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의 법칙 - 충돌하는 국제사회, 재편되는 힘의 질서 서가명강 시리즈 36
이재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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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 36번째 주제는 법학 중에서도 국제법 분야다. 국제법 하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책을 읽으며 어떤 법 보다 실제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냉전과 열전으로 책을 시작한다. 냉전과 열전의 차이는 무엇일까? 열전은 총과 칼, 대포 등의 눈에 보이는 무기를 가지고 전쟁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책에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바로 열전이다. 그렇다면 냉전은 무엇일까? 실제 무력으로 충돌되지는 않지만, 전쟁이라 일컫을만한 서로 간의 충돌을 냉전이라고 한다. 냉전 하면 과거 미국과 소련 사이의 이념적 전쟁을 꼽을 수 있는데, 소련과 동구권의 사회주의가 무너진 것으로 냉전은 끝났을까? 정답은 아니다. 당시의 냉전은 이념적 차이에서 발생했지만, 현재의 냉전은 경제, 무역, 외교, 기술 등 다방면에서 계속되고 있다.

과거의 미국과 소련 사이의 전쟁을 냉전이라고 불렀다면, 과거와 구별하기 위해 현재 곳곳에서 벌어지는 냉전을 신냉전으로 부른다. 그리고 신냉전이 본격화된 데에는 다분히 중국이 미국을 아우르는 급격한 성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물론 중국과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냉전이 벌어지고 있다.

다시 국제법으로 돌아오자. 국제법은 왜 중요한 것일까? 기술을 비롯한 다방면의 진보 때문이다. 국제법을 논하자면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 1648년에 체결된 베스트팔렌 조약을 빼놓을 수 없다. 400년 전 법이 왜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바로 이 조약이 최초의 국제적 규칙을 마련한 법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10년 전과 비교해도 기술의 진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발전을 이루었는데, 400년 전 법이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상당히 이례적이라 볼 수 있다.

앞에서 국제법이 실제적이라는 언급을 했는데,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을 놓고 보자면 더 실제적으로 이해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 국적의 유튜버가 유튜브를 통해 소득을 올렸을 때, 과연 그는 어디에 세금을 내야 할까?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오징어 게임의 경우 우리나라 배우와 우리나라 감독이 만들었지만, 넷플릭스는 미국의 OTT 회사다. 그렇다면 이로 인해 발생된 이익에 대한 세금은 어디에 내야 하는 걸까? 이와 함께 마이클 잭슨의 한국 공연과 구글세 등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실체 없이 IT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기업의 수입에 대한 세금 문제와 북극을 놓고 벌어지는 이야기 등 나라들 사이의 이권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과연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논의되는 국제법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한편으로는 놀랍기만 하다.

과거에 비해 국제질서는 재편되어가고 있다. 자국에 어떤 이익을 불러일으키는가에 따라 국제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에 따른 문제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제는 단순히 치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제 정세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대응하는 식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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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원, 은, 원
한차현.김철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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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책 띠지에서 SF라는 글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추리소설일 거라 생각했을 정도로 책 속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했다. 35살의 은원은 7살 연하의 남자친구 차연을 만나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은원이 연차를 내서 둘은 만난 지 600일을 기념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 함께 둘레길을 걷고, 차를 마시며 여행을 즐기는 은원과 차연. 우연히 은원이 과거 다니던 직장의 대표의 가족을 만나면서 약간의 어색함이 감돌기는 했지만 그래도 둘의 여행은 즐거웠다. 둘 다 제주도 여행이 처음이라는 공통점까지 발견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공항에서 헤어지고 난 후, 은원이 사라진다. 차연의 문자에도, 전화에도 답이 없다. 바쁠 때는 연락이 없긴 했지만, 이 정도로 연락이 안 된 적은 없었는데... 왠지 모를 불안감이 차연을 감싸고돈다. 결국 은원의 오피스텔로 향하지만, 그곳에도 은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은원이 사라진 지 일주일. 결국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경찰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혹시 싸운 것은 아닌지를 먼저 묻는 걸 보면, 그저 연인 간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차연의 이야기를 듣고 달려온 수이와 민규는 그런 차연을 위로하며 은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수이와 민규의 위로 때문일까? 연락이 온다. 은원의 어머니라는 차진선과 고모 소현정은 차연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한다. 사실 은원이 베르니크 코스타로프 증후군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기억이 몽땅 사라지는 병. 과거에 두 번 정도 은원은 그런 경험을 했고, 이번에도 역시나 은원에게 기억이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은원임에도 아끼고 이해해 줄 수 있냐는 물음에 차연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한다. 그리고 몇 주 만에 다시 은원을 만나게 되는 차연. 하지만 은원에게 뭔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에 새겨진 타투에서 그 이질감을 정확히 느끼게 되는 차연. 도대체 은원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책은 은원과 차연이 처음 만났던 시점과 현재를 오고 가며 둘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야간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만나게 된 둘은 "저녁"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서로의 존재를 문득 떠오리는 순간이 잦아진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된다.

