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 본격 식재료 에세이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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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점

 이 책은 <한국일보>에 ‘세심한 맛’으로 연재한 것을 엮어서 만든 책이다. 건축가 출신이자 번역가에서 음식 평론가라는 이력이 특이하다. 이 책에서는 요리의 레시피가 아닌 60여 가지의 식재료에 대한 에세이다. 향신료, 채소, 육류와 해산물 등 식재료의 약간의 조리법, 고르는 법, 재료 보관법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111설탕이 올리고당보다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맛의 개선을 위한다는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선이 신선하였다. 책 속에는 식재료들을 설명하면서 간간이 레시피가 소개되어있다. 그중에 홍합 조리법을 읽었을 때는 그 맛이 궁금하여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삼겹살과 상추 그리고 깻잎을 삼각관계로 표현하는 등 책 중간, 중간 작가의 재치 있는 문장들에 웃음이 나왔다.


 나는 맛난 음식을 찾아 먹으려 다닐 만큼 좋아하지만, 요리를 잘하지 못하여 남편이 전담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식재료는 그저 식재료에 불과했다. 이제는 마트나 시장에 가면 식재료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가 일러 준 대로 수박을 고르고 채소를 고르는 내가 어색하다. 예전에는 음식 솜씨가 좋은 사람이 요리를 만들면 맛있는 그것으로 생각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것부터가 맛난 음식이 되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식재료의 개론서 같은 이 책은 재료들의 특징들을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먹는 용도에 따라 같은 식재료라도 다르게 고르는 팁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42쪽

끼니의 단맛은 줄이되 건강보다는 맛의 개선을 위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설탕, 즉 백설탕은 맛의 세계에서 대체자가 없음을 숙지 및 인정하고 ‘적절히 쓰기=잘 쓰기’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51쪽

제품을 고를 때는 원료의 목룍이 최대한 짧은 것을 사는 게 맛과 상관없이 마음 편하다. 온갖 첨가물이 난립하는 세상이다 보니 영어 문화권에서는 ‘직관적으로 발음할 수 없는 원료가 들어간 식품은 사지 말라’는 말이 통한다.


53쪽

음식 맛이 어딘가 모르게 밍밍하다면 소금보다 식초가 필요한 상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식초를 잘 쓰면 음식을 표정이 화사해지며 균형이 맞아 소금의 사용도 줄일 수 있다.


57쪽

흔히 감칠 맛을 외식의 맛이라 생각해서 집에서는 배척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집 밖의 음식이 재료와 맛과의 조화를 등한시하고 감칠맛에 지나치게 의존하려 들어 문제일 뿐이지, 감칠맛을 잘 다룰 수 있다면 음식의 맛을 휠씬 더 만족스럽게 다듬을 수 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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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 - 한국에서 10년째 장애 아이 엄마로 살고 있는 류승연이 겪고 나눈 이야기
류승연 지음 / 푸른숲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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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 점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 그리고 가족 이야기이다.


 나는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고 직장에서는 책에서 나오는 장애 아이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얼굴 보면 산다. 그렇기에 공감 가는 부분도 있고 장애 부모의 삶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사회가 장애 특성을 그대로 받아주므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점에서는 당사자로서, 사회복지현장에서 이 책의 작가로서 느끼는 점은 똑같았다.


