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앤 그리핀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맞서는 거야."

토니가 노래하듯 말했어.

"바로 그거야."

토니는 힘내라는 듯 내 어깨를 툭 쳤지.

백발의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표지 가득 담겨있다. 아마도 그의 이름은 제목에 나와있듯이 모리스 씨 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을 통해 털어놓는 이야기는 그의 일생, 그것도 눈부신 자신의 삶일 것이다.

시작 부분을 읽으며 좀 정신이 없었다.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두서없는 상황들이 계속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가 있는 장소도, 만나는 인물도 이해할 수 없었다. 몇 장을 읽어나간 후에야 모리스 해리건씨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의 전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바로 아들 케빈이다. 그와 케빈의 관계는 생각보다 썩 친밀했던 것 같지는 않다. 친밀했다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겠지, 다른 뭔가를 남기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소 역시 자신의 집이 아닌 호텔이다. 호텔 허니문 스위트. 이곳이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알게 된다.

책에는 모리스씨의 일생에서 중요했던 5명이 등장한다. 토니, 몰리, 노린, 케빈, 세이디.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리스의 가족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케빈을 제외하고는 세상을 떠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토니는 모리스의 형이었고, 몰리는 뱃속에서 사산된 모리스의 첫 딸이었다. 노린은 처제, 케빈은 아들 그리고 세이디는 아내다. 이들은 모리스의 일생에서 정말 중요한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5살 많은 토니는 모리스의 평생의 멘토였다. 형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을 때도 형은 늘 모리스를 다독여주었다. 평생을 함께하면 좋았을 형은 21살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하고 만다. 그의 죽음은 모리스 뿐 아니라 가족들(특히 엄마)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토니의 죽음 이후, 엄마는 늘 토니 이야기를 했다. 모리스가 결혼한 날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모리스 역시 토니와 평생을 함께 했다. 마치 죽은 딸, 함께 보낸 시간이 겨우 15분에 불과한 몰리처럼 말이다.

책 속에 그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들 만큼이나 중요한 물건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금화다. 금화 때문에 모리스의 일생에도 많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가난한 모리스의 가족은 부유한 돌러드가의 일을 도와주고 그 돈을 생활을 일구어갔다. 아쉽게도 돌러드가의 주인과 아들 토머스는 추잡하고 폭력적인 인물들이었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폭력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특히 토머스는 분풀이 상대로 늘 모리스를 사용했다. 그날, 돌러드씨가 금화를 잃어버린 토머스에게 화를 내며 그를 집에서 내쫓고 상속권마저 빼앗은 날. 모리스는 그 금화를 찾았지만 돌려주지 않고 숨겨둔다. 그동안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였다. 시간이 흐르고 해리건 가와 돌러드가의 상황은 역전되었다. 해리건 가는 낙농업과 각종 사업으로 돌러드가의 땅을 조금씩 사들였기 때문이다.

부유한 모리스씨의 삶에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오래 기다린 아이가 임신 8개월에 뱃속에서 사망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앞세우기도 한다. 하나뿐인 소중한 아들 케빈과의 관계 역시 썩 좋지 않다. 가진 것은 많지만, 그의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다. 가진 것을 다 처분하고 이제 요양원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과연 모리스씨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아들 케빈에게 무슨 이야기를 남겼을까?

자신과 관련된 가족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그 역시 많은 후회를 한다. 그때 사업에 신경을 쓰기보다 아내의 말을 듣고 병원을 일찍 찾았다면 몰리를 살아서 만날 수 있었을까? 세이디가 세상을 떠나기 전 허니문스위트에 같이 가자는 약속을 지켰다면 어땠을까 등 이미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리며 후회를 하기도 한다. 모리스씨의 이 기억들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당신과 같은 후회를 하지 말라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인자의 딸이 부검의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세현은 평생 발버둥 치며 살아왔다.

용천에서 변사체가 발견된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손상이 되었고, 몸에도 심한 칼자국이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시신을 실로 꼬멘 자국이 있다는 것이다. 부검을 맡은 서울 과학수사연구소 법의 조사과 과장인 서세현은 시신에 남은 자국이 낯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걸까? 분명 그는 세현의 손에 이미 죽었는데 말이다.