다시 만난 차연과 은원은 차연의 기억을 바탕으로 과거를 조금씩 곱씹게 된다. 신기한 것은, 차연이 사진을 찍듯이 모든 상황을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은원과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다. 그랬기에 차연은 은원의 손가락의 타투의 위치와 모양을 떠올릴 수 있었고, 은원의 손가락을 보는 순간 이질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게 되는 차연. 전에 만났던 은원의 고모 소현정이었다. 그녀에게 어떤 이유도 묻지 말고 은원을 데리고 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날 은원은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하지만, 가야 할 것 같았다. 소현정이 실제 은원의 고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했기 때문이다. 소현정, 이인태와 함께 도착한 그곳은 여의도의 CL23생명 연구소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차연은 은원과 똑같은 모습을 한 나체의 여인들이 캡슐 안에 들어있는 것을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은원들의 존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과연 그녀들은 사람이 맞는 걸까? 내가 차연이라면 그런 은원 중 하나인(그의 옆에 있는 은원은 그중 두 번째 은원이다.) 그녀를 과거처럼 받아들이고 사랑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기 위해 또 다른 가공의 무언가를 만들고, 만들어진 그를 통해 필요한 부분을 떼어내 사랑하는 사람을 좀 더 내 곁에 머무르게 하는 것. 과연 그게 옳은 것일까? 잘 모르겠다. 그건 어쩌면 내 욕심이 아닐까? 이별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이별이 있기에 현재 내 옆에 있는 이 존재가 더 빛이 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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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으로 읽는 조선고전담 - 역전 흥부, 당찬 춘향, 자존 길동, 꿈의 진실게임, 반전의 우리고전 읽기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2
유광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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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의 원작을 성인이 되어 읽고 충격 아닌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닌, 끔찍하고 잔인한 이야기가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끔찍한 장면은 모두 배제하고 오로지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로, 때론 잔인함의 수위를 완화시켰던 이유는 바로 아이들을 위한 동화기 때문이다. 왜 처음부터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지 않았던 것일까? 하는 고민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우리나라의 고전에는 이 공식이 대입되지 않는 것일까? 답은 절대 아니다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흥부놀부전, 춘향전, 홍길동전, 구운몽의 내용은 정확히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나 역시 그랬다. 눈 감고도 훤히 줄거리를 말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적어도 이 4권은 동화책은 물론 교과서에서도 만났던 고전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고전을 제대로 모른다고 말이다.

읽는 내내 웬만한 작품도 이만한 반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랍다. 읽을수록 허를 찌른다. 도대체 그동안 내가 읽었던 작품들은 무엇일까? 왜 우리는 이 4권의 책 앞에서 예상치 못한 저자의 풀이를 읽으며 당황스러웠던 것일까? 적어도 우리는 책의 제목을 읽는 순간, 이미 만들어진 결말을 머릿속에 담고 책의 어떤 내용도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흥부놀부는 욕심쟁이 형 놀부와 착한 동생 흥부라는 기본 테마 안에서 형제간의 우애가 주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흥부놀부가 절대 우애에 관한 책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욕심쟁이 놀부만큼 흥부 역시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왜일까? 그동안 흥부와 놀부의 시작 시점을 살피기 보다, 당시 생활을 들여다보기 보다 맞춰진 결말의 짜임새 속에서만 이야기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우선 흥부와 놀부의 부모는 흥부에게도 재산을 물려줬다. 형인 놀부가 부모의 모든 재산을 혼자 꿀꺽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놀부에게도, 흥부에게도 많지는 않을지라도 부모는 재산을 물려준다. 그 재산을 토대로 놀부는 돈을 불려서 부자가 되었고, 흥부는 그저 나눠주고 소위 생색내는 것에 집중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놀부가 흥부를 타박하고 쫓아내는 것의 전제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형은 가진 재산을 토대로 불려보려고 노력하는데, 동생은 형에게 빌붙어서 돈을 쓸 궁리만 하니 말이다.