 예전에는 장애인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바뀌었다. 학대당하고 사는 부모 밑에서 사는 것보다 시설이나 그룹홈에 사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장애인이 어디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작가에게 말하고 싶다. 장애인 시설이 갈 곳이 없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 아님을 작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때리는 활동 보조인이 있듯이 장애인 시설 역시 장애인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회복지사가 있다는 사실이다. 장애인이 살아가는 장소가 문제가 아닌 기본이 안 된 사람은 어느 곳에나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 다닐 때 복지관 언어치료실에서 2년간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다. 화장실에서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바지에 오줌을 싸냐"라고 장애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붙들며 울고 있었다. 아이의 표정은 아무 감정이 없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 볼일을 보지 않고 다시 나왔던 기억이 난다. 장애 아이가 어릴 적 여러 치료센터, 학교에 다닌다. 그 시간 동안 엄마는 내 아이가 장애 정도가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 시설에 입소하는 유형이 두 가지이다. 졸업 후 갈 데가 없어서이거나 부모님께서 나이가 드셔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다. 장애인 경우, 성인기에는 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너무나 적다. 대부분 장애 아이를 위해 그동안 쏟은 엄마의 인생과 헌신은 보람은 사라지고 희망은 무너진다. 국가는 장애인을 위한 생애 주기별 시스템은 갖춰놓지 않았다. 그게 욕심이라고 해서 양보를 해도 장애인을 케어하는 몫은 가족에게만 있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로 인해 엄마들은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가정 보육으로 힘들어한다. 코로나로 인해 겪는 고충을 장애 아이 엄마는 일평생 겪는다. 너무 불공평한 현실이다.


 '장애인이라 취업 못 하고, 학교를 못 다닌다’가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하면 사회에 구성원으로 편입시킬 건지에 대한 기본적인 사고가 변해야 한다고 본다. 그 생각만 바꿔도 홍콩처럼 발달장애인도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다.


나는 개그맨 장**을 싫어한다. 그가 유튜브에서 지체장애인의 어눌한 발음, 몸짓을 따라 하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자신이 재미로 한 소재가 누군가에는 상처가 됨을 모르고 쉽게 하는 행동하였다. 큰 이슈는 되지 않았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나왔다. 이런 것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장애인 당사자가 가족이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된다.


 작가의 아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장애로 인해 제한되는 범위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나도 작가도 해야 할 일이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53쪽

한 달 2백만 원 이상은 투자해야 자식이 사람 구실을 한다고 했다. 어쩌면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안 가본 길이니 장담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난 치료 과목 수를 줄이고 더 많이 돌아다니는 걸 택한 지금의 방식을 후회하지 않는다. 적어도 아들이 더 행복해졌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64쪽

2인자, 비장애 형제자매들의 현실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그들이 보기에 부모의 관심은 언제나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의 몫이다. 반면 양보는 언제나 자신들의 몫이다. 이 얼마나 부당한 관계란 말인가! 부모의 관심을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매사에 모든 것을 이해하고 양보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라니.


84쪽

장애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난 “아…… 동환이랑 같은 반 엄마세요? 우리 아이 때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내 잘못이었다. 첫 번째 시행착오였다. 엄마인 내가 고개 숙인 죄인으로 지낸 것. 언제나 고개 숙인 죄인이자 저자세로 일관하는 장애 아이 엄마, 심지어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똘똘 뭉친 한 엄마조차 “너무 그렇게 저자세로 하지 않으셔도 돼요”라고 충고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런 내 행동이 같은 반 엄마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저자세로 일관했던 내 행동은 우리 아들을 위험인물로 낙인찍는 데 일조를 해버렸다.


85쪽

유일한 학부형으로 소풍을 따라가서 아이들과 하루를 지내보니 더욱 잘 알게 된다. 평상시 우리 아들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말썽꾸러기인 사내아이들이 많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말썽꾸러기 사내아이 엄마들은 나처럼 고개 숙인 죄인으로 살지 않았다. 나만 그렇게 살았다. 내 스스로가 내 아들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에 너무 매몰돼 필요 이상으로 남을 의식하며 고개를 숙인 채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내 아들이 한 일만 필요 이상으로 확대 해석되었다.


136쪽

“동환아, 그냥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도 괜찮아. 엄마는 동환이를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니까 이제 괜찮아. 그냥 깨어나지 않아도 돼, 이런 세상에서 더는 살지 않아도 돼. 다 괜찮아. 엄마는 이제 괜찮아. 그러니까 깨지 않아도 돼.”

사랑하는 자식이 죽기를 바라고 그런 자식과 함께 나도 죽어 없어지기를 바라는 나날들.