용천 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경위인 정정현에게 이 사건이 배당되었다. 선배로부터 실력 있는 법의관 세현을 소개받았던 터라, 정현은 그에게서 사건을 풀 열쇠가 될 단서를 찾고자 가까이 접근한다. 찬바람이 쌩쌩 불정 도로 날카로운 그녀지만 적어도 법의관으로써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건의 피해자는 경찰시험을 준비 중인 여대생이었다. 하지만 가족도 없고, 휴학 중이라서 친하게 지낸 사람도 없기에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두 번째 시신이 발견된다. 여중 기간제 교사인 그녀와 첫 번째 피해자 사이의 접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쉽지 않다.

도대체 그가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 아무리 봐도 그의 솜씨가 맞는데 말이다. 바로 그는 세현의 아버지이자 연쇄살인마인 윤조균이었다. 세현은 조균의 조수로 그가 죽인 시신의 뒷수습을 맡았었다. 그런 세현은 사건이 일어난 날, 아버지를 차로 치고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은 그의 시신을 분명히 봤다. 근데, 그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말인가? 세현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 그가 잡힌다면, 자신의 정체가 세상에 탈로날 것이다.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성형수술도 하고, 이름도 바꾸었다. 그가 알아보지 못하도록 모든 것을 바꾸었다. 소시오패스인 그녀는 누구보다 성공을 위해 달렸다. 남들이 피하는 시신 부검에 자원했고, 그렇게 그의 손을 통해 상당히 많은 사건이 풀려나갔다. 조균이 나타난다면, 그동안 세현이 쌓은 법의관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살아질 것이다. 정현보다 먼저 조균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조균의 그림자가 조금씩 세현 주위에서 느껴지기 시작한다. 세현의 집 앞에서 두 번째 사건의 피해자 시신을 발견했기 때문에 더 불안하다. 그리고 그렇게 세현은 누군가의 습격을 당하게 되는데...

엘리트 코스를 밟고 형사가 된 정현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하나 있다. 아버지의 숨겨진 딸을 만났고, 아버지가 다시 그녀를 만났을 때 그 둘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렸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뒤를 밟았다는 데 더 큰 화를 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 그날 이후로 정현은 형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렇게 희생된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방법은 사건을 풀어내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서 능력 있는 법의관 세현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녀는 정현이 생각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줬다. 가령 과거 용천과 주변에서 벌어진 토막살인 미제 사건들을 살펴보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사건에 가까워질수록 세현에게서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 많은 사건이 있었는데 유독 이번 사건에 적극적인 그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작품 속 주인공인 세현이 소시오패스로 그려지는데, 글쎄다. 연쇄살인마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이용당한 것이지 소시오패스로 보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의 진범이 드러남과 동시에 세현의 과거 이야기 또한 등장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그녀가 얼마나 처절한 상황을 몸으로 받아냈는지 안타깝고 무서웠다. 조만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원작과 어떻게 다를지, 원작의 소름 끼치는 장면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상한 이발소 - 소심하고 찌질한 손님들 대환영입니다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정미애 옮김 / 리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울 속에 있는 사람은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사키는 또 다른 자신을 보는 동안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워짐을 느꼈다.

겉모습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겉모습이 변하면서 내면도 변화해가는 느낌이었다.

 

 

요즘 "수상한"이라는 이름을 붙인 책에 눈이 간다. 바뀐 것은 수상한의 의미가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조금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그곳에 갔다 오면 뭔가가 변하게 되는 곳. 이번에는 이발소다.

