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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삼키는 아이 ㅣ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사사프라스 드 브라윈 지음,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 큰 아이는 내가 빠르게 복직을 해야 해서, 7개월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다녔던 어린이집에서 눈치를 많이 봤던 탓인지, 두 번째 가게 된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아이가 눈치를 많이 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걱정을 하셨다. 화가 나도 화를 내지 않고 벌벌 떨면서 속으로 삭히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는 말이었다. 아직 너무 어린 3살짜리 아이가,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참는 게 오히려 속 병이 될까 봐 걱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초등학생이 된 아이는 과거에 비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이 참는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큰 아이가 떠올랐다. 부들부들 떨면서 속으로 감정을 삭이는 아이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했다.
책의 처음에는 늑대가 등장한다. 늑대를 보는 순간, 전에 읽었던 책 속의 감정의 늑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인 먹이를 먹고 점점 커져가는 그 늑대. 그래서인지 생긴 것도 좀 못되게 생긴 것 같았다. 이 늑대의 이름은 부글이다. 근데, 내가 생각했던 부정적인 감정의 늑대가 아닌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늑대였다.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가 바로 감정을 삼키는 아이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어른들의 말을 너무 잘 들었다. 내 생각과, 내 감정과 다른 상황이어도 어른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갔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 안의 감정을 계속 부글부글 끌었다. 하지만 싫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면 어른들이 싫어하고, 나쁜 아이로 볼까 봐, 놀아주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어른이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어른들의 대화에 한 마디라도 보태면 "어른들 이야기에 끼어드는 거 아냐."라는 말을 늘 들었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더 이상 이런 말을 듣지 않을 테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때까지 이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얼마 전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다, 이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웃긴 게 부모님은 이 이야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정말 매일같이 들었던 말인데.... ㅠ 원래 상처 준 사람은 기억 못 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기억하는 법!)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 어린아이들이지만 웬만하면 이 말을 하지 않는다. 내게 상처가 된 말이기 때문이다.
책 안에 등장하는 말들은 정말 많이 듣고 자란 말들이다. 물론 어른들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라고 이 말들을 하지만, 조언을 넘어 강요가 된다는 데 있다. 아무리 아이들과 어른들이 똑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수평보다는 상하관계로 여겨질 때가 많다. 당연히 아이 입장에서 어른들의 말은 꼭 해야 하는 규칙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이도 생각이 있고, 주장이 있다는 사실을 자꾸 간과한다. 내가 어렸을 때 이게 너무 싫었으니, 어른이 되어서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지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속담이 딱 맞다.
결국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가 된다. 자신의 생각을 떳떳하게 말하고, 내가 싫은 건 싫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가 된다. 그렇게 되는데 부글이가 도움을 주었다.
우리 아이 역시 이 책을 읽고 깨닫는 것이 생겼으면 좋겠다. 감정을 소중한 것이고, 누구도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