179쪽

많은 경우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발달장애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곤 한다. 주변의 ‘시선’을 감당하지 못한 부모들이 아이를 강제로 제압해 그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다음번에 같은 상황이 오면 또 같은 행동을 한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불편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관람객을 위해 완력을 써서라도 민망한 상황을 모면해야 할까? 부모가 아이를 들쳐 업고 사라지는 것으로? 아니면 무언의 양해를 구하고 아이가 배울 기회를 만들어줘야 할까?(중략)

발달장애 아이들의 '터지는 순간'은 자라면서 점점 줄어들다가 없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을 1년이라도 단축하려면 이 아이들이 배울 기회의 장이 일상 속에서 자주 제공되어야 한다.


188쪽

특수교육의 목표가 ‘비장애인 중심 사회로의 편입’이기 때문에 비장애 아이들과 같은 내용을 공부해야 한다고 설명하지만, 나는 왜 장에 아이들이 비장애 아이들과 같은 과목을 배우는지 납득이 안 간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로 편입’되기 위해서라면 특수교육은 장애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회성과 일상생활 기술 습득을 목표로 해야 하는 것 아닐까?


191쪽

비장애인에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면, 장애인에게 행복은 발달순이 아닐 게다.


193쪽

문득 아들이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했던 때가 생각난다. 아들을 바라보는 낯선 시선에 당황하는 내게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동환이가 학교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동환이에게 적응할 시간을 좀 주도록 해봐.”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불쌍한 내 아들이 그들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지 그들도 내 아들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미처 깨닫지 못했다.


208쪽

우리를 바꾸려 하지 말고 그냥 응원하는 눈빛으로 지켜만 봐주세요. 특히 아이를 시설에 보내라는 말은 금기어입니다. 저도 여러분의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라는 말을 하지 않듯 말입니다.


229쪽

‘비장애인 중심 사회로의 편입’이 목표라면 비장애 아이들과 똑같은 교과과정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사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의 일상생활 자조 기술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를 졸업한 뒤 비장애인 중심 사회로 무리 없이 편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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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안 돼요 - 엄마 아빠 1학년 때 이금이 저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서지현 그림 / 밤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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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아파요>에서 민호가 아픈 친구를 위해 공중전화를 이용해 전화를 거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왜 학교에 공중전화가 있는지?" 물었다. 핸드폰을 소지하고 다니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생소한 이야기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은 후 아이들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ㄴㄹ는 보석을 캐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다이아를 캐는 광부가 유치원 때부터 꿈이었다. 보석을 캐어도 자신이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지난번에 알려주었다. 그 후 보석가게 주인으로 바뀌었다. ㅁㄹ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다가도 바빠서 자유가 없을 거라고 포기하였다. 워라밸을 꿈꾸는 녀석이군. 그러다가 아빠의 월급을 물어보더니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고 하다가 결국 아직은 고민 중이라고 말한다. ㄴㄹ가 "엄마는 어릴 때 꿈이 뭐였는지?" 물어본다. 선생님, 화가, 소설가 등등을 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어릴 적 학교에서 분필을 훔쳐 와 친구와 장롱을 칠판 삼아 선생님 놀이를 한 기억이 떠올랐다.

