도 없이 뒤집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데 지루할 틈이 있을 리가.. 나를 지치게 만드는 영미 스릴러 특유의 장황한 심리 묘사를 정말 필요한 위치에 넣는 것 외에는 최소화 하고, 사실 위주로 써내려 간 소설인데, 심지어 그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치밀하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 '美쳤다..'였는데, 진짜 이 책은 재미도 미쳤고, 전개도 미쳤고, 복선도 미쳤다.. 도대체 이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빈틈없이 치밀한 책을 써낼 수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던지.



보통 시계열을 오가며 전개되는 책은 흥미를 유발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평범한 시계열로 늘어놓고 보면 평범한 이야기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그렇지 않다. 평범하게 놓고 봐도 흥미롭고 재미있을 이야기인데, 이를 가장 궁금증을 유발할 만한 방식으로, 아주 철저한 구성으로 뒤섞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책에서 손을 놓을 타이밍을 잡기 어려울 정도였다. 독자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작가의 능력이 정말 탁월하고, 1,000페이지에 달하는 볼륨 만큼이나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복잡할 수 있는 구성과 전개인데도 전혀 복잡하지 않게 느껴지는, 그야말로 독자에게 이해를 주입시키는 듯한 미친 가독성을 자랑한다. 이미 전작이 있는 책이지만 이 책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고,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히 전작들에 손이 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긴 말이 필요할까? 이 책은 재미있다. 진짜 재미있다. 엄청나게 재미있다. 모든 기억을 지우고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미친 재미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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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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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는 목각 인형> 숲속에 사는 사냥꾼 아저씨에게 쿠키와 포도주를 가져다 주고 가는 길에 '빨간 모자'는 꿈틀꿈틀 손가락이 움직이는 나무 인형의 팔을 줍게 된다. 팔에 펜을 쥐어주니 자신은 피노키오이며 억지로 서커스단에서 공연을 하고 있으니 구해달라고 적는다. 피노키오를 구하러 '엄지 서커스단'을 찾은 빨간 모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살인 사건! 더군다나 빨간 모자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되고, 심지어 사건의 목격자는 피노키오의 머리인데...



"머리는 빨간 모자의 범행을 증언하지만 오른팔은 무죄를 증명한다? 

범행 목격자와 부재 증명의 증언자가 동일하다니,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고!"



서양 동화를 소재로 하는 이번 책은 아무래도 일본 전래동화를 소재로 하는 1,3권에 비해 국내 독자들에게도 훨씬 익숙하고 가깝게 느껴질 텐데, 아니나 다를까 <피노키오>, <엄지 공주>, <백설 공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브레멘 음악대>, <아기 돼지 삼 형제>에 이르기까지 온갖 익숙한 전래동화가 쏟아진다. 그것도 이야기 하나에 전래 동화 하나씩 짝을 지어 등장하는 게 아니라 여러 동화들이 절묘하게 결합해서 등장한다. 설마하니 '피노키오'를 억지로 공연하게 만드는 서커스단의 단장이 작고 귀여운 '엄지 공주'라니!? 이처럼 평범한 사람이라면 상상도 못할 콜라보 그 이상의 콜라보를 만날 수 있는 게 바로 [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이다.



