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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SBS 김수민 아나운서의 책을 만났다. 한마디로 똑 부러지고 당찬 모습이 그려져 그녀를 응원하게 되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엄마와 아나운서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다. 25세에 검사와 결혼했다. 그녀의 육아와 자신을 찾는 과정의 에세이를 읽으며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결혼한 그해, 아내의 나이가 25세였다. 그리고 육아, 전업 주부 되었다. 나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침마다 출근하며 손을 흔들어주는 그녀, 바로 아내다.
직장으로 인해 주말부부, 보름 부부, 한 달 부부를 넘어 지금은 함께 매일 아침을 여는 요즘이 내겐 모두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김수민 아나운서의 책을 만나며 결혼을 앞둔 두 딸 생각하며 가슴이 저리다. 어떻게 하든 결코 일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딸들에게 강조하는 아내를 보며, 김수민 아나운서의 에세이가 편치 않은 이유다.
두 딸이 결혼 이후에도 이루고자 하는 일을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하나 고민이 앞선다. 인생이 계획하고 설계된 대로 흘러가지도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지와 열정만 있다면 원하는 것을 이루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바로 옆에서 도와주고 싶다. 힘들게 언덕을 오를 때 뒤에서 살짝 밀어준다면 산을 넘는데 수월하지 않을까. 엄마가 돼서 겪었을 마음을 아내 입장에서, 또한 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미국 UCLA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김수민 가족을 응원한다. 그리고 아내와 두 딸도 함께 응원한다.

○ 언젠가 네가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 묻는 미래가 온다면 나는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웠던 시간을 떠올릴 거야. 엄마라는 여정의 시작이 혼자 됨이었다는 걸 상기하며. 너를 낳으며 엄마는 아무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되겠다는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였으니까. 널 만나기 위해 누웠던 수술대는 차가웠지만, 우리가 나누는 온기는 따듯했으면 좋겠다._P28
○ 없었기 때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존재들. 무언가가 없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들은 왜 그렇게 쉽게 사랑의 상징이 되는 걸까? 삶의 한 면을 꽉 채우지 못한 불완전한 면면들은 사랑이라는 온기로 채워진다. 타인과 나눈 정, 음식, 시간은 사랑의 발현지다. 불완전한 것들을 안고 살기 위해서 사랑이 있는가 보다. 없었다면 누구도 삶을 사랑하지 못했을 테지._P45
○ 우리는 가만 보면 아이를 키우는 것 같지만 서로를 키우고 있다. 아이들의 키가 클 동안 우리는 늙어간다. 그리고 늙은 만큼 성장한다. 늙는 것도 크는 거라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 그동안은 미처 몰랐는데, 겪어보니 분명 늙었다는 것은 컸다는 뜻이다._P95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걷고자 하는 의지를 꺾이지 않는 것. 그리고 마침내 걷는 것. 내가 배워야 하는 모든 것이 아이에게 있다고? 아이는 내 곁에서 해맑게도 웃었다. 자비 없이 창으로 들이치는 아침 햇살은 내 목에 들어선 칼 같았다._P153
○ 남들의 비웃는 소리가 귀에 닿지도 못할 만큼 성큼성큼 자신의 이상을 향해 걸어가는 나를 상상한다. 그것은 잘난 이만 가질 수 있는 기개이리라. 아름다운 사람일 거야, 그 사람은. 나는 그렇게 아파트 베란다에서 칭얼거리는 아기를 안고 서서 잘난 그녀를 남몰래 그려보고 흠모하고 골똘히 생각하고 그게 나이길 바라는 것이다. 이게 설명이 될지는 모르겠다. 이게 내가 아이 둘을 낳고도 유학을 하려고 하는 이유라고._P178
○ “엄마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하겠어?”라는 말은 틀렸다. 엄마가 ‘해서’ 나도 할 수 있는 거다. 엄마한테 말해줘야지. 엄마가 해서 엄마 딸도 할 수 있는 거야._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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