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톤즈 학교 - 이태석 신부로부터 배우는 네 개의 메시지
구수환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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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와 남수단 톤즈 이야기는 몇 년 전 티브이에서 방영한 영화 "울지 마 톤즈"를 통해 본 적이 있었다.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담아 다시 남수단을 찾은 저자와 영상을 본 톤즈 아이들의 눈물 그리고 그중 한국에서 의대생이 된 이야기까지 그 이후로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톤즈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당장 관련된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그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고 나 또한 그런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잊고 말았다.

영상이 아닌 글로 만나는 쫄리 신부의 이야기는 내게 와닿는 깊이가 더 깊었던 것 같다. 10남매의 아홉째로 태어난 이태석 신부는 10살에 아버지를 여읜다. 홀 어머니는 10남매를 키우기 위해 참 많은 고생을 했다. 다행히 자녀들은 건강하고 착하게 자랐다. 없는 살림에도 아홉째 태석은 공부를 잘했다. 그리고 그는 의대에 진학하게 된다. 어머니에게 태석은 자랑이었다. 이제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면 그동안 했던 고생을 벗어나 윤택한 삶을 살 수 있겠다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태석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다. 어머니에게는 이미 3자녀가 성직자(수녀 2, 신부 1)의 길을 걷고 있었기에 태석 또한 신부가 되겠다는 말에 반대를 심하게 했다. 하지만 태석의 굳은 결심을 막을 수 없었다. 사실 태석은 어렸을 때 바로 위의 형 태영(그도 신부가 되었다.)과 함께 본 영화 다미안 신부를 본 후, 마음의 결심을 했던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삶을 살기로 말이다. 그리고 그는 분쟁으로 폐허가 된 땅 수단으로 자진해서 가기로 한다. 물론 어머니에게는 비밀이었다. 아들의 사제 서품을 받는 자리에서 결국 어머니는 그 사실을 듣게 되고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의사를 포기하고 사제가 되기로 한 것까지도 허락했는데, 목숨의 위협을 받는 아프리카의 수단으로 떠난다니 도저히 승낙을 할 수 없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어머니 역시 아들의 선택을 인정해 준다. 아무리 사제라 해도 어머니에게는 소중한 아들이었던 이태석 신부를 생각하며 어머니는 오열한다. 그때 몸이 좋지 않다 했을 때 제대로 된 검사를 했다면 아들을 그렇게 잃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책은 울지마 톤즈를 제작했던 저자가 울지마 톤즈를 찍으며 만났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만난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태석 신부가 선종하고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남수단에서는 그를 그리워하고, 그의 마음을 기리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군인들에게조차 그는 소중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저자는 4장에 걸쳐 사제 이태석의 삶을 기린다.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것은 바로 말이 아닌 삶으로 드러낸 메시지는 그 어떤 것보다 강하다는 것이었다. 묵묵히 자신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했던 이태석 신부를 통해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 삶을 기억하고, 자신 또한 그런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며, 주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는 남겨진 사람들을 통해 이태석 신부는 여전히 살아있다.

물론 그의 부재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과 슬픔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부재를 통해 그의 삶이 더 조명되고, 그의 삶을 본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본다. 성경 말씀처럼 한 알의 밀알이 썩어질 때, 비로소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 소 보여줬던 사람이 바로 쫄리 신부. 이태석 신부가 아니었나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것을 먼저 챙기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렇기에 우리와 달리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고, 그를 통해 사랑을 표현했던 이태석 신부의 삶이 더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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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학십도 - 수천 년 지혜를 만나는 가장 손쉬운 길 클래식 아고라 5
이황 지음, 강보승 옮김.해설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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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성리학의 거두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아르테 클래식아고라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은 율곡 이이의 경연일기에 이은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다. 한참 한국사 수업 시간에 헷갈리던 율곡의 성학집요와 퇴계의 성학십도. 어떻게 외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황과 이이라는 이름도 헷갈린 데 저서 역시 처음 두 글자가 같아서 꽤 헷갈렸던 기억이 있다. 그저 지식으로만 외웠던지라 성학십도의 내용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던 차에, 꾸준히 읽어오는 고전 소개 시리즈 클래식아고라를 통해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우선 당황스러웠다. 사실 시리즈를 계속 읽어오기에 이번에도 읽어야겠다 싶었는데, 졸았던 것도 사실이다. 얼마나 어려울까 싶어서다. 근데 우선 두께가 벽돌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한 손에 살포시 들어오는 두께다. 실제 내용은 130페이지 분량이고, 그 이후에 이어지는 내용은 성학십도에 대한 해설이다. 그렇다면 성학십도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우선 이 책은 임금인 선조가 올바른 정치를 해나가기를 바라는 스승 퇴계의 마음이 담긴 정치서라고 할 수 있다. (