사실 동화와 미스터리의 결합은 이제는 낯설지 않은 시도인데, 그럼에도 이 시리즈가 유독 돋보이는 건 '동화'라는 것을 '특수 설정 미스터리'로 완벽하게 탈바꿈 했다!는 것에 있다. 단순히 '빨간 모자'가 탐정이 되어서 전래동화 속 인물이 범인 혹은 피해자가 되는 것 뿐만 아니라 굳이 '그' 동화를 가지고 와서, '그' 인물을 등장시켜서, '그' 설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말 절묘하게 활용한다. 이번 책에서는 복선이 한결 눈에 띄고 진상을 알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아 '좀 쉬운 미스터리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보여도 되는 복선은 적당히 눈에 띄게 배치하고, 정말 숨기고자 하는 건 절묘하게 그 뒤에 감춰두어서 정말로 스쳐 지나갔던 설정 하나하나가 퍼즐처럼 맞춰질 때의 쾌감은 여전했다. 이게 아오야기 아이토지..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전래동화를 소재로 한 재미있는 책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이만큼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책은 거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기발하기'만'한 게 아니라 그 기발함이 절묘한 트릭으로 이어져 감탄할 만한 반전을 이끌어 내는 자체가 너무 흥미롭다. 무엇보다 그런 소설을 이렇게 술술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정말 놀랍다. 받은 날 다 읽을 수밖에 없었던 페이지터너 소설 [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 과연 이 시리즈가 다음에는 또 어떤 전래동화를 비틀고 쥐어 짜서(?) 상상도 못한 기발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또 한 번 오랜 기다림이 벌써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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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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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을 내지 못해 대학을 휴학하고 큰아버지가 운영하는 '스고 서점'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한 '요시미츠'. 어느날 스고 서점에 '가나코'라는 여성이 '카노 코쿠뱌쿠'라는 필명으로 쓴 짧은 소설이 실린 잡지를 찾는다며 방문한다. 마침 얼마 전에 매입한 잡지에서 해당 소설을 발견한 요시미츠는 가나코에게 이를 판매하고, 가나코는 사실 카노 코쿠뱌쿠의 소설은 총 다섯 편이며, 남은 네 편을 찾아줄 것을 서점에 의뢰한다. 결말이 없는 '리들 스토리' 다섯 편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요시미츠는 이 이야기들이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책을 읽기 전에 '추상오단장'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먼저 찾아보았는데, '추상(追想)'의 한자로 보아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이라는 의미인 듯 하니, 이 제목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해 보는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이 다섯 편의 짧은 리들 스토리를 쓴 작가 카노 코쿠뱌쿠는 의뢰인인 가나코의 아버지 '키타자토'이고, 이 이야기들은 그가 아직 젊었던 때 겪었던 사건, 일명 '앤트워프의 총성'이라는 자극적인 이름으로 불렸던 그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묘한 의문을 남긴 채 종결되었던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키타자토가 결말이 없는 짧은 다섯 편의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가나코가 지금에 와서 아버지가 쓴 이야기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증을 가진 채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추상오단장]은 기본적으로 요시미츠가 카노 코쿠뱌쿠의 단편이 실린 책 혹은 잡지를 찾아다니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실제로 다섯 편이 모두 있는지 없는지조차 확실치 않다보니 사막에서 바늘 찾는 수준으로 전개가 지지부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단편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수월한 편이다. 그렇다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것을 찾아나가는 과정 그 자체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소설을 한 편 찾아내면 전문을 읽을 수 있는데 그 자체로 이야기가 그렇게까지 흥미로운 것도 아니다. 다만 이 단편이 실린 책 속에서는 완결되지 않은 채 의문을 남겼던 리들 스토리가 가나코가 가지고 있는 '단 한 줄'의 결말로 완벽하게 닫힌 결말이 된다는 사실은 나름대로 인상적이다. 그리고 일견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어보이고, 한 줄을 더하면 그저 평범한 한 편의 이야기가 되는 이 '단장'이 과연 과거의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이 모든 퍼즐을 만들어 낸 카노 코쿠뱌쿠에, 나아가서는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치밀함에 감탄하게 된다.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는 국내에서도 '고전부 시리즈'로 인지도가 높고 이 시리즈 자체가 상당히 인기 있는데, 나는 가벼운 청춘 미스터리보다는 좀 더 묵직하고 숨기는 게 많은 소설을 좋아해서 그런지 [추상오단장]의 트리키함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고, 지금에 와서는 조금 가볍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찌 보면 저마다의 나름대로 깊고 무거운 사정이 있음에도 가볍게 술술 읽히는 책을 쓰는 게 작가의 능력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절판 및 프리미엄으로 아직까지 이 책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선물 같은 책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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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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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절벽 한 쪽이 크게 무너진다. 그로 인해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있던 저택, 지금은 '펜디잭 호텔'로 운영 중이며 총 스물 네 명이 머무르고 있었던 그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시각, 호텔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생존자들은 충격으로 횡설수설 해서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간을 일주일 전으로 돌려 사고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 보기로 한다.



"난 순교자인 게 좋았어요. (중략) 자신을 희생하며 우월감을 느끼고 싶었던 거예요."



띠지의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한 단어 덕분에 나는 당연히(?) 이 호텔에 묻힌 사람들 중에는 단순히 사고가 아닌 살인사건의 피해자도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읽어나갔는데 이 소설은 그런 류의 추리소설은 '결코' 아니었다. 어찌 보면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아주 '일상적으로' 흘러간다. 휴가 동안 호텔을 찾은 가족들, 그리고 그 호텔을 운영하는 가족들과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 역시 속마음은 어떻든 간에 평범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하며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당시 영국 사회의 미묘한 계급의 사람들이 여럿 모이다 보니 아무리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려고 해도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원래 가지고 있었던 마음 속의 부정적인 감정, 평소와는 다른 공간에서 평소와는 다르게 오가는 상호 작용은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자리하고 있었을 균열을 때로는 키우고, 때로는 메워간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모여서 결국 이들의 생사까지 갈라놓게 된다.



"못된 사람은 몇 명뿐이지만, 그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지옥으로 몰아가고도 남아요."



사실 이 책은 종교적인 이야기를 포함해 은유적이고 비유적인 표현도 많고, 난해하거나 심오한 부분도 없지 않아서 가볍게 술술 읽히는 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특히 어떤 '사건'이 벌어지기를 기대하며 손에 든, 평소 영미 스릴러의 장황함을 견디지 못하는 내가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수월한 책은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 자신은 알지 못했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각자의 선택을 만들어 낸 것이 모두와의 상호작용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나 흥미로운 결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지만 의외로 복잡하지 않았고, 제법 무거운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가볍고 유쾌한 부분도 없지 않은 희한한 책. 그대로 연극 무대에 올리면 꽤나 흥미로운 연극이, 한국에서 드라마로 만들면 꽤나 화제성 있는 막장 드라마가 되어줄 것 같은 독특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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