흥부놀부 뿐 아니라 춘향전과 홍길동전, 구운몽에도 우리가 예상치 못한 진실이 숨겨져있다. 짜인 틀 속에 갇혀있을 때 시야가 가려진다. 그 안에 담긴 진실을 놓치게 된다. 바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틀을 깨고 그 안에 담긴 실제 이야기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진실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당시의 배경지식과 시대상을 함께 설명한다. 마냥 어렵기만 했고, 지루하기만 했던 고전의 속내를 들여다보니 그 어떤 소설보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4권의 책 말고 또 다른 고전 속 진실을 보여줄 순 없을까? 인생명강 시리즈임에도 자꾸 후속작을 만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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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빌려주는 수상한 전당포
고수유 지음 / 헤세의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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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특이했다. 요즘은 보기도 힘든 전당포가 등장하는 것도 특이한데, 무려 "시간"을 빌려준다니...! 제목부터 SF틱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나이가 많은 할머니가 타임 전당포의 주인이다. 할머니가 키우는 검은 고양이 크로노스와 앵무새 카이로스가 할머니와 함께 전당포를 지키고 있다. 할머니는 어떻게 시간을 빌려줄 수 있는 걸까? 바로 우주의 힘에 의해서다. 우주의 법칙인 다르마(Dharma)에 의해 시간을 대출하기 위해 온 손님은 필요한 시간을 돌려받는다. 물론 공짜로 대출해 줄 수는 없다. 시간을 거스르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주에게서 빌린 시간에 7천 배에 해당하는 시간을 우주로 돌려줘야 하는데, 이를 대갚음의 법칙이라고 한다. 가령 하루(24시간)을 대출한 고객의 경우 갚아야 할 시간은 19년 65일이다. 하루에 대한 대출치고는 상당하다. 이 중 하루는 전당포 주인 할머니의 몫이고, 나머지는 우주로 귀속된다. 그리고 이 우주로 귀속되는 부분 중 아주 일부는 또 다른 고객들에게 대여된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 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책 속에는 다양한 고객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과거의 어떤 시간에서 큰 실패를 경험하고, 그 시간의 영향으로 삶이 망가지게 되고 상당수는 자살을 기도한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등장한 고객 역시 그랬다. 흑수저였던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열심히 모은 돈으로 드디어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갈 꿈에 부풀었다. 그동안 악착같이 모으고 모았던 돈이었기에,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그녀가 살던 곳의 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는 말만 하고 사라지고 결국 그가 그 유명한 빌라왕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듣고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 우연히 전당포 명함을 발견한 그녀는 타임 전당포를 찾는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는 그녀에게 하루를 대출해 주기로 한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빌라왕의 집을 계약하기 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시간을 거스르는 것만큼, 했던 행동을 바로잡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그녀가 동일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상황들이 연거푸 벌어지기 때문이다. 과연 그녀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약속한 시간에 전당포로 돌아올 수 있을까?

물론 책 안에는 약속한 시간 내에 돌아온 인물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헬스클럽 사장이었는데, 그는 과거 자신이 붙인 전단지를 떼어내는 타 클럽 아르바이트생과 몸싸움(실제로는 주인공이 폭력을 쓰도록 상황을 노리고 상대측에서 꾸민 것 같다.) 했던 것이 동영상으로 찍혀 공개됨으로 사업을 접게 되었던 사연의 주인공이었다. 역시 하루치 대출을 받게 된 그는 그 일이 일어나는 아침으로 돌아간다. 겨우 폭력으로부터 벗어나지만, 갑자기 온 미녀 회원에게 홀려서 결국 약속시간 안에 전당포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만약 약속한 시간에 전당포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 어떻게 될까? 약속된 시간뿐 아니라 그의 남은 생이 급격하게 소멸되기에 갑작스럽게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사실이다.

