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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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며, 치유 받는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궁극적으로 같을 것 같다. 책장 한 편에 박완서 선생님의 책을 보며 조바심을 냈었다. 그리고 박완서 선생님을 오랜만에 만나는 날이 다가왔다.

한 말씀만 하소서1988년 서울올림픽이 한참일 때, 외아들을 잃은 슬픔을 일기형식으로 쓰신 내용이었다. 아들을 잃고 고통과 슬픔에 찬 내면의 일기인 셈이다.

선생님과 같은 종교를 갖고 있다 보니 책의 내용과 흐름이 낯설지 않았다. 꼭 선생님과의 종교가 다르더라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책을 통해 위로받고 치유하기를 선생님과 함께 기원해 본다.

 

P34. 에미 눈에 자랑스럽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을까마는 자식들마다 건강하고 공부 잘해 한 번도 속 안 썩이고 일류 학교만 척척 들어가고 마음먹은 대로 풀릴 때, 그 어미의 자랑은 기고만장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랬었다. 기고만장 정도가 아니라 서슬 푸른 교만이었다. () 아들을 잃은 것과 동시에 내 교만도 무너졌다. 재기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하게. 그러나 교만이 꺾인 자리는 겸손이 아니라 황폐였다.

 

P54. 그러니까 그의 죽음은 하나의 세계의 소멸이 아니라 두 개의 세계의 소멸을 뜻했다.

 

P127. ‘왜 내 동생은 저래야 되나?’왜 내 동생이라고 저러면 안 되나?’는 간발의 차이 같지만 실은 사고의 대전환 아닌가.

 

P167. 광대무변한 해안선에서 바라본 수평선은 앞이 부풀고 좌우가 아스라이 휘어 보였다. 과연 지구가 둥글긴 둥근가 보다. 나는 그 사실을 내가 처음 발견한 것처럼 신기했고 한편 자신의 존재를 바닷가 모래알보다도 미소하게 느꼈다. 자연으로부터 받는 위안처럼 편안한 것도 없었다.

 

#한말씀만하소서 #박완서 #세계사 #박완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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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날들
한소은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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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한소은 소설가의 첫 소설집이다. SNS에 짧게 소개가 되어 있던 걸 스크랩했다가 이제 순서가 되어 구매했다. 신춘문예 당선자의 첫 소설집이라는 부분에서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경신춘문예 당선작품을 포함 총 7편의 단편소설이 소개되어 있다. 한 편 만나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소설가의 이면에 드리워진 어둠이 조금은 엷어지길, 그녀의 가위눌린 악몽을 털어버리길, 힘겨움이 있다면 삶엔 언제나 나란히 동행임을 알아차리고 미소 짓길 기원해 본다.

그럼 소감들을 기록해 본다. 언제나 처음은 마음 설레고 기대가 가득한 일이다.




[국경]_궁금했다. 신춘문예 당선하려면? 제일 좋은 방법은 당선작을 만나면 될 터. , 이러면 당선되는구나. 이런 것이 기준이 되겠구나. 칙칙하고 무겁고 절박함이 묻어있다. 다음 작품도 어두울까? 호기심 발동. 최초의 궁금증이 풀린 셈이다.

 

[세상 끝, 소녀]_역시 어둠에서 칙칙함에서 조금은 벗어난 듯싶다. 그래서 女子들은 화장하는지도 모르겠다. 벌게진 민낯을 가려야만 했다. 그러나 그녀의 귓불과 목에 전이된 불안과 황당은 감추기 어렵다. 그래도 오늘따라 그녀가 아름답게 보인다. 기분 탓이어도 좋다.

 

[찬란한 날들]_찬유, 찬란한 아이. 편의점 강도 사건과 그녀 삶에 모진 경험들이 아이와 어학연수를 준비한다. 남편의 낯선 향수 냄새의 이질성, 女性의 직감엔 이유가 있을 것. 자신의 꿈과 이상을 위해 떠남을 선택. 이기적인 나쁜 년. 자신과 아이의 꿈과 장래를 핑계 삼아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현실도피. 산사 템플스테이에서 질문이 모든 것에 혼돈인 상태. 그럼에도 이미 결정해 놓은 것. 그럴 거면 왜 결혼하고 애를 낳았을까? 골때리는 상황이네. 그런 생각을 해 봤다.

 

[아이의 집]_담뱃불을 아이에게 끄는 행위와 구타를 통해 가학과 잔인성을 보인다. 그리고 냉장고 안 추위에 떠는 동생(설정), 동생이 추위에 떠는 것에 우리 모두 불을 지른다. 아이와 이방인 간의 비밀이다.

 

[빛의 고백]_문득 대학 시절 女大生을 밝히던 친구가 생각난다. 동거하고, 헤어지고, 다른 여친을 만들고, 그 일을 반복했었다. 그렇게 젊은 육체와 욕망을 탐닉하던 그도, 이제 중년을 넘어 노년을 앞두고 서로 각방을 쓰고 있지 않을까? 이젠 그 일도 진절머리 난다며 사막을 상상하고 있지 않을까?

