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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하는 성경이야기 : 구약편 ㅣ 명화와 함께하는 성경이야기
가나북스 편집부 지음 / 가나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년에 한 권 이상 미술책 읽기를 목표로 삼은 이후, 자연스럽게 그림을 접하다 보니 명화 속에 성경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꽤 오랜 시간 교회 교육부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보니 글보다는 그림이나 화면이 조금 더 받아들이기 쉽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우리 집 큰 아이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보니, 성경 속 이야기가 등장하는 명화 북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도 했다. 특히 큰 아이가 몇 년 전부터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 명화와 함께 하는 성경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말씀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것 같아서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성경 중에서 구약의 말씀이 담겨있는데, 솔직히 성경의 두꺼운 부분을 생각하고 책을 보니 너무 얇아서 아쉬움이 남았다. 성경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창세기만 해도 다양한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창세기 밖에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구약 중에서 눈에 띄는 사건의 경우는 화가들도 그림으로 그리기 어렵지 않지만, 그 반대되는 부분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지극히 내 욕심이라는 것을 안다.) 얇다 했지만 성경에 비해서였고, 실제 페이지는 11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다. 각 말씀에 대한 내용이 두 페이지 분량으로 등장하는데, 왼쪽 페이지에는 말씀에 대한 설명과 명화에 대한 설명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풀 칼라로 해당 그림을 담았다.
역시 구약의 시작은 천치장조다. 천지창조하면 떠오르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가 떠오르는데, 아니나 다를까, 천지창조의 말씀 역시 성당의 천장화를 그대로 담고 있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인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전체의 그림을 다 담고 있다. 천치장조에서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로 9개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니, 그림을 통해 각 주제를 찾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물론 나처럼 아쉬워하는 독자들을 위해 한 장을 넘기면, 그 유명한 천지창조만 클로즈업 한 장면이 나오고 또 한 장을 넘기면 천장에 둥글게 구성되어 속속들이 보이지 않았던 그림들을 길게 펼쳐놓아서 해당 내용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얼마 전 바벨이라는 작품을 읽어서 그런지, 바벨탑 사건에도 눈이 갔다. 인간의 탐욕은 신에 대한 도전을 야기한다. 과연 인간은 어디까지 높아질 수 있을까? 이들은 자신들의 머리를 믿었고, 자신들의 힘을 신뢰했다. 그래서 더 높이높이 쌓은 탑을 통해 하늘까지 높아지려는 교만이 바벨탑을 만들었다. 결국 이 일로 세상의 언어가 나뉘게 되었고, 그때부터 사람들은 흩어지게 된다. 천치창조 처럼 피테르 브뤼헐의 작품 중 니무롯 왕의 감독과 석수들의 모습이 작게 표현되어 있는데, 그 부분을 클로즈업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아무래도 책 안에서 창세기에 대한 분량이 월등히 많다. 40페이지 정도가 창세기를 다루고 있고, 그중에서 야곱에 분량이 또 상당하다. 창세기를 지나면 출애굽기가 등장하는데, 이 책 안에서 가장 비중이 많은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모세다. 창세기 전반의 재앙과 출애굽, 우상숭배와 십계명 등 창세기의 주옥같은 사건들이 명화로 표현되어 있다.
명화를 마주하니, 성경에 어떤 장면인지가 기억이 난다. 이사야와 예레미야 정도만 낯설지 다른 명화들은 사건을 기록하고 있기에 성경에 대한 설명과 함께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 밥 자체가 많지 않고, 글자도 커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어떤 화가의 어느 시대 작품인지, 현재 어느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는 지로 알 수 있게 표시되어 있어서 추후에라도 찾아보기 좋을 것 같다.

책 속에 명화 중에서 가장 반가웠던 그림이 무엇이었을까? 바로 기도하는 어린 사무엘의 그림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 구역예배나 가정예배를 볼 때마다 사용하는 작은 책상이 있었는데, 그 책상 한쪽 편에 자리 잡고 있었던 그림이 바로 사무엘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그림이었다. 물론 오래돼서 긁히고 색도 바래서 이사를 하면서 상을 버리긴 했는데, 어린 시절 늘 보았던 반가운 그림이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이 책을 통해 만나니 꼭 어린 시절 친하게 놀던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서 반가웠다. 당시는 이 그림의 주인공이 사무엘인 것도 몰랐는데, 오늘에서야 기도하는 꼬마가 사무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한 번 읽고 지나가는 말씀이지만, 화가는 말씀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말씀을 얼마나 묵상하고 생각하며 그림으로 표현했을까? 그래서 그런지, 말씀 속 명화를 통해 또 다른 은혜를 받는다. 내가 다니는 교회 본당에 명화가 두 작품 양쪽 벽에 걸려있고, 계단을 올라오는 길에 큰 명화가 한 장 걸려있다. 세 작품 모두 신약을 다루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명화와 함께하는 성경 이야기 신약 편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