하... 선조는 조선의 임금 중에서도 상당히 이미지가 안 좋은 몇 중 단연 1.2위를 다투는 인물인데, 그 시대에 율곡과 퇴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책에도 등장하지만, 갑작스럽게 왕이 된 선조는 왕이 해야 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 했던 터라, 주위에서 스승으로 퇴계 이황을 추천했고 그로부터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의 효과가 아쉽게도 크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퇴계는 건강과 다른 여러 이유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임금이 선정을 베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로 성학십도를 써서 올린다. 좀 더 쉽게, 좀 더 자주 볼 수 있도록 10개의 그림(십도)으로 완성해 왕에게 보내며 퇴계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책의 내용 중 낯설면서도 익숙한 내용이 첫 장부터 등장한다. 바로 익숙한 것은 태극기다. 태극기의 태극이 상징하는 음양과 화, 수, 목, 금, 토가 상징하는 오행에 관한 내용 말이다. 이를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태극도에 대한 설명이 있긴 하지만, 음양과 오행을 깨우치기에는 내 소견이 너무 짧아서인가 보다. 그 밖에도 소학과 대학처럼 이름은 익숙한 내용부터 각 장의 내용들을 알기 쉽게 표 형태로 설명해 주고 있는데, 1장에 등장한 태극도 외에는 그림같이 보이지 않았다. (과연 이황은 어떤 걸 그림이라 말하는 걸까 궁금했는데, 해설 뒷부분에 실제 성학십도의 원문-한자로 표기된-이 등장한다. 한자로 표기되어 있는 걸 풀어서 설명하다 보니 그림같이 보이지 않았는데, 실제로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역자가 풀어준 성학십도를 마주하다 보면 드문드문 익숙한 문구나 내용들을 만날 수 있는데, 아마 논어에서 봤거나 한국사에서 등장하는(사단칠정 같은) 단어들이어서 그런 것 같다. 그저 학창 시절 아무 뜻도 모른 채 암기하고 지나갔던 부분들이 실제 이런 뜻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어서 괜스레 뿌듯해진다.

성학십도의 내용을 읽고 나면 역자의 해설을 만날 수 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싶은 이황 하면 떠오르는 기대승과의 사단칠정 논쟁, 그리고 조선 성리학의 거두 율곡 이이와는 교류가 있었을까 싶은 대목들, 조선왕조실록 등에 등장하는 이황에 관한 언급들, 이황 관련 연보와 원문까지 읽고 나니 무척 만족스럽다. 궁금하던 부분을 시원하게 해결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학십도를 읽기 부담스럽다면, 해설을 먼저 읽고 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흥미를 돋울 수 있고, 실제 궁금하던 부분이 해결되기에 성학십도가 또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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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의 신 - 충주시 홍보맨의 시켜서 한 마케팅
김선태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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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대박"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유튜브를 즐기지 않는 편인지라, 유명한 사람들도 잘 모르는데 충주시 홍보맨은 나도 알고 있다. 이 책을 읽기 몇 달 전, 정말 우연히 홍보맨에 대한 기사를 접했고 촌스러운 색채의 충주시 마크와 함께 등장하는 영상을 보고 다시 돌려보고 또 돌려봤다. (책을 보면 저자는 그것을 의도했다고 하니 의도대로 나는 먹혀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으며 다음 편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날 잠깐 동안 몇 편의 충주시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나 역시 헷갈리는 충주와 청주시... (얼마 전 본 펭수 콜라보에서 바로 그 장면이 등장한다.) 그는 어쩌다 홍보의 신이 되었을까?

