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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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집에서 자란 거 맞지?"

책 소개 글을 읽는 순간 떠오르는 작가가 있었다. 그녀의 책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 작가일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어서 이름을 보니 역시나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바로 그 작가인 리안 모리아티였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과 허즈번드 시크릿의 작가인 그녀의 신간을 다시금 만나게 되었다. 예전부터 엄마가 하셨던 말씀이 있다. 부부의 일은 부부만 아는 것이라는 말. 보이는 모습과 당사자들의 실제 모습을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인데, 책 속 사건을 읽으면서 그 말이 자꾸 맴돌았다.

테니스 가족이라 할 수 있는 델라니 가족은 누가 보기에도 화목해 보이는 가족이었다. 스탠과 조이 부부 사이에서는 에이미, 트로이, 로건, 브룩의 2남 2녀가 있다. 테니스 선수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자녀들 역시 테니스가 생활화된 가정에서 자랐다. 아이들이 크고 분가를 하자, 엄마인 조이는 우울한 기분과 함께 조금씩 기억력이 흐릿해진다. 뭔가 기분과 상황을 바꿔줄 거리를 원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에서는 출가한 자녀들이 손주를 안겨주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 생각하지만, 그 사실을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다. 자신의 입에서 손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자신은 쿨한 부모임을 포기하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손주 외에 그녀의 삶을 흔들 사건이 일어난다. 어느 날, 처음 보는 여자가 조이의 집을 찾아온다. 그녀는 피를 흘리고 있었고, 알고 보니 남자친구와 싸웠다고 했다. 그렇게 사반나는 조이와 스탠의 집으로 들어온다. 그녀의 등장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삶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몇 달 뒤 조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엄마의 실종이 자녀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유력한 용의자로 아빠인 스탠이 거론된다. 같은 집에서 같이 자라난 이들 형제들은 각자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당연히 아빠는 용의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녀들이 있는 반면, 아빠를 용의자로 의심하는 자녀들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목해 보였던 이 가족은 도대체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 조이는 어디로 왜 사라진 것일까?

역시 저자인 리안 모리아티는 사건을 풀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실 그동안 그녀의 책에서 만났던 사건들은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사건들보다 자극적이지 않다. 소소한 가족들의 이야기나, 그들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심리들이 꼬리를 물고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번 작품 역시 한 집에 사는 가족이지만, 그들의 생각과 관계는 모두 같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타인의 눈에는 완벽해 보였던 이들 안에도 상처로 얼룩진 모습이 있었고, 그 상처는 드러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터져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같은 자리에, 같이 있어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녀의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이지만, 읽다 보면 페이지에 대한 기억을 잊는다. 살인 사건이나 끔찍한 트릭들이 등장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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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아빠
허정윤 지음, 잠산 그림 / 올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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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동화 인어공주와 달리, 이 책의 주인공은 아빠다. 인어인 아빠. 인어공주의 비극적 결말에 익숙한 우리에게, 인어 아빠는 색다른 재미와 또 다른 성격의 교훈을 들려준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던 감정과 상황들을 부모가 되고 나서는 피부로 와닿도록 느낀다. 엄마와 다른 아빠라는 존재가 책 속에는 어떻게 녹아있을지 내심 궁금했는데, 역시 인어 아빠도 아빠였다는 사실.

인어공주와의 차별점이 있다면, 책 속 인어들은 다리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포기하고 다리를 얻었던 인어공주와 달리, 책 속 인어들은 맨땅을 걸을 수 있다. 꼬리를 가지고도 말이다. 그 방법이 참 특이하고 또 끄덕여졌다. 마치 물구나무를 서듯, 꼬리를 하늘로 치켜 올리고, 양 팔을 이용해서 땅을 디딘다. 이런 방법이 있을 줄이야...! 그럼에도 인어공주는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인어공주는 왕자와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어떤 희생도 없이 자신의 힘으로 바다와 땅을 누비는 인어 가족들에게도 어려움이 등장한다. 뭍에서가 아닌 바다에서 말이다. 유유히 헤엄을 치던 인어 가족은 어망에 걸리고 만다. 아빠의 힘으로도 어망을 끊는 것은 쉽지 않다. 다행이라면 인어와 사람은 말이 통한다는 사실이다. 가장인 아빠의 역할은 바로 여기서 빛을 발한다.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인어 아빠는 어부들을 만나러 나서는데...

인어 세계에서도 가장의 굴레는 참 무거운 것 같다. 어디서나 아버지들은 가족들을 부양하고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처럼 오색이 다양하게 담겨있진 않아서 그런지 공주파 큰 아이는 생각보다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오히려 어른인 내가 읽기에는 인어 아빠의 고단함이 피부로 느껴져서 안쓰러웠다. 동화책이지만 어른을 위한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아무래도 이 책의 주인공은 아빠여서 그런 것 같다. (왠지 인어 아빠만 아니라 인어 엄마도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 세상의 룰을 잘 아는 것일까? 따뜻한 마음의 어부 몰래 선물을 건네는 아빠의 모습이 왠지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 같이 느껴지는 것은 내가 때가 묻어서 일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근데 또 반대로 생각하면, 나에게 그리 가치가 없는(혹은 가치가 덜한) 무언가가 상대에게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을 테니 서로에게 좋은 것을 나누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 하는 생각도 해본다. 또 한편으론 아빠가 아빠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어부 역시 아빠였기에 인어 아빠의 상황을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동화이기에 그런 부분이 아름답게 묘사되었긴 하지만 말이다.

