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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아파트에 삽니다
김도요.이광식 지음 / 사회복지법인 동행 / 2021년 11월
평점 :
① 감상평과 느낀점
지금 장애인 복지현장은 탈시설화가 이슈다. 그러기에 이 책이 더 눈길이 갔었다. 언젠가 우리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도 지역사회에서 일반 거주 형태로 살아갈 날이 멀지않았다. 아직은 막연하다. 다만, 이곳에 있는 장애인들이 당황하지 않고 시행착오를 덜 겪길 바라는 마음에 내 마음도 조급하다.
이 책은 사회복귀를 위해 장애인들과 사회복지사가 겪는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마치 곧 우리 시설에게 일어날 수 있는 과정들을 미리 보기 하는 느낌이었다. 우리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과 비슷하여 공감되고 그 모습들이 그려진다.
장애인의 사회통합은 장애인의 하겠다는 의지와 사회복지사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이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구조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체장애인에게는 홀로 다닐 수 있는 경사로 설치되어 있어 보행이 자유로워야 하며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적장애인에게는 활동보조인을 당사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구조이어야 한다. 결국 모든 유형의 장애인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완벽한 준비가 이루어져야만 탈시설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비장애인도 완벽한 독립을 준비가 된 상태로 홀로서기를 하지 않듯이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이 준비해야 할 것은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연립이다. 사람은 장애 유무를 떠나 함께 살아가야하는 존재이다.
좌충우돌을 겪고 있는 이 책의 주인공들인 장애인과 사회복지사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② 마음에 남는 글귀
63쪽
전화를 받은 직원은 전화가 끊기고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이렇게까지 심할 줄은 몰랐다. 강아지보다 장애인을 먼저 의심하다니.
복도에 강아지 오줌을 누인 사람.
그 오줌을 장애인이 쌌다고 민원을 넣은 사람.
그 민원을 동백원에 전한 관리사무소 직원.
그 모두가 미웠다.
동백원에서 생활할 때도 아무 곳에서나 소변을 보는 장애인은 없었다. 인지능력이 아무리 낮아도 끊임없이 반복된 훈련과 교육을 통해서 대소변 처리는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왔다. 화장실 가는 길에 실수를 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고, 어쩔 수 없이 기저귀를 차는 사람도 있었지만, 혼자서 아무 곳에나 오줌을 싸는 장애인은 없었다.
더군다나 아파트로 이사 온 사람 중에는 소변을 아무 곳에서나 보는 사람은 없었다.
72쪽
원장님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우리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데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표정을 짓던 손님이 대뜸 "장애인이랑 같이 살면 무섭지 않아요?" 했다. 거울에 반사되어 날아오는 날카로운 그 말에 직원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런 질문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동백원에시 십 년 넘게 근무했지만 징애인과 같이 살면 무섭지 않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장애인과 같이 사는 것이 무섭냐는 생각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먼저 민현 아저씨를 살폈다. 못 들었는지 못 들은 체 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런 표징의 변화도 없이 그저 앞만 보고 있었다.
숨을 고르면서 대답할 말을 찾았다.
이 손님의 장애인에 대해 인식을 바꿔주는 것도 동행 빌리지 직원의 임무로서 중요한 일이었다.
85쪽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어울려 살아야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은 낯선 존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공존하지 못하고 서로 떨어져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다. 그렇기에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은 더더욱 낯선 존재, 부정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기분이 좋으면 뛰어 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은규 씨를 무서워하기보다 ‘좋은 일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발달 장애인의 행동에 대한 낯선 시선을 거둘 수 있으려면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87쪽
아침마다 해안도로를 뛰는 아저씨가, 아파트 놀이터에 모여 노는 동네 아이가, 교복을 입고 등교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이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풍경이듯, 기분이 좋을 때면 소리를 지르며 빙글빙글 도는 은규 씨도 그런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의 특별한 시선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익숙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동행빌리지는 낯설음을 익숙함으로 만들고자 지금도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중증 장애인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여질 때까지.
135쪽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중증 장애인에 대해 물으면, 백이면 백 ‘돌봐줘야 할 사람’이라고 말한다. 가족과 상담할 때도 대부분의 가족은 “그냥 건강하게 잘 돌봐주세요'라고 한다. 시설에 맡겨두었으니 알아서 돌보라고…….
그냥'이란 말에는 꿈이나 희망이 없다.
그러나 중증 장애인이라고 해서 그냥 돌보기만 할 수는 없다.
180쪽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단순히 돈을 버는 목적을 넘어서 사회와 단절되지 않는 끈이다. 시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배 안 고프고 편하게 살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은 어울려 살아아 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직원은 앞으로도 조그만 일거리라도 만들거나 지속적으로 취업의 문을 두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 사회에서 '내 일'을 가지고 좀 더 당당하게 '나의 삶'을 꾸려나가는 농행빌리지 가족들이 될 수 있도록.
206쪽
시설의 역할은 이런 것이다. 단지 장애인들이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하는 곳이 아닌, 장애인과 그 가족의 꿈과 행복을 함께 지켜주는 곳.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