그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동기부터 당혹스럽다. 자의가 아닌 타의. 그것도 직권으로 누르는 타의였다. 공무원 임용이 되고 몇 년 후, 드디어 충주 시청에 입성하게 된 그는 홍보담당 부서로 발령을 받는다. 뭐라도 의견을 내야 할 것 같아서 쓴 한 줄. 유튜브에 꽂힌 시장은 그에게 바로 충주시 유튜브를 만들라고 한다. 하는 일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그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일은 솔직히 너무 하기 싫은 일이라서 2~3주를 뭉개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이렉트로 온 시장의 연락에 결국 공무원 김선태는 유튜브를 만든다. 우선 자치단체들의 유튜브를 분석한다. 상당히 많은 돈을 들여서 만든 영상임에도 조회 수가 한자리인 경우도 상당했단다. 왜일까? 바로 고객의 니즈보다는 상사의 니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똑같은 우를 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지극히 그들과 반대의 길을 걷기로 한다. 그리고 그의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둔다. 충주시민이 20만이라고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검색해 본 결과 현재 충주시 유튜브의 구독자는 64만 명이 넘는다.

우선 충주시의 유튜브지만, 그는 충주시를 넘어 우리나라 국민 전체를 타깃으로 유튜브 영상을 제작했다. 시정에 대한 정보 위주가 아닌 재미에 더 방점을 둔다. 물론 장황하고 길지 않은, 짧지만 임팩트 있는 영상을 만들기로 한다. 하지만 영상을 찍어본 적도, 편집을 해본 적도 없는 그인지라 모든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좌절하기 보다, 우선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서 영상을 제작한다. 자신의 핸드폰과 동료의 셀카봉, 이미 종료된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서 컴퓨터 버전을 바꾸기까지 한다. 이쯤 되면 그가 영상을 제작하는 데 들었던 예산이 얼마일까 궁금할 텐데, 나 역시 놀랐다. 연 61만 원으로 64만의 구독자를 끌어냈으니 말이다. 현재 이렇게 뜬 그임에도 예산은 그대로란다. 이유인즉,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유튜브만큼이나 유쾌함이 그대로 담겨있는 책인지라, 진짜 피식피식 웃으며 책을 읽었다.(음성인식되는 듯한 기분은 왜일까?)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확한 핵심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그의 목적은 충주의 시정을 알리는 것이 아닌, 충주라는 도시를 먼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물론 그 안에 재미를 담는 것은 기본이다. 때론 디스로 보일 정도로 솔직하게 단점을 영상으로 담기도 했다. 가령 축제 장소가 비좁다는 것을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공무원 사회의 내부고발로 보이는 영상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만든 영상은 그저 디스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충주시 유튜브의 매력(?)이라면 B급 영상과 재미 그리고 솔직함이 아닐까 싶다. 솔직함 역시 억지웃음이 아닌 상황 그 자체를 커버하지 않고 민낯 그대로 내보이는 것이었는데, 바로 그 점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 또한 홍보맨의 마케팅 비법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저 피식 웃고 지나가겠지만, 그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혼자 생각을 하고 기획을 하고 촬영과 편집을 했을까 싶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갔다면 한결 편할 수는 있었겠지만 지금의 충주시 유튜브의 성공을 이루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홍보맨 덕분에 파격적인 홍보마케팅의 비법을 발견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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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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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게 뭔지 아니? 가는 비행기에서 본 후지산이었어."

뭐? 정말 그렇게 말했어?

코끼리는? 말은? 바다는? 별이 총총한 하늘은?

어머니도 돌아가신 지금, 나와 동생에게 그 여행에서 가장 좋은 추억은,

그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추억은 후지산이라고 했던 어머니다.

p. 57

얼마 전 3박 4일간 아버지의 칠순을 맞이해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결혼을 해서 아이들까지 데리고 해외로 나가는 여행은 처음인지라 여러 가지로 설레기도 했고, 걱정도 많이 되었다. 여행을 앞두고 에쿠니 가오리의 여행 에세이가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여행만큼이나 설레었다. 내가 다녀온 여행과 혹시 교집합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기대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만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과는 다른 맛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책 중에 가장 좋았던 책으로 꼽고 싶을 정도다.