 

[너의 날개는 그날 바람에 스쳐 가듯 흔들리고]_‘그것은 하얀 날개였다내가 자주 사용하는 文法이다. 남편의 이혼 요구와 옛 친구 우진과 대비시켰다. 왜 그랬지. 상호대비가 좀 이질적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더 이상을 바랐을까? 살짝 상상의 나래를 요구하는 나의 文法을 길게 쳐다본다.

 

[화분]_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사고들.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상은 내면 어딘가 가진, 살짝 덮어 감추어버린 양면성을 생각해 보았다. 아닌 척하지만 누구나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찬란한날들 #한소은 #북레시피 #강원일보신춘문예당선자

#한소은소설집 #예술창작생애지원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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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태도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송기숙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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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태도(岩泰島)_송기숙

 

소설은 소설가와 그 시대를 담는 거울이다.’ 어느 도서 리뷰에 올린 말이다. 내가 쓰고 스스로 깊이 생각이 잠겼다. 멋진 말을 한마디로 인펙트 있게 쓰고 싶었다. 이보다 합당한 말이 또 있을까?

이 소설을 우연히 눈에 띄어 서고에 순서를 기다리다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이야기는 삼일 만세운동 이후 신안군 암태도 섬사람들의 소작쟁의를 다룬 소설이다. 나의 아버지도 농부였기에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지주(문재철)의 과다한 소작료(8)에 소작 농민들이 소작위원회를 조직하여 소작료 인하(4) 쟁취하는 이야기다. 때가 일제 강점기이고 논픽션을 재구성한 이야기라 흥미진진하다. 다만 지방색 짙은 사투리(소설에선 표준어라고 한다)로 진행되기에 적응하려면 살짝 적응이 필요하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데 일일이 적으며 사건과 인물을 쫓으니 재미가 두 배가 된 것 같다. 모든 조직과 일 처리가 혼자서는 안되니 화합과 단결로 수많은 역경을 넘어 쟁취하는 것이 젊은 시절 노동조합 운동 경험과 비슷하다. 소설의 조미료가 섞여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창비에서 펴낸 개정판 1쇄라 행운이었다. 일제 강점기 소작인들의 투쟁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책이 다소 두껍지만, 이야기 속으로 푹 빠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요 등장 인물

 

+ 문재철_암태도 토지(2/3)지주, 7천여석 소작료 징수

+ 문태현(문군옥,78)_문재철 부친, 남강 선창 거주,

소작지 관리

+ 김서리_문지주 마름(소작료 징수)

+ 도리우치_문지주 마름

+ 판술이_문태현 머슴

+ 천후빈_암태도 지주(1/3), 소작료 4할 인하

+ 문명호(37)_문씨 종손

+ 문응창

+ 문찬숙_소작회와 문씨일가 중재역활

 

+ 서석태(40)_암태도(신안군) 소작회장,

면장 경력(29~36), 지주 공덕비건립 주도

+ 서동오_와촌 주민, 서석태 조카, 만세운동 4, 장산면 보통학교 학생

+ 털보 영감

삼식 : 아들

+ 박종유_단고리 소작위원

+ 박종식_외촌 소작위원

박만재_아들, 문삼만의 딸 문연엽과 혼담

+ 현석_보통학교 보습과 동창, 문삼만 딸 연엽과 혼담

+ 서동수(25)_기동리 주민

+ 남일환_연락선 선장, 목포까지 2시간 소요

+ 김연태(37)_기동리 소작위원

+ 춘만_순천 낙안면 거주, 춘보 동생,

춘보_동학군 경력, 와촌 주민

정환_아들 와촌 주민 + 며느리

+ 박복영(34)_청년회장, 서면장 오른 팔, 임시정부 소속

 

+ 고백화_부인회장(70)

+ 박필선_단고리 주민

+ 김용학_평소 말 없음, 소작회장 대리

+ 김일곤_신석리 소작위원

+ 이만석_의병봉기, 토벌로 피신(보성 복내 태생),

신석리 주민, 남사당패 소리꾼, 소작인 대표

(,40) 옥님이_장수 의원 막내딸

+ 박 키다리_단고리 주민

박이곤_아들, 단고리 주민, 노름사건 연루

+ 서창석(33)_소작위원장

+ 박응언(29)

+ 박필선_단고리 소작위원

+ 서민석(23)

+ 설준석_신문기자, 암태도 소작쟁의 기사화

+ 윤두석

+ 서광호_소작회 대표(김용학 천거)

+ 유영복_변호사, 무료변론

+ 만수_소작쟁의로 문(처가)분리, 목포행 돛에 단지시행

 

 

 

 

 

 

 

 

 

 

 

 

#암태도 #송기숙 #창비 #장편소설

#개정판12023 #소작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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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이정호 그림, 오강남 옮김 / 현암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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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_칼릴 지브란

 

칼릴 지브란(1883~1931)은 시인이자 철학자, 화가였다고 한다.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 [예언자]라고 한다. 아름다운 언어,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로 ‘20세기의 성서로 일컫는다고 한다.