사실 책을 읽으며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 어차피 과거로 돌아가 실패를 바로잡는다고 해도 20년 가까운 시간을 갚고 나면(빼앗기는 것 같은 느낌) 실제 삶을 바로잡아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과연 그렇게 하면서까지 실패를 바로잡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를 바로잡고 그 삶을 즐겨야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주인공들의 소원 중에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행복과 타인을 위한 소원도 상당했다. (사고를 당하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대기업 합격을 포기하는 아들, 갑작스럽게 실명하는 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줄이는 어머니 등) 그들은 자신이 아닌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한다. 내 삶을 포기할 정도로 그들의 삶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생각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시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을 품을 때도 있다. 저거도 내게 주어진 시간들의 가치가 내 삶의 상당수를 포기해야 할 정도의 가치가 있다면, 지금 내가 보내는 이 시간을 그리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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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페이스 실록 - 너의 뇌에 별을 넣어줄게 파랑새 영어덜트 4
곽재식 지음, 김듀오 그림 / 파랑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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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자의 화학과 전쟁사를 연결한 책을 무척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화학이 전공이라고 들었는데, 특유의 입담 안에서 전공인 화학과 역사를 연결하여 또 다른 재미를 돋우어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그의 저서를 통해 매력(?)을 맛보았던 터라, 이번 책 역시 기대가 되었다. 이번에도 과학과 역사의 교집합 속에서 나온 책인데, 이번에는 화학이 아니라 지구과학. 별과 우주에 관한 이야기다.

우선 소제목을 뽑아내는 능력부터 칭찬하고 싶다. 소제목만 읽어도 궁금함이 마구 솟아난다. 저자가 기자 출신은 아니기에, 믿어도 좋다. 흥미만을 위한 제목이 아니라 실제 내용이 녹아있는 제목이니 말이다. 혹시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 있다면 먼저 읽어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앞에 내용이 뒤에 내용보다 덜 어려웠던 것 같다. 뒤로 갈수록 제목도, 내용도 난도가 좀 있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과연 저자는 이 책에 첫 장에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우리가 익숙한 신라의 첨성대가 등장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첨성대가 신라의 별을 관측하는 곳이라는 것에 다른 의견이 없이 배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다른 의견들이 등장했던 것 같다. 물론 첨성대에 대해 구체적인 신라시대 문헌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조선시대에 적힌 글로 첨성대를 별을 관측하는 장소로 배웠긴 하지만, 그리 높지도 않고 관측하기에 불편했던 장소이기에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첨성대를 좀 다른 각도로 설명하고 소제목을 뽑아 꽤 오래 기억에 남을 듯싶다. 첨성대의 하단은 동그랗고, 상단은 네모나다. (뜬금포 네모의 꿈이 생각난다. 그 가사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둥글지만, 우리가 보는 땅은 네모나다는 사실. 신라시대 사람들이 우리의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첨성대 속에 녹아 넣은 것은 아닐까? 하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있었다.

그 밖에도 김유신과 화성 이야기, 합천 초계 지역과 소행성 충돌 이야기,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과학자 스티븐 호킹과 블랙홀 그리고 조선 성종 때의 과거시험 이야기 등 흥미로운 내용이 상당했다. 김유신의 태몽(?)으로 아버지 김서현이 형옥(화성)과 진성(토성)이 떨어지는 꿈을 꾸었고 그 날짜를 한자로 풀어 유신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20개월(?) 만에 태어났다는 범상치 않은 그의 이야기를 토대로 날짜를 풀어내기에는 오류가 있다고 하지만, 특이한 것은 화성이 그리스 로마신화의 전쟁의 신 Mars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김유신과의 접점이 있지 않나 하는 글 또한 흥미로웠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수시로 하늘을 보고 별과 달, 태양과 금성 등 다양한 별자리를 마주한다. 과거의 사람들 역시 하늘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고, 그를 토대로 연구를 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과거의 사람들과 별자리 이야기를 만났듯이, 미래의 사람들 역시 우리가 연구한 우주와 행성, 별자리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단지 과학과 역사의 만남 정도가 아니라, 그 안에서 또 다른 깊이 있는 뜻을 마주할 수 있어서 더 흥미롭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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