여행은 누구와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여행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집에서 30분 거리의 백화점을 가도 여행이라고 느낀다면 좋은 여행이 될 것이고, 비행기를 타고 오랜 시간을 걸려 나가도 내가 불편하고 좋지 않으면 나쁜 여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여행 드롭 속에 등장하는 많은 장소들 중에는 우리나라의 서울도 있고, 여동생과 휴가를 맞춰서 케냐로 떠나기로 했다가 전 날 취소되어 장소가 로마로 변경되었던 이야기도 담겨있었다. 특히 서울 이야기에서는 삼계탕 이야기가 있었는데, 익숙한 가게나 장소만 가더라도 마음이 집처럼 편해진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끄덕여지기도 했다.

얼마 전에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었는데, 유달리 목욕을 좋아하는 여주인공 아오이의 이야기가 사실은 저자 에쿠니 가오리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은 구절도 발견했다. 그녀 역시 온천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비 오는 날을 싫어하지만, 온천에 있으면 비 오는 날이 좋아진다고 한다. 온천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날, 큰 비를 만났고 결국 온몸이 잔뜩 젖은 채로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결국 큰 비에 돌아갈 길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 시간을 즐겼던 것 같다.

함께 곁들여진 삽화 덕분에 더 따뜻했던 에쿠니 가오리의 여행기. 책을 읽으며 내 여행의 기억들도 하나 둘 떠오르는 걸 보면,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유의 맛이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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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 아프고 힘들었던 나를 찾아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시간여행
권은겸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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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행복하기만 하면 그 행복을 결코 행복인지 모를 것이다.

왜냐면 불행이 어떤 것이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행을 겪어본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이 어떤 건지 알 뿐만 아니라

그 행복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p.149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자기 계발서에 심취했다. 하나같이 성공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성공론은 어딘가 모르게 비슷해 보였다. 당연히 저자의 프로필을 봐도 하나같이 한자리를 하고 있거나, 베스트셀러 작가거나, 학벌이 뛰어났다. 물론 처음부터 금수저를 타고난 경우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성공담은 읽으면 읽을수록 힘이 빠졌다. 역경을 딛고 일어난, 성공을 맛본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한동안 자기 계발서를 덮고 살았다. 오히려 소설이나 역사서가 내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전업작가가 아닌 사람들도 책을 내는 경우가 많다. 브런치나 블로그에 연재한 글이 책으로 엮여서 나오기도 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뛰어난 성공을 이루지 못했어도 오히려 성공한 사람들보다 더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책들도 많다. 과거에 비해 책을 내기가 어렵지 않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쓴다는 것은 뭔가 자신의 것을 남에게 전하는 역할임에 틀림없다. 사실 저자의 이력을 읽고 놀랐다. 삶에 참 우여곡절이 많았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럼에도 그녀의 책 속에는 밝은 에너지가 흐르고 있었다.

3남 2녀 막내로 태어난 저자는 다음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다. 그리고 어머니 역시 10대에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어려서부터 청각장애를 앓았는데, 가족 중 한 형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던 저자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다.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지만, 지인의 말에 대출까지 받아서 투자를 했다가 돈을 전부 날리고 디스크로 걷지도 못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된다. 글로만 봐도 저자의 삶은 정말 쉽지 않았던 것이 맞다. 순탄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의 순간순간을 탓하고 나쁜 마음을 먹지 않는다.

사실 저자가 투자를 하게 된 것 역시 거절을 못 하는 성격 때문이었다고 한다. 큰일을 겪으며 저자는 생각이 바뀌었다. 모든 기준의 우선순위를 자신에게 둔 것이다. 당장 내가 행복한 것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삶의 행동이 변하게 되었다. 적절한 거절을 알게 되자, 자신의 에너지를 지킬 수 있었고 그것은 또 타인과의 관계를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저자의 삶을 보면 불평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참 많아 보였다. 하지만 저자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을 꿰뚫어 보고 그를 통해 또 다른 교훈을 얻어 가는 모습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불행을 겪었기에 진정 삶의 행복을 알 수 있었다는 저자의 말이 그 어느 누구의 말보다 깊이 있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삶의 행복은 내 삶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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