총 이발소에서 벌어지는 6개의 사건이 등장한다. 연작소설처럼 각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르다. 공통점은 이발소를 찾은 손님이 변화의 대상이고, 그들은 이발소에서 나온 후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드라마틱 하거나 판타지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소소한 이야기가 결국은 삶을 바꾸니 그렇게 보자면 판타지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나는 이발소를 가본 적이 없다. 늘 머리는 미용실. 그것도 10년 넘게 한곳만 다니고 있다. 이번이 세 번째 단골 미용실이니, 10년에 한 번씩 옮긴 것 같다. 머리 손질도 잘 못하고, 미적 감각도 없는 터라 어떤 머리를 해야 할지 잘 모르지만, 워낙 타고난 곱슬인지라 거의 하는 머리는 매직 하나뿐이다. 근데, 매번 똑같은 매직을 하지만 하고 나면 왠지 자신감이 뿜뿜 솟는다. 거울을 보며 곱슬곱슬 지저분한 머리가 한결 차분해지고, 눈썹도 손질을 받고 나면 관리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나처럼 매번 하는 머리에도 이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스타일로 변화된다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니 작품 속 주인공들의 변화는 당연할 수도 있겠다 싶다.

스가와 사키는 도시나미 학원 총무과에서 일하는 20대 후반 여성이다. 그녀는 많이 소심하다. 그래서 자신이 불리한 일을 겪어도 한마디 말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거절 역시 못하는 터라, 이래저래 피해를 본다. 우연히 들어간 이발소.(일본인들은 여성도 이발소를 찾는가 보다. 우린 남자들도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다.) 주인과 몇 마디 말을 나누고 잠에 빠진다. 몇 마디 말을 건넨 거 같은데, 자고 일어나서 거울을 보고 흠칫 놀란다. 쎈 언니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눈썹에서 걸크래시의 느낌이 줄줄 흐른다. 항의를 할 수 없는 성격인데다, 이발소 주인이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했기에 그냥 돈을 지불하고 나온다. 막상 거울 앞에 서니 눈썹에 맞는 화장을 해보고 싶어진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화장법을 바꿔본다. 그에 맞는 화장품도, 의상도 준비한다. 외모만 변했을 뿐인데, 그녀의 성격도 달라진다. 이사장이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서류 조작으로 자신의 입맛대로 일을 벌이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 번도 얘기하지 못했던 그녀가 과감하게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책 속에 등장인물들은 사키처럼 이발소를 다녀온 후 성격이 바뀐다. 두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기억상실로 자신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 이발소에 갔다가 조폭 머리가 돼서 나온다. 그 인상 덕분에 한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기억도 찾고, 멋진 복수를 이뤄낸다.

퇴직한 할아버지 이야기도 등장한다. 단골 이발소가 쉬는 관계로 수상한 이발소에 가게 된 할아버지는 스님과 같은 머리가 돼서 나온다. 그 머리에 맞는 사무에(스님들이 입던 일본식 작업복)를 손녀 치히로로 부터 선물 받은 할아버지. 그날 이후 조금씩 적극적으로 변한 할아버지는 동네를 바꾸는 기적을 이뤄낸다.

이발소에서 벌어지는 일은 늘 같다. 이혼한 남편이 하던 이발소를 빼앗아서 경영하게 된 젊은 주인은 여성들을 상대로 하는 미용실보다 남성들이 대부분인 이발소가 편하다는 말을 하고, 안마를 해준다. 안마를 받은 손님들은 잠에 빠지고, 잠결에 주인의 말에 끄덕인다. 그러고 나서 깨면 예상치 못한 스타일로 변화되어 있다. 주인이 어떻게 아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 덕분에 등장인물들은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수상한 이발소의 실체(?)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도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판적 사고력 - 인류 진보의 핵심적인 역할
마르크 가스콘 지음, 에두아르드 알타리바 그림, 손성화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데르센의 동화와 드레퓌스 사건은 진실은

일시적으로 가릴 수 있지만 끝내 밝혀지기에

권력에 맞서 비겁함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고 있어요.