묘한 호기심과 김장감으로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만났다.

이야기는 알무스타파(예언자)가 오팔리즈라는 곳에서 12년을 살다 고향 섬을 가는 배가와 떠난다. 그가 떠나기 전에 오팔리즈의 주민들이 고견을 요청하고 그는 답변하고 떠난다.

성경을 읽은 사람으로 예언자의 말과 증언이 궁금했다. 과연 진리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들어 삶의 지혜와 통찰은 결코 어려운 말이 아니며 결국 쉽지만 실천하고 실행을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내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훈을 남긴 칼릴 지브란과의 만남, 혹은 좋은 대화였다.

 

32 사랑에 대하여_사랑이 여러분을 손짓해 부르거든 그를 따르십시오. 비록 그 길이 힘들고 가파를지라도. 그것이 날개를 펴거든 그 품에 여러분을 맡기십시오.

 

60 기쁨과 슬픔에 대하여_비어 있을 때만 고요와 평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보물을 지키는 자가 그의 금과 은을 달기 위해 여러분을 들어 올릴 때 여러분의 기쁨과 슬픔은 오르락내리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96 자아를 아는 것에 대하여_“나는 영혼이 가야 할 유일한 길을 발견했다하지 말고,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가는 한 영혼을 만났다하십시오. 영혼은 모든 길로 다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영혼은 스스로 피어납니다. 무수한 꽃잎을 가진 연꽃처럼.

 

124 쾌락에 대하여_꽃에서 꿀을 따는 것이 벌의 쾌락이지만, 벌에게 제 꿀을 주는 것도 꽃의 쾌락이라는 것을. 벌에게는 꽃이 생명의 샘이요. 꽃에게는 벌이 사랑의 전달자. 벌과 꽃 둘 다에게 이처럼 쾌락을 주고받는 일은 필요하며, 황홀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129 아름다움에 대하여_아름다움은 거울에 스스로를 응시하는 영원입니다. 바로 여러분이 그 영원이요 여러분이 그 거울입니다.

 

156 작별_“잠시 후 바람 위에서 한순간 쉬고 나면, 또 다른 여인이 나를 낳을 것입니다.”

 

#예언자 #칼릴지브란 #현암사 #오강남

#이정호 #삶이란 #알무스타파 #오팔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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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읽었다 - 설악 무산 조오현, 한글 선시
권성훈 엮음 / 반디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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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읽었다. 설악 무산 조오현, 한글 선시_권성훈


조오현 스님(1923~2018)1923년 경남 밀양시 상남면 이연리에서 출생했다. 조선 초기 이래 창녕 조씨의 세 거지로 꼽히던 곳이라 한다. 명종 때 이곳의 큰 부호인 조말손은 상남에 큰 기근이 있어 수만금을 희사하여 구휼하고, 손자인 조계양은 임진왜란 때 창의하여 이등공신, 이로 미루어 스님의 출생지 이연리는 창녕 조씨 명문거족의 후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스님은 설악산 신흥사 조실(제일 어른, 지도자)이며, 시인입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뒤를 이은 한국선시의 대가입니다.

갑자기 반가운 마음에 선시 모음집을 선물 받고 순서를 기다리다 이제야 스님의 선시를 접했습니다.

몇 해 전 설악산에 근무할 때 스님의 생전에 계신 곳을 갔지만 뵙지 못했네요. 설악산 신흥사와 백담사를 다녀왔었는데 참으로 인상 깊은 곳이었습니다. 특히 만해 한용운 선생의 뒤를 잇는 선시를 접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시대에 큰 어른이었다고 생각해 봅니다. 두고두고 음미하는 선시의 맛에 스님의 깊은 도량이 전해지네요.

 

44 아득한 성자

하루라는 오후 /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 뜨는 해도 다 보고 /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 나는 살아있지만 /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 천년을 산다고 해도 / 성자는 / 아득한 하루살이 떼

 

46 적멸을 위하여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 /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 어차피 한 마리 /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 이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

 

59 아지랑이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 돌아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기 / 우습다 / 내 평생 헤메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 우습다 /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139 죄와 벌

우리 절 밭두렁에 벼락 맞은 대추나무 / 무슨 죄가 많았을까 벼락 맞을 놈은 난데 / 오늘도 이런 생각에 하루해를 보냅니다

 

#이렇게읽었다 #설악무산조오현 #무산조오현 #한국선시

#도서출판반디 #반디 #무산 #설악 #만악 #대충 #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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