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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보다 더 높이
김준희 지음 / 출판사 결 / 2025년 5월
평점 :

파도보다 더 높이_김준희
김준희 소설가의 소설집은 단편소설 7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SNS에 소개를 받아 주문했는데 읽으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한마디로 김준희 소설집을 표현한다면 ‘평양냉면’같은 소설이다. 처음에는 슴슴한 맛이다. 도대체 처음엔 적응이 되질 않는다. 두 세 편의 소설을 읽고 나서 그때부터 감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살짝 결말은 둘째 치고 잔잔한 서정적 스토리가 이어진다. 나는 몇 번을 “이게 뭐지?”를 되뇌었다. 타 소설과는 결이 다르다. 마지막에 문학평론가 전청림 선생의 평론을 마주하고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소설가의 의도된 것이구나.’이해하게 되었다.
P204 나는 이런 종류의 서정성이 새로운 작가를 탐색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 거의 모든 순간 얌전하고 흐물흐물하다가, 어느 정점에서 짓궂을 정도로 완고해지는 소설의 자세는 김준희 소설이 담은 특유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듯 보인다. (…) 말하자면 김준희의 소설은 정직하고 온순하다. (…) 총명하고 싱싱하지만, 어딘가 앳되기도 한 이야기. (…) 오전과 오후 사이를 당겨오는 미묘한 정오의 시차처럼, 고체와 액체 사이의 탄성을 유지하는 슬라임의 적당한 물성처럼, 바로 그렇게.
모든 소설가들의 작품이 같은 형식을 띌 수는 없다. 그러니 기존의 틀을 깬 독창적이고 기발한 소설의 전개가 돋보인다. 이제 나도 획일화된 것에 매몰되지 말고 다양성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겠다.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다양한 작품들은 피와 살이 된다. 김준희 소설가의 작품 활동과 지금보다 더 발전된 소설을 만나고 싶다.
한 편씩 김준희 소설집의 작품들을 만나며 느꼈던 날 것을 되돌아본다.
★〈정오의 언어〉_회사에 입사하면 기본적인 수습기간을 둔다. 2~3개월이 보통이다. 그 기간 퇴사자가 퇴사 전 인수인계를 시킨다. 그런데 선임자는 퇴사하지 않고, 일도 시키지 않는다. 그럼 당연히 수습 종료는 퇴사다. 참 난감하고 조심스러운 수습기간이다. 수습기간 동안의 심리현상을 엿본다.
★〈건호를 찾아서〉_아이돌 연습생과 신혼에 사산으로 이혼, 무엇으로 연결되지? 아파트 경매와 신축아파트 누수. 아이돌 연습생과 최건호와 팬인 이혼女. 형(최수현)의 죽음, 아파트 전세사기 피해. 이혼과 독립을 위한 아파트에 누수. 노말한 스토리 진행 속에 현실(전세사기)을 슬쩍 올려놓는다. 우리가 사는 현실처럼.
★〈주유소 캐노피 아래에서 슬라임을 생각한다는 것〉_밋밋하고 뿌유한 안개 속 같던 소설이 이제 조금은 어두운 도로를 벗어나 선명해지는 듯하다. 저수지를 가기 위해 급조해 떠난 길 위, 기름 부족해 도착한 주유소는 폐업. 폐업해버린 슬라임 사업처럼 무작정 시도한 걷기에 나타난 주유소 세 곳.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人生처럼. 예상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을 생각해 본다. 조금 완성도 있는 소설의 이야기.
★〈오픈런〉_샤넬 장지갑을 검색했다. 샤넬 클래식 장지갑 240만원. 샤넬 플립팩 블랙라지 1,992만원. 백 값이 자동차 하나 값이다. 유난히 명품 백을 좋아하던 아내. 백하면 아내였는데. 때론 명품백이 여성의 삶에 위안이 된다.
★〈파도보다 더 높이〉_양양의 넘실대는 파도의 포말을 보는 것 같다. 오후 윤슬이 넘치는 동해바다의 전경. 보드를 타는 도리와 모래사장에 짖고 있는 포포의 모습이 중첩된다. 김준희 소설은 조금 밋밋한 평양냉면 같은 맛이 나는 것 같다. 파도가 몰고 온 바람에 풍량계가 돌듯이.
★〈별을 보러 갑니다〉_뭐지? 별 보러 간다. 아리와 빈, 학창시절 인연이 되고 아리는 교서로 학교에 남는다. 별구경과 학창시절, 지금의 교사생활,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뒤죽박죽 엉킨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작가의 의도가 뭘까? 별이야. 학창시절이야. 교통사고야. 역시 평양냉면 같은 소설이다.
★〈해안로〉_새로운 시도. 못 보던 시도다. 반복되지만 똑같지 않은 패턴의 사고. 죽은 사람이 나인지. 아이인지. 고양이 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작가의 깊은 숨은 의도였을까? 꼭 영화의 한 장면이 계속 리플레이 되는 파노라마 형태로 펼쳐진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 톰 쿠르즈를 보는 느낌이다. 서서히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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