<내 마음대로 안 돼요>에서 정아가 햄스터를 사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내용이다. 나도 초등학교 다닐 때 교문 앞에서 파는 병아리 다섯 마리를 사 왔다. 다행히 병아리는 건강하게 잘 자랐다. 병아리에서 닭으로 넘어가는 과정까지 자랐다. 삐악삐악 소리가 우렁차지자 옥상으로 집을 옮겼다. 혹시나 몰라 입구를 큰 돌로 막아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옥상으로 병아리를 보러 갔지만 한 마리도 없었다. 엄마 말로는 짐승이 잡아먹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좀 시끄러워도 집에 두었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면서 대성통곡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랑 결혼할래>는 민호가 선생님과 결혼하기 위해 엄마 가방을 훔쳐서 선생님께 드리는 내용이다. 아쉽게도 나에게는 이런 에피소드는 없었다. 아이들에게 유치원 때 결혼하고 싶은 선생님이 없었는지? 물었다. 아이들은 본인이 어른이 되면 선생님은 할머니가 된다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너무 현실적인 아이들이군……. 얘들이 낭만이 없어! ㄴㄹ가 급 질문을 했다. “엄마, 나랑 결혼할 여자를 못 만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였다. “안 해도 되고, 엄마랑 하자”라고 말하니 “그건 싫다"라고 한다. 엄마는 너의 이상형이 아니구나. 내 눈 작다고 지적할 때 알아봤어야 했다. 새삼 남편에게 고마워진다.

<미리 쓰는 일기>를 읽으면서 나 또한 일기 쓰기가 곤혹이었다. 내용을 채우기 위해 글자도 크게 쓰고 말을 늘려서 쓰는 꼼수를 부리었다. 내용보다는 나는 날씨를 쓰는 게 힘들었다. 그날이 비가 왔는데 맑음으로 썼다가 선생님에게 벼락치기로 일기 쓴 게 걸릴까 봐 조마조마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도 일일이 기억하지 못했을 건데 말이다.

『내 마음대로 안돼요』는 분명 저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내가 더 재미있게 읽었다. 읽는 내내 어린 시절이 계속 떠올라 추억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도 학교생활하면서 좋은 추억들이 쌓이길 바란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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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 나는 나는 1학년 이금이 저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서지현 그림 / 밤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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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점

 

  아이들에게 엄마의 학교 다닐 적 이야기도 하면서 매일 한 챕터씩 읽었다. 처음에는 글밥이 많다고 투덜거렸으나 나중에는 집중에서 들었고 줄거리를 물어보자 곧잘 대답하였다.

책 내용 중에 ‘주운 사람이 임자’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 역시 초등학교 때 저금하려고 가져간 돈을 잃어버렸다. 선생님은 나에게 관리소홀이라고 혼이 났다. 그날 범인은 나오지 않았다. 며칠 후에 범인이 나왔지만 선생님은 그냥 지나가셨다. 친구가 내 가방에 손을 대었고 들키지 않으려고 화분 받침대에 숨겨 두었다. 지금 생각해도 억울하다. ‘가방에 둔 것이 관리 소홀인가?’ 그 당시 선생님이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훔친 자는 벌 받지 않고 나만 매 맞은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자 아이들이 “엄마, 억울했겠다”하며 위로를 해 주었다. 그 한마디로 31년 전에 분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은채는 모둠활동 시간에 과자를 가져오지 않겠다는 민찬를 위해 과자를 따로 준비하는 모습에서 어린 시절 한 친구가 생각났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 아이는 늘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 사정을 알게 된 문구점 아주머니는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 아이의 도시락을 싸 주셨다. 도움 주는 아주머니는 보상을 바라지 않으셨고 그 친구도 자격지심으로 거절하지도 않고 고맙게 받았다. 그들의 관계처럼 사회가 굴려 가면 좀 더 너그러운 세상이 아닐까 싶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서 이런 너그러운 관계를 배워나갔으면 좋겠다.