학창 시절 나는 극도의 FM인 학생이었다. 선생님이 하는 말은 죽는 시늉까지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하라는 것만 따라가는, 어찌 보면 다루기 쉬운 학생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내 성향에 대해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튀는 행동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지금은 달라졌을 거라 생각하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질문을 하는 아이를 선생님도, 친구들도 썩 좋게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수업이 끝나기 얼마 전에 하는 질문은 정말 눈으로 하는 욕을 먹을 정도였다. 모두가 Yes라고 하는데, No라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광고도 있었지만... 글쎄...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근데, 변화는 바로 그 반대와 비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불편한 걸 참지 않고 왜 불편한 건지, 바꿀 수는 없는지 고민한 사람만이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역시 그동안 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No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No라고 표현하는 게 나쁘거나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다. 더 나아가 아이들과 비판적 사고력의 필요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세계사 속 비판적 사고력이 없어서 실패한 사례와 비판적 사고력이 끼친 긍정적 사례들을 책 한 권을 통해 마주할 수 있다. 한 파트의 이야기가 아닌 역사와 경제, 과학, 정치 등 다양한 내용들이 책 속에 등장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사건 속에 담긴 문제들, 여성의 참정권을 놓고 벌어진 운동들, 트로이 목마나 공룡 멸종과 같은 이야기들뿐 아니라 넷플릭스나 제너럴 모터스 파산 사건도 다룬다. 과거의 이야기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거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과 온라인 조작 등의 내용들을 통해 앞으로의 우리 삶에 대해서 역시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전체적으로 글 밥이 많지도 않고, 그림과 부연 설명 등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고학년 아이라면 아이 혼자 읽거나 친구들과 함께 읽고 토론을 할 수도 있겠다 싶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며 당연하게 넘겼던 사건들 속에도 비판적 사고를 갖췄을 때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일들이나 사고를 통해 변화된 상황들을 보며 인간의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똑같은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사회는 통제는 쉽지만, 변화와 진보를 이뤄낼 수 없다. 고인 물을 썩게 마련이듯, 생각의 변화는 어디서든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생각의 반경을 넓히는 데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림, 정연복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오랜만에 어린 왕자를 다시 읽게 되었다. 내 기억 속 어린 왕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기보다는 중간중간 주요한 내용만 언뜻 기억에 살아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처음 읽는다는 생각으로 한 장 한 장을 읽었다. 기존에 만났던 책은 저자인 생텍쥐페리가 그렸다는 조금은 단순해 보이는 그림들이었는데, 이 책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라는 삽화가의 상상 속에서 새로운 일러스트를 입고 태어난 책이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적어도 어린 왕자와 등장인물들이 조금은 더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어린 왕자의 시작은 기억이 난다. 글의 화자인 조종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 말이다. 너무 일찍 포기와 삶을 알았던 아이는 6살에 화가를 포기하고 결국 조종사가 된다. 그리고 6년 전 만난 어린 왕자에 대한 기억을 옮겨 적는다. 바로 사하라 사막에서 사고가 나 불시착 한 그곳에서였다. 갑자기 그에게 양 한 마리를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의 부탁에 조종사는 6살 때 그만둔 그림 실력을 발휘하지만 어린 왕자는 만족해하지 않는다. 결국 상자 속에 언뜻 보이는 양을 그려서 주자, 그제야 어린 왕자는 만족해한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길들여간다.

물론이야. 넌 아직 나에게 이 세상에 있는

무수히 많은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나는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도 날 필요로 하지 않지....

그런데 네가 날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돼.

너는 나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도 네게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가 되는 거고......

P.92

어린 왕자와 조종사는 함께 지내며 어린 왕자의 고향으로 보이는 B612 별에 대한 이야기와 그 별에 있는 커다란 바오바브나무, 하나 있는 장미꽃 이야기를 나눈다. 그곳을 떠나오면서 마주하게 된 별들에서 만난 권위주의 왕이나 허영심 가득한 사람, 술꾼과 지리학자 등에 대한 이야기로 나눈다. 당시 조종사는 남아있는 음식과 물이 적었기에 빨리 비행기를 고쳐서 떠날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조종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건네면서 질문을 하는 어린 왕자.

막상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는 모습은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봐줘야 했을까? 성인인 내 시선에서는 어린 왕자가 선택한 방법이 전혀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 후 조종사는 다시금 어린 왕자를 떠올린다. 기억에서 점점 지워지기 전에 그를 기억할 방법을 마련해두기 위해서다. 조종사를 떠나 자신의 별로 돌아간 어린 왕자는 함께 간 상자 속 양과 다시 만난 길들여진 꽃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잘 가. 비밀을 말해 줄게.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중요한 것을 눈에 보이지 않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