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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 최신 신경생물학과 정신의학이 말하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폴 콘티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2년 6월
평점 :
1. 감상평과 느낀 점
폴 콘티는 동생의 자살이 계기가 되어 정신과 전문의가 되었다. 트라우마를 비롯한 감정, 기분, 정서 등 용어 정리를 적절한 예와 사례 등을 통하여 잘 설명해 두었다. 트라우마는 바이러스와 같고, 자기 돌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트라우마는 사람마다 정도의 깊이는 다르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애써 숨기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는 그 속에서 매몰되어 갇혀 있기보다는 폴 콘티 말대로 주변 사람들, 명상, 전문의에게 적극적으로 도움받기를 권한다.
나 또한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있다. 그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약간만 틀어지는 낌새가 느껴지면 초반에는 분노를 표출했다. 갈등이 싫어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이 나를 싫어해서 떠날까 봐 겁을 먹고 미리 도망간다. 대화로 상대방과 이야기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전히 그 과정이 어렵다.
지금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섭섭함이 느껴지는 지점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것이 어릴 적 나의 트라우마에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어린 시절 아픔을 외면하기보다는 나 스스로가 보듬어주고 돌보기 시작한 시기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아직도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하였기에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폴 콘티는 트라우마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들이 자기 동생처럼 잘못된 선택이 아닌 한 사람이라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함이 이 책에 드러나 있다.
③ 마음에 남는 글귀
11쪽
트라우마가 어느 한 계층의 문제만이 아니고, 인간의 문제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치유를 믿는다.
38쪽
과거 연인과의 관계에서 신체적으로 폭력을 겪은 사람이 신체적 학대가 거의 확실한 관계의 불구덩이로 다시 뛰어드는 상황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여러 번 목격했다.
52쪽
사람들이 만성 트라우마에 갇히면 스스로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또는 더 좋은 삶을 살아갈 자격이 없다고 철석같이 믿게 되기 때문이다. 때로 더 나은 삶을 생각하기만 해도 잔인한 조롱이 들려오는 것 같아 어떻게 하는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뺏길 게 뻔하다는 이유로 바로 앞에 놓인 음식을 먹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100쪽
아이들은 부모나 돌보미가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가해자에게 다시 돌아갑니다. 그러면 가해지는 이렇게 말하죠. “다시 돌아온 걸 보니 너도 이걸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아이들은 ‘다 네 잘못’이라는 말을 들어요.
102쪽
어린아이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도망칠 수 있겠습니까? 이보다 덜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한 아이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평균 여덟 번은 말해야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중략)
한 아이가 대략 여덟 번이나 도움을 청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성폭력 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걸 믿지 않기 때문이죠. 가해자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하고, 이 때문에 많은 가해자가 아이들에게 믿음을 주고 접근할 수 있는 성직자와 코치 같은 직업을 택합니다. 아이들이 성직자나 코치, 아니면 청소년 캠프 지도자에게 성폭력을 당한다는 것을 누가 고 싶겠습니까? 게다가 이런 사건의 가해자는 바로 가서 아이들을 학대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아이 및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부모와 돌보미들이 자기 아이를 해친다는 의심을 하지 못하도록 하죠.
104쪽
우리에게는 원초적 트라우마와 후속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예컨대 사회에서 믿어주지 않아서 생기는 트라우마 또는 학대를 받았던 기관에 다시 보내져 폭력 사건이 반복되면서 발생하는 트라우마가 있는 거죠.
이런 아이들은 그 어느 곳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메시지를 받게 돼요. 가해자와 있으면 분명 안전하지 않지만, 자기들을 보살펴주면서 나쁜 기미가 없나 살피고 자기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줘야 하는 어른과 함께해도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요. 따라서 방치의 트라우마가 더해지고 극단적 형태로 방치된 상태에서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118쪽
“어릴 상처에서 치유될 필요가 없도록 아이들을 키우자.”
“적어도 도움이 되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도록 해야죠. 안 좋은 일이 발생할 때 즉시 가동되는 시스템 말입니다”
207쪽
트라우마가 생기면 우리는 이런 가치를 비틀어버리게 되는데, 트라우마가 우리의 가치를 왜곡하고 이런 왜곡된 가치를 다른 사람들, 특히 우리와 다르고 연약한 사람들을 대할 때 무기로 쓰기 때문이다.
290쪽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다른 종류의 메시지를 자각에서 찬찬히 시간을 들여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판단하면 분명 마음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것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