이 책은 아이들이 학교 생활하면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미리 이야기 해봄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요즘 아이들 학교생활 이야기도 나누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이 책 제목처럼 ‘너희들만 미워하는 것 같니?’ ‘좋아하는 것 같니?’라고 물었다. 아이들은 의심하지 않고 선생님은 좋으신 분이라고 대답하였다. 나 또한 아이들 담임선생님과 대화를 하면서 직업으로 선생님을 하시는 게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 마음이 나와 아이들에게 똑같이 느껴져서 다행이다. 아이들은 유치원 다닐 때 보다 지금이 더 재미있다고 하였다. 나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이 입학할 당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잘 적응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아이들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신이 오해할 수도 있구나!를 가르쳐 주기도 하는 책이다. 저학년 아이들과 부모님이 같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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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법이 될 때 - 법이 되어 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한 변론
정혜진 지음 / 동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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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감상평과 느낀 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은 틀린 것 같다. 사람이 죽어도 여전히 사회는 개선되지 않은 채 돌아간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야만 법이 통과되는 나라, 기득권 층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아픔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 보다. 기득권층은 아파보지 않았기에 국민들의 슬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결여되었다. 마치 나를 보호해 줄 나라가 없는 것처럼 국민들은 나라의 지도자층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첫 장부터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다. 특히 아이들이 젊은이가 목숨을 잃는 대목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마치 큰 돌덩이가 나의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희망과 미래가 꺾이도록 세상을 방관한 어른으로서 미안하였다.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법이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이 약간 불편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법을 만드는 과정을 반대하고 만들어진 후에는 유가족을 비난한다. 특히 민식이 법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여과 없이 드려났다. 우리가 학교 앞 횡단보도를 조금만 서행하므로 목숨을 살리는 일이라면 기꺼이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자식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고, 목숨을 담보로 일터에서 일한다면 적극적으로 법을 만드는 일에 동참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나와 상관이 있던, 없든 간에 사람을 귀히 여기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유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가족을 잃은 슬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지키는 법을 만드는 것에 앞장서 주셔서 감사드린다.


② 마음에 남는 글귀

8쪽

직장에서 친구가 된 둘이 나눈 이야기는 늘 하나였다. “우리 잘릴까?” 마지막으로 함께 밥을 먹을 때 김 군이 한 말도 이것이었다. “아무래도 나 잘릴 것 같아.” 그래도 김 군은 언제 같이 여행을 가자는 말도 했다. 김 군의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늘 잘릴까 아닐까 그런 이야기만 했지 뭘 좋아하는지, 최소한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이야기를 못해 보고 살았어요. 그게 가장 후회돼요.” 김 군의 친구는 김 군이 죽은 후에도 계속 김 군에게 전화를 했다.


213쪽

김관홍은 스스로를 '노가다', '막일하는 사람'으로 불렀다. 대부분의 사람처럼 법이나 제도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잠수사들의 선의가 짓밟히는 현실이 그를 바꾸어놓았다. 목소리


214~215쪽

“저희가 간 게, 양심적으로 간 게 죄입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타인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오. 정부가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저는 잠수사이기 전에 국민입니다. 국민이기 때문에 달려갈 거고, 제 직업이, 제가 가진 기술이 그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간 것뿐이지, 국가 국민이기 때문에 간 거지 애국자나 영웅은 아네요…


218쪽

그들의 변명처럼 '법대로' 한다면 잠수사들이 그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으로 들어갈 이유도, 다칠 것을 알면서 하루에 서너 번씩 잠수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니 '법대로' 한다면 후유증이 뻔히 보이는 일을 거절했어야 했다. 잠수사들이 마음으로 한 일을 정부는 법으로 판단했다.


219~220쪽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어려운 사람을 돕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희생하는 국민을 격려하기 위해” 국회가 처음 만든 상이었다. 국가가 스스로 ‘자랑스러운 국민'이라고 해놓고는 그 이름을 딴 법은 국회에서 몇 년을 묻혀 있었다. 자신의 안위 대신 양심과 공동체를 선택한 한 시민에 대한 국가의 예우는 그렇게 간신히 지켜졌다.

만일 그가 살아서 자신이 ‘자랑스러운 국민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법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도 그는 탐탁찮아 했을 것 같다.(중략)

그래서 잠수사들이 ‘함께’ 292명을 수습한 것이나 상을 주려면 잠수사들에게 ‘함께’ 줘야 한다고, 법에 이름을 붙여 그 희생을 가리고 싶다면 잠수사들의 이름을 ’함께‘ 불러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김관홍 법이 아니라 세월호민간잠수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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