다른 성격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왠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그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애처로운 아빠의 모습에 숙연해지기도 했다. 책을 덮으며 자꾸 "아빠! 힘내세요" 동요가 생각나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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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탐신 머레이 지음, 민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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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일에는 유독 마음이 쓰인다. 어제도 어린이집 확진자 소식에 자가 키트 검사를 해야 했는데, 무섭다고 우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며 4시간을 보냈다. 잠깐의 검사에도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데, 책 속 이야기는 정말 1초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책 속 주인공은 니브와 조니라는 15살 청소년들이다. 심장 이상으로 베를린 심장이라고 불리는 인공심장을 달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조니는 심장이식 외에는 살아날 가망이 없는 아이다. 인공심장 덕분에 현재는 살아있지만, 인공심장의 경우 뇌졸중이나 감염의 위험이 크기에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병원에서 만난 급성 백혈병 환자인 친구 에밀리와 간호사 페미 만이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다.

또 다른 인물인 니브는 쌍둥이다. 3분 먼저 태어난 오빠 레오는 모든 면에서 엄친아다. 그날 그 일이 없었다면 둘은 투닥거리며 삶을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달리기 시합에서 이긴 니브에게 암벽등반 내기를 제안하는 레오. 그런 레오를 자극하기 위해 레오의 보물 1호 기타를 걸기로 한 시합에서 니브가 이길 찰나. 지기 싫었던 레오는 무리한 점프를 시도하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해서 뇌사상태가 된다.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 가족들에게 병원 측에서는 장기 이식의 이야기를 꺼낸다. 오래전 이식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레오와 니브. 결국 부모님은 레오의 장기를 이식하기로 결심을 한다. 이 사건에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니브는 오빠의 죽음을 인정하기 힘들다.

익히 예상했듯이 레오의 심장은 조니에게 이식이 되고, 조니는 자신에게 심장을 이식해 준 사람의 가족을 만나고 싶어 하는데...

나 역시 오래전 사망 시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서약을 했었다. (운전면허증 하단에 장기기증에 대한 표시가 있다.) 우리의 경우 자신이 승낙을 했어도, 가족이 반대한다면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감정이 오고 갔다. 심장이 뛰고 있지만, 이미 죽은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의료진들의 모습이 자꾸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아직 이렇게 따뜻한데 이미 사망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니... (의학적으로는 사망했다고 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우리와 문화적인 측면에서 다른 부분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기에 결국 장기를 기증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내게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 일 때와, 가족의 이야기 일 때는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조니 역시 자신이 살기 위해서 누군가의 죽음(혹은 불행)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에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결국 1도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이 현실로 주어졌긴 하지만 말이다.

이미 책을 읽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내용이긴 하지만,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니브의 감정에 동요되는 걸 어쩔 수 없었지만 읽어보길 잘한 것 같다. 우리와 다른 문화지만 생명의 깊이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사랑하는 누군가의 존재가치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p.s 우리와 다른 병원 분위기가 신기했다. 간호사들이 서비스 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족들을 위해 장소를 제공해 주고, 편의시설을 제공해 주는 모습이 특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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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삼킨 여자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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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아티스트라는 직업과 살인사건의 절묘히 조화되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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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가능성 -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
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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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가능성이라... 제목으로 내용을 유추하기 어려웠다. 타인과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장을 넘기며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상실의 이야기를 먼저 털어놓는다. 사람은 자신의 상처나 아픔 같은 약한 부분을 털어놓으면 공감이 가면서 더 집중이 되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사랑하는 배우자를 먼저 보냈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저자는 큰 충격과 슬픔을 겼었다. 그때 그에게 시간과 마음을 내어준 사람들이 있다. 그에는 가까운 지인이 아닌, 전혀 모르는 타인도 있었다. 타인의 환대와 공감 등을 통한 치유의 감정을 경험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가 주는 힘을 이야기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에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경험과 역사적 사건들도 만날 수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집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히 집과 같은 익숙한 공간이 주는 안정감에 대한 의미와 함께 저자는 자신이 과거 경험했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유럽 여러 나라 조사 작업을 위해 방문했던 할렘가라 불리는 지역과 다른 지역의 이야기를 비교하는 내용이었는데, 오히려 위험하다 이야기했던 할렘가 지역에서는 사람 사는 냄새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환대를 경험했던 기억을, 다른 지역은 카메라와 높은 담이나 철조망으로 막힌 단절을 경험한다. 그 경험을 토대로 저자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보안과 방어가 오히려 현대인의 고립과 두려움을 더 키우는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사실 우리 역시 시골 인심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낯선 시골의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우리보다 그곳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보다 더 친밀하게 대해주셨다. 오히려 옆집 할머니처럼 점심밥을 주시고, 새참을 내어 주시는 모습에 당시 신선한 문화충격을 경험했었다. 물론 그 이후로 계속 같은 지역을 방문하다 보니 나중에는 정말 친 할머니처럼 안부를 묻는 관계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반면 도시의 사는 우리의 모습은 이와는 다르다. 엘리베이터에서 종종 마주치는 이웃임에도, 인사 한번 건네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담을 치고 선을 긋고 때론 CCTV를 달면서 두려움에 떠는 우리의 상황은 물론 어느 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우리의 마음에 계속적인 안정감을 주지는 못하는 게 사실인 것 같다. 어쩌면 책 속의 어느 부족의 모습처럼 서로를 향해 마음 한 편을 내주는 것, 자신의 공간을 내어줌으로 환대를 해 줬을 때 낯섬이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조금 어려운 면이 있긴 했지만, 신